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유 단편소설]
코리아 환타지아:(上)
"북한정권을 붕괴시킵시다"…박 대통령, 시진핑에게 친서
<2014년 7월3일 서울> 구름이 낀 날씨가 예보되었으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용기가 서울 도심에서 멀지 않은 서울공항에 착륙했을 때는 햇볕이 내려쬐기 시작했다. 날씨가 좋아지자 기분이 한결 좋아진 시 주석은 리무진을 타고 청와대로 직행, 청와대 본관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서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주석님!” 박 대통령이 중국어로 인사하며 손을 내민다. 그 손을 잡으며 시 주석은 좀 서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대통령님”이라고 답했다. 그의 이번 방문은 박 대통령의 013년 중국 국빈방문에 대한 답방이었다. 시 주석은 바로 2층 영빈관으로 안내되어 박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통역만 대동한 이 단독회담에서 두 정상은 먼저 덕담을 나눈 뒤 오후로 예정된 확대정상회담에서 다룰 의제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짧은 단독회담이 끝날 무렵 박 대통령은 통역들을 먼저 내보내고 시 주석에게 얇은 봉투 하나를 건네 주었다. “주석님, 이것은 우리 두 나라에 모두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나중에 호텔에 가셔서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박 대통령은 여전히 미소띤 얼굴로 중국어로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영어와 프랑스어는 상당한 수준급이고 중국어도 기초회화는 할 수 있는 실력이다. “그러겠습니다.” 시 주석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덩치가 크고 마음씨 좋은 동네 아저씨 같은 시 주석은 회색 정장 양복차림이었는데, 그의 숱 많은 검은 머리는 61세라는 나이보다 그를 훨씬 젊어보이게 했다. 그리고 그의 수줍어하는 듯한 미소는 그가 13억 인구와 국민생산 세계 2위의 사회주의국가 지도자라기보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 같은 인상을 풍기게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붉은색 계통의 상의에 흰색 바지를 입었는데 그의 우아한 용모와 날씬한 몸매는 62세 나이를 믿기 어렵게 했다. 오후에 두 나라 외교·경제 각료들이 동석한 확대정상회담을 끝내고 청와대 영빈관에서의 만찬 등에 참석한 후 숙소인 신라호텔로 돌아간 시 주석은 호화로운 욕탕의 따뜻한 물속에서 목욕을 하고 나와 푹신한 리클라이너(등받이가 움직이는 안락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리모트 컨트롤(리모콘)로 벽에 걸린 삼성 65인치 초고화질 TV를 틀었다. 마침 KBS 9시 뉴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어를 몰라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화면에 비친 한국인들의 진지한 환영 무드는 짐작할 수 있었다. 1992년 한‐중 양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전 두 나라는 적국이었다. 중국이 한국전쟁(1950~53)에 참전함으로써 한반도가 1950년에 통일되지 못했다고 한국민은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과 중국은 아주 친밀한 관계가 되어 있다. 오늘날 중국은 한국 최대의 무역상대국이고, 매년 400만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한국을 찾아와 관광하고 쇼핑을 한다. 그리고 한국 TV 드라마들은 수억 명의 중국인들을 매일 밤 TV 앞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시 주석은 만족한 표정으로 침대에 올라가려다가 낮에 박 대통령한테 받은 편지 생각이 나서 옷장에 걸린 자기 양복 안주머니에서 그것을 꺼내 침대로 가져갔다. 실내 통로로 연결되어 있는 옆방에 따로 들어간 펑리위안 부인은 벌써 잠이 들어있었다. 부인은 청와대 정무수석의 안내로 별도로 바쁜 일정을 보낸 뒤라 상당히 피로한 상태였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의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그의 표정은 점점 심각해졌다. 내용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편지에 이렇게 썼다. "북한의 김씨 세습독재정권은 우리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미국에게 골치아픈 존재이며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평화에도 위협이 되고 있음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바입니다. 한(韓)민족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500만 북한 주민이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폐쇄사회에서 빵도 자유도 없이 고초를 겪고 사는 것을 우리 대한민국은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무능하고 잔인한 김씨 세습정권은 권력 유지에만 급급하고 인민생활 향상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비교적 현실 감각이 있었던 장성택과 리영호 전 인민군 총참모장 등이 무참하게 처형된 것이 여실히 보여주듯이 김정은 정권의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라 조폭들이 지배하는 땅과 다를 바 없습니다. 리영호는 ‘인민생활이 어려운데 인공위성이나 자꾸 발사해서 뭐하는가, 시급한 것은 인민생활 문제를 푸는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숙청되었다 합니다. 최근 탈북한 사람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북한 당국은 약 3개월에 한번 정도로 대단하지도 않은 범죄자들을 공개 총살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인민들에게 공포심을 불어넣어 무조건 복종하게 만들기 위해 공개처형을 억지로 보도록 강요한다고 합니다. 이런 것은 스탈린 독재하의 옛 소련에서도 보기 드물었던 만행입니다. 탈북자들 말에 의하면, 북한정권은 인민들을 먹이지도 못하고 살 집도 제대로 마련해 주지 못한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의 상위 10% 특권층만 쌀밥이나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고 나머지 대부분의 인민은 강냉이와 시래깃국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신발 한 켤레 사기 힘들고 1㎏에 3만원이나 하는 돼지고기는 그림의 떡이라고 합니다. 한 유엔보고서도 북한 주민 930만명(전체인구의 37.5%)은 현재 굶주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이대론 못살겠다. 차라리 미군이나 쳐들어 왔으면 좋겠다’고 한답니다. 굶주리는 것은 주민들만이 아닌 모양입니다. 군인들도 보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민가에 들어가 식량을 강탈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모자라 굶주린 군인들이 김정은 호위사령부용 식량을 싣고 가는 화물열차를 습격하여 식량을 강탈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 고성능화, 대한민국 기습공격을 위한 무기 개발과 도입에만 돈을 펑펑 쓰고 인민들 굶주린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므로 유일한 해결책은 대한민국과 중국 그리고 미국이 힘을 합쳐 현 북한정권을 붕괴시키고, 서독이 동독을 흡수하여 독일을 통일한 것처럼 대한민국이 북한을 흡수하여 한반도를 통일하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당장은 미국보다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 없이는 북한 정권의 자체 붕괴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중국 정부가 북한 군부의 지휘관 몇 명과 접촉하여 김정은 정권을 제거하도록 하는 방법 밖에 없어 보입니다. 일단 김정은 정권이 붕괴되면 우리 대한민국은 즉시 북한의 굶주린 주민들을 먹여 살릴 것입니다. 우리는 잉여식량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므로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을 먹일 충분한 쌀과 기타 식료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이 대규모로 중국 만주지역으로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므로 그 점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대한민국 주도의 조속한 한반도 통일의 당위성과 방법을 설명한 박 대통령은 이어 통일 후의 한반도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아래와 같이 밝혔다. *통일된 한반도는 영세중립국임을 선언할 것이다. 한국과 북한이 각각 외국과 맺은 군사조약은 모두 무효임을 선언할 것이며, 통일한국 정부가 탄생되어 유엔의 승인을 받으면 모든 외국 군대는 한반도에서 철수한다. 그러나 한국과 북한이 외국 정부나 외국 기업과 체결한 경제조약은 통일한국 정부가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어 계속 효력을 유지한다. *통일한국은 자체방위를 위한 적당한 규모의 병력은 보존하되 핵무기는 모두 폐기할 것이다. *통일한국은 민주주의 시장경제에 기초한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계속 나아갈 것이며 동북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의 경제발전과 평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7월26일 서울> 한국전쟁 정전협정 기념일을 하루 앞둔 7월26일 밤9시40분경, 북한이 황해도 장산곶에서 동해 쪽으로 사거리 500㎞ 내외로 보이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7월9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로써 북한은 2014년 들어 100여발의 미사일과 로켓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해방전쟁은 공화국에 대한 지배를 노린 침략자들의 날강도적인 무력침공으로부터 민족의 자주권과 영토완정을 수호하기 위한 정의의 전쟁이었다.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이 7월27일을 '승전일'이라며 떠드는 것은 가련하기 짝이 없는 하나의 정치만화”라고 주장했다. <7월27일 평양>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 황병서는 그들의 소위 “전승절”인 7월27일 금수산태양궁전 열린 육해공·전략군 결의대회를 열고 "만약 미제가 핵항공모함과 핵타격 수단들을 동원하여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위협하려 든다면, 우리 인민군대는 악의 총본산인 백악관과 펜타곤을 향하여, 태평양 상에 널려 있는 미제의 군사기지들과 미국의 대도시들을 향하여, 핵탄두 로켓들을 발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동신문이 보도했다. 인민군 2군단장 김상룡은 "군단 장병들은 남녘 해방의 공격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고, 해군사령관 김명식 상장은 "남해를 적들의 검붉은 피가 흐르는 죽음의 바다로 만들 것"이라고 했으며, 항공 및 반항공군 사령관 리병철은 "우리 비행사들은 돌아올 연료 대신 폭탄을 가득 적재하고 침략의 본거지들을 무자비한 징벌 타격으로 말끔히 소탕해 버릴 것"이라고 떠들어 댔다. 그러나 이른바 혈맹인 중국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 없이 철저히 무시했다. 북한은 해마다 정전협정기념일 행사에서 중공군 참전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혈맹관계를 과시해 왔었다. <8월7일 서울> 한국정부는 통일준비위원회(위원장 박근혜 대통령)를 조직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통준위’는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방안 등을 포함한 ‘통일헌장’을 만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8월14일 서울> 교황 후란치스코의 서울 도착과 동시에 북한은 방사포를 오전에 3발, 오후에 2발, 도합 5발을 발사했다. 인터넷에서 한국 네티즌들은 북한이 교황의 한반도 방문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축포를 쏜 것으로 이해하자는 농담을 공유했다. <8월19일 서울> 북한이 북·중 국경 지역인 양강도에 창설한 12군단에 최근 탱크와 장갑차가 추가 배치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12군단은 유사시 중국군의 적대행위에 대응하도록 훈련된 부대다. 탱크 한 대 없던 양강도 지역에 80여대의 탱크가 배치되고 장갑보병 부대, 방사포 부대, 특수전부대 등이 추가로 파견되어 공격형 군단으로 강화되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이른바 혈맹이었던 중국이 언제 배신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8월26일 베이징> “저지우싱러"(這就行了)! 런우커런(忍無可忍)!”<그만 됐어! 더 이상은 그냥 두고 못 보겠다!”>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최근 동향에 관한 보고를 받고 혼자 그렇게 중얼거렸다. 강대국들이 약소국과 맺은 상호방위조약 때문에 제1차 세계대전이 발생한 것처럼 북한과 남한이 각각 중국 또는 미국과 맺은 상호방위조약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다시 전쟁에 휘말려들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김정은 정권을 “처치”하기로 결심하고 중난하이(中南海) 회의실에서 중앙군사위원회 간부회의를 비밀리에 소집했다. 시진핑은 중국공산당 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등 세 가지 감투를 쓴 최고지도자다. 중앙군사위 간부들에게 시 주석은 평소의 온화한 표정 대신 상당히 긴장된 얼굴로 회의소집 이유를 밝혔다. 그는 과도해지는 북한의 무력시위가 남한과의 무력 충돌로 발전할 위험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말하고, 한국 방문 중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은 극비 친서를 내보이고 그 내용을 설명했다. 약 한시간 동안의 토론 끝에 중앙군사위원회는 북한의 김씨 세습정권을 붕괴시키기로 결정했다. 외부세력에 의한 붕괴는 전쟁 위험 때문에 불가하고 북한 내부 세력에 의한 자체 붕괴가 최선책이며 김정은이 나이 들어 확고하게 정권을 장악하기 전에 제거하는 것이 쿠데타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김정은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기 전에 북한정권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9월9일 평양> 북한 건국 66주년 기념일 축사를 보내면서 시진핑 중국 주석은 이른바 중‐북관계 ‘16자 원칙’을 처음으로 뺐다. 16자 원칙이란 중국과 북한 간에 ‘전통계승, 미래지향, 선린우호, 협조강화’ 정신을 지켜나가자는 것으로 2001년 당시 장쩌민 주석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합의한 양국관계의 기본 원칙이다. 이후 중국은 후진타오 시대에도 북한에 축전을 보낼 때면 16자 원칙을 빠짐없이 언급했고 2013년 시 주석이 보낸 북한 정권수립일 축전에도 이 문구는 포함됐었으나 2014년에는 처음으로 빠진 것이다. 시진핑 주석 하의 중국은 북한이 중국 안보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위협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이 동부 국경지역에서 미군과 바로 부딪치지 않게 북한이 완충지역 역할을 해주므로 북한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으나 핵무장한 북한은 중국과 미국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시켜 제2의 한국전쟁을 유발시킬 위험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 같은 예측 불가능한 우방보다는 중립적인 통일한국이 인접국가가 되는 것이 중국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과 국빈방문을 서로 교환하면서도 북한 김정은의 방북요청은 계속 거절하고 있다. <10월1일 평양> 북한주재 중국대사관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65주년 기념파티가 열렸다. 중국대사관은 평양 모란봉구에 위치한 작은 공원 크기의 넓은 대지에 4층으로 지어진 흰색 건물이다. 북한 정권은 그 동안 중국의 친한정책에 불만을 품고 노골적으로 중국을 비난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역효과를 낸다는 점을 깨달았는지 다시 태도를 바꾼다. 그래서 중국대사관 파티에 초청된 북한 군부 실세 3명(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인민군 총정치국장 황병서, 인민군 총참모장 리영길, 인민무력부장 현영철) 중 황병서를 제외하고 리영길과 현영철은 모습을 나타냈다. 평양 주재 중국대사는 공식 축하행사가 끝난 후 두 북한군 장성을 자신의 관저로 인도해 갔다. 세 사람은 안락의자에 앉는다. 중국대사가 그의 특유한 바리톤 음성으로 먼저 입을 열었다. “바쁘신데 이렇게 와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두 장군을 이렇게 따로 모신 이유는 제가 베이징으로부터 받은 극비훈령 내용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리영길 조선인민군 총참모장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긴장한 표정으로 대사를 바라본다. “우리 중국 정부는 두 장군께서 김씨 세습독재를 붕괴시키고 진정한 인민공화국을 건설하도록 강력히 촉구합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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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