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하여 / 김용택
바람에 대해서
아침 바람과 저녁 바람과
때늦은 봄바람의 꽃샘추위에 대해서
몰려다니는 여름 구름에 대해서
햇살에 대해서
비와 눈과 서리와 이슬에 대해서
느티나무 단풍과 팽나무 새싹과
앵두나무 우물가에 앵두 같은 입술에 대해서
봄맞이,냉이, 광대살이,씀바귀
개불알꽃들에 대해서
가을 노란 산국에 대해서
산수국꽃에 앉은 부전나비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하고 말허고 기억하고
그 꽃들이 피고 지는 날에 대해서
그 유일무일했던 날들에 대해서
그런 것들로 사랑을 예감하고
사랑을 나누던
풀밭에 바람을 잡고
이별을 통보하고
앉아 울고
금이 간 두 손을 잡고
울고
사랑은 가고
그 사랑에 대해서
- 시집 『사랑 말고는 뛰지 말자』 (난다, 20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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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택 시인
1948년 전북 임실 출생. 순창농림고등학교 졸업
시집 『나비가 숨은 어린나무』 『모두가 첫날처럼』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 『사랑 말고는 뛰지 말자』 등
시선집 『그리운 꽃편지』 『참 좋은 당신』 『사랑이 다예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등
동시집 『내 똥 내 밥』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할머니의 힘』 『어쩌려고 저러지』 『은하수를 건넜다』 등
산문집 『심심한 날의 오후 다섯 시』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좋겠어요』 등
1986년 김수영문학상, 1997년 소월시문학상, 2012년 윤동주문학상 등 수상
초등학교 교사 퇴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