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까지는 통상 3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데, 관광객을 위한 특별열차라서 그런지 정차하는 곳이 많고, 정규열차를 수시로 비켜주는 경우가 있어서 5시간가량 소요됐다. 허리도 아프고, 지루하고, 힘들었지만 단순히 눈을 마음껏 즐기기 위한 일정이었기에 태백에 당도하기 1시간 전부터 사방으로 보이는 설경을 신나게 감상했다.
눈 덮인 그림 같은 풍경 속을 달리고 있는 기차에 내가 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영화 속이 한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기분이 붕 떠올랐다. 기차가 강원도에 접어드니 천지가 눈이다. 특히 태백시 추전동에 위치하고 있는 남한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고 추운 곳에 자리하고 있는 '추전역'을 통과하고부터는 대단한 눈이다.
순간 감동적인 맛에 취한 우리들은, 잠시 쉴 틈도 없이 집 안팎을 구경하고는 아쉬운 마음을 남겨둔 채 태백산 눈 축제가 열리는 소도동으로 갔다. 눈 축제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입구의 대형버스 주차장은 만원이다. 차를 세우고 미끄러운 눈길을 20분을 넘게 걸어야 겨우 행사장에 갈 수 있을 정도로 붐빈다.
중간 중간에 주차장이 있기는 했지만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만원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들처럼 마냥 걸을 수밖에 없었다. 추워서 힘들기는 했지만, 그냥 사방의 눈을 감상하면서 걸었다. 산에도 들에도 개울에도 온통 눈이다. 참 눈 많다. 눈을 원 없이 보니 기분 좋다.
매표소를 통과할 쯤 되니 뒤에서 무료 셔틀버스가 들어온다. 아래 버스주차장에 차를 세운 사람들을 위해 특히 행사장이 너무 멀어 걷기 힘든 노약자들을 위해 무료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구나! 대단했다. 난 노약자가 아니기에 아직 건강하기에 힘차게 걸어서 갔다. 내려 올 때 힘들면 '타는 것도 쉽지는 않겠지만, 타게 되면 타고' 하는 마음으로 그냥 올라갔다.
급하게 1층부터 3층까지 올라 1~7전시실까지를 살펴 본 다음, 지하에 있는 조선시대의 원시적 채탄에서부터 기계화 채탄에 이르기까지의 변천 과정을 둘러보았다. 천천히 둘러보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박물관을 둘러 본 나는 주차장까지 걸어 내려와 다시 버스를 타고는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黃池)'를 보기 위해 이동하다가 차량 정체가 심해서 포기하고는 태백역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30분 정도 남아서 난 역전에 있는 특산품 매장을 방문하여 지역에서 많이 나는 취나물을 넣어서 만든 냉면과 찐빵을 산 다음 귀경 열차에 올랐다.
일정이 너무 빠듯하고, 주차장이 너무 멀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차량 정체 등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여 많은 것을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눈을 보기 위해 떠난 여행답게 태백의 초입에서부터 태백을 떠날 때까지 6시간가량 천지에 펼쳐진 설경을 마음껏 구경한 행복한 하루였다. 설국 태백은 정말 눈이 많아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