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고양이를 위하여 / 박숙경
아가야
등에 앉았던 오후의 햇살을 기억하니
어제처럼 사뿐히 뛰어내려 보렴
아픈 너를 발 앞에 두고 꽃에 대한 시를 읽다 보면
나의 눈시울은 이미 붉게 젖어 있고
글썽이던 눈망울로 서로를 바라보면
어제의 시간이 다시 오늘의 오후에 와 있어
늘어난 비듬과 빠진 흰털과 마른 눈곱과 귀를 세우고
동그마니 몸을 말아 잠든 너의 모습과 오후의 눈부심과
올이 풀린 이불과 구토의 흔적을 쓰다듬다 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영원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지만 가끔
영원이라는 말이 필요하기도 해
너를 위해서
어쩌면 나를 위해서
오늘은 턱시도를 입은 나의 고양이와 하얀 얼룩과
시들어 버린 오후를 위해 백합의 웃음은 잠시 지울게
너만 좋다면 이란 말을 할 때는 발걸음을 조심할 것
갸르릉
-이제 나비 따윈 오지 않을 거야
-걱정 마 계절의 꼬리가 짧아졌을 뿐이야
별 하나를 가슴에 품었던 기억을 꺼내면 오래된
거짓말들이 나란히 글썽거린다
두 개의 창 너머 멀리서 빛나는 별아
가까이 다가서지 마라
우리 영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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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고양이를 위하여 / 박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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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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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곡은 <From this Moment - Joslin - Shania Tw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