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외규장각 의궤를 반환하라며 국내 민간단체가 낸 소송에 프랑스 행정법원이 얼마 전 기각 결정을 내렸다. 프랑스 법원 사상 최초로 약탈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국유재산이기에 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취득 절차는 불법이지만 약탈로 취득한 소유권은 합법이라니 자가당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외규장각 의궤 약탈은 천주교회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1866년 10월 병인양요가 그에 앞서 이뤄진 병인박해가 빌미가 됐기 때문이다. 선교사들의 순교가 이유였지만 프랑스 극동함대의 속셈은 조선을 식민지화하려는 데 있었다. 그로 인해 강화도 왕실서고가 불탔고, 그 일부인 외규장각 의궤 191종 298권(1권은 영구임대 방식으로 반환)이 프랑스로 약탈당했다.
그 문화재가 100년이 넘도록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에 방치돼 있다가 1975년 박병선 박사에 의해 발견됐다. 프랑스에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문화재가 한국인에 의해 발견돼 그 가치가 입증되자 프랑스 정부가 소유권을 주장하며 돌려주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이에 반해 박해시대 조선에서 숱한 순교자를 낸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는 아무런 조건없이 한국천주교회에 각종 교회문화재와 사료를 돌려줬고, 독일 성 베네딕도회 또한 1925년 조선에서 구입해간 겸재 정선 화첩을 영구임대방식으로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 돌려줬다. 프랑스 정부는 이같은 교회의 문화재 반환선례에 따라 조속히 약탈한 문화재를 하루빨리 우리나라에 돌려주기 바란다. 아울러 민간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해외에 불법 반출된 문화재 반환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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