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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ntro
태풍 소식을 오후 2시까지 텔레비전으로 계속 지켜 보며 얼마나 걱정했었던지-
2시경 현관에서 들이붓는 듯한 비를 보며 잠시 망연자실해 있다가 드디어 차를 출발시켰다.
와이퍼를 최고 속도로 해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구간을 두어번 지나 부산에 도착했고 도착하자 거짓말같이 비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우산을 들지 않아도 될만큼.
도착 -
돌아다니려는데 누군가가 큰 소리로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 응~ 글쎄. 에쿠우스가 2시 약간 넘어서 도착했는데 서태지가 ( 웬지 낯선 서태지 ;;) 문을 딱 여는 순간 비가 그치는거야~!!
- 어머, 정말?
- 으응~~
- 응 - 문열고 나오면서 노란 손수건 흔들고 왕 깜찍했어~~
- 우어...부러워.......( 내 마음 역시)
시간이 되어 A구역 먼저 입장, 모두 입장하고 B 구역 차례가 되기까지 30분이 약간 넘게 걸렸다.
들어가서 안내원에게 좌석으로 갈 수 있냐고 통사정. 내 차림새를 보더니 순순히 안내해주었다. 좌석전용 차림새.ㅡ.ㅡ;;
정중앙 좌석에 앉았다. 딱 중간.
앞에 네 줄은 스탭진들의 자리였고 난 그 다음부터 세어서 세 번째? 네 번째? 그 정도.
오호라 - 앉고 보니 바로 앞 좌석에 조강방친구, 태지품안에와 위드가 앉아있었고 그 앞 좌석을 보니 우리 방 떵양과 띠아라양이 앉아 있었다. 반가워라.....
무대를 보고 오른쪽에 최수종쇼의 순박한 미소를 짓는 서회장님 현수막이 크게 걸려있었고 (30대 팬들모임인지 나침반친구? 그 모임 현수막 ) 왼쪽엔 인기가요 그 깔쌈 회색 쟈켓의 사진, 44냐? 55냐 ? 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부산온다고 욕봤데이, 라든가 가로로 길쭉한 , 문구만 적혀있는 현수막들이 2층 난간에 돌아가며 걸려있었다.
위쪽을 올려다보니 양쪽 가로 횡축을 타고 각각 6개와 7개 걸린 조명 두 줄이 있었고 무대 정면을 보고는 가로 3줄, 각각 세로로 4줄? 정도의 조명이 (각각은 대략 6개정도 ) 걸려있었다. 그리고 양쪽 동그란 스크린 위의 조명들은 객석쪽을 보고 있었다.
무대 안쪽에도 조명이 있을 듯 싶었는데 그건 아직 보이지 않았고 - 제트 글자 모양의 스테이지 가쪽에도 조명들이 심어져있었는데 전체적으로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던 이 조명들이 공연 내내 아주 파워풀하게 무대를 꾸며주었다.
내 번호로는 B 구역에서 예전 잡았던 바리케이트정도는 잡을 수 있거나 앞 구역의 뒷바리케이트정도는 잡을 수 있었지만 이번엔 무대전체에 대한 욕심으로 좌석에 올라왔었다.
내려다보니 금새 스탠딩은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 찼고 예전 공연 때의 풍경을 떠올리며 사람구경?을 했다.
예전에 비해 빨갛거나 노랗거나 초록 염색의 사람들이 덜 보인다. 헐렁티셔츠에 힙합청바지 입은 처녀들도 덜 보이고 , 헌팅캡이라든가 니뽄스타일의 사람들도 덜 보이고.
가수따라 팬들의 스타일도 바뀐다? 1번
힙합입기엔 그 사이에 다들 나이가 들어 버렸다? 2번
여름이라 레이어드등 겹쳐입기등의 멋내는 비책을 사용하지 못했다? 3번.
조명 때문이라던데 그 무대 전체에 뽀얗게 뿌려지는 연막탄~ 목욕탕 증기같이 조금씩 무대에 뿌려지기 시작하더니 7시 오프닝 무대가 시작되었다.
오프닝 밴드 스키조 -
느낌이 좋았다. 난 여태 한번도 이 밴드의 공연을 본 적이 없었는데 뒤의 피아와 느낌이 완전히 달라서 흥미로웠다. 데쓰처럼 완전히 변조된 목소리도 아니고 적당히 잘 공명되는 좋은 목소리를 가졌더라.
키보드 신세사이저의 멜로디를 강조한 드라마틱하고 장중한 첫 곡으로 시작한 뒤 둘째곡으로 이어졌다.
둘째박과 넷째 박에 강이 들어가고 불규칙적으로 넷째박에 잘게 나누어지는 박자의 노래였는데 - 당기는 듯한 느낌 - 리듬도 그렇고 노래 자체도 박자에 워낙이 착착 찰떡같이 잘 달라붙게 노래하니 약간 뽕삘도 났다. ^ ^;;
정확하게 떨어지는 리듬감, 그러면서도 놀기 좋게 그루브감도 좋고, 약간 어두우면서 잘 울리는 목소리, 영미쪽보다는 독일등 유럽쪽이 생각난다했더니 역시나 마지막 세 번째 곡은 람스타인의 Du Hast 로 맺음. 이런 류의 곡은 역시나 중간에 박자가 0.00001초만 어긋나더라도 느낌이 누그러진다는 걸 느낌. 라이브는 역시 힘들어.... 그래도 매우~ 좋았다. 안정적.
라이브용으로 편곡이 된건지 중간에 jump~!jump~!jump~!jump~! everybody jump! everybody jump!
후렴구처럼 '역시나 찰떡같이 정확하게 달라붙으며' 들어갔고 오프닝밴드로서 달구기 역할 확실히 하고 들어갔다.
둘째번 피아.
스키조와 같이 있으니 아주 대조되는 매력을 지녔음을 다시 깨달았다.
정박의 스키조와 대비해 피아는 틀에 맞는 리듬감은 아니다. 마디단위가 아니라 소절단위로 그 안에서 자유롭게 물 타고 올라가듯 흐름을 타며 전개되는데 - 그런 탓인지 피아의 옥요한군의 모션도 그런 식의 리듬을 타며 노래하게 되는 듯 하다.
약간 쓰러질 듯 앞으로 수그러 들어가며 잦아들다가 강하게 지르고 . 파도타는 느낌으로 요한군의 모습을 보며 노래를 듣자면 같이 음악을 타고 넘어가는 재미도 느껴졌다.
나눈다면 피아는 미국쪽 신진밴드들에 더 가깝겠지.
대구때보다 목소리도 많이 튀었고 잘 마쳤다. 그런데 네 곡인 듯 한데 맞는지 모르겠다. 처음 곡은 화려한 키보드 신디의 (미리 입력되어진? 그래서 심지인가 노란 머리의 그........연주에 집착하지 않고 자유로운 안무를? ^ ^;;) 연주탓인지 댄스클럽 분위기로 시작하다가 샤우팅으로 이것이 락이다라고 말하는 듯. 요한군 스테지지 매너 조금만 더 연구하면 어떨지. 얼굴 좀 들고 노래하면 좋겠던데. 뭔가를 보여준다는 느낌을 더 가진다면 좋지 않을까나? 잘하니까 한 가지 더 궁리해보자면 그렇더라는 얘기.
부산 KBS 홀에서 12년전 다른 락공연을 보고 본인도 음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며 뜻깊은 곳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멘트를 했다. 멘트 좀 당당하게 했으면. 웬지 요한군은 공연에서 몇 번을 봤는데 매번 뭔가 죄송한 듯 ,겁먹은 듯, 얘기를 조심스레 하는 느낌을 받는다. 평소의 말하는 버릇인지?
오프닝 두 밴드의 공연은 45분경에 마쳤고 태지나오는 세팅 시간이 15분쯤 걸리나보다 라고 생각하는데 정확히 8시 2분 장대한 에펨 비즈니스로 막이 열렸다.
태지 스테이지 -
FM.business - victim - 헤피엔드ㅡ - 테익 2 / 휴식, 멘트 / 오렌지 - 테익 4 / 멘트 / 슬픈 아픔 - 로봇 - 인터넷 전쟁 /멘트 / 난 알아요 / 1995 영상 / (의상갈아입고 ) 테익 6 - 테익 5 / 새로운 무대셋팅과 멘트 / 10월 4일 / (선물타임 ) /너를 지우려해 /필승 / 멘트 / 죽음의 늪 - 이 밤이 깊어가지만 - / 멘트/ 라이브 와이어 / (앵콜의상 바꿔입음 )/ 너에게 - 제로 - 아웃트로
부산무대는 대구 때보다 드럼 등의 주 셋팅들이 다 뒤로 들어가 있었다.
확신할 순 없지만 대구 때는 드럼 앞에서 솟아 나오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이번엔 스크린 바로 앞, 그러니까 드럼 뒤에서 태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전보다는 덜 날카로운 표정으로 랩을 시작했다. (이래도 저래도 다 좋다.)
뒤 스크린 속 애니메이션, 중간 연단에 서 있는 주인공인 듯한 것이 아마 태지역인 듯 한데 이를 드러내고 비웃듯 개구지게 웃는 모습이 아마 또 다른 태지의 모습인 듯. 하지만, 실제 눈 앞의 태지는 그 애니 속 인물과는 달리 약간 부드러워진 듯 보인다.
(똑같이 생긴 조그만 애니인물들, 연단에 주르륵 둘러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옛날 로봇 태권 V에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유엔 본부에 모인 각 나라 사람들이 떠올랐다. 지구를 구하기 위한 게 아니라 음악을 흥정하러 나온 태지의 거래자들? )
스크린에 클로즈업된 태지 얼굴이 약간 피곤해보였다.
전에도 느낀 거지만 스크린을 통해서 나오면 실물이랑은 틀린 것 같다. 얼굴 뺨 아래의 음영등이 더 강하게 드리워져 보여서인지 조금 더 피곤하고 더 나이들어보이고....그렇게 나오는 듯 하다. 실제 모습은 그렇지 않은데.
그렇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저번 대구때보다는 약간 더 피곤해 보이는 듯....
하지만, 최선을 다해 이 한 공연도 잘 끌고 나가려는 마음은 느껴졌다.
무대 아래 쪽으로는 그다지 내려오지 않았고 이 노래를 마무리했다.
옛날 프랑스영화처럼 애니의 마지막은 FIN 으로 끝났다.
VIctim 의 발랄한 전주와 함께 두 번째 무대가 열렸다.
이번 7집 때의 태지 모션을 한번 살펴보자면 메인 포즈는 양쪽 팔을 수평으로 나란하게 올리고 마이크를 소중하게 받쳐들고 허리는 앞으로 엎드리듯 수그리고 - 그리고 다리는 약간 과장되게 어깨보다 넓게 벌리기 -
빅팀의 빠른 리듬에 맞춰 보폭도 크게 해서 껑충껑충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데 아주 발랄 깜찍했다 -
중간에 비 사이드 쪽으로 가서 각기 비슷한 모습도 살짝 보여줬던 듯.
섹슈얼설트 - 이 부분의 느낌에 맞춰 조명들이 줄곧 무대 중앙으로 모여들 듯이 들어갔다.
DB 의 브릿지를 살짝 주더니 그대로 헤피엔드로 넘어갔다.
헤피엔드의 장대한 처음 부분은 조명들이 그대로 객석으로 다 쏟아졌다. 둥둥~~ 드럼 소리 맞춰서 그대로 눈이 부실정도로 우리 쪽에 쏟아지는 빛에 가슴을 벅차게 하더니 '내가 널널~~'에서 다시 그 빛들을 다시 모아 들고가듯 태지 쪽으로 한 점 모여 들어갔다.
중간중간 강력한 사이키델릭조명도 - 지난 밤 나의 잘못을~~ 각각 터지는 부분마다 컴퓨터로 자동 셋팅 된 조명들도 터지듯이 쏟아졌다. 카리스마 첫 무대 '에펨 비즈니스'에 이어 산뜻 발랄 '빅팀'으로 또 '헤피엔드'에서는 첫 부분이라서인지 굉장히 몸을 많이 움직였다. 거의 날아갈 듯 제트 자 모양의 앞 쪽무대와 양 측을 휘젓고 다니며 자유롭게 노래불렀다.
대구 때는 무대 아래에서 안 보이던 소매 튿어졌던 것이 이번에는 오른쪽만 튿어져 있는 것이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섹시한 여러 겹 목걸이를 첫 무대, 빨간 쟈켓 안에서부터 하고 있었다는 걸 어제서야 알았다.
마지막 고조부분에 눈날리기 직전, 좌측의 락과 탑이 (엇, 상욱이었던가?) 각각 있던 자리에서 크로스해서 동시에 반대편 높은 무대로 올라갔다.
최 좌측에서 최 우측까지 기타리스트가 꽉 메우고 중간에서 눈이 내리고 태지가 멋진 포즈로 한쪽발 센서박스에 올리고는 눈발맞으며 노래를 했다.
스크린에 태지얼굴이 크게 잡혔는데 숨을 고르느라 잠깐잠깐 입을 벌렸다가 다시 모으는 것이 보였다.
입으로 눈발이 들어가서 그랬던 것일까?
마무리 부분 , 마치 모델 워킹 때 터닝 하면서 잠시 포즈 잡아주는 것처럼 몸을 좌측으로 약간 돌리고 오른 쪽 다리를 발끝으로 살짝 짚은 채 멋진 고개 각도 , 의미심장한 분위기, 그대로 조명 내려가며 - 깨끗한 헤피엔드 ~~~~~
숨쉴 틈없이 테익 2로 -
살풀이인가, 내림굿인가 , 신들린 듯 무대를 휩쓸며 노래하는 테익2. 조롱하듯 내리 꽂히듯 찔러대는 랩. 유유히 리듬을 몸으로 타며 노래 - 'TV, TV'에서 터지는 지옥의 ? 불꽃들 - 객석까지 열기가 전해졌다. 양 팔을 벌리며 빙글 빙글 취한 듯 도는 데 - 멋졌다.
'깡통같은 자식들' - A편에 가서 한번 불러줬고 무대 중앙에 오는 가 싶더니 다시 A쪽 스크린 아래의 높은 무대로 뛰어 올라갔다.
조명받으며 아래 Z 무대에서 보여줬던 신들린 빙글돌기와 살풀이 춤을 한번 보여주며 사람들 열광케 하더니 잠시 바뀌는 박자마다 태권도 가격포즈를 보여주며 개구지게 굴더니 내려갔다.
(멘트들은 대충의 기억나는 내용을 내 맘대로 각색, 윤색 )
-어이, 시끄러~!! 좀 조용히 해봐요. 여기 왜 이렇게 시끄러워요?
잠깐 놀랬다. 목소리가 약간 맹맹? 멍멍? 그랬다. 감기 전조인가? 목이 안 좋은가? 약간 걱정되기 시작했다.
- 여기 복어국 먹어본 사람 , 손들어봐요, (반이상 듬)못 먹어본 사람 손들어봐요 -(이것도 꽤 됨) 복어국도 못 먹어봤어? (핀잔) 너희들, 서울매냐지? (그 뒤, 심한 구박) 나 어제 여기 와서 복어국 먹었어요.
(그리고, 이건 뒷부분에서 한 멘트인지 기억안나는데 ) 옛날 부산에서 공연햇을 때가 생각이 나요. 그 때랑 지금이랑 우리 (? 여러분들?) 달라진 것 없어요. 다만, 안경이 좀 작아진 거랑 앞머리 스타일이 좀 길어져서 이렇게 날리는 거랑 이런 것만 달라졌지..
저기 저 사진 정말 맘에 안 들어요 ~ (최수종쇼 현수막 가리키며) 여자같아요.....(확실하진 않은데 이렇게 말한 듯 )
/그 사진에 대한 나의 주 ; 가슴 속의 날카로움을 완벽하게 숨기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가슴 속의 오기, 고집, 조롱들이 왜 그 사진 안에서는 전혀 한 점 티끌로도 안 보이는 것인지. 그간의 어떤 세월들이 그를 이렇게 득햏하게 만들었을까? /
닷컴 눈팅했었다며 뭐라카노에 관한 사투리 실연을 다섯 번 정도 보였음.
처음 그냥 하고, 두 번째 , 세 번째 액센트를 각각 '노'와 '라' 에 뒀던가? 그리고 마지막은 제대로 해냈음. 그런데 사투리를 외국어 하듯이 열심히 하는 태지를 보자니 평소에 맘만 먹으면 사투리 잘 쓰는 내가 태지에게는 어쩌면 외계인같이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슬펐다...ㅜㅠ흑흑...ㅜㅠ
- 부산 매냐들도 예쁘네? (A쪽가서 주르륵 훑어보며 ) 이 쪽도 예쁘네? 그럼 여기는? (B쪽 가서 주르륵 흝어보더니 ) ..... (아무말없이 다음 멘트로 넘어갔다. )
또 뭔가 멘트 많이 했는데 제법 길다 싶을 정도로 - 잘 기억이 안 나고 - 어쨌든 쓰레기 운운 발언을 하더니 오렌지로 넘어갔다.
야사시한 어깨돌림도 없었고 힙합삘나는 모션도 없었고 같은 오렌지인데도 7집 느낌과 어울리는 무대 매너와 함께 오렌지를 보여줬다.
테익 4 - 가사 바꿔부르기가 어떤건지 잘 감이 안 잡혔는데 이번 부산에선 자주 ㅡ..ㅡ;; 들어왔다.
박자도 리드미컬하게 맞아 떨어지게 ' 부산사람 전부 다 불행해~~' 온 몸으로 행복한 포즈 - '행복한 나~~'
끝나고 선풍기 앞에 가서 바람쐬더니 마이크를 거기 긁은 듯?
피켓 읽더니 '태풍도 뚫고 온 서울매냐 ' 이 문구를 보고는 민들레 이름 촌스럽다고 타박. '민들레가 뭐야, 민들레가~ 촌스럽게 ~~' 개나리가 민들레를 이겼어요. (태풍이 와서인지) 시원하고 공기도 좋은 것 같아요.
락을 부르더니 '충주 때 락이 부산와서 할 얘기 있다고 한 것 같았는데? 여기가 고향이라고 했던가요?'
락 , 당황, 뻘쭘, '내가 아니고 원숭인데요?'
원숭이 나와서 '본인 고향 부산'이라고 하고 태지는 친절히 '피아도 역시 고향이 부산'이라고 부연. 그러더니 사실은 자기도 부산이 고향이라고 뻥을 - 원숭이, 뻥쟁이 태지를 발로 차는 시늉. 귀여웠음.
- 락, 준비됐나요? 를 두 번정도 반복해서 물었다. 여태까지의 멘트가 마치 락의 준비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던 듯 (맞지만, 뭐. )
슬픈 아픔, 기타 소리 잘 잡혔음. 근데 왜 뒤의 곡들은 안 그랬는지..
어제 공연장에서 오프닝하면서 느낀건데 소리가, 소리가~ 폭 싸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방음 장치 잘 된 곳에서 음악 크게 틀고 듣듯이 내가 소리안에 아주 안정되게 쏙 싸여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로봇였던가? 그거랑 10월 4일은 쟁쟁거리는 높은 기타소리만 약간 들리고 거의 드럼소리에만 맞춰 노래하는 듯이 들렸다. 슬픈 아픔 전에 락의 기타가 안 들려서 스탭이 잽싸게 올라오더니 잭을 다시 끼워줬고 락은 무대 뒤 어둠에 숨어 기타소리를 계속 맞췄다. 때문에 태지는 약간의 멘트를 더 했고 이제 됐어요? 라고 묻게 됐던 것.
중간중간 락의 기타치는 모습들이 흑백으로 처리되어 스크린에 나왔다. 흑백은 과거로 만드는 힘이 있는 듯 - 과거가 되어 버릴 이 시간을 위해 더 잘 기억해두어야겠다는 짧은 단상.
예쁜 우리집 영상이 나올 땐 중앙 스크린 바로 아래까지 올라가서 화면 속과 하나가 되어 노래를 불렀다. 날아가는 춤추는 새들에서 새가 날고, 저기 보이는 나의 예쁜집이 크레파스로 그려지고, 하늘에 넘치는 - 구름 - 가사에 충실한 화면 -
로봇는 워낙 전주부분없이 바로 시작하는 노래인데 앞부분을 샬랄라~ 멜로디를 다시 리후레쉬해서 부각하는 방법으로 새로 손을 봐서 시작했다. 로봇도 청명하게 - 들렸다.
인터넷 전쟁은 앞부분 크게 각잡지 않고 내츄럴하게 시작했다.
그리고, 샤우팅...오, 샤우팅.... ' 너 좀 작작해 - '
그로울링을 하더라도 그 안에 태지만이 가진 소리의 색깔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데 어제 인터넷 전쟁에선 최고였다. 그로울링 자체는 남성적인 건데 그 안의 태지목소리엔 찌링하고 찬 두레박 우물물같이 짜릿한 무언가가 들어있다. 요염함? 이런 단순한 표현으론 해결이 안되는, attractive, irresistable. ummm. sexy........ haha~
몸도 가벼운 태지는 무대 중앙에서 거의 공중부양처럼 가배얍게 다리 접어 거의 엉덩이에 붙일 듯 달랑 뛰어오르기 시범도 보여줬다..가벼운 태지. 부럽당.
난 알아요 하기전의 멘트부분이었는지 정확히 시간은 생각이 안 나지만,
2층에서 그 쪽도 봐 달라고 함성 - 2층을 올려다보더니 -
- 몸이 멀리 있다고 마음까지 멀리 있는 건 아니죠? ^ ^ ( 다들 감동....우와.....하고 있는데 스탠딩 무대 앞족에 붙어 있는 아해들을 보며 ) 그렇다고 몸이 가깝다고 마음까지 가까이 있는 건 또 아니지? ㅎㅎ~
그리고는, 어제 굉장히 멘트가 늘었다는 걸 느낌. 원래 재치가 있었던 건지. 매번 괜찮은 말을 할 때마다 끝부분에 '자, 이쯤에서 다들 박수쳐야죠~~ 박수~~~ '이런 말로 맺었다.
난 알아요는 앞 부분 댄스 부분 , 공식적으로 넣기 시작한 건지 객석 요구도 없었는데 미리 준비하고 보여줬다. 혼자 하더니 재미없던지 상욱군을 불러 같이 팔짱끼고 노려보다가 - 난 알아요~ 이 밤이 흐르면~~
노래 시작 -
마지막 부분 아이들 시절의 영상이 나왔고 마지막 컷트는 얄쌍한 턱선의 태지 얼굴 클로즈업으로 끝났다.(과거가 된 얘기죠.)
1995년 영상들이 나왔다. 저번에도 봤지만, 이젠 아래 시각도 한번 보고 . 버스 안의 풍경은 1시 33분. 낮에 점심먹고 나른할 때 찍은 모양. 그 다음 장면은 밤 12시가 넘은 시각이었던 듯한데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1995년 10월 노을지던 하늘모습이 잠깐 스쳐갔고 - 예쁜 모자, 날렵하고 신비로운 이국의 청년 태지, 화면에서 자유라는 습한 바람냄새 풍기며 다가오다.
영상이 끝나고 분홍태지가 튀어나왔다. take 6 -
다리를 어깨넓이보다 훨씬 넓게 잡고는 고개를 바쁘게 까딱까딱~~~
의상이 바뀌어서인지 그 사이 영상이 나오는 사이 뒤에서 쉬고 치얼 업해서 나온 것인지 여기서부터 태지의 표정이 갑자기 많이 밝아졌다. 조금 더 많이 웃고 .
주 ; 결혼할 때 엄마가 골라주셨던 분홍색 잠옷. 하얀 잠옷을 고르려는 나에게 엄마가 해주신 말씀 - 밤에 잘 땐 화장기가 없기 때문에 창백해보인다고. 그래서 분홍옷을 입어야 예뻐보인다고 - 너도 나이들어봐라. 붉은 빛을 입어야 빛이 얼굴에 비쳐 올라와서 혈색이 있어 보이는거라는 거 알거다.
색깔고운 옷을 입어서인지 조금 더 혈색있어보이고 또 그래서인지 날카로운 얼굴선도 조금 부드러워보이고 표정도 온화해보이고 - 그렇다고 생각해서인지 태지 본인도 표정이 더 밝아보이고 - 여러 모로 샬랄라한 분홍 태지 타임~~
take 5 - 웬 눈 먼 종이비행기 하나가 자기가 알아서 스스로 태지 품 속으로 달려들었다. 우리 다 봤는데 자기 솜씨인 양 뽐내는 태지. ㅎㅎ
비행기 들고는 A 사이드 위로 가서 좁은 자리나마 쩜푸~ 쩜푸~ 시범도 보여주고 - 제로무대 내려와서 대빵 큰 종이비행기 하나도 날려줬는데 이건 제대로 멀리까지 날아갔다.
마치고 나서
- 다들 잘 봤죠? 나 비행기 잡는거? 나 못잡는 게 아니라 안 잡은 거야.. 원래는 잘 잡아.
(이 멘트 순서가 여기인지 확실치 않음)
물병 물들 멀리도 던져주고 하다가 예측 엎고 멀리 던지려다 앞쪽에 주르륵 뿌리더니
- 가까이 물 뿌린다고 마음도 가까운 건 아니지 -
(아까 했던 '멀리있다고 마음까지-' 의 반전 멘트가 스스로 해 놓고도 마음에 들었던 듯 다시 리바이벌)
10월 4일을 위한 의자셋팅과 바닥에 있는 노란 종이비행기 쓸어내리는 정리.
다들 그 손길이 무심히 보고 있자 태지가 한마디
- 어, 나 안 보고 다들 의자보고 있네? (A 쪽으로 화난 듯이 걸어감 ) 이런~ 이젠 가수 서태지가 무생물한테까지 질투를 하게 되다니. 어이, 거기. 다시 의자만져봐요. 자, 다들 지금부터 나 보지 말고 저기 의자 한번 봐봐. 어떻게 되나. (......) 흠, 역시 의자를 안 보고 날 보는군. (대체 어쩌라고.....) (의자앉기전에 최수종쇼 현수막을 흘낏 보더니 ) 어어~~ 저 사진, 정말 마음에 안 드네? ( 이 얘기는 한 번 정도 더 했는데 뒤에는 )- 실은 저 사진도 내가 고른거에요. 맘에 들어요. (하핫~~ 고르다니? 어디서 골랐다는 얘긴지? 팬들이 캡쳐한 거 아니었던지?)
- 이 쪽이 예뻐서 여자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남자팬도 많네? 남자팬들~ 다 내 품으로 와~~ (목소리 끝이 약간 여성틱하게 올라갈랑말랑 했음. 아마 무대라서 약간 자중하는 듯 했음 ) (흥분한 남자팬들 - 좋은 의미로 흥분 - 우워어어~ 소리지르자 쑥스러운 듯 반전마무리 - 내 품으로 오진 말고 노래만 좋아해요. ( ㅎㅎ 좀 위험수준의 멘트들 아닌지?)
10월 4일을 부르기 시작 -
분홍 의상갈아입고 테익 6와 테익 5 두 곡을 부른 후인데 분홍티의 중간 가슴 골부분에 땀이 배여나와 진한 색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 눈에 뜨였다.
A 석쪽과 정면을 걸쳐서 45도 각도로 등을 보이고는 노래 중반부까지 그 자세로 계속 노래를 불렀는데 - 아마 중간에 너는 여우에서 등 뒤로 손가락을 꽂기 위한 설정이 아닌지? - 티셔츠가 얼마나 얇고 달라붙든지 등의 중간 옴폭한 실루엣까지 그대로 보였다. 그 사이로도 조금씩 배여나오던 땀.
(라봐여에 이르러선 거의 앞 뒤쪽 반 정도는 다 절어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 저 티셔츠는 조선비치호텔 세탁부로 맡겨졌을까?)
노래 중반부 뒤로 접어들며 몸을 돌렸는데 누가 지시한 것도 아닌데 태지가 몸을 돌리자 A 석쪽 스탠딩 사람들이 일시에 한 쪽 손을 세우고는 흔들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 쪽도 시작이야 ~
무대 아래쪽에선 비누방울 이벤트, 몇몇은 부채로 비누방울들을 태지쪽으로 날려보내고 -
태지는 노래가 끝나고 비누방울 몇 개를 터트려보이기도 했다.
노래가 끝난 뒤 선물타임.
빨간 레게머리를 하고 모자를 쓴 곰인형을 선택되었다.
- 이거 수제작?
(아래에서 ) 만든거에요 ~~
곰인형을 세워들고는 까딱까닥 흔들어대니 곰인형 머리가 살짝 헤드뱅하듯이 털썩거리며 움직였다. 그 박자에 맞춰서 태지도 같이 고개를 까딱까딱. 그걸로 성에 안 찼던지 테디베어를 들고 센서박스로 갔다. 센서박스에 올려두고 아래에서 빛을 받도록 한 쪽 다리를 올렸던가? 곰인형과 태지, 같이 헤드뱅잉 시작~~
마음에 드는지 지그시 쳐다보더니 - 우리 애기 ~~라고 다정스레 한번 부르더니 곧 이어
스탭을 불렀다 ' - 이거 강아지집에 넣어줘요~
너를 지우려고 해 시간에 노래제목을 탑에게 소개시키기하려고 탑에게 다가갔다.
헤드락을 함에도 거부하자 마침내 태지는 내가 ' 널' 할테니 탑이 '지우려해' 라고 해봐 라고 .
그럼에도 탑 계속 거부. 고개 숙이고 뭐라고 궁시렁거리며 절레절레 - 태지, 새로운 제안.
- 그럼 탑이 '널' 하고 내가 '지우려해 ' 할테니까 해봐.
'탑이 '널' 하자 태지 반격
- (낮은 목소리로)' 잊었다고 생각했었어 '
으에.......멈닉까, 이거......아이들의 비명소리. 멋있었던건지 느끼했던건지. 그래도..그거 여기말고 다른 데 가서 하진 마. 우리만 듣는 걸로 하자.
'작고 귀엽고 깨물어주고 싶던 그녀의 모습 너무 닮았어....널 잊었다고 생각했었어...' ^ ^
락의 기타솔로 - 장장장장~~
' 걷다보면 널 잊을 것 같아. '( 이 태풍 빗길속을 - 더 처절한 )
중간에 뻥하고 터지는 부분에선 내가 임산부가 아님을 감사했다. 화들짝. 이건 감상용 음악이야... 귀신의 집에 들어가기 전처럼 마음을 다잡고 들어야 하겠니? ㅜ
안정적이었던 필승 - 노래 잘 했음. 따라 부르고 싶은 충동을 마구 느꼈다. (그래서 쪼꼼 불렀당~)
필승 끝난 후, 멘트.
- 어제 여기 호텔에서 잤어요. 음.......(잠깐 쉼 , 다들 호텔에서 자는 모습 떠올렸음.. 나만인가? ) 근데, 어제 자는데 창문 밖에서 이벤트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여기 있나? 누구에요? 손들어봐요~~ ( 내 오른쪽 앞쪽의 좌석팀이 마구 손을 들었다 ) 아항~~ 창문 옆에서 살짝 흘낏 내다보고 그랬는데 재밌었어요. 귀엽더라.....(흘려가듯 말했음. 귀엽더라. ) (약간의 다른 멘트가 조금 더 있었음)
이제 다음 곡 소개해야죠. 그러려면 다들 조용히 해줘야 -
(말 듣지 않고 넘어가지 않겠다고 소리치는 객석들. 아따맘마. 말 좀 들어주지, 태지, 속으로 발 동동 했을 거 같은데 )
(계속 시끄럽자 태지 조용히 눈을 감고 손가락을 입에 대고는 조용해짐을 유도 . 뭔가 제대로 '느끼는' 표정이었음. 객석, 짜릿해서 소리지르고 난리도 아님. ) 뭔가를 안다니까. 빠지게 만들려면 먼저 자기가 빠져야 한다는 거. 반항하는 객석과 침잠을 유도하는 태지간의 기싸움, 아마 대략 1분이 안됐을 수도 있지만 내겐 10분정도로 느껴졌다.
쉬~ 하려는 듯 입술까지 살짝 뾰루퉁하고는 눈을 감고 느껴~ 느껴~~ .태지가 베드신을 찍는다 한들 이거 보다 더 감동적일까? 뜻대로 조용해지지 않자 잠깐 눈을 뜨고는 곤란한 듯 살짝 웃더니 다시 눈을 감고 쉿..................
기싸움 한판에 개구쟁이들을 다독거리는 태지, 시간이 길어져서인지 개구쟁이 객석들 그냥 져주기로 한 듯 조용해졌고 태지는 속삭이듯 ' 죽음의 늪' - 꺄오.
리드미컬하게 엇박으로 터지는 박자. 댄서블~ 멋있었다. 태지는 멋있었다.
이밤이 깊어가지만 - 대곡편곡~~ 까페 문을 열고 - 이 대목 나오면 참 멜랑꼬리 - 20대 초반의 감수성이 그대로 느껴짐...
라이브 와이어 -
- 라이브와이어 뮤비가 언제 발표되죠? 오늘인가? (객석에서 내일요~) 아, 내일?엉? 나보다 더 잘 아네? 7집 하면서 여러분들은 언제가 제일 좋았어요? (파주, 러시아 등등 여러 얘기 나오고 객석 소리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지금요~~') 뭐, 지금요? 옆으로 고개돌리고 숙인 채 몇 걸음 걸었다 . 무언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 나두요, 나두 지금이 젤 좋아요. ( 객석보며 방긋~ ^ ^)
라이브 와이어, 지대 신났고 물도 대구때랑은 비교도 안되게 폭포같이 쏟아졌다.
앵콜 타임 -
뒤로 들어가서 옷도 갈아입고 물도 마시고 숨도 고르고 - 우리가 앵콜과 서태지를 연호하는 시간, 무대 뒤의 모습 아닐까?
피아노소리와 함께 시작된 앵콜타임, 너에게-
우리의 왕자님, 우리의 오빠, 서태지 무대에 얌전히 서서 노래했다.
면인지 마인지 약간 빳빳한 재킷은 적당히 캐주얼해보였고 스탠딩 칼라에 마이크 든 소매부리엔 예쁜 단추가 세 개, 그 안에 보이는 검은 아대, 양쪽 팔에는 완장을 두른 듯 줄무늬가 있었는데 그간 입은 쟈켓들 중 가장 캐주얼했던 듯.
쏟아지는 조명 아래 하얀 재킷입은 태지는 환하고 빛나는 빛덩어리.
매번 무대마다 같은 순서로 노래하면서 같은 부분마다 같은 감동을 넣어서 부르기는 힘들지 않은지. 여전히 떨리는 표정으로 '변하지 않기'를 기원하며 노래하고 있다.
제로를 부르기 전에 정리멘트를 했다.
지금이 마지막은 아니지만, 그래도 거진 7집활동도 마무리되어가고 있고 이 공연도 중반에서 후반부로 가고 있군요. 마음은 한 앨범 활동을 2개월정도 하고 또 다음 앨범 들고 나와서 2개월 정도 하고.......그러고 싶지만, 내가 능력이 없어서~ ( 웃음 ^ ^;;) 노래 한 번 만드는 데 몇 년씩 걸리고 그래요. 뭐요? 앨범 하나가지고 한 10년씩 하라구? ㅎㅎ~ 그건 너무 지겹잖아. 질려서 어떻게 해... 대신 매일 열심히 곡작업해서 얼른 만나도록(객석에서 쉬면서 해요라고 소리지르자 ) 엉? 내가 곡만드는 게 낙인데 너희가 대체 무슨 권리에~~ 엉? 사랑한다고? 응. 난 팔랑해 ( 나의 생각으로는 칠랑해도 아니고 오랑해도 아닌 팔랑해는 사의 딱 두배 수이기 때문에 두배로 사랑한다는 말이 아닌지? ㅎㅎ )
제로를 불렀는데 별로 액션없이 마치 꽂아다 놓은 듯 고개는 오른쪽을 보고 스탠딩 마이크를 부여잡고 정성을 다해서 노래를 불렀다.
조명은 푸른 색. 하얀 의상에 푸른 조명, 열심히 마음으로 노래하는 우리의 오빠.
그 아래 객석을 내려다보니 모양이 보였다. 노래가 계속되는 동안 미동도 없이 두 손을 기도하듯 가슴에 모아쥐고는 무대를 조이며 보고 있었다. 오빠, 잘하시고 계시네요, 잘하셔야 돼요~ 기도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자신이 스탭인 듯 걱정하는 듯도 느껴졌고.
그런데, 그 무대위의 태지와 객석의 그녀가 한 그림 속에 같이 들어갔다. 무대 위의 가수, 객석의 팬. 이건 그대로 드라마가 있는 그림이었다.
내가 아는 그녀는 1집 때부터 열성팬. 두 손모으고 제로를 듣고 있는 그녀 모습 위로 20대 초반일 때 화장기없고 어린 그녀의 모습이 그대로 오버랩(물론 본적없지만) 되었다. 무대 위의 서태지, 왕자님 옷을 입은 제로의 서태지 위로 20살 서태지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음악 하나에 온 인생을 걸고 달려온 삶. 서태지.
무엇이든 '세월'이 얹혀지면 감동적이고 ...무게가 실리고.......
같이 나이들어가는 가수와 팬들. 처음 그 마음 그대로 -
근데, 태지, 너 이 노처녀들 어떻게 다 책임질래? ㅡ.ㅡ;;
쟈켓은 제로 후의 암전 때 벗어 버린 듯 셔츠 위로 기타를 맨 채 너를 향해 노래하네~ 라고 소박하게 얘기하는 모습은 '이게 내 인생의 남은 알짜배기야 -'라고 말하는 듯 느껴졌다. 너를 향해 노래하는 거.
outro
공연이 끝나고 밖을 나오니 추웠다....나이가 들어 몸이 부실해진건지 뼈에 바람들었나보다...쿨럭.
어제 공연을 위해 특별히 약간 도수 높은 렌즈를 새로 까서 넣어갔는데 시야가 맑아서 무대도 잘 보였고 돌아오는 밤 차길도 잘 보여서 운전하기 수월했다. 그리고, 자주 다니는 길이라 더욱 마음 편하게 -
오는 길에 라디오를 들었는데 이소라 - 사연을 읽어주었다.
- 오빠는 공인이라 내가 더 행동이 조심스러워요. 내가 특별한 감정을 말해 버리면 오빠가 부담스러워 멀리 떠날까봐 그냥 지금 이대로만 있어야 할까봐요. 한번은 어떤 분이 오빠랑 나랑 같이 있는데 애인사이냐고 물었어요. 물론 오빠는 아니라고, 그냥 아는 사이라고 했지요. 그 순간 가슴에 무언가 와서 박혔어요. 맞아요.....우린 애인사이는 아니죠. 그런 식으로 오빠 입밖에 내어져서 우리 사이를 확인하는 순간 제 마음은.........오빠 옆에 있으면서도 가까이 갈 수 없는 마음....지금 많이 힘들어요.
박효신의 슬픈 발라드가 이어졌다.
태지, 너 다 어떻게 책임질래?
이번 공연은 머릿 속에 다 박아두고 오리라 작정하고 갔는데 그런대로의 결과였던 듯 하다.
공연을 보면서 이 공연이 너의 선물이라면 (아, 프래카드중에 ' 우리가 선물이에요'라는 구절이 있어서 태지가 읽은 것이 기억난다. 맞아요. 제게 여러분들이 선물이죠. 의미심장하게 무언가를 생각하듯 읊조리던 태지의 멘트 ~ ) 내가 잘 기억해서 후기를 남겨두는 것도 나의 소박한 선물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잘 기억해두고 좀 시시하다 싶을 것도 기억해두려고 애는 썼지만 잘 되지는 않았던 듯 싶다. (녹음해두고 기억을 되살려 쓰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 멘트같은 건 )
또 공연을 보면서 이 공연이 다 끝나고 난 뒤에 내가 아는 대로, 느끼는 대로 진솔하게 7집에 대해 느낀 점을 써 봐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차를 몰고 돌아오면서는 또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내가 조언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냥 팬들간의 만족감을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일까? 나만의 만족을 위해서일까?
태지가 왜 감성코어를 선택했을까에서부터 -
욕심많은 이는 제안하기도 한다. 항상 최신 유행의 음악을 선보였던 태지가 미국시장등에 진출하려면 부상하고 있는 바닥 밴드들의 동향을 잘 살펴 대세를 타면서 부각되는 게 좋지 않나라는 말도 하지만...... 지금 우리 음악계가 어디 그런가. 음악 자체에 대한 관심도 옅어지고 있는 이 때에 우리나라 팬들의 눈높이와 정서는 무시한 채 완전히 자기 만족만을 위한 것일 수도 있는 그런 음악을 할 수 있을지.
3년을 만들면서 그 사이 세계 음악 조류가 어떻게 바뀌어 버린 것인지는 몰라도 그다지 썩 대중적이지도 않고 현재 우리나라 음악판의 수준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이번 앨범. 업이라도 한참 업인 이 음악을 들고 나와서는 '이건 대중적인 거예요' 라고 말했던 태지 의중이 조금은 잡히기도 한다.
어디 낯선 곳에서 새로운 걸 다시 찾으라고 말할 필요도 없는 듯 하다. 내가 느끼기엔...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이국적이고 새롭다. 어디 비슷한 예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요소 요소 여러 다른 곳에서 차용해 온 부분이 많긴 하지만, 모든 것이 어우러져서 전혀 다른 새로운 서태지표 다른 걸 만들어 내고 있는데 자꾸 사람들은 또 다른 데서 해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이건 better, or not better 이 아니고 그냥 선택의 문제일 뿐인 듯 하다. 서태지의 선택. 그 순간, 이것을 선택해서 밀어붙인 그의 판단이 최선이었다고 믿는다.
핵심을 비껴간 듯도 하지만 후기 끝에 붙은 이야기라 조금 정리가 안되고 횡설수설이다. (정말 정리가 안되서이기도 하고 일부러 조금 그런 것이기도 하고....)
아무튼, 갖가지 생각을 하며 집에 도착했다. 밤 11시 30분. 자기랑 안 놀고 서태지랑 놀고 온 게 억울해서 꼭 같이 한잔 술을 마셔야겠다며 다시 차를 태우는 남편 덕에 또 한바퀴 드라이브를 했다.
내 다이어트에 좀 협조를 해 달라고요오오오오~~~ 애타는 내 절규에 궁시렁거리며 다시 집에 데려다 주더군.
머릿 속으로 공연의 순서를 정리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내 집에서, 태지는 태지 숙소에서 각각....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
같은 시각, 다른 장소 - 방금 전의 교감을 같이 품고 -
첫댓글 언니 너무 좋은 후기 잘 읽었어여..늘 감격적인 언니의 후기..ㅎㅎ
아~~ 윤주님~~ 윤주님의 발랄한 모습이 내내 잊혀지질 않아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