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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번에는 / 윤제림
또 벌레가 되더라도 책벌레는 되고싶지 않습니다
다시 책벌레의 몸을 받더라도 책에서는 잠이나 자고
동트거든 나가서 장수벌레나 개똥벌레를 돕고
들어오면 쌀벌레나 좀벌레를 돕겠습니다
책벌레가 되더라도 과식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루에 한 줄
짜고 맵고 쓴 글자만 골라
약으로 먹겠습니다
청컨대, 한 번은 누에가 되고 싶습니다
외롭게 자다가, 홀연히
당신 앞에다
녹의홍상 한 벌
꺼내 놓으렵니다
무당벌레나 자벌레만 되어도 당신을 위해
할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곤충도감에서 자야겠습니다
시집「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문학동네. 2019)
챗 got 해설
윤제림 시인의 **"다음번에는"**은 삶의 태도와 존재의 방식에 대한 소박한 소망을 담은 작품입니다. 시인은 "벌레"라는 은유를 통해 겸손하고 소박한 삶을 희망하며, 단순한 지식이나 책 속에 갇힌 삶이 아닌, 타인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삶을 지향합니다.
시의 주요 해석과 의미:
1. 책벌레에 대한 회의
시인은 다시 태어나 "책벌레"가 되더라도, 책에 집착하지 않고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책벌레는 일반적으로 학문에만 몰두하는 존재로 그려지지만, 시인은 이러한 삶이 한정적이고 지나치게 고립된 것임을 깨닫고 있습니다. 그는 책벌레로서의 삶보다는 더 넓고 다양한 세상과 관계를 맺고자 합니다.
2. 다양한 벌레로서의 존재
시인은 "장수벌레", "개똥벌레", "쌀벌레", "좀벌레" 등을 돕겠다고 말하며,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는 타인과 공생하며 소소한 도움을 주고받는 삶에 대한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3. 약으로서의 글자
시인은 책을 과식하지 않고 "짜고 맵고 쓴 글자만 골라 약으로 먹겠다"고 표현합니다. 이는 단순히 지식을 축적하기보다는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경험과 교훈을 얻겠다는 의지입니다. 글자를 약으로 삼아 하루 한 줄씩 소화하는 것은 지나친 탐욕이 아닌 절제된 삶의 태도를 상징합니다.
4. 누에의 소망과 헌신
시인은 "청컨대, 한 번은 누에가 되고 싶다"며, 홀로 고독 속에서 자라다가 아름다운 옷감을 만들어 세상에 헌신하는 삶을 꿈꿉니다. 녹의홍상이라는 화려한 옷을 통해 자신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선물하겠다는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5. 소박한 곤충으로서의 삶
무당벌레나 자벌레처럼 작은 벌레로서 존재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작은 일을 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은 겸손과 소박함의 미덕을 강조합니다. 시인은 큰 업적을 남기기보다는, 소소한 도움이 되는 삶을 선택하고자 합니다.
6. 곤충도감에서의 휴식
마지막에 "오늘은 곤충도감에서 자야겠다"는 구절은, 시인이 다양한 곤충의 삶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소박하고 의미 있는 삶의 방식을 탐구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이는 자연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고 싶은 바람을 상징적으로 나타냅니다.
전체적인 의미:
이 시는 겸손하고 절제된 삶에 대한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윤제림 시인은 지나치게 학문이나 성공에 집착하지 않고, 타인에게 소소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로서의 삶을 희망합니다. "벌레"라는 낮은 존재로 살아가더라도 타인을 위한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겸손과 소박함의 미덕을 드러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