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공천 배제, 이재명 복귀 막으려는 선제타격”… 내홍 격화
민주당, 서울시장 공천 집안싸움
심각한 비대위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전략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배제 결정을 비판하며 경선을 통해 서울시장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6·1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공천을 놓고 극심한 내부 갈등에 빠졌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당내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송 전 대표가 공천 배제 결정을 “이재명의 정치 복귀를 반대하는 선제타격 의미”라고 반발하면서 ‘이재명계 대 비(非)이재명계’라는 당내 계파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 宋 공천 배제에 이재명계 집단 반발
20일 민주당에서는 공천 배제 결정에 대한 반발이 쏟아졌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공개 발언에서 “(전략공천위 결정은) 당원과 서울시민 그리고 국민을 모두 외면한 결정”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위원장은 “충북은 선거에 패배한 가장 큰 원인인 부동산 실패에 책임 있는 분을 공천했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대선 때 누구보다 헌신했지만 선거 결과에 총괄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전 당 대표를 탈락시키겠다고 한다. 이게 무슨 고무줄 잣대인가”라고 비판했다. 충북도지사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단수공천하면서 송 전 대표를 공천 배제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
송 전 대표는 공천 배제를 ‘계파 갈등’과 연관지으며 반발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송영길이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출마를 못 한다는 논리는 바로 이재명 후보의 대선 패배 책임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오직 내 정치적 생존과 이를 담보할 계파적 이익만 추구한다면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이런 작태들을 용납하는 것은 너무나 비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윤 비대위원장과 함께 공천 배제 결정을 내린 전략공천관리위원장 이원욱 의원은 이런 비판에 강력히 대응했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난데없이 계파 공천 운운하는 것은 그 일관성, 진정성, 의도를 의아하게 한다”며 “더구나 저는 ‘(이재명, 이낙연의) 명낙 대전’으로 흔히 표현되는 그 어떤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제게 계파 공천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수용할 수 없는 모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20일 서울시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당내 서울시장 공천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원대연기자
○ “당 지도부는 뭐하냐” 내부 불만 커져
극심한 반발에 윤 비대위원장은 “전략공관위는 의견을 모아서 비대위에 제시할 뿐”이라면서 “우리 당의 필승 카드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동원해서 서로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이니 그걸 전부 종합해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비대위 결정에 따라 경선 가능성도 열어둔 것. 비대위는 이날 오후 9시 비공개 회의를 소집해 서울시장 후보 공천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비대위는 21일 오전에도 서울 지역 초선 의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손혜원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내일(21일) 초선 의원들과 모종의 명분을 만들어 윤호중이 내려고 하는 결론은 ‘박주민은 살리고 송영길은 내친다’”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혼선을 키우는 당 지도부를 향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에 맞설 경쟁력 있는 후보를 빠르게 찾아 전략공천으로 앞세우든가, 그런 후보가 없다면 모든 후보에게 경선에 나설 기회를 주는 것이 원칙인데 지도부가 전혀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송 전 대표, 박 의원 등 공천 신청자를 제외하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후보가 마땅치 않은 점도 민주당의 고민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출마 의사가 없다”고 못 박은 상황. 전략공천 후보로 거론되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역시 출마에 미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당이 극심한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박 전 장관이 전략공천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제대로 후보를 찾지도 못하고 공천 배제 결정부터 내리는 최악의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