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도 - 라대경
솔바람 불고 전나무에 비올 때
동병에 끓는 물을
죽로에 옮기라
저 소리와 듣는 내가
함께 고요해 지면
한잔의 녹차가
제호 맛에 비기리
차를 마시기에 적당한 시간 - 임어당(생활의 발견)
마음과 손이 다같이 한가할 때
시(詩)를 읽고 피곤을 느낄 때
생각이 어수선할 때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노래가 끝났을 때
휴일에 집에서 쉬고 있을 때
금(琴)을 뜯고 그림을 바라다볼 때
한밤중에 이야기를 나눌 때
창문이 밝아 책상을 향하고 앉을 때
벗(友)이나 애인(愛人)이 곁에 있을 때
벗들을 방문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하늘이 맑고 산들바람이 불 때
가볍게 소나기가 내리는 날
조그만 나무다리 아래 뜬 곱게 색칠한 배 안
높다란 참대밭 속
여름날 연꽃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누각 위
조그만 서재에서 향(香)을 피우면서
연회가 끝나고 손님이 돌아간 뒤
아이들이 학교에 간 뒤
사람사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조용한 절 안에서
명천기암(名泉奇岩)이 가까운 곳에서
다향만당 - 다산 정약용
한낮 고요한 산재에는 일마다 고요하네
채색된 편지와 좋은 먹으로 맑은 벗을 삼았더니
느티나무 그림자 짧을 때 꽃은 한낮에 취하였구나.
주렴의 가벼운 바람 이는 곳에 대나무는
가을을 다투니 책상을 의지해서 때때로 창랑의 꿈을 꾸며
그림을 바라보다 어부를 쫓아 가도다
차 달이는 아이는 새소리 듣다 앉아서 졸고
작약꽃 피어 있는 난간에 술 취한 나그네가 멈추는 구나.
「석정전다시 一」
石鼎湯初聲 석정탕초성 돌솥에 처음 차 끓는 소리
風爐火發紅 풍로화발홍 풍로엔 불꽃이 붉구나
水火用天地 수화용천지 물과 불이 천지를 움직이니
卽茶意無窮 즉다의무궁 이 뜻 무궁 현묘하도다
「석정전다시 二」
報國無效老書生 보국무효노서생 나라 위해 한 일 없는 늙은 서생이
喫茶成僻無世情 긱다성벽무세정 차 마시기 버릇되어 세상일 잊어버렸네
幽齊獨臥風雪夜 유제독와풍설야 눈 내리는 밤 고요한 서재에 홀로 누워
愛聽石鼎松風聲 애청석정송풍성 돌솥의 솔바람소리 즐겨 듣노라
고려 - 정몽 七碗茶歌 칠완다가
一盃與香 (일배여향)
二盃除愁 (이배제수)
三盃解渴 (삼배해갈)
四盃生汗除不滿 (사배생한제불만)
五盃淸潔皮膚 (오배청결피부)
六盃淸精神 (육배청정신)
七盃顯翼飛上 (칠배현익비상)
첫째 잔은 향기를 주고
둘째 잔은 근심을 덜어주고
셋째 잔은 갈증을 풀어주고
넷째 잔은 땀이 나게 해 불만을 씻어주고
다섯째 잔은 피부를 깨끗이 해주고
여섯째 잔은 정신을 맑게 해주고
일곱째 잔은 날개를 달고 날아가게 해주네...
당나라 시인 - 노동(虜仝)
山中味(산중미)
함허스님.(1376-1433)
山深谷密無人到 (산심곡밀무인도)
산 깊고 골도 깊어 찾아오는 사람 없고
盡日寥寥絶不緣 (진일요요절불연)
왼 종일 고요하여 세상인연 끊어졌네
晝則閑看雲出峀 (주즉한간운출수)
낮이 되면 무심히 산굴에 핀 구름보고
夜來空見月當天 (야래공견월당천)
밤이 오면 부질없이 중천에 뜬 달을 보네
爐間馥郁茶烟氣 (로간복욱다연기)
화로에는 피어오른 차 달이는 연기요
堂上氤氳玉篆烟 (당상인온옥전연)
당상에는 향기로운 옥전 같은 연기로다
不夢人間喧擾事 (불몽인간훤요사)
인간사 시끄러운 일은 꿈에도 꾸지 않고
但將禪悅坐經年 (단장선열좌경년)
단지 선정의 기쁨 속에 앉아 세월 보낸다
낮잠 깨어 마시는 차맛
- 권정
남국의 옛친구는 새 차를 보냈구나
낮잠 깨어 마시는 차 그 맛이 더욱 좋아라
사람으로 하여금 잠을 적게 한다니
잠으로 근심 잊는데 그것이 근심이네
밝은 창가에서 차를 달이며
- 이색
찬 우물 길어다가
밝은 창가에서 차를 달이네
온 정성 다해 물을 끓이니
뼈 속까지 스민 사악한 생각이 지워진다
시냇가에 달 떨어지고
푸른 구름은 바람에 비끼는데
그 가운데 참다운 맛을 알고서
다시 침침한 눈을 씻는다
산시청람
- 안견
차(茶)를 든다는 것은 산을 마신다는 것이다
지그시 눈을 감고, 두 귀를 닦고
혀끝에 와 닿는 삽상한 미각,
입안에 고이는 담백한 고요
차를 든다는 것은 평화를 든다는 것이다
대숲에 이는 바람소리
돌에 낀 이끼
차를 든다는 것은
천년의 고요를 든다는 것이다.
소나무 아래서 차를 달이네
- 서산대사
상국의 시를 한번 읊조리니
더러운 마음 얼음 녹듯 하네
항차 고매한 인품을 대하여
소나무 아래서 차를 달이네.
八 出 歌 팔 출 가
茱萸出芳樹顚 향기로운 나무위에 수유가 出하고,
鯉魚出洛水泉 낙수물 샘속에서 잉어가 出하고,
白鹽出河東 흰 소금은 하동에서 出하고,
美시出魯淵 고운 메주는 노연에서 出하고,
薑桂茶出巴蜀 생강, 계피, 차는 파촉에서 出하고,
椒橘木蘭出高山 산초, 귤, 목련은 고산에서 出하고,
蓼蘇出溝渠 겨자, 차조기는 또랑에서 出하고,
精稗出中田 잘여문 피는 밭가운데 出한다.
차에 관한 시가중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는
중국 서진(西晋 : 264∼316)시대에 태수의 벼슬을 한 손초(孫楚 : ?∼293)가 남긴
<八出歌(팔출가)>를 꼽고 있다.
석천에서 차를 끓이며(石泉煎茶) - 초의 선사
하늘빛은 물과 같고 물은 연기와 같다 天光如水水如煙
이곳에 와서 지낸 지도 어느덧 반년일세 此地來遊已半年
좋은 밤 몇 번이나 밝은 달 아래 누웠나 良夜幾同明月臥
맑은 강가에서 물새를 바라보며 잠이 드네 淸江今對白鷗眠
시기하고 미워하는 마음 원래 없었으니 嫌猜元不留心內
비방하고 칭찬하는 소리 응당 듣지 않았네 毁譽何曾到耳邊
소매에는 뇌소차가 아직 남아 있으니 袖裏尙餘驚雷笑
구름에 기대어 두릉의 샘물을 담는다네 倚雲更試杜陵泉
비 갠 뒤 새 찻잎 깃발인 양 피어나니 雨後新茶如展旗
차부엌 차멧돌 살펴야 하겠구나 茶구茶蹍漸修治
동방엔 예부터 차 세금 없었거니 東方自古無茶稅
앞마을 개 짖는 소리 두려워 마라 不怕前村犬吠時
李穆 <茶賦>
혜산철명(惠山啜茗) - 추사 김정희
천하에 둘째가는 샘물 天下第二泉
게다가 진․홍까지 더하였네 又重之秦洪
마실 만한 샘물이야 얻을 수 있지만 飮泉猶可得
두 사람은 참으로 함께 하기 어려워라 二妙直難同
妙高臺上作(묘고대상적) /진각국사
(묘고대에 올라 짓다)
嶺雲閑不徹 (영운한불철)
澗水走何忙 (간수주하망)
松下摘松子 (송하적송자)
烹茶茶愈香 (전다다유향)
고개 구름 한가로이 걷히지 않고
시냇물은 왜 그리 바삐 달리나
소나무 아래에서 솔방울을 따서
다리는 차 맛은 더욱 향기로와
山深谷密無人到 盡日寥寥絶世錄
晝則閑看雲出岫 夜乘空見月當天
爐間馥郁茶烟氣 堂上 王篆煙
不夢人間瑄擾事 坦將禪悅坐經年
산 중의 맛
산은 깊고 골은 솟아 오는 이 없어
해가 지도록 쓸쓸히 세상 인연 없어라
낮이면 한가히 산굴에서 나오는 구름을 보고
밤이면 시름없이 하늘 가운데 달을 보나니
화로에는 차 달이는 연기 향기로운데
누각 위에 옥전의 연기 부드러워라
인간 세상 시끄러운 일 꿈꾸지 않고
다만 선열을 즐기며 앉아서 세월 보내리
- 함허 득통(1376-1433): 무학 스님의 제자
저서 함허어록 등
귀향
인간이 오고 가고 하는 일 운명에 달려 있고
내 뜻 내 몸 가짐에 있지 않도다
어진 임금께 물러감을 글월로 올리고
나는 시골로 돌아가는 한가로운 몸 되었네
변변치 못한 내 재주는 논밭 갈이 알맞는데
임 향한 그리운 꿈 북쪽 궁궐을 감도네
나는 오막살이 돌밭 다시 가꾸어 차 마시며
한 평생 가난 속에 즐겨 보리라
산속
약을 캐다가 갑자기 길을 잃었더니
천 봉우리 단풍 속이라오
산의 스님은 물을 길어 돌아가더니
숲 끝에는 차 달이는 연기가 일어나네
- 율곡 이 이
다향만당
한낮 고요한 산제에는 일마다 고요하네
채색된 편지와 좋은 먹으로 맑은 벗을 삼았더니
느티나무 그림자 짧을 때 꽃은 한낮에 취하였구나.
주렴의 가벼운 바람 이는 곳에 대나무는
가을을 다투니 책상을 의지해서 때때로 창랑의 꿈을 꾸며
그림을 바라보다 어부를 쫓아 가도다
차 달이는 아이는 새소리 듣다 앉아서 졸고
작약꽃 피어 있는 난간에
술 취한 나그네가 멈추는 구나.
- 다산 정약용
애다시(愛茶詩)
- 초의 의순
뉘라서 참다운 차 맛을 알리요
달콤한 잎
우박과 싸우고
삼동(三冬)에도
청청한 흰 꽃은 서리를 맞아도
늦가을 경치를 빛나게 하나니
선경(仙境)에 사는
신성의 살빛같이
또 깨끗하고
연부나무 단금같이
향기롭고
아름다워라
첫댓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