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와 만난 첫번째 책이 "도쿄기담집(東京奇談集)"이다.
즉 앞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여러권 더 읽을 예정이다.
5편의 단편소설이 실려있다.
: 우연 遇緣 여행자
: 하나래이 해변 海邊
: 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
: 날마다 이동하는 콩팥 모양의 돌
: 시나가와 원숭이
우연여행자:
"나 무라카미는 이글의 필자다.
이이야기는 거의다 삼인칭으로 서술되었지만, 첫머리에 화자가 먼저 얼굴을 내밀게 되었다.
옛날식 연극처럼 커튼 앞에 나서서 몇 마디 해설하고 인사한 다음에 물러날 것이다.
아주 잠깐이면 끝날테니 잠시만 함께해 주셨으면 한다.
왜 내가 여기에 얼굴을 내밀었는가 하면, 과거에 내신상에 일어났던
몇 가지 '신기한 일'에 대해 직접 말해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하 생략
이 글의 도입부에서 이책을 읽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훅~ 다가오는 이런 마법의 글을 만났다.
그냥 빨려들어 가면서 읽게 되었고, 스스로 기이한 우연,
그러한 우연의 연속 끝에 내가 존재하는 것 같은, 과거 나의 우연들에 대하여 여러 생각들이 복합적으로 떠오르게 된다.
참 우리 모두는 그러한 우연의 실타래를 한웅큼씩 안고 살아가는 것인가 보다.
그러한 우연의 연속이 본인이 자각할 때 자기의 것이 되고,
제3자의 우연의 연속에는 무관심 내지는 별로 중요한 우연이 아닌것 처럼 그렇게 지나가는 우연이 된다.
그런 우연이 활자로 되어 읽혀지면 활자의 힘에 의거하여 의미가 깊어 지는 것 같다.
유명 째즈 피아니스트 플래너건의 연주에 자신이 희망하는 두곡의 연주를 원하는 상상을 했는데...
피아니스트가 그 두곡을 연달아 연주해 줄 천문학적 확율속에서 연주를 해준 우연 하나.
중고 레코드 점에서 페퍼 애덤스의 <10 To 4 at the 5 Spot>(4시10분전) LP판을 찾아서 기쁜 마음으로 가게를 나오려고 할때 들어오는 젊은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Hey, you have the time?" (지금 몇시야?)
손목시계를 보면서 "Yeah, it's 10 to 4." 그렇게 대답하고 느낀 우연 둘.
째즈의 신이 나에게 나에게 윙크를 하는 것인가?
별것도 아닌, 인생에 어떤 변화도 생긴것도 아닌데 두개의 우연에서 그저 어떤 종류의 신비함에 뭉클했를 뿐이다.
지인과 대화중에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자신도 비슷한 경험을 한적이 있다고...
그는 음대 피아노과 출신으로 피아노 조율사로 일하는 41세 게~이임을 굳이 밝히거나 감추려 하지 않는다.
어느 화요일 아침, 서점 카페에서 찰스 디킨스의 <황페한 집>을 첫페이지 부터 마음을 뺏겨 읽다가 화장실에 다녀왔다.
자리에 오자 옆테이블 숙녀가 지금 디킨스의 책 아닌가 묻는다.
<황폐한 집>이라고 하니 자기도 지금까지 그책을 일고 있다고 책의 커버를 보여준다.
분명 놀랄만한 우연이다. 평일 화요일 아침에 한 카페에서 모르는 두사람이 유행하는 책도 아닌 소설을...
두사람은 신기한 우연에 놀랐고 첫 대면의 어색함도 사라지고 서로에 대한 깊은 대화도 나눈다.
두어번 만나서 식사도 하였는데 식사가 끝나고 그녀의 차로 쇼핑몰로 돌아가는 길에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그의 손을 잡고 어딘가 조용한 곳에 둘이서 가고 싶다고 말해서 그는 적잖이 놀랐다.
"나는 결혼하 뒤로 이런짓 한 적이 없어요. 한번도. 정말로 지난 일주일 내내 당신을 생각 했어요. 귀찮은 문제 일으키지 않을께요. 폐를 끼칠일도 없어요. 물론 싫지 않으시다면, 이라는 얘기지만"
그는 다정히 손잡고 사실은 나는 동성~애자예요. 그녀는 충격이 컷던 것 같았다. 어깨에 기대어 울먹이던 여자의 오른쪽 귓불에 점이 하나 보여 십여년전 헤어진 누나에게도 비슷한 자리 비슷한 크기의 점이 생각나서 가슴이 먹먹한 그리움이 일어났다.
"내일 모레, 병원에서 유방암 재검사가 예약되어 있어요. 이상하게 군것이 그것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다음주 화요일 그녀는 오지않았고, 책을 읽고 집으로 돌아 왔는데 그녀가 생각나고, 귓불의 점이 떠오르자 누나에게 전화를 몇번 망설이다가 전화를 했다. "어쩐일로" "그냥 누나에게 전화하고 싶어서..."
한시간 뒤에 누나를 역앞에서 픽업하여 집으로 왔다. 그간의 일들과 사연을 나눈다음 누나는 감정을 추스리며
"나 모래, 유방암 수술을 받을 예정이야 오른쪽 절제할거야"
누나의 귓볼에 손을 내밀고 만져보고는 조용히 귀에 키스를 했다.
한사람은 제즈의 신에 대한, 한사람은 게~이의 신에 대한 우연인 여행자 인 것이다.
첫댓글
형태가 있는 것과 형태가 없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면
형태가 없는 것을 택하라.
그것이 나의 룰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