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에서 한국인처럼 나라의 정치에 대해 관심이 많은 나라도 없다고 합니다. 일본만 해도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매우 차갑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일본인들의 정서가 타인의 일에 끼어드는 것을 무척 삼가는 이유이기도 하고 정치는 정치인이 알아서 하는 것인데 타직종의 사람이 가타부타할 일은 아니라는 판단이 많은 듯합니다. 일본의 계급사회가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미국의 경우도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국민들의 정치관심도는 낮다는 분석이 상당합니다. 지금 미국 대선이 이제 그야말로 코 앞에 다가와서 국민들이 엄청나게 정치에 관심을 보이는구나 판단할 수 있지만 미국 현지는 한국인들이 판단하는 것보다 평온하고 냉정한 분위기속에 진행된다는 지인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정치에 관심이 많을까요. 아마도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평가절하가 그 원인이고 보혁으로 갈라진 한국내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상대의 약점에 참지못하는 심리 그리고 싫어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의 잘못을 찾으려는 과정에서 집중도가 심화되었을 것이라고 보입니다. 또한 예로부터 정치가 한국인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지 못하고 나라를 어지럽게 하고 나라를 파탄에 이르게 했던 일들이 많았다는 역사적인 사실에서도 그런 경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국민들은 학습효과에 의해 정치를 감시하는 일이 많아졌고 그러다보니 자연히 정치에 관심을 쏟는 경향이 생긴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합니다. 각자도생의 한 형태라는 것입니다. 권력에 대한 추종 또는 그 반대의 저항 정신이 믹스가 되어 유래가 없는 정치 관심도를 보이는 것으로 유추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격정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정치와는 달리 사회 경제 그리고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것도 이상한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바라다보고 있습니다. 나라의 경제상황이라면 자신의 월급과 아파트 가격에만 신경을 쓰지 나라를 이끄는 경제적 동력이 상실되어 가는 상황에 무감각하다는 것입니다. 요즘 삼성전자의 위기론은 어제 당장 튀어나온 이슈가 아닙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미 사태 파악을 했지만 워낙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대해서 언급을 자제해 왔을 뿐입니다. 삼성전자만이 아닙니다. 이른바 재벌 그룹들도 그 문어발식 경영에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됐습니다. 한국처럼 이렇게 재벌이 수많은 대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합니다. 이제 그런 경영방식으로 발전은 커녕 현상유지도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한국을 이 정도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 바로 경제인데 이 경제가 하향곡선을 그린다는 것은 나라의 앞날이 더욱 어두워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한국 사회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의료대란문제도 그렇습니다. 의대정원 증원문제로 도출된 의료문제가 의료 붕괴수준으로 치닫지만 아파서 병원에 가든지 가족중 환자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이 한국의 현실입니다. 누가 아프고 싶어 아픕니까.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할 지 모르는데 의료상황을 국민들이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우려스럽습니다. 연금문제도 그렇고 정년연장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와 뗄래야 뗄 수도 없는 사안이지만 지금 당장 나의 일이 아니라면 애써 외면하는 것이 한국인들의 현재 정서 아닙니까. 정치인들은 임기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어떻하면 정권을 잡을 것인가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정권획득만 생각하니 국민들에게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사안에 대해서는 표때문에 나서지 않는 것입니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까라는 우려가 만든 병폐입니다.
초저출산과 초고령화에 대한 국민적 논의는 시작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강건너 불이요 남의 집 이야기로 치부하는 분위기입니다. 세계에서 최초로 소멸될 나라가 한국이라는데 다들 그냥 손놓고 있습니다. 잘 난 정치인들이 뭔가 하겠지, 대책을 내놓겠지 하는 심정이고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관심도 없는 데 왜 내 임기때 그런 힘들고 표 획득에 도움이 안되는 일에 나서야하는냐는 태도입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없으니 언론이 나서지 않고 국민과 언론이 나서지 않으니 정치권이 침묵을 지키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왜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지, 왜 젊은이들이 제대로 된 직장을 찾지못하고 편의점 알바로 나서는지 알 바 아니라는 입장입니다.젊은이들이 결혼할 생각도 못하고 그 외로움에 강아지를 키우는 현상과 한국에는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많이 팔린다는 비아냥소리가 왜 나오는지 관심도 없습니다. 젊은이들이 줄어 군대운영도 힘들어지는데도 뭐 인공지능이 해결해 주겠지, 여성도 군입대 해야, 50~60대 재입대 등등 현실을 도외시하는 말들만 내놓고 있습니다.
예전 1997~1998년 국가부도 즉 IMF 시대에 금모으기 같은 운동만 기억에 남아 한국에 큰 재난이 닥치면 국민들이 스스로 참여해 문제해결을 하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이라면 대단한 착각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만일에 국가부도사태가 와도 이제 한국에서는 그런 금모으기 운동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28년 세월속에 한국인들의 정서와 판단이 매우 달라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타인을 위한 자기의 조그만 희생은 정말 먼 나라 이야기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한국인들이 한국의 미래를 스스로 버리는 모양새라는 우려스런 현실진단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한국인처럼 정치에 관심이 많은 국민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나라의 앞날이 걸린 중차대한 일에는 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일까요. 정치인들이 해결해 주겠지라는 생각은 참으로 무가치적인 판단입니다. 임기가 한정되어 있는 정치인들은 그 임기만 채우면 떠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국민이라는 직업은 임기가 없습니다. 종신제라는 것입니다. 태어나 자동적으로 국민이라는 직업을 갖게 되면 평생 버리고 싶어도 못 버리는 것이 국민이라는 직업이고 직책입니다. 그말은 국민은 이 나라에 무한책임을 진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 번 부모이면 평생 부모이듯이 말입니다.
한국인처럼 피곤하고 힘든 국민도 없을 것입니다. 압축성장의 후유증이 만연하는 사회속에서 갈등은 전세계에 으뜸입니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격돌합니다. 지금도 남북은 오물투척과 드론 등으로 심한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북한의 파병설로 한국과 그다지 관련이 없는 러우전쟁이 한국의 안보에 변수로 등장하고 있습니다.북한은 핵무기도 만들어 한국을 위협합니다. 정치인들은 대통령 부인 특검법발의 통과 그리고 대통령 거부권행사같이 다람쥐 쳇바퀴도는 행위를 무한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국민들은 기업에서 밀려나고 쫒겨나고 고물가에 시달립니다. 위급환자들은 응급실 뺑뺑이를 돌기 일쑤이고 졸지에 아파트 거지가 되거나 전세 난민이 되는 상황입니다.
이제 국민들이 다시 나서야 합니다. 미래를 생각하고 말해야 합니다. 정치인들에게 위임한 국가 운영 권한을 주인이 되찾아야 합니다. 한국이 가야할 방향과 길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사회 리더격인 원로들이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보혁갈등속에 머물 수만은 없습니다. 보혁갈등은 극우 극좌 유튜버들이 하라고 두고 국민들은 한국의 나갈 길을 다시 구축해야 합니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인 면에서 모두 그렇습니다. 저출산문제, 노령화문제, 연금 문제, 의료문제, 교육문제, 국방문제, 앞날 먹거리 추구문제, 갈등 해소 방안 추구, 남북 문제 등 국민들이 처한 현 상황이자 해결해야할 가장 기본적인 문제들이 산적돼 있습니다.
물론 국민 공론의 장을 통한 통합과 타협을 이끄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대단히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무한 책임을 지닌 국민들이 나서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가 없는 일입니다. 내 자식 그리고 내 손자들이 살아갈 터에 관심을 갖고 문제점을 해결해 가는 것이 정상적인 국민의 태도이자 의무이자 권리이기도 합니다. 이제 더 이상 정치인들에게 맡겨서만은 안될 것입니다. 국민들이 관심을 보이면 정치인들은 당연히 이목을 집중하게 될 것이고 그럴 경우 언론은 하지 말라고 해도 보도를 쏟아놓을 것입니다. 다소 힘들고 피곤한 작업일 지 모르지만 이제 국민들이 미래를 생각하고 걱정하고 대책마련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들의 임기는 무한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땅은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야 할 보금자리이기 때문입니다.
2024년 10월 2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