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 또 다른 냉전(http://ian3714.blog.me/220429428453) 참조
지난 이야기에서 지구는
대충 망했습니다.
왜 망했냐구요? 뭐 지구 망하는 데에 이유가 필요해요? 무슨 소설에서는 시작하자마자 주인공이 자기 집 철거하겠다고 들쑤시는 공무원들이랑 대판 싸우다가 갑자기 소설 시작하고 50페이지만에 외계 함선이 쳐들어와서
니들 행성이 초공간 우회 고속도로 만드는 데에 방해되니까 철거하러 왔엉(^오^) 사전 고지? 여기서 고작 4광년 떨어진 알파 센타우리에 고속도로 설계도랑 철거명령서를 무려 50년 동안이나 붙여놨잖아? 충분하지 않음??
니들 행성이 초공간 우회 고속도로 만드는 데에 방해되니까 철거하러 왔엉(^오^)
사전 고지? 여기서 고작 4광년 떨어진 알파 센타우리에 고속도로 설계도랑 철거명령서를 무려 50년 동안이나 붙여놨잖아? 충분하지 않음??
이라고 말하고 고작 2분도 안되어 행성파괴무기를 날려버리는 경우도 있더만요!
아 알았어요. 뭐 귀찮지만 대충 설명해보죠 뭐.
히틀러의 밑에는 공돌이를 갈아넣는 전문 노가다 집단인 토트 조직이라는 게 있었던 건 다들 아실 거예요. 얘들이 발트 해에서 뭔가를 끄집어냈는데, 전쟁이 끝난 이후로 소련이 이 뭔가를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로 끌고 갔단 말입니다. 그게 뭘까요?
뭐긴 뭐야. 크툴루지.
슬라브 신화에 나오는 불사의 거인 이름을 따서 '프로젝트 코셰이'라 불리는 이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까딱 하면 서유럽을 통과하여(근데 가는 길에 있는 동유럽은 어쩌구염?) 미 본토까지를 초토화시킬 기세였습니다.
그럼 소련이 크툴루만 갖고 있었냐? 아니죠.
네, 그렇습니다. 올드 원 전용 부정형 메이드 쇼거스도 있습니다. 최소 4마리, 최대 288마리로 추정되는 전문 종복 부대가 있었고,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중 어느 무자헤딘 지도자의 은거지 마을 한 개를 불과 90분 이내에 분자 단위로 분해해서 싸그리 먹어치운 바가 있습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거 1931년 드레스덴 조약 위반이에요!! 우주적 존재는 절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고 대중에게도 철저히 은폐해야 한다는 사항은 심지어 그 망할 놈의 히틀러도 준수했다구요!
이런 썅, 지구 전체에 산재한 핵무기로도 지구 멸망을 향한 카운트다운이 째깍째깍 돌아가는데 신적 존재를 무기화해요? 세이크리드 랜드입니까?
아 물론 소련이 독점하고 있는 이런 신적 존재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선망이 없을 리가 없죠. 붉은 여왕 효과가 매우 잘 돌아가는 이 뭐 같은 세상에서, 제자리에 멈춰 있기 위해서는 죽을 것처럼 뛰어야 한단 말입니다! 핵무기 가져보겠다고 아둥바둥대는 북쪽의 어느 3대째 집권 중인 봉건 왕국처럼, 다른 나라들도 이런 신적 존재를 가져보겠다고 눈치 싸움을 벌여요.
그리고 그게 사담 후세인이에요. 내 그럴 줄 알았어 젠장
혁명을 통해 신성 이슬람 공화국을 건설하고 거의 나폴레옹 수준의 세계구급 어그로를 연신 끌어대는 독불장군 이란에 맞서, 세속주의 군사독재를 유지하려는 다른 아랍 국가들은 이 이란을 견제하고 한 대 쎄게 때려주겠다고 뭉쳤고, 그 총대를 멘 게 바로 이라크라는 점은 다들 알고 계실 거예요. 그래서 이란-이라크 전쟁이 벌어졌는데, 이 시점에서 이라크가 손을 댄 게 뭐게요?
요그 소토스요.
결국 이라크 동부 습지대의 모든 마을이 한순간에 녹아 사라지자, 겁먹은 이란은 무려 이스라엘(?!)과 손을 잡고 비밀리에 핵무기를 구입합니다(!!). 물론 소련도 그걸 알게 되었고요. 소련 입장에서 생각해보자구요. 지금 미국은 이란-콘트라 사건 때문에 강제 중립 중이고, 시리아와 리비아와 북한 등을 제외한 거의 전 세계(당연히 소련 포함)가 이라크의 편을 드는 와중에 이란이 미국 꼬붕 이스라엘에게서 핵무기를 구입했습니다. 지금 미국이 호메이니의 편을 든단 말인가요??
이란의 핵무장 2시간 후, 레이건 대통령이 헬싱키에서 "15분 내로 폭격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라는 정신줄 내다버린 농담을 하자마자 소련의 핵공격이 나일 강에서 카이베르 고개까지를 휘감았습니다. 그렇다고 요그 소토스가 뒈짐당할 리는 없고, 아마 바스라의 요그 소토스 사원에서 기어나온 그 놈은 중동 전체를 먹어치우고 있었겠죠.
그리고 크툴루가 잠에서 깨어나 대서양으로 향합니다. 유럽과의 교신은 완전히 끊겼고요. 아, 모스크바와는 교신이 가능하다는 게 희망이라면 희망이겠네요. 서로 핫라인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주 예쁘게 밀봉포장된 쌍욕밖에 없다는 게 문제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일부 사람들을 데리고 고대 문명이 만들어놓은 통로를 통해 다른 행성으로 향합니다. 그중에는 XK-마사다 같은 머나먼 사막 행성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살기 괜찮은 행성도 있었어요.
우리 은하 어딘가의 별에 있는 어느 행성의 어느 위성이었죠. 지구에서 살다 간 점성술사들과 천문학자들이 수천 년 동안이나 불러온 '데네브'라는 이름이 있었지만, 지구를 버리고 새 터전에 정착한 인류는 머리 위의 그 별과 발을 내딛은 그 땅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줍니다.
아시야(Assiah, 물질계) 항성계의 말쿠트(Malkuth, 왕국) 행성이라고 말입니다.
지구를 버린 인류는 지구와 이어지는 통로인 웜홀을 닫고 봉인합니다. 지구를 잃은 슬픔은 생각보다 금방 사라졌고, 말쿠트에서 잘 먹고 잘 살죠. 단 한 가지, 우주적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를 제외하면 말입니다. 인류는 가끔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누군가는 신앙을 잃고 누군가는 알코올 중독이런 젠장 이놈의 술은 은하 건너편에서도 문제야에 시달렸습니다.
그렇게 극소수의 인류가 말쿠트에 정착하고 2200년이 지났습니다. 목숨만 부지해서 넘어오느라 온갖 과학기술을 다 실전한 상황에서도, 2200년이면 어쨌든 문명을 재건하기에는 넘치고도 넘치는 기간이죠. 그 동안 인류는 오직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것을 다 했습니다. 그들은 기계처럼 움직이는 사회 속에서 오로지 효율성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고, 고대의 악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과학기술 재건에 매달렸습니다.
인류는 스스로를 이드라 불렀습니다. 왜 이드라 부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것은 사회에 있어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항이었으므로 곧 아무도 알지 못하게 되었지만죠. 암튼 그래서 인류의 국가는 이드 주권국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28세의 젊은 나이에 이드 주권국의 관리관(overlord)으로 임명될 정도로 좀 지나치게 유능하고 그 이상으로 호전적인이거 뭔가 불안한데... 비르핌 덴 이리다르(이리다르의 비르핌)은 마침내 그간 봉인했던 웜홀 기술을 다시 부활시키기로 결정합니다.
크툴루요?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뭐 그래도 말쿠트에서 영원히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일단 나가서 싸우기라도 해야 하잖아요? 이것이 비록 숭고한 자살행위일지라도 말입니다.
첫댓글 overlord를 관리관으로 번역했습니다. 전제 패권정이 정확히 뭐해먹는 체제인지는 몰라도 뭔가 관료주의의 냄새가 나는 걸 보면 overlord도 공무원 쪽에서 따왔으면 싶었는데, 처음에는 당상관(?)을 생각했다가 그건 좀 아니다 싶어서 한국 공무원 체계상 1급에 해당하는 명칭을 넣었습니다. SF에서 오버로드가 처음 등장하는 그 전설적인 명작 <유년기의 끝>에서도 오버로드는 스스로 관리관 역할을 자처했죠. 지구를 잘 관리해서 인류를 초월시켜줬으니까요.
전제 패권정은 소련과 같은 느낌의 정부형태라 력설사가 말했었죠. overlord는 감독관 내지 력설사의 설명을 바탕으로 하면 서기관 정도.상위체계에서는 최고 관리관이라고 한패에서는 나오죠. 저는 최고 감독관이나 최고 서기관이라고 하고 싶지만요 ㅋ
@키룩키룩 Materialism이 원래 유물론인걸 감안하면 총서기가 맞을수도...
재밌네요. 지구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 것인가
첫댓글 overlord를 관리관으로 번역했습니다. 전제 패권정이 정확히 뭐해먹는 체제인지는 몰라도 뭔가 관료주의의 냄새가 나는 걸 보면 overlord도 공무원 쪽에서 따왔으면 싶었는데, 처음에는 당상관(?)을 생각했다가 그건 좀 아니다 싶어서 한국 공무원 체계상 1급에 해당하는 명칭을 넣었습니다.
SF에서 오버로드가 처음 등장하는 그 전설적인 명작 <유년기의 끝>에서도 오버로드는 스스로 관리관 역할을 자처했죠. 지구를 잘 관리해서 인류를 초월시켜줬으니까요.
전제 패권정은 소련과 같은 느낌의 정부형태라 력설사가 말했었죠. overlord는 감독관 내지 력설사의 설명을 바탕으로 하면 서기관 정도.
상위체계에서는 최고 관리관이라고 한패에서는 나오죠. 저는 최고 감독관이나 최고 서기관이라고 하고 싶지만요 ㅋ
@키룩키룩 Materialism이 원래 유물론인걸 감안하면 총서기가 맞을수도...
재밌네요. 지구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