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에서 사후경과시간을 정확히 추정하는 것이 극히 중요한 과제이기는 하나 근거의 핵심이 되는 사후변화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감각을 통한 검사는 물론 체온의 계측도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다. 또한 비교적 객관적이라고 볼 수 있는 생화학적검사도 아직까지는 믿을 만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상황하에서 근접한 추정을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1. 시체소견
가. 시체변화
시체현상을 중심으로 하여 추정되는 사후경과시간을 예로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1) 시반은 약간 나타나 있지만 시체경직이 아직 안 나타났을 때는 1시간 내외
2) 시반은 경미하고 시체경직이 악관절과 경추관절에만 존재할 때는 2-3시간 내외
3) 시반이 전위되고, 시체경직이 상지관절에 나타나며 인공적으로 시체경직을 소실시켰을 때 재경직이 일어나면 4-5시간 내외
4) 시반 및 시체경직이 강하고, 시반이 압력에 의하여 퇴색하지 않으며, 경직이 하지관절까지 발생하였을 때는 7-8시간 내외
5) 시반 및 시체경직이 현저하고 손가락관절에도 경직이 나타나며,각막이 안개처럼 혼탁되었을 때는 10-12시간 내외
6) 각막은 혼탁되어 있으나 동공은 투명하며, 복벽에 부패성 변색이 나타나고 입, 코, 눈 등에 파리 및 구더기가 생겼을 때는 사후 24시간 내외
7) 악관절의 경직이 풀어지기 시작할 때는 30시간 내외
8) 상지의 경직이 풀어지기 시작할 때는 36시간 내외
9) 각막이 불투명하고, 하지의 경직이 풀어지기 시작할때는 48시간 내외
10) 배꼽 주위 및 사타구니의 피부가 부패로 변색되고 여러곳에 부패(수)포가 생겼을 때는 2-3일 내외
11) 구더기가 번데기가 되었을 때는 8일 내외
12) 번데기가 선탈(蟬脫)되었을 때는 3주 내외
13) 백골화 또는 시랍화되었을 때는 수개월 이상
혈액 및 체액의 화학적 변화로 사후경과시간을 추정하고자 하는 연구는 많으며 현재도 시도되고 있다. 이중 안방수(眼房水)의 K(potassium)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비교적 일정한 비율로 증가하기 때문에 가장 쉽고 믿을 만한 방법으로서 사후경과시간의 지표로 이용되었다. 이것도 변화의 폭이 크다는 것이 알려져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지만 다른 검사에 비하여는 가장 안정적이다.
나. 위장관 내용물
위장관 내용물의 종류와 소화 및 이동정도로 사망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 즉 식물의 종류를 식별하여 그 식물을 섭취한 때를 추적하여 보면 사망시간을 알 수 있으며 소화 및 이동정도로는 마지막 식사로부터 사망까지의 시간을 알 수 있다. 식물이 위장관내에서 소화 및 이동되는 정도는 식물의 종류와 상태, 육체적 및 정신적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위내에 식물이 충만되어 있고, 전혀 소화되지 않은 상태라면 식사 직후, 위 및 십이지장에 식물이 남아 있고 소화가 어느정도 진행된 상태라면 식후 약 2-3시간, 위는 비어있고 십이지장에서 식물의 고형잔사(固形殘渣)가 남아 있는 상태라면 식후 4-5시간, 위 및 십이지장이 모두 비어있는 상태라면 식후 6시간이상, 장간막의 임파선을 절개하여 유즙(乳汁)과 같이 보이는 액체가 유출되면 사망 당시가 소화의 극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 시체 이외의 소견
가. 구더기의 성장경과
사후에는 여러 종류의 곤충이 모여들어 시체를 잠식한다. 곤충의 종류에 따라 부패의 정도가 달라지며 때로는 시체가 이동되었는지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중 파리는 지상에서 가장 흔하고 시체를 좋아하는 종류로서 알로부터 구더기, 번데기를 거쳐 다시 성충이 되므로 그 성장 경과는 사후 경과시간을 추정하는데 유용하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기온, 기습 및 파리의 종류에 따라 매우 다양하므로 가능하면 곤충학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파리가 시체에 날아오는 시간은 기온, 기습과 더불어 접근하기 쉬운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사후 거의 즉시, 늦어도 30분 이내에 도달하여 즉시 눈, 토, 입, 귀, 항문과 같이 습기가 있는 인체의 자연구나 창구 등에 산란한다. 창구에 산란하여 구더기가 잠식하면 창의 모양을 변형시킨다. 알이 부화되는 시기는 기온과 습도 및 파리의 종류에 따라 매우 다양하나 보통 24시간후에, 여름철에는 곧바로 구더기가 된다.
구더기는 피하연조직부터 잠식하면서 성장한다.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부화 당시는 대개 0.2cm정도로서 여름철에는 약 4일 내지 1주, 겨울철에는 약 10일 내지 2주에 걸쳐 1.2cm정도로 성장한 후 번데기가 된다. 번데기는 대개 1-2주면 파리가 된다. 파리는 또 다시 산란하여 이러한 과정은 반복되므로 여러세대의 구더기가 같이 섞여 있어 그 크기가 서로 다르다. 구더기는 시체의 연조직을 빠르게 먹어 치우므로 부패와 백골화를 촉진시킨다. 파리는 대체로
5-13도가 되어야 알을 낳으며 20-25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건조하면 활동이 약해지고 비가 올 때는 접근하지 못한다. 0도이하에서는 구더기가 죽지만 체내에서는 구더기 자신들이 열로 생존할 수 있다.
나. 현장상황
수거되지 않은 우편물이나 신문, 불이 켜져 있는지의 여부, 잠자리의 상태, 식사중 또는 설거지의 여부, 펼쳐져 있는 TV스케쥴, 입고 있는 옷, 주머니 속의 영수증이나 신문, 최후로 목격된 시간 등을 들수 있다. 이는 비록 과학적인 방법은 아니나 때로는 가장 과학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