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송수권 시문학상 본상 ]
뿌리주의자
김수우
내 방 안에 또 하나의 방이 있다
참외 장수였던 영혼이 참외를 노랗게 쌓아 올린다
한칸 더 들어가면
우주로 나가는 녹슨 문고리가 보인다
엉겅퀴, 아픈, 아프게 붉은
내 사랑을 시적 장치로 삼지 않고
변명과 핑계를 암탉처럼 기르지 않고
합리를 사악한 현금처럼 뿌리지 말고
내 절망을 온실에서 키운 튤립으로 팔지 말고
그저 그대로 죽자
늙은 쥐가 오래된 도시에 알뜰하듯
노동, 고무대야 상춧잎같이 무심한
성실, 거친 우연에 찌글찌글 몸을 푸는
안개, 플라스틱을 삼킨 앨버트로스를 어떤 것에도 비유하지 말자
말자,
말자
방은 수직도 수평도 아닌 최초의 연민
병든 혁명과 싸우는 데 어떤 이론도 소용없고
찌든 냄비를 닦은 데 낯선 방정식을 필요 없고
소금기 많은 눈물을 기억하는 데 값싼 모방은 독초이니
삶은 어금니와 송곳니로 마시는 맹물이니
내 방 밖 또 하나의 방이 있다
그릇 장수였던 영혼이 유리그릇을 높다랗게 쌓고 있다
백년 내내 꿈속에서 길을 잃는 카프카처럼
한번도 죽은 적 없는 빗방울처럼
엉겅퀴, 뻔뻔한, 뻔뻔하게 붉은
뿌리주의자저자김수우출판창비발매2021.11.12.
☞송수권시문학상 본상 김수우 시인 선정…상금 3000만원 - 뉴스1 (news1.kr)
송수권시문학상 본상 김수우 시인 선정…상금 3000만원
(고흥=뉴스1) 서순규 기자 | 전남 고흥군은 '송수권 시문학상'의 본상, 올해의 남도시인상, 올해의 젊은시인상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1일 밝혔다.본상에는 김수우 시인의 '뿌리주의자', 올해의 남도시인상에는 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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