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동 성당
황유원
불광동 성당은 두 손을 모은 모양
도시 한복판에 이토록 큰 고요라니
오후 두 시의 대성당에는 아무도 없고
다만 돌들이 서로 몸을 붙여
물 샐 틈 없는 고요를 만들어주었음
멀리서 아이들 떠드는
소리 들려올 정도의 틈만 허용한 채
그건 꼭 과거로부터 들려오는 소리 같았고
고요는 고요에 몸 밀착시킨 채
곤히 잠들어 있었음
색동옷 스테인드글라스라니
마치 옛날 한국 아이들 같아
불광동 성당은 두 손을 더 꼭 모은 모양이 되고
대성당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꼭 모은 양손에 이르는 양팔을 걸어가야 함
간절한 손바닥 안 어두운 고요 속으로 들어가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양손을 모으는 게 고요를 모으는 일임을 알 터
고요는 쉽게 모이지 않음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는
그러니 김수근은 여기 고요를 한데 모아놓고 떠났음
고요를 위해 굳이 입 닫을 필요 없음
고요가 숨쉴 수 있는 공간만 마련해두면
고요는 그냥 찾아옴
벽돌을 하나하나씩 차곡차곡 모아
서로 붙여주기만 해도
고요는 이미 옆에 와 있음
그냥 길 가다 우연히 안으로 기어 들어가
잠시 고개 떨구었을 뿐인데
대성당의 돌들이 대신 두 손을 모으고
그 안에 나를 허락해주었음
이것은 인간이 구축한 고요
밖에도 떨어지는 빛이
안에도 떨어지고 있었음
무슨 어린 시절 공터에라도 도달한 듯
아무 거리낌 없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