야! 쿠르트 아줌마
야! 쿠르트 주세요
야! 쿠르트 없으면
요! 쿠르트 주세요
-작자미상
어린 시절 이 노래에 낚여 본적 많지 않으신가? 요즘 활개를 친다고하는 신종 사기수법인 보이스 피싱(Vioce Fishing)의 프로토타입쯤 될 것 같은 이 노래는, 특히 불쾌지수가 높거나, 이미 짜증이 나있는 상황에서 더더욱 빛을 발하며, 종종 Takedown에서 Pounding으로 이어지는 처절한 응징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 피를 부르는 구전동요에는 한 가지 의문점이 뒤따른다. 야쿠르트 아줌마가 야쿠르트를 파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마지막 행에서 반전처럼 등장하는 요쿠르트의 존재이다.
대체 '야쿠르트'는 뭐고 '요쿠르트'는 또 뭐란 말인가? 게다가 혼란스러움을 안고 집에 갔더니 어머니는 '요구르트'를 먹으라 하고, 동네 구멍가게에서는 '요거트'아이스크림을 판다.
자장이냐 짜장이냐를 비롯하여 음식의 이름에 대한 갑론을박이야 종종 있어왔던 것 이지만, 한 음식이 4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잘 먹고, 똥만 잘 싸면 되지 별걸 다 가지고 지랄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본 기자, 이런 나태한 세계관을 가진 이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쾌변'이라는 이름의 제품이 시중에 나도는 상황에서 이게 쾌변을 해주게 한다는 건지, 아니면 쾌변을 가지고 만든 거라는 소린지 정도에는 관심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제 입에 들어가는 것이 똥인지 된장인지 관심조차 없는 이들이 넘쳐날수록, 한민족의 미래는 숙변마냥 어두운 빛으로 가득차게 될 것이다.
사실 말은 저렇게 했지만 먹고 살 걱정에 억매여, 솟아오르는 궁금증과 의문들을 애써 외면해 버리는 독자제위들의 심정을 모를 리가 있겠는가? 평소 민족정론지를 자임해왔던 본지로서 이러한 애환을 묵과할 수 없는 바, 작게는 독자제위들을 위하고, 크게는 대한민국의 튼튼한 황금빛 미래를 위하여, 본기자 분연히 떨치고 일어섰다.
앞서 밝혔듯이 이 제품군에 대하여 시중에 통용되는 명칭만 해도 4개나 된다. 뿐만 아니라, '야구르트'라는 제5의 명칭도 대중적이진 않지만, 은밀하게 통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생각해보면 5가지나 되는 이름을 지꼴리는 대로 쓰는데, 모두 다 알아먹는 것도 매우 신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 명칭에 대한 논쟁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야쿠르트'대 '요구르트'의 대결이라 하겠다. 요거트는 외국의 발음을 그대로 음역한 것이니 논외로 하고, 요쿠르트와 야구르트는 이 지난한 논쟁이 어서 끝나길 바라는 평화주의적인 염원을 가지고 내놓은 일종의 '중재안'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확고한 근거나 원칙이 없는 중재안이다보니 이마저도 두 개로 양분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치권에서 보여주는 자중지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본질을 꿰뚫어보는 해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서주우유에서는 요구르트라는 명칭을 사용했더랬다
사실 유산균 발효유일체를 지칭하는 표준어는 '요구르트'다. 그러나 자장 vs 짜장의 논쟁에서 보듯이, 서민의 애환과 희노애락이 서려있는 단어라면, 표준어가 아니라고 해서 무시하거나, 비웃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판단에 앞서서 이 단어들의 어원을 알아보자.
우선 요구르트의 어원은 터키어이다. 발효유의 명칭들은 그것이 유래한 지역과 민족에 따라서 각자 달랐으나, 8세기경 터키에서 'Yougurut'라고 불렸던 것이, 11세기경에 'Yoghurt'라고 변하게 되었고, 이 명칭이 유럽으로 전해진 까닭에 지금은 전 세계에서 공통어처럼 쓰이고 있다.
반면 야쿠르트는 일본 야쿠르트사가 등록한 상표명이다. 이는 에스페란토어로 요구르트를 뜻하는 'Jahurto'를 발음하기 쉽도록(아마도 일본인 기준에서)바꾼 것이라 한다. 즉 '포크레인'이나, '스카치테이프'처럼 일개상표가 상품군을 지칭하는 일반명사화 한 것으로 보면 되겠다.
즉 결론은 하나는 터키어에서 유래한 일반명사, 하나는 에스페란토어를 기반으로 한 상표라는 것이다. 그러나 야쿠르트의 어원이 된 'Jahurto'역시 그 발음으로 미루어 볼 때 'Yoghurt'가 그 기준이 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바, 발효유 일체를 지칭하는 말의 근본은 요구르트가 조금 더 적당한 것으로 보인다.
발효유가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고고학자들은 기원전 5000년경의 메소포타미아지역에서 염소를 키우면서 염소젖을 먹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데, 발효유역시 이때쯤이 시작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학자들이 있다.
발효유는 누가 특별히 발명했다기보다는 우연히 발견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왜냐하면 발효유의 생성원리인 '유산균'(젖산균)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 루이스 파스퇴르(1822~1895)가 창시한 '미생물학'이 생겨난 이후인데, 인류가 발효유를 먹은 기록은 훨씬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우주의 삼라만상이 펼쳐지는 기적의 현장! 뚜껑을 핥지 않아도 된다!
그러므로 발효유의 기원은 대략 다음과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목마른 유목민A씨가 전날 짜놓은 젖(염소, 양, 소 등)을 먹기 위해 젖 그릇(?)을 찾았는데, 젖은 어디로 다 흘러버리고 이상한 덩어리만 남아있더라는 거다.
A씨는 여러모로 기분이 나빠져서 툴툴 거리며 내다 버리려다가, 그러기엔 아까워서 한번 먹어보니, 시금털털한 맛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다음에도 그릇에 젖을 담아놓고 전에 그 장소에 잘 놓은 뒤 두근두근하며 다음날을 기다렸다. 그런데 또 그때처럼 되어있어서 담부턴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 먹었고, 그 이후 A씨의 방법이 동네에 퍼지는 한편, 그와 비슷한 체험을 했던 B나 C의 이야기 등이 퍼져서 발효유가 널리 퍼져나가, 오늘날에 이르렀을 거라는 추측이다.
사실 쬐그만 병에 담겨있는 시큼한 액체와, 커다란 병에 담겨있는 걸쭉한 액체가 같은 종류의 음료라고 하면, 잘 매치가 안 되기 마련이다. 거기에 떠먹는 것까지 가세하면 혼란은 더욱 가중된다. 그러다보니, 업체에서는 몸에 좋다고 광고하고 있음에도 병에 담긴 작은 요구르트들은 왠지 불량식품인 것만 같은 생각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의심을 거두시라. 걔네들도 어엿한 발효유인 것이다. 발효유는 다음과 같이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편 이와 같은 분류 외에도 빠빠오, 쿨피스와 같은 '유산균음료'가 존재하는데, 이는 유산균에 의해 발효된 제품이라기보다는, 우유성분이 들어간 과즙음료이기 때문에 발효유의 범주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어쨌든 이를 제외한 위에 3가지 제품군은 모두 '요구르트'라고 불러도 되는 것들이니 안심하시라.
요거이 바로 유산균음료의 대표주자 되겠다
요구르트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파스퇴르에 의해 주창된 '미생물학'이 등장한 이후이다. 그중에서도 프랑스에서 공부하던 러시아의 생물학자 메치니코프가 썼던 논문인, 「인간의 장수」(1908년)가 큰 주목을 끌었는데, 이 논문에는 불가리아 사람들이 장수하는 이유가 '불가리아우유'를 항상 먹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요구르트의 효과에 대해서는 유효성을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장내 쌓여있는 음식물의 부패를 막고, 유해한 세균들을 억제하며, 소화를 촉진하고, 심지어는 항암작용까지 갖추고 있는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다기보다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복용을 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효과들이다.
싸기위해 먹는가..먹기위해 싸는가..
그러나 최근에는 그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선 장까지 살아서 가는 유산균의 수가 매우 적어서 큰 효력이 없다는 주장이 있으며, 이는 상당부분 사실로 밝혀져, 한때 업계에서는 '유산균 장까지 살려보내기'가 주요 테마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스위스의 한 연구팀에서는 발효식품에 들어있는 '카바메이트'라는 성분이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물론 우리가 먹는 발효제품들에는 극소량이어서 유발요인이 되지는 않는다지만, 이는 항암작용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게끔 하는 대목이다. 또한 일본의 위장전문의인 신야 히로미는 그의 저서에서 우유와 유제품은 고기만큼이나 나쁜 식품이며, 장기복용한 사람의 위장상태가 좋은 것을 단 한 번도 본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이렇게 전문가들도 설왕설래하는 이야기들에 대해서 한마디로 결론을 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다만 '어디에 좋다'라고만하면, 아모르퍼스합금도 갈아먹을 듯이 달려드는 자세를 버리고, 내 몸에 맞는지 아닌지를 잘 판단하여, 적절히 먹는 것이 가장 올바른 해법이라 하겠다.
마지막의혹 이다. 액상발효유는 대체 왜 그렇게 감질 나는 병에 담아서 파는 것인가!? 사실 이번 의혹의 하이라트이자, 세간의 각종 음모론을 양산하고 있는 내용이라 하겠다.
본기자 이것을 알아내기 세상의 모든 지식 네이뇬을 비롯하여, 각 회사의 홈페이지 까지 뒤져보는 밀착취재를 단행했으나, 실마리도 잡지 못했다. 그리하야 결국 모 음료회사에 직접 전화까지 걸어보는 모험을 감수했더랬다. 그때의 대화를 옮겨본다.
쿠르세(이하 쿠) :(비장한 목소리로) 안냥하심까. 딴지일보 편집국임다.
상담원(이하 상) : 예 반갑슴다. 무슨 일로 전화 하셨슴까?
쿠 : 다름이 아니고, 그 액상요구르트 있잖슴까?
상 : 예
쿠 : 그거 왜 그렇게 작은병에 담겨 나오는검까? 사람들 말에 의하면 영양학적 고려가 있다는 둥, 감질나게 하려는 음모라는 둥, 우린 모르는 비밀이 있다는 둥 벼라별 썰이 다 있던데..
상 : 아 그거요? 첨에는 80ml로 출시했다가, 소비자들이 한입에 털어 넣기에는 좀 많다는 얘기가 있어서 65ml로 줄인검다.
쿠 : 그...그게 다임까?
상 : 네, 그거땜에 전화하신 검까?
쿠 :(비겁한 목소리로) 네....
상 : 푸하하하하
쿠 :(쪽팔림을 가득담아)가..감사함다..뚝
보셨는가? 사실 액상발효유 제품들이 항상 65ml를 유지했던 것은 아니다. 최근 액상시장의 주력상품인 야쿠르트에이스와 이오같은 제품들은 모두 80ml용량으로 나오고 있으며, 몇 년 전에는1000ml우유팩에 가득담긴 새코미975가 선보인 적도 있었다. 그러나 판매량부진을 이유로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다고 한다.(우유팩에 담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만..)
뭐 딱히 다른 고려가 없는 한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면 1000ml든 1.5L든 출시못 할리 있겠는가? 간절히 원하는 독자들은 회사들에 청원이라도 해보시라.
바로 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