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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정의가 무엇인가?' <1>산의 개념]
글 월간산 박정원 편집장 2018.06.25 11:16
산의 기준은 높이? 경사도? 면적?
국가, 부처, 학자마다 기준 들쭉날쭉… 논란 끊이지 않아
인문학적 개념도 달라… 정부 주재로 전문가들 합의 도출해야
우리가 흔히 쓰는 ‘산山’이란 개념이 뭘까? “오늘 어느 산으로 등산갈까” 했을 때 그 산의 정의는 뭔가?
‘산’이란 무엇인가? 주변에 물어봤다. “등산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 오를 수 있는 곳” “지리학적으로 평지보다 고도가 높은 지형인데, 인간이 산이라고 이름 붙인 곳” “평지보다 높이 있는 곳이며, 그 기준은 사람이 정하기 나름” “산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모두 산은 아니고, 동일한 역사문화적 영역이자 사람의 삶 속에서 인식되는 대대손손 살아온 터전의 의미에 가깝다”고 답변하는 등 다양한 정의가 나왔다.
산림청이 지난 2007년 12월 국토지리정보원의 자연지명 자료를 기초로 현장 숲길조사, 수치지형도 분석, 지방자치단체/ 지리·지형학계/ 산악단체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최종 집계한 남한의 산의 개수를 4,440개라고 발표했다. 당시 산통계의 기초자료로 활용한 국토지리정보원 자연지명 자료에 따르면 ‘산, 봉, 재, 치(티), 대’ 등 산으로 분류될 만한 자연지명은 총 8,006개였으며, 이 가운데 ‘재, 치(티), 고개’는 지리적 성격상 통계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반면 국토지리정보원에서는 2017년 성과를 발표하면서 남한의 산을 7,414개라고 공개했다. 고시가 된 산 및 과거지형도로부터 명칭이 부여된 산을 대상으로 했다고 밝혔다. 즉, 산이란 이름이 붙은 숫자의 총합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높이 10m 이하 산에서부터 남한 최고 높이 1,950m인 한라산까지 산이란 이름이 붙은 산을 총망라했다. 깊은 산 속 이름 없는 봉우리는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1만 개의 산에 올랐다거나 1만5,000여 개의 산에 올랐다고 주장하는 등산꾼들이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산의 개념은 “산이란 이름을 갖고 있든 없든 봉우리로 솟아 있으면 무조건 하나의 산으로 계산했다”고 한다. 지리산에조차 아직 이름 없는 봉우리가 있지만 그 봉우리도 하나의 산으로 인정하고 계산했다는 의미다. 그렇게 보면 지리산에는 수십 개의 산이 있으며, 산mountain이 아니고 산권mountain range인 셈이다. 그들은 이름 없는 봉우리에 자체적으로 이름을 붙여 올랐다고 주장한다. 공식 지명은 아닌 것이다.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지명위원회를 열어 논의를 거친 뒤 공식 지명이 결정된다.
이와 같이 산은 산인데 이름이 없거나 이름이 있어도 산의 기준에 부합한지 애매한 산들이 많다. 이는 산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산림청이나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조차 아직 우리나라 산에 대한 정확한 개념정의를 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지형구조가 동고서저형東高西低型으로 매우 복잡한 이유도 있다. 그렇더라도 개념정의가 없으니 아직 산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학자들조차 그때 그때 다른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과 산권의 개념 모호
자연지리학 사전에서는 ‘산은 고도 개념을 우선하여 주변지역(평지, 구릉)보다 높은 자연지형’을 가리키고, 산지는 기복이 뚜렷하고 주위의 저평한 지역과 명백한 산록에 의해 구별되는 지표의 일부로서 평지, 대지, 구릉지에 비해 기복이 크고 급경사의 부분이 뚜렷하며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지역’으로 정의하고 있다.
백과사전에서도 ‘산은 일반적으로 육지에서 주변 지면보다 수백m 이상 높고 복잡한 기복을 가진 지형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도 기준이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다.
정부 부처마다 산에 대한 기준과 정의도 다르다. 산림청은 ‘산지관리법’에 따르고 있다. 산지관리법에 따르면 ‘산지는 입목이 생육하는 토지이며, 보전산지와 준보전산지를 합한 필지단위의 임·경지의 전체 면적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산지는 입목立木·죽竹이 집단적으로 생육하고 있는 토지’로 정의한다. 이 기준은 엄격히 말하면 산mountain이라기 보다 숲forest의 개념에 가깝다. 물론 산에 숲이 있지만 꼭 산에만 숲이 있는 건 아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평지에서 입목·죽이 집단적으로 서식하면 산이 될 수 있고, 산에서 사람이 거주하는 평지가 나오면 산이 아닐 수 있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건설부에서는 지난 1992년 남한 국토면적의 65.2%를 산지로 분류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1×1km 지역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지점과 낮은 지점의 차이를 말하는 기복량이 100m 이상을 기준으로 고도 200~400m인 경우를 저산성산지로, 400~800m를 중산성산지로, 800m 이상을 고산성산지로 구분했다. 이에 해당하는 산지는 전부 산의 개념으로 인식했다. 실제 한반도 전체의 고도별 분포는 2,000m 이상이 전 국토의 0.4%, 1,500~2,000m가 4%, 1,000~1,500m가 10%, 500~1,000m는 40%, 200~500m의 저산지는 전 국토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우리나라 산의 평균고도는 482m이며, 아시아의 평균고도 960m에 비하면 매우 낮은 저산지로 이뤄져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산의 개념은 한 국가 내에서 부처마다 기준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산의 숫자도 들쭉날쭉 할 수 있고,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국에서는 산에 대한 기준, 즉 개념정의를 어떻게 내리는지 한 번 살펴보자. 영국에서는 1,000피트(305m) 이상의 고도를 가진 지형을 산이라 하고, 그에 미치지 못한 것을 구릉으로 분류했다. 이 기준이 1920년대 변경되어 현재 영국에서는 2,000피트(610m) 이상의 봉우리를 가진 지형을 산으로 정의하고 있다. 영국은 학자들마다 더욱 세분화된 기준을 사용하고 있지만 일단 높이에 의한 분류를 하고 있다.
이 기준을 우리나라에 적용해 보면 매우 곤란한 경우에 직면한다. 평창 같은 경우는 도시 전체 평균 고도가 약 700m에 달한다. 그렇다고, 평창을 산으로 분류할 수는 없다. 동고서저東高西低인 한반도 지형에서 산지가 전체 80% 이상 차지하는 동쪽 강원도와 경북 지역은 고도가 500m 이상인 도시나 마을이 수두룩하다. 이 지역들을 전부 산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이 기준도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타당한 기준은 아닌 것 같다.
고원지대도 높이로만 따지면 산에 해당
미국에서는 한때 1,000피트를 산과 구릉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사용했으나, 지형마다 기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없어 1970년대 이후 더 이상 산에 관한 기술적 정의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산에 대한 개념정의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미국 지명위원회United States Board on Geographic Names는 ‘산지는 일반적으로 산꼭대기가 1,000피트를 초과하는 일련의 산들을 총칭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산에 대한 정의에 봉우리의 개념을 조금 더 강조한 듯하다. 봉우리가 있으면서 고도가 300m 이상 되는 지역을 가리킨다. 이 기준도 봉우리의 경사도에 따른 논란의 여지가 있다. 봉우리가 있지만 경사도가 완만하면 사람이 충분히 살 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을과 도시가 형성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보완 기준을 다른 나라에서 보여 준다. 이탈리아에서는 산의 정의를 ‘지역면적 80% 이상이 고도 600m 이상이면서 지역의 고도차가 최소 600m 이상 나는 곳’으로 했다. 미국이나 영국의 기준보다 조금 더 구체적이다. 프랑스에서는 ‘지역면적 80% 이상이 고도 600m 이상이고, 최고 최저점 간 고도차가 400m 이상 나는 곳을 산’이라 정의한다. 2002년 발간한 유엔 환경계획 보고서 ‘마운틴 와치Mountain Watch’에는 세계의 최저등급 산은 ‘고도 300~1,000m와 반경 7km 이내 국지적 고도차가 300m 초과하는 곳’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서 국내 지형학계에서도 국제적 흐름을 좇아 고도 300m 이상을 산지로 간주하는 추세다.
이같이 산에 대한 정의는 국가마다 그 기준이 다양하다. 높이로 하면 고원지대가 전부 산에 속할 수 있고, 경사도를 어디까지로 잡아야 할지 지대마다 다르기 때문에 산의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마다 산에 대한 기준이 다르듯이 전 세계 학자들도 각각 다른 개념정의를 내리고 있다. 로드릭 패티Roderick Peattie는 산의 기준을 세 가지로 정의했다. 솟은 지형, 주변의 거주민들에 의해 산으로 인식되는 곳, 독립성을 보이는 지형이다. 하지만 패티의 산에 대한 정의는 인문학적인 개념으로 적절할지 모르나 지리·지형적 관점으로 보면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다.
영국의 산지 지형학자 제라 Gerrard는 산을 정의하는 기준으로 고도, 부피volume 또는 규모, 상대적 기복, 경사도, 개석 밀도ruggedness or density of dissection, 간격spacing, 연속성 등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산지mountain regions에 대한 생태학적 관심과 접근이 많이 요구돼 모든 국가에 적용할 수 있는 고도, 상대적 기복, 수평적 규모 또는 면적area과 같은 세 가지 기준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산지 혹은 산지 범위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높이가 있는 동시에 경사도를 가지면서 일정한 면적을 가진 곳을 산이라 한다는 것이다.
메이백Maybeck은 산은 구릉과 달리 500m 이상의 고도를 지니며, 고도에 따라 경사도 또는 지형의 거칠기에 대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프라이스Price et al는 ‘산은 상대적으로 큰 기복을 가진 높은 고도의 지형’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산은 경사와 기후적 다양성이 나타나며, 산록에서 정상까지 초목을 지닌다고 덧붙였다.
카포스Kapos가 정의한 산의 개념을 현재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는 고도 300~1,000m이면서 지역기복량 300m 이상, 고도 1,000~1,500m이면서 경사 5도 이상이거나 지역기복량 300m 이상, 고도 1,500~2,500m이면서 경사 2도 이상, 고도 2,500~3,500m, 고도 3,500~4,500m 이상, 고도 4,500 이상 등으로 나눠 정의하고 있다. 산에 대한 기준이 매우 구체적이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다.
한반도 지형 동고서저형에 매우 복잡
서울대 박수진 지리학과 교수는 “산을 300m 이하로 규정할 경우 한반도의 산지분포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보여 주고 있어 뚜렷한 경향성을 찾기 어렵다”며 “산을 700m 이상으로 규정할 경우 주요 산과 산의 연속성이 나타나지 않는 문제점을 가지게 된다”며 한국 지형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산의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산맥과 산줄기의 개념까지 혼동해서 사용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한반도의 복잡한 산지분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산의 개념정의뿐만 아니라 산맥mountain ranges과 산줄기mountain ridges를 명확히 구분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산맥은 장기간의 지형발달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된 산지들의 집합체로서 위치와 방향, 형성과정, 형성시기 면에서 다른 산지와 구분되는 것을 가리킨다. 반면 산줄기는 지표면에서 일정한 고도를 가지면서 산지로 인식될 수 있는 지점들을 연결한 선으로 규정한다. 백두대간이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에서 산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렇더라도 지금과 같이 중구난방 식으로 정확한 개념정의 없이 주장하는 것보다 일단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산에 대한 정의를 내린 뒤 조금씩 더 정확한 개념을 정립하는 순서를 밟아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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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정의가 무엇인가?’ <2>산지면적 논란]
글 박정원 편집장 2018.06.28 10:03
남한 산 면적, 산림청 63% vs 학자 72.1%
토부도 또 달라… 카포스 기준으론 한반도 전체 면적 42%에 불과
산의 기준 따라 면적 들쭉날쭉… 숲·입목 개념과 일부 혼용해서 사용
<계곡이 산에 포함될까, 안 될까? 물론 산의 기준을 어떻게 정하고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산에 포함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산지면적은 얼마나 될까? 산지면적은 ‘산의 정의가 무엇인가?’<1>에서 언급한 산에 대한 개념정의와 직접 관련이 있으며, 이에 따라 산지면적도 달라진다. 우리 정부에서는 부처마다 조금씩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산지면적도 부처마다 다소 차이가 난다.
산림청에서는 현재 남한의 산림면적을 국토의 63%라고 규정하면서 산림면적이 633만5,000㏊라고 한다. 산림청은 산지山地·forest land를 두 가지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나는 ‘평야·고원·구릉에 비해서 기복이 크고, 경사가 가파른 사면을 가지며, 넓은 면적을 보유하는 토지의 융기이다’로, 다른 하나는 ‘종자 및 기타 식물재료의 지리적 원산지original seed origin, 지리적 품종geographic race과 같은 개념으로도 사용되며, 이 경우 유전적 조성이 자연도태에 의해 발달한 임목집단’을 뜻한다.
산림청은 산림에 관한 내용을 주로 산지관리법에 따른다. 산지관리법 제2조에는 산지를 ‘입목이 생육하는 토지’로 규정한다. 또 다른 법法인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산지는 입목立木·죽竹이 집단적으로 생육하고 있는 토지’로 정의한다. 이 두 기준은 엄격히 말하면 산mountain이라기보다 숲forest의 개념에 가깝다. 나무가 집단적으로 서식하는 땅이라는 개념이다.
국토교통부는 남한의 산지를 65.2%로 보고 있다. 이 기준은 1×1km 지역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지점과 낮은 지점의 차이를 말하는 기복량이 100m 이상을 기준으로 고도 200~400m를 저산성산지로, 400~800m를 중산성산지로, 800m 이상을 고산성산지로 구분했다. 이에 해당하는 산지를 전부 산의 개념으로 보고 있으며, 그 면적이 65.2%라는 것이다.
그림1 산의 3가지 경사
카포스 기준으로 남한의 산지 31%
실제 한반도 전체의 고도별 분포는 2,000m 이상이 전 국토의 0.4%, 1,500~2,000m가 4%, 1,000~1,500m가 10%, 500~1,000m는 40%, 200~ 500m의 저산지는 전 국토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산의 평균고도는 482m이며, 아시아의 평균고도 960m에 비하면 매우 낮은 저산지로 이뤄져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카포스Kapos의 산의 기준을 적용하면 한반도의 산지면적은 약 42%로 나온다. 카포스는 고도 300~1,000m이면서 지역기복량 300m 이상, 고도 1,000~1,500m이면서 경사 5도 이상이거나 지역기복량 300m 이상, 고도 1,500~2,500m이면서 경사 2도 이상, 고도 2,500~3,500m, 고도 3,500~4,500m 이상, 고도 4,500m 이상 등으로 산의 기준을 나눴다.
탁한명 부산대 교수는 이에 따른 고도, 경사, 국지기복량을 변수를 근거로 한반도의 산지를 분석한 결과, 산지면적은 한반도 전체 면적의 약 4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나마 북한은 51%였지만 남한은 31%로 더 줄어들었다. 이는 우리나라 산지관리법에 근거를 둔 임·경지 면적으로 산지를 규정하는 임학적 산지(63%)와 지리·지형학적 산지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박수진 교수 등 새로운 방식 산출
서울대 박수진 교수와 국립산림과학원 최정선 연구원 등이 최근 공동 연구 발표한 논문 <산지 경계 추출을 위한 지형학적 변수 선정과 알고리즘 개발>
(이하 산지 알고리즘)에 따르면, 남한의 산지면적은 약 72.1%로 나왔다. 산지 관리부처인 산림청의 산의 비율과 10% 가까이 차이가 난다. 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차이인 것이다.
<산지 알고리즘> 논문은 경사를 산지 경계 추출의 기준 변수로 선정했다. 경사가 어느 정도 되는 지점부터 산으로 인식하는지 지형학, 산림과학, 토양학, 생태학, 사회과학, 공간정보, 도시공학 전문가 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경사를 3가지로 나눴다(그림1 참조). 1번 경계는 낙하사면과 운반사면의 경계로, 물질의 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급경사지가 해당한다. 2번 경계는 운반사면과 붕적말단사면의 경계로 급경사지에서 점차 경사가 완만한 구간으로 진입하는 곳이다. 3번 경계는 붕적말단사면과 충적사면 하부의 경계이며 완만한 경사를 지나는 곳이다.
조사결과, 전문가들 중 74%가 2번으로 표시된 곳을 산지의 경계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질흐름에 따른 침식과 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급경사지 사면까지는 산으로 인식하며, 상대적으로 퇴적 작용이 일어나는 사면은 산이 아닌 지형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표1 참고). 따라서 산지와 비산지를 구분하는 변수로는 경사가 중요하며, 급경사지와 저구릉지(완경사지)의 경계가 산지를 구분하는 경계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 논문은 ‘시각적으로 어느 정도의 경사가 있어야만 산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고 질문한 뒤 응답 내용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 연구원은 이를 위해 지형의 요철 정도를 표현하는 지표로 단면곡면율을 이용했다. 단면곡면율은 경사면에 해당하는 지표면의 기복을 나타내며, 가장 가파른 사면 방향의 단면을 따라 표현되는 곡면율을 말한다. 즉 경사면에 평행이 되므로 경사의 방향을 알 수 있고, 사면에 대한 물질흐름의 가속 또는 감속에 영향을 준다. 또 경사면에 평행하게 나타나는 곡면율의 유형이므로 지표면에 대한 요철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2 유역별 산지비율>
유역별로 도출된 최적경사도 값과 단면곡면율 값을 바탕으로 최종 산지경계를 추출한 결과 72.1%가 산지로 분류됐다.
북한 접경지역, 강원도, 영동지방에 해당하는 유역에서 산지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 반면, 서해안에 위치해 있거나 시화호 유역, 부남방조제 유역 등 간척 사업이 진행된 지역에서는 산지의 비율이 유역 내에서 30% 이하로 낮게 나타났다.
산지면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유역은 다소 급경사이면서도 복잡한 기복을 지닌 지형들이 밀집되어 분포했다. 대표적인 지역으로 고미탄천 유역이다. 산지면적이 우세한 유역으로 나타난 지역은 고미탄천·평화의댐·무주 남대천 등이고, 산지면적과 비산지면적이 유사한 지역은 영산강 상류·고막원천·논산천 등이고, 비산지면적이 우세한 유역은 제주 서해·시화호·부남방조제 등으로 나타났다(표2 참조).
이 논문에서는 산지와 비산지를 구분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고도, 경사도 등에 대한 획일적인 기준을 사용하지 않고, 중권역 단위로 지역을 구분해서 분석했다. 유역별 지형 특성을 나타내는 변수와 기준을 도출하고 적용함으로써 지형적 패턴과 지형 형성과정, 물질의 흐름을 고려할 수 있는 산지경계추출 방안을 제시한 점이 기존 연구와 가장 큰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밀도 있는 산림지역의 경우 이전 연구에서는 비산지 유역으로 구분됐으나 이 연구결과에서는 상당 부분 산지로 도출되는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지만 산의 정의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산지 면적은 부처마다, 학자마다, 연구기준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오는 상황이다. 일률적인 기준이 없으니 국토의 산지관리 측면에서 문제점을 노출할 수도 있다.
따라서 부처 간 합의에 의해 도출된 산의 기준에 따라 산출되는 산지면적을 일관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산의 개념 정립과 산지 범위 지정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산지에 대한 개발 수요증가현상이 계속될 경우, 무분별한 산지개발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산지를 포함한 전체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고 진행되는 개발은 산지뿐만 아니라 산지 내·외부 생태계에 악영향을 가중시킬 수 있고, 산사태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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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9주년 기념 특집Ⅱ ‘산의 정의가 무엇인가?’ <3>산은 산인데 산이 아닌 산들…]
월간산 2018.06.29 09:53
세상에서 가장 낮은 산은 어디일까?
국내 가장 낮은 산은 울진 굴미봉 2.9m… -170m인 사해 연안 소돔산도 있어
< 조봉산(11.3m) 전경. 산 정상에는 팔각정이 설치돼 있어 간척지 전망대로 이용되고 있다. / 출처 네이버 로드뷰.>
국토지리정보원은 2018년 3월 전국의 산 7,414개의 높이를 발표했다. 삼각점 이전, 수정도화 등 측량 성과를 새롭게 반영한 값이다. 오차범위는 1.67m. 자료에 따르면 한라산이 1947.27m로 국내 최고봉이다. 2위인 지리산 천왕봉은 1915.4m로 네이버에 ‘지리산 높이’라고 검색했을 시 나오는 한국관광공사 자료의 1916.77m와 오차범위 내에 있다. 3위 설악산 대청봉도 1708.1m로 두산백과의 1707.9m와 20cm 차이난다. 이 외에도 여러 산들의 높이가 새롭게 측정돼 높이 서열도 다시 정해야 할 전망이다.
산의 높이는 해면으로부터 측정된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인천 앞바다 해면의 높낮이를 1913년부터 1916년까지 3년간 관측한 값의 평균을 0m로 정했다. 이후 1964년 이 평균해면으로부터 인하공대 구내의 원점까지 정밀수준측량을 실시해 대한민국 수준원점을 설치했다. 원점의 높이 값은 26.6871m로, 내륙 높이 측정의 출발점이다.
여기서부터 출발해 전국에 총 5,970개의 수준점을 설치해 높이를 측정하는 수준측량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산의 높이는 수준점으로부터 트랜싯에 의해 경사거리와 연직각으로부터 수평거리나 고저차를 측정하거나 정밀 GPS측량기를 이용해 측정한다. 수준점 측량은 빛의 굴절 등 측량기계에 의한 오차, 온도나 습도 등 기상변화에 의한 자연적인 오차, 측량하는 사람의 부주의나 미숙에 따른 인위적인 오차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정확한 높이를 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낮은 산은 어디일까? 해당 자료에 따르면 국내 최저봉은 경상북도 울진군 평해읍에 있는 굴미봉堀尾峯으로 해발고도 2.9m다. 울진군청 산림녹지과 박재용씨는 “원래 굴니봉이라 부르다가 조선조 숙종대왕이 이곳을 순시할 때에 이 봉을 보고 흡사 군사가 춤을 추는 것 같다 하여 군무봉이라 불렀던 것이 현재 굴미봉으로 바뀌었다”고 유래를 전했다.
그 다음은 전라북도 부안군 계화면에 있는 조봉산鳥峰山으로 11.3m다. 조봉산은 원래 섬으로, 썰물 때만 계화도와 연결되곤 했는데 1963년부터 시작된 간척공사로 현재는 육지가 됐다. 부안군청 산림보전과 허병규씨는 “임신한 여자가 새벽에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섬이 하나 떠내려 오다가 멈추는 걸 보고 그 섬을 새봉산이라 칭하던 것이 현재는 조봉산이 됐다”고 전했다.
이런 산들이 극단적으로 표고가 낮지만 산으로 지정된 이유에 대해 국토지리정보과 김형근씨는 “지방자치지명위원회에서 고시한 산을 측량한 것”이라고 밝혔다. 즉, 김춘수의 시 ‘꽃’처럼 각 지자체와 주민들이 해당 봉우리를 산으로 부르기 때문에 산이 된 것이다.
한편, 엉뚱하게도 산이 아닌데 산으로 오해를 산 경우도 있다. 고태산古泰山의 경우 몇 년 전만 해도 정읍시 태인면에 있는 작은 산으로 검색됐는데, 이는 고려시대 태산현泰山縣과 태산군泰山郡의 행정구역이 여러 번 바뀌다 보니 두 개의 행정구역을 합해서 고태산이라 부르던 것의 잘못이었다.
일본도 한국과 비슷한 기준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 지형도에 나와 있는 가장 낮은 산은 오사카시 미나토구 해안가에 위치한 덴포잔天保山으로 표고가 4.5m밖에 안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2등 삼각점까지 설치된 이 산은 1831년 하천을 준설할 때 그 흙을 쌓아올린 인공 산이라는 점이다. 풍수지리에 있어 일종의 조산造山이다.
두 번째 낮은 산은 센다이시仙台市에 있는 높이 5.89m의 히요리야마日和山인데 이 산도 인공 산이다. 세 번째이며 자연적 산으로 가장 낮은 산은 도쿠시마시德島市에 위치한 벤텐야마幷天山로 높이는 6.1m이다.
일본 국토지리원 관계자에 따르면, 먼저 지역 주민들이 산이라 부르는 것, 두 번째 지방자치단체에서 공식명칭으로 사용하는 것, 마지막으로 국토지리원이 기재하기에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을 산의 기준으로 삼는다고 한다.
세계 최저봉은 중국 정산 높이 60cm
<중국 정산의 전경. 높이가 고작 60cm밖에 되지 않는다. / 출처 데일리메일.>
<소돔산에서 바라본 사해 전경. / 출처 위키피디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은 에베레스트(8,848m)다. 그렇다면 가장 낮은 산은 어디일까? 이에 대해서 공인된 자료는 없지만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산은 중국 산둥성에 있는 정산靜山, jing mountain이다.
이 산은 높이가 고작 60cm밖에 되지 않아 한 걸음으로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이 산은 처음에는 바위인줄 알았다고 한다. 중화민국 시절 바위 주변을 오랫동안 팠는데 바위의 끝에 도달하지 못했다. 1958년에 다시 팠는데도 바위의 끝에 도달하지 못하자 당국은 이 바위를 산으로 분류하게 됐다. 현지인에 따르면, 수백 년 전 한 여성이 이 산이 더 자라지 못하게 산 위에 방뇨했다는 설화가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세계의 산 중에는 심지어 해발고도가 마이너스(-)인 산도 있다. 대표적으로 사해 연안의 소돔산이 있다. 사해는 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에 있는 소금호수로 호면이 해면보다 2016년 기준으로 430m 낮아 지표상의 최저점을 기록하는 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돔산은 사해 호면으로부터는 260m 높지만 해발고도는 -170m다.
이와 같이 전 세계에 10m 높이도 안 되는 산에서 수천m 높이의 산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산 이름은 갖고 있지만 지리·지형상 산의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산들도 많다.
이름은 있지만 존재는 아닌, 즉 산은 산인데 산이 아닌 산들인 것이다. 이런 경우 산으로 봐야 할까, 그냥 돌출 지형으로 봐야 할까?
출처 : 월간산(http://s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