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고 청량음료 벌컥벌컥? 당뇨병 환자에겐 금물입니다!
여름철 건강관리 어떻게 할까
이온음료·주스 등 마시면 혈당 높아져
과일도 부적절 … 물 섭취가 가장 좋아
입맛 없다고 끼니 거르면 저혈당 우려
식은땀 등 증세 보이면 알사탕 먹기를
발에 상처 생기면 족부병증 발병 위험
바닷가 가도 양말·운동화 착용 바람직
600만명. 대한당뇨병학회가 추산한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 수(2020년 기준)다. 성인 6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인 셈이다. 지난 10년 새 320만명에서 2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의 유병률은 30.1%. 3명 중 1명꼴로 당뇨병 환자로 볼 수 있다. 당뇨병 기준에는 못 미치지만 혈당 수치가 높아 잠재적 환자군인 ‘당뇨 전 단계’ 인원도 1497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뇨병은 약 복용과 생활습관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름철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폭염으로 인해 시원한 청량음료와 과일을 과다하게 섭취하거나, 입맛이 없다는 이유로 ‘입이 즐거운 음식’을 찾았다간 혈당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뿐만이 아니다. 신발 등 옷차림과 인슐린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30세 이상 6명 중 1명 당뇨
당뇨병은 8시간 이상 공복 후 채혈한 혈당이 126㎎/㎗ 이상이거나 3개월간 평균 혈당 수치를 나타내는 당화혈색소가 6.5% 이상인 경우 진단된다. 선천적으로 인슐린 분비가 안 되는 1형 당뇨병과 달리 2형 당뇨병은 비만,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생긴다.
당뇨병 환자에게선 물을 많이 마시게 되는 ‘다음(多飮)’, 소변을 많이 보는 ‘다뇨(多尿)’, 많이 먹게 되는 ‘다식(多食)’의 ‘삼다(三多)’가 나타난다. 우리 몸은 혈당이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하면 이를 소변으로 배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물을 함께 끌고 가기 때문에 소변량이 증가하고, 빠져나간 수분으로 갈증을 느껴 물을 마시게 되고, 혈당 배출에 따라 식욕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런 ‘삼다’는 특히 공복혈당 수치가 상당히 높은 180~250㎎/㎗ 이상인 경우에 많이 나타난다. 고온으로 인한 땀 분비가 많은 여름철에 수분 섭취가 더 중요한 이유다.
내분비내과 교수는 “평소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 여름철 과도한 땀 배출 등으로 탈수가 유발돼 그로 인해 고혈당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노인 환자 같은 고위험군은 탈수로 인해 의식이 점차 소실되어 응급실로 방문하는 경우도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더위로 인해 갈증을 느끼면 시원한 청량음료나 포도와 수박과 같은 과일·과일 주스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당뇨병 환자에게는 이 역시 옳지 않은 선택이다.
교수는 “무더운 여름철에는 더위로 인해 갈증이 난다고 이온음료나 과일 주스 등을 드시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음료에 포함된 단순당은 혈당을 높이기 때문에 혈당 관리에 좋지 않은 만큼 당뇨병 환자는 물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입맛이 없다고 불규칙한 식사를 하거나 끼니를 건너뛰는 것도 좋지 않다. 식사량이 활동량에 비해 불충분하거나 다른 혈당 강하제를 병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저혈당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식은땀이 나거나 심장이 뛰면서 불안감이 엄습하고, 입술 주위나 손끝도 저리는 등 저혈당 증세가 오면 알사탕 2~3개를 먹어 주면 된다.
◆“당뇨 환자에겐 얼굴보다 중요한 발”
‘당뇨발’이라고 부르는 당뇨병성 족부병증도 경계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말초신경이 무뎌져 있어 발에 상처가 생겨도 신경 손상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하고, 염증이 쉽게 악화돼 잘 낫지도 않는다. 당뇨병 환자의 15∼25%가 살면서 한 번은 발 궤양을 앓는다고 알려져 있다. 또 그중 절반 이상은 감염에 의한 합병증을 경험한다. 중등도 이상의 감염이 동반된 경우 약 20%는 발의 일부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게 된다.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당뇨 환자에게 슬리퍼, 샌들 대신 운동화를 권하는 이유다.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바닷가에 가도 맨발을 노출하는 샌들이나 슬리퍼보다는 양말과 편안한 운동화를 착용해야 한다”며 “저녁에는 발을 깨끗이 씻고 잘 말린 후 크림이나 로션을 발라서 건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발에 상처가 생기면 빨리 진료를 받아 악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루에도 여러 번 발을 관찰해 발가락 사이나 발바닥, 발등에 물집이나 색깔 변화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에게 발은 얼굴보다 중요하다”는 말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1형 당뇨병 환자나 인슐린 분비가 현격히 떨어져 인슐린 주사를 맞는 일부 2형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인슐린은 고온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변질할 우려가 있으며, 변질된 인슐린은 체내 혈당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못 하게 된다.
교수는 “개봉하여 사용 이전 인슐린은 냉장 보관하고 사용 중인 인슐린은 보통 20~25도 상온에서 보관하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다”며 “더운 여름에 차 안에 두는 것은 피하고 서늘한 곳에 인슐린을 보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