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범
"특별한 선수이고 싶다. 하지만 특별대우는 필요없다."
돌아온 이종범이 달라졌다. 구름 관중을 몰고오는 인기나 지명도를 생각하면 눈에 거슬리는 모습이 불쑥 튀어나올 법도 한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이종범은 인천 원정 숙소인 올림포스호텔도 김종국과 함께 다른 선수들처럼 2인 1실을 사용했고, 음식 등 모든 것에 군소리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이종범은 올해 31세. 기아 타이거즈에서 그에게 선배 소리를 듣는 선수는 이강철 오봉옥 김태룡 정도다. 덕아웃에서 부딪치는 웬만한 선수들은 그에게 고개를 숙인다. .
1일 인천구장. 4시쯤 덕아웃에 가방을 푼 이종범은 그라운드로 줄달음 치듯 나섰고 배팅 케이지의 타석에서는 눈빛부터 달랐다.
몸을 풀던 중 갑자기 비가 내리자 후배들을 이끌고 바구니에 연습공을 주워담기 시작했다. 솔선수범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여준 것. 비를 피해 덕아웃에 들어와서는 얌전한 후배로 돌아와 있었다. 미리 자리잡고 있던 선배 이강철이 "음료수 한병만 갖다 달라"고 말하자 곧장 냉장고로 향했다.
비가 잠시 그치자 곧바로 배팅연습에 들어간 이종범은 자신의 순번이 끝났지만 망설임 없이 김성한 감독에게 연습 연장을 요구, 다시 방망이를 잡았다. 구슬땀을 흘리는 선배 앞에서 후배들이 요령을 피운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분위기.
이종범은 인터뷰 때마다 "예전의 끈끈했던 모습들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며 "자신이 앞장서서 예전의 팀 분위기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종범은 그 말을 착실히 지켜가고 있다.
〈 민창기 기자 huel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