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23(한해의 끝, 또 다른 한 해의 시작)

[김태종]

다짐달, 서른하루, 해날.

한해를 또 살았습니다.

새해 첫날이라고 해서 더 들뜰 것도 없고

무슨 특별하게 이름이 붙은 날이라고 해서

그 때문에 발걸음 가락이 달라지지도 않고

그렇게 매 순간을 살아왔고

하루 하루를 건넜으며

그러다 보니 한 해의 끝이 바로 코앞입니다.

한해 삼백예순다섯 날,

그 사이 즐거운 일도 많았고

내게 와서 마음 기댄 사람들도 있었고

내가 해야 할 일들 앞에서 한 번도 비겁한 일도 없었으며

그런 틈틈이 누릴 것들 누리기도 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보니 그 모든 시간들이

내 안에 고스란히 쌓였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저녁,

운동도 열심히 했고

여전히 냉수욕을 했으며

책 읽으며 나 자신이 얼마나 무식한지를 확인하던 그 짜릿한 통증들까지

모두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내다보는 다음 해,

내일 또 떠오를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그 새해가 들어올 자리를 마련하는

내 긴 날숨 한 자락,

들숨 끝의 시원하게 토해내는······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