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의 눈사람 / 오정국
몇 생을 뉘우쳐도
이번 생을 되갚을 데 없고
허공이든 나무든
무(無)라는 글자를 새겨둘 데 없고
입을 벌렸지만 말소리가 없는
눈사람이여
CCTV엔 남아있지만
화면 밖으로 흘러가버린
바닥모를 밑바닥이여
지상의 얼굴을 땅거죽에 내려놓고
여울목의 철사 줄을 흔드는
맑고 찬 노래여
이번 생으로 되돌아올 수 없는
형상 없는 형상으로 되돌아간
몸뚱어리 하나여
- <문파> 202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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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국 시인1956년 경북 영양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석사 및 박사1988년 《현대문학》 등단.시집 『내가 밀어낸 물결』 『멀리서 오는 것들』 『파묻힌 얼굴』 『눈먼 자의 동쪽』 『재의 얼굴로 지나가다』 등시론집 『현대시 창작시론: 보들레르에서 네루다까지』 『야생의 시학』 등.2012년 지훈문학상 및 이형기문학상, 경북예술상 특별상 수상한서대 미디어문예창작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