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 김동환 칼럼-2024.4
백성을 위하여 선한 의지를 가진 지혜로운 정치인을 꿈꾼다
기후변화로 꽃들도 방황하고 있는 4월은 한국의 정치사에서 한 획을 그을 수 있는지 자못 궁금한 계절이다.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루이 마리 앙투아네트와 프랑스 대혁명의 시발점을 그린 뮤지컬을 감상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전으로 온 나라의 열기가 한창인 시기여서인지 뮤지컬이 던지는 메시지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와 오버랩하는 계기가 되었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주인공 마리의 등장 속에 궁전의 무도회가 무르익는 가운데 불청객이 나타나 시민들은 지금 굶어 죽어가고 있다며 빵을 달라고 절규하지만, 귀족들은 냉소하며 “빵이 없다면 케이크를 먹으라”라며 조롱한다.
우리나라 국회 선거전에도 대파 한 단 값이 도마 위에 올려져 그 절규는 예사롭지 않았다. 이것도 누가 누구를 탓할 건더기가 아니다.
기후변화로 과실은 열리지 않고 벌도 날아오지 않아 꽃과 함께 나락이 된다. 그 엄중한 위기의 시대를 국회 등 정치권은 정부를 제대로 독려하거나 감시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이 쌀을 제외하고 10% 내외라는 것은 이미 이 같은 사태가 오리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 작금이다.
프랑스는 인구의 2%인 제1계급인 성직자와 제2계급인 귀족이 전체 토지의 40%를 차지하지만 면세 혜택으로 국가 재정은 바닥났지만, 인구의 98%를 차지하는 평민계급에만 세금이 부과되었다.
루이 16세 정부는 미국독립혁명의 지원으로 군사비의 과도한 지출과 귀족들의 향락으로 시민들은 왕실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다.
그 와중에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가 160만 프랑(290억 원)의 보석 목걸이를 구매했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결국 단두대에서 참형을 받는 구실이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300만 원짜리 명품 가방으로 소란스러움이 가시지 않는다.
빵집을 털어 가난한 파리시민들에게 나눠주다가 경찰에 붙잡히는 혁명의 주창자인 여성 마그리드 아르노는 기회만을 쫓지 않고 이상주의자며 참값을 향해 살아가는 페르젠 백작의 도움으로 풀려난다.
우리나라도 사욕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선한 정치인은 있을법한데 쉽게 찾기가 어렵다.
프랑스혁명에서 국민은 정의, 자유, 평등을 외쳤지만 우리나라는 공정, 상식을 외치고 있다. 그야말로 상식이 무너진 사회이고 공정하지 못하며 편법과 권력을 남용하는 사회임을 잘 반영하고 있다.
오죽하면 몸값도 하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의 월급을 중위소득으로 맞추자는 시민운동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을까.
국회의원의 수당 및 봉급은 월급 760만 원, 상여 수당 월 120만 원, 입법활동비 390만 원 등 월 평균액이 1천3백만 원 정도다.
한국의 중위소득은 4인 가족 평균 월 570만 원 정도라고 하는데 정작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의 결과는 건설노동자에도 못 미친다는 여론이 지배하고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 뮤지컬에서도 야욕을 지닌 책략가이며 혁명을 주도하면서 자신의 권력 장악만을 꿈꾸는 오를레앙공작, 부도덕한 정치 운동가로 재간이 많지만 결국 사기꾼인 자크 에베르, 최고의 권력과 지위를 지니면서도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바치는 로앙 추기경의 면면은 정치, 종교, 사회 전반의 우리나라 현실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대표적인 인물상이다.
뮤지컬에서 조명되고 있는 여성들을 보면 세상 물정을 모르면서 태어날 때부터 궁전 생활에 익숙하여 백성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여인, 화려한 장식 속에 최고의 권좌에서 부귀를 누리다가 처참한 참형을 받은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마리 앙투아네트의 진정한 친구로 혁명군이면서 시민 폭도들이 베르사유로 몰려오는 순간에도 마리 곁을 지켜주던 모성애가 살아있는 마담 랑발, 평민 출신이면서 허영심이 강한 로앙 추기경의 정부인 라모트 백작 부인, 그리고 거리의 여인이면서도 영민하고 사회의 부조리에 눈을 떠 프랑스의 빈민들을 선동하고 혁명의 주창자이지만 또 다른 제3의 권력으로 치닫는 혁명군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적 삶과 진정한 정의에 대해 참된 의미를 깨닫는 마그리드 아르노 등이 무대를 장식한다.
우리의 한국 사회에서는 이미 아이들과 놀아주는 엄마보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여인들을 더 자주 목격한다. 동네마다 산부인과는 사라지고 동물병원만 늘어난다.
조선시대 왕권을 가지고 좌지우지한 여성으로 세조 비였던 정희왕후 윤 씨는 구세력(훈구 세력)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예종이 19세에 급서하자 성종을 지명하고 수렴청정으로 정권을 잡으며, 예종이 질병을 앓고 있었는데도 모른척했던 '비정한 어머니'이다.
여성들의 수신 교양서 <내훈>의 저자이며 12년의 세월을 와신상담한 끝에 결국 아들(성종)을 즉위시켜 대비가 된 인수대비 한 씨는 정치 세력을 형성하기 위해 명나라를 등에 업고 세력을 확대하는 데 치중했다.
영조의 두 번째 왕비 정순왕후 김 씨는 사도세자의 죽음에 깊숙이 관여하고, 친정 가문의 집권 유지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개혁 군주 정조를 무력화시키는 데에 전력투구한 집념의 여인이다.
60년간 안동김씨 독재의 서막을 연 순원왕후 김 씨는 왕실의 재산인 궁방전을 김씨 가문의 재산으로 둔갑시키는 등 조선 왕실을 무력화하고 안동김씨 가문의 이익 추구에만 앞장섰다.
자유당 시절에는 권력 이인자 이기붕 부통령 아내인 박마리아가 있다. 이승만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도너의 신임 속에 이기붕을 자유당의 이인자로 만들었다. 광복군 이범석 장군을 몰아내고 장남 이강석을 이승만의 양자로 입적시켰다. 부정선거 등 부정·비리로 권력과 재산 탐욕의 도구로 국가를 농단하여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데 주력했던 박마리아는 결국 아들 이강석의 권총으로 남편 이기붕과 동생 이강욱과 함께 비명에 갔다. 박마리아는 권력을 잡기 전에도 ‘내가 이대를 나온 사람이다’라며 이대 부총장과 대한부인회장(현 한국부인회 전신)을 지내기도 했다.
이승만의 비서를 지냈던 박용만은 ‘굉장한 에고이스트(이기주의)다. 퍽 욕심이 많고, 남에게 지기 싫어했으며 지나치게 자존심이 강했다. 무척 인색했고 콧대는 대단히 높았다. 남에게 자기 것은 쌀 한 톨도 주는 법이 없으면서도, 남이 주는 것은 주는 대로 받았다’라고 회상한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을 3시간가량 감상하며 22대 총선에서 국민은 어떤 인물을 선택할까 가늠해본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