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호수에만 가면 돌을 던진다 / 이승희
물을 열어보는 아이들
물 속으로 가만히 얼굴을 넣는 아이들
물이 되는 아이들
물고기처럼 아득히 흩어지는 아이들
둥글게 펼쳐지고
아이들은 물 속에서
모르는 곳을 향해
모르던 곳을 향해
보이지 않는 풍경을 만들며
즐겁게 가라앉는다
물은 부드럽고
물은 따뜻하고
물은 모르는 곳과 이어져 있고
희미한 빛은 뭉쳐
계단을 만들거나
계단 아래 숨거나 들키는 일
좋은 기분으로 울어보고
그런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
풍경이 꼬리처럼 즐겁게 흔들린다
- <상상인> 2025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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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희 시인1965년 경북 상주 출생. 서울예전 문예창작과 졸업1997년에 《시와 사람》 신인상, 1999년에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시집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 『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산문집 『어떤 밤은 식물에 기대어 울었다』.2019년 전봉건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