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의 밤 / 성명진
추운 날에도 산골 사람들은 하루를 열심히 살았으니 푹 쉬라고 산이 어둠을 두껍게 덮어 줍니다
그 속에 별 몇 개 넣어 줍니다
- 시집 『밤 버스에 달이 타 있어』 (창비, 2025.02) -------------------------------
* 성명진 시인 1966년 전남 곡성 출생 1990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3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그 순간』 『몰래 환했다』 동시집 『축구부에 들고 싶다』 『오늘은 다 잘 했다』 『밤 버스에 달이 타 있어』 등. 2016년 서덕출문학상, 2024년 올해의 남도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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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동시를 읽습니다. 이 가끔의 경우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먼저 동시집을 선물 받았을 때이고, 또 다른 때는 시와는 다른 비유를 느끼고 싶을 때입니다. 사실 ‘다른 비유’라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습니다. 시와 동시가 작동하는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어투(語套) 정도라고 할까요. 그리고 요즘의 시조와 시가 구분하기 어렵게 혼용되는 것처럼 시와 동시도 각각의 작품만 놓고 본다면,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제 시중에서도 동시와 가까운 시들이 몇 편 있습니다. 가장 동시와 비슷한 시는 「붕어빵」입니다. ‘따뜻한 붕어 한 마리 / 손바닥 속에서 펄떡거립니다 // 가난한 겨울밤을 거슬러 오르는 / 따뜻한 /통화음’ 이 시는 동시집에 실어도 무난하리라고 예상합니다. 시 「빨래하기 좋은 날」도 동시와 닮았습니다. 오늘 읽은 성명진 시인의 시 「산골의 밤」은 어떠한가요? 동시집에 실려 있으니 동시라고 일겠지만, 만약 시집에 실려 있다면, (따뜻한) 시로 읽었을 것입니다.
동시란 ‘주로 어린이를 독자로 예상하고 어린이의 정서로 쓴 시’ 또는 ‘어린이가 지은 시’를 말합니다. 그래서요 동시는 어린이의 어법으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쓰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동시가 꼭 어린이만 읽는 시는 아닙니다. 요즘 동시집의 독자층을 보면, 어린이 못지않게 어른들도 많이 읽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나 ‘어른들을 위한 동시’가 쓰이고 읽히는 이유가 그것일 것입니다.
시를 읽는 까닭, 복잡한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닙니다. 시를 읽는 이유는 마음의 짐을 ‘털어내기(덜어내기) 위함’일 것입니다. 동시는 특히 이 털어냄에 가장 적당한 문학 장르가 될 수 있습니다. 시나 여타 다른 문학 장르를 읽으면서 자신의 독해력을 자책할 이유도 없을 것이고요.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성명진 시인의 동시는 「뿌리」(『축구부에 들고 싶다』, 창비)입니다. 이 시에서 화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붓꽃잎 자매는 / 올해도 옷을 / 말쑥하게 차려입고 나왔다. // 저 아래엔 / 다정하고 부지런한 / 어머니가 계시나 보다’라고요. 보라색으로 피어는 붓꽃 두 송이는 뿌리에서 자라난 것입니다. 그러니 뿌리는 꽃들의 어머니라고 비유할 수 있을 텐데요, 사실 뿌리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 시로 구성한 시인의 능력이 참 놀라운데요, 시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는 능력(시상)’에 기인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보이는 것이지만 생경하게 구성하는 능력에 기인하기도 합니다. 시 「산골의 밤」 의 ‘그 속에 / 별 몇 개 넣어 줍니다’와 같은 문장처럼요.
기회가 되신다면, 동시집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시집으로 다 채울 수 없었던 ‘나라는 감정’에 가까워지는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 시 쓰는 주영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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