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사전 설계도를 치밀히 그린 뒤에 차근차근 실천에 옮긴다. 좋은 방안을 갖고 있어도 행동에 옮기지 않거나 무턱대고 일을 저지르고 보면 실패만 기다린다. 계획이 먼저일까, 실천이 중요할까 하는 것은 닭과 달걀의 선후를 따지는 것만큼 부질없다. 연못에 물고기가 많아도 그물을 먼저 짜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란 臨淵羨魚(임연선어)나 말에는 느려도 행동은 재빨라야 한다는 訥言敏行(눌언민행) 등은 실천을 중시한 선현들의 지혜다. 하지만 이들도 계획을 허술히 하란 말은 아니었다. ‘많이 생각하고 적게 말하고 더 적게 써라’란 속담은 말과 행동보다 생각이 앞서야 한다고 가르친다.
앞서 계획을 세우고(先謀) 그 뒤에 착수한다(後事)는 이 말은 어떤 행동이든지 튼튼한 기초 위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 周(주)나라 초기의 명신 姜太公(강태공)이 武王(무왕)에게 했던 이 말은 실천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치밀한 계획을 중시한 것이다. 太公望(태공망)으로 불린 그는 나이 팔순에 渭水(위수)에서 낚시를 하며 때를 기다리다 文王(문왕)에 발탁된 뒤 무왕을 도와 주나라를 건국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殷(은)나라 말기였던 당시는 폭군으로 이름난 紂王(주왕)이 학정을 직간한 숙부 比干(비간)을 참살하고 서형인 箕子(기자)와 微子(미자)를 내치는 등 암흑기였다.
무왕이 주왕을 멸할 기회가 되지 않았느냐고 묻자 강태공이 답한다. 하늘을 아는 자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아는 자는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다면서 이어진다. ‘앞서 계획을 세우고 뒤에 착수하는 자는 흥하고, 앞서 착수하고 뒤에 꾀하는 자는 망한다고 합니다(先謀後事者昌 先事後謀者亡/ 선모후사자창 선사후모자망).’ 무왕은 그 말에 따라 각 제후들과 맹약하고 牧野(목야)의 전투에서 은나라를 굴복시켰다. 淸(청)나라 학자 嚴可均(엄가균. 1762~1843)이 이전 上古(상고)부터의 저작을 집성한 ‘全上古三代文(전상고삼대문)’ 7권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일에 따라 계획을 세우는 준비기간이 길수도 있고, 먼저 착수한 뒤에 차츰 상황에 맞추는 일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의 완전한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사전 점검이 치밀해야 탈이 적다. 조금 안다고 섣불리 덤벼들다 일을 망친 후에 후회해봐야 소용없다. 개인이나 조그만 집단에서도 그런데 나라를 움직이는 정책을 시행할 때는 모든 상황을 점검하여 더욱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