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누리꾼의 고발로 논란 촉발...행정적 실수이나 씁쓸한 뒷맛
지난 3월 1일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삼일절 행사에 일본의 극우적 종교단체인 창가학회(SGI)와 관련있는 단체가 뮤지컬 공연을 맡은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삼일절 행사 당시의 뮤지컬은 ‘3.1절 정신으로 하나되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이루어졌고, 공연내용에는 별다른 논란이 없었으나, 뮤지컬을 한 주체가 ‘극단 창가’라는 이름의 일본 창가학회와 관련있는 단체라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삼일절 행사에 일본 극우종교와 관련있는 단체가 공연을 맡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이냐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다음 아고라의 한 누리꾼이다.
‘방랑고수’란 닉네임을 쓰는 이 누리꾼은 2일 오전 “(충격)가슴과 손이 떨려서 글을 칠수가 없을 지경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토론게시판에 올리고 삼일절 행사에 일본 극우종교단체와 관련이 있는 극단 창가가 공연을 맡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 누리꾼은 “창가 학회의 후원을 받는지, 아니면, 그 창가 학회가 대주주인지, 아니면, 어떤 상하 관계에 있던지... 그 내막은 전혀 모르겠지만, 여하튼 확실한 사실은 바로 일제로 인해서 저질러진 조선 침탈에 대항하여 일어났던 3.1 운동을 기념하는 3.1절 행사의 주 공연을 일본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극단에서 담당을 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극단 창가’의 대표자 조승현 씨는 창가학회(SGI)에서 안양지구 부인부장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뮤지컬 ‘육영수’라는 공연에서 육영수 여사 역할(극중 이경령 여사 역)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제가 된 ‘창가학회(SGI)’는 1930년 일본 전통의 니치렌 정종[日蓮正宗]에서 유래해 마키구치 쓰네사부로가 초대회장이 되어 출범한 종교이다. 1970년대 중반에는 회원수 780만 세대를 거느린 일본 최대의 종교단체가 되었으며, 1964년에는 공명당을 창당해 정치활동에도 뛰어 들었다. 이 공명당은 자민당과의 연정을 통해 정치 전면에 나서기도 했고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등 우파적 성향을 띄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입장을 가진 일본의 종교단체의 명칭을 그대로 쓰는 ‘극단 창가’가 3.1절 공식 기념행사에 참여한 것은 황당하다는 지적이다.
본보 취재 결과 극단 창가가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은 실수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3.1절 행사를 주관한 부서는 행정안전부이며, 담당부서는 외부의 ‘더 펌’이라는 공연기획사에 외주를 주게 된다. 행사연출과 섭외 등을 맡은 기획사 측은 공연참여 단체를 물색하면서 KBS측의 소개로 먼저 ‘색동예술회’라는 단체를 접촉했다.
그러나 이 단체는 행사의 성격과 맞지 않아 포기하려던 참에 극단 대표인 조승현씨가 안양의 극단 창가를 소개하게 되어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 그러나 이곳도 역시 3.1절 기념행사를 맡기에는 규모나 역량면에서는 많이 모자란 관계로 포기하게 되고, 실제로는 ‘극단 성로’가 주도적으로 공연을 맡게 되었다.
당시 뮤지컬은 총 13명이 출연했으며, 이 중 2명의 ‘창가’ 단원이 참여하게 된다. 뮤지컬의 기획이나 연출에서 ‘창가’ 측의 기여는 없었으며, 단지 단원 2명이 경력을 위해 참여한 것이 전부이다.
이에 기획사 측도 KBS에 ‘극단 성로와 극단 창가’의 공연이라는 점을 전달했고, 사회자 멘트도 이렇게 이루어 졌으나, 이상하게 유독 자막에서는 ‘극단 창가’만의 공연으로 나오게 됐다.
주도적으로 공연을 한 극단 성로는 빠지게 되고, 연습생격으로 2명만 참여한 극단 창가가 자막으로 나와 당시로서도 황당하고 미안했다는 것이 기획사 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공연기획사측은 삼일절 당시까지도 ‘극단 창가’가 ‘창가학회’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고, 3일 아고라 누리꾼의 글이 인터넷에 퍼지게 된 이후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본보 확인결과 공연에 참여한 단원은 물론이고, 극단 창가의 단원들의 종교도 다양한 분포를 보였다. 이 극단을 일본 창가학회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상황은 여러모로 꼬여 있다. 일단 분명한 것은 정부의 삼일절 공식행사에서 우파적 성향의 정치종교단체와 관련있는 국내 극단이 공연을 맡았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명백한 실수라는게 누리꾼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다만 실제로 뮤지컬을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공연에 참여한 대다수의 단원들은 이런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기획사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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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네이버 블로그 아직 없애지 못하고 미디어법에 관한 내용만 퍼다 올려놓고 있답니다. 이 글 퍼다가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저에게도 메일이 오는지 확인해 봐야겠네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