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아름다운 동해안길이 좋아요(포항 영일대에서 포항 화진까지 35km)
4월 8일, 아침 6시에 숙소 앞 해변에 나가 일출을 감상하려니 동쪽하늘에 구름이 끼어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 계속 동해안을 끼고 올라가는 행로에 찬란한 광채를 접할 기회가 있으리라 여겨 방으로 돌아왔다. 7시 이전에 가방을 챙겨 차에 실은 후 아침 식사를 하러 가기 때문에 아침마다 쫒기듯 바쁘다. 숙소 인근의 식당에세 전주콩나물국밥으로 아침을 들고 8시에 포항시와 접경하고 있는 영덕군 화진항으로 향하였다.
부산에서부터 24명이 함께 걷다가 2명이 포항에서 돌아가고 새로운 2명이 3일 일정으로, 3명은 하루 일정으로 참가하여 출발인원은 27명이다. 포항 이후의 코스는 지금까지 걸었던 해파랑길보다 평탄한 편, 해변을 따라 걷는 바닷가보다 포장도로로 걷는 구간이 더 많은 편이다. 주행거리는 35km로 평소와 비슷하나 행로가 평탄하여 오전과 오후에 두 차례씩 평소보다 긴 휴식시간을 가지고 한결 여유롭게 걸을 수 있어 좋다. 당일 코스로 참가한 이승희, 김혜명 씨가 식혜와 카스테라, 과일 등을 넉넉하게 후원하여서 간식 먹거리도 풍성하다. 흥해읍 칠포리 해안의 동호횟집에서 점심으로 든 우럭탕도 맜있고 60대의 부부가 손수 가꾼 재료로 만든 반찬도 다른데보다 깔끔하였다.
일주일 내내 화사하게 핀 벚꽃을 감상할 수 있어 좋고 도로 양편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소나무 숲길을 지나는 것도 상쾌한 기분이다. 오전과 오후에 휴식을 취한 칠포와 월포 해수욕장의 경관이 아름다웠고. 오후 5시 반, 창밖으로 넓은 바다가 보이는 화진항의 숙소(노벰버 팬션 & 호텔)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었다. 하루 일정에 참가한 이승희, 김혜명, 최영미 씨는 아쉬운 마음으로 이곳에서 부산, 대구, 포항으로 돌아갔다.
포항에서 화진항으로 가는 아름다운 해안에서
저녁 6시 반, 숙소 바로 옆의 청기와 횟집에서 물회로 저녁을 들고 그간 걸어온 과정을 돌아보며 이번 걷기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평가회를 가졌다. 평가회에서는 참석자 전원이 이번 걷기코스가 매우 아름답고 한일우정과 상호존중의 걷기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하였다. 이날까지 걷기를 마치고 다음날 일본으로 돌아가는 엔요 교코(66세, 고등학교 교사) 씨는 '아름다운 해파랑길, 아주 좋아요. 원자력발전소를 돌아본 것 유익하였고. 내년 조선통신사 5차 걷기에도 참가합니다.', 77세의 사토 에이코 씨는 일본에서 내륙에 살아 바다를 볼 기회가 적었는데 내내 아름다운 바다를 지나며 어촌의 여러 가지 모습을 살필 수 있어 좋았다고 술회한다. 재일동포 안정일 씨는 '조선통신사와 한국일주 걷기에 각기 두 번씩 참여하여 고국의 산하를 일주하였으니 여한이 없다.특히 한국인과 일본인, 재일동포 세 파트가 하나가 되는 이 행사가 매우 의미가 크다.'고 피력하였고 다른 교포들도 비슷한 소견이다. 아내는 전 코스를 걷기가 부담스러워 참가여부를 고민하였으나 일본인 친구들이 보고싶고 인생을 즐기는 걷기행사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하였다고 말하여 많은 분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새로 참여한 이들 모두 다음 기회에 꼭 참가하겠다고 다짐하였고.
하루 쉬어서인지, 한방치료가 효험을 보이는지 선상규 회장의 어깨기울기가 많이 좋아졌다. 몇 분이 발바닥이 부르트고 물집이 생겨 고생하는데 모두들 무리하지 말고 삶을 즐기며 안전하게 걷자.
10. 아름다운 바닷길, 영덕대게로(영덕 화진항에서 오보해수욕장까지 25km)
4월 9일,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살피니 6시 조금 전에 옅은 구름사이로 아침해가 떠오른다. 숙소 옆 청기와 식당에서 시원한 생선탕으로 아침을 들고 8시에 화진항을 출발하였다. 출발에 앞서 어제까지 8일간 250여km의 걷기를 마치고 일본으로 떠나는 엔요 교코 씨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숙소를 나서 해안길로 접어드니 영덕불루로드라는 입간판이 나타난다. 영덕군이 내건 구호는 '이야기가 있는 생태환경로, 보행자를 위한 영덕불루로드'다. 숙소 바로 옆이 장사해수욕장, 이어서 구게항을 거쳐 대게로 요명한 강구항까지 15km가 오전 코스다. 작은 어촌마다 미역 말리는 여인들의 손길이 바쁘고 구게항의 바닷물 속에는 전복과 소라를 따는 해녀들의 모습도 보인다. 미역을 말리는 친절한 여성이 생미역 한가닥을 건네며 맛을 보라고 권한다.
후한 인심만큼 고소한 맛이다. 쓰레기 청소하는 어른들과 대화를 나누니 월, 수, 금 3일동안 세 시간씩 일하며 20만원 받는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강구항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게생산지, 항구 전체가 대게 음식점과 판매장으로 북저인다. 지난 4월 3일부터 6잏까지 이곳에서 제17회 영덕대게축제가 열린다는 현수막이 그대로 남아 있어 지금이 한철인 것을 알린다. 점심 식사는 강구항 끝자락의 바다소리 식당에서 곰치탕을 들었다. 처음 먹어보는 연한 생선탕이다. 선상규 회장은 대게로 유명한 강구에서 영덕대게를 대접하지 못하여 죄송하다고 아침부터 양해를 구한다. 어지간히 비싸야지, 큰 대게 한 미라의 값을 물으니 7만원이라고 대답한다.
영덕대게로 유명한 강구항, 대게를 내건 음식점이 보인다
점심 후 한 시간여 걷다가 휴식을 취한 곳은 창포어촌마을, 고기잡이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어황이 어떠냐 물으니 예전만 못하단다. 이유인즉 해수온도가 낮은 탓이라고. 그래도 농사짓는 것보다 낫다며 여유로운 표정이다. 그물을 쳐서 잡는 것은 숭어, 그물 쳐놓고 일주일 후에 건져올리는데 제대로 잡히면 600kg을 건지기도 한다네. kg당 3만원이어서 얼추 1800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요즘 유행하는 대박을 터트리라고 덕담을 건네니 그러면 좋지만 대박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라며 웃는다. 생태탐방로가 생계탐방로가 되었네.
창포리 고개마루에 등대가 세워지고 주변경관이 좋아 관광명소가 되었다. 힘들게 올라가니 일본 팀에서 아이스케이크를 하나씩 건넨다. 땀 흘린 후 먹는 아이스크림 맛 아는가, 오혜란 씨가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떠오른다며 좋아한다. 아이스크림 하나에 누리는 작은 행복이 걷기의 매력이기도.
오보해수욕장 입구의 파라다이스 모텔에 도착하니 오후 3시 20분, 25km를 걸어 이번 걷기 중 가장 짧은 코스다. 일찍 여장을 풀고 객실에 컴튜터가 없어 모텔 안내실에 앉아 작업하는 동안 일본인 일행이 맥주 사러 오기도 하고 투숙객도 찾는다. 주인 아주머니가 방을 비운 사이에 대신 안내를 맡기도. 언어가 안통하여 힘든 터에 맥주 파는 일 도와주어 감사하다며 차 한잔 서비스한다. 일도 보고 차도 마시니 이 또한 작은 행복이라.
첫댓글 ^^영덕에 가셨다니 딴건 몰라도 대게...정말 맛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