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자회견 건너뛴 文 5년 뒤 尹은 달라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의 찬반을 떠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설명에 나선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참모들에게 설명을 맡길 수도 있었지만 워낙 첨예한 문제인 만큼 윤 당선인은 직접 조감도 패널을 짚어가며 설명하고 질문에 답했다.
그 뒤로도 윤 당선인은 인사 발표 등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신문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그는 “민심을 가장 정확히 읽는 언론 가까이에서 제언도 쓴소리도 잘 경청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권을 잡고 나면 언론을 멀리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우리는 무던히도 봐 왔다. 국정을 이끄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결정이 늘어나고, 국민은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 싶어 한다. 불편한 질문이 늘어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당장 윤 당선인도 14일 공동정부와 관련한 질문이 쏟아지자 “(질문이) 좀 이해가 안 됩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 윤 당선인 입장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질문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다음번 윤 당선인의 기자회견에서는 인사 검증 부실 책임론 등 날 선 질문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불편한 질문이 늘어나면 대통령의 심기 경호만 신경 쓰는 일부 참모들은 “모든 것을 대통령이 직접 설명할 필요는 없다”, “기자 질문에 대한 답은 국민소통수석과 대변인의 몫”이라고 건의할 것이다. 그렇게 대통령은 서서히 기자들을 멀리하고, 2인자인 비서실장도 이를 따라 언론과 거리를 두게 된다. 청와대의 책임자가 카메라 앞에서 직접 설명에 나서는 일은 줄어들고 익명의 ‘관계자’발(發) 코멘트만 늘어난다.
문재인 정부 역시 그랬다. 집권 초 문 대통령도 인사 발표를 직접 했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2018년 1월 신년 기자회견 마지막 답변에서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처럼 기자들을 더 자주 만나고 싶다. 중요한 일들은 직접 (설명)하고 싶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나 인사 실패가 쌓여가고 각종 정책 논란이 커지자 문 대통령은 서서히 춘추관을 찾지 않았다.
기자회견 횟수 역시 자연히 줄었다. 청와대는 올해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19일 “정부 임기 안에 그토록 바라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어 무척 감개무량하다”고 밝혔지만, 마지막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소식은 없다. 이대로라면 문 대통령의 재임 중 기자회견은 2021년 5월이 마지막이 된다.
진보, 보수라는 정치적 진영과 상관없이 권력자들은 가끔 흡사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2017년 1월, 탄핵 정국의 한복판에서 불명예 퇴임 위기에 직면했던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기자회견 대신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인 ‘정규재TV’와 인터뷰를 가졌다. 퇴임 기자회견도 건너뛴 문 대통령은 15일부터 이틀 동안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대담을 했다. 이마저도 국민은 생중계가 아닌 녹화 편집본을 보게 된다. 과연 5년 뒤 윤 당선인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한상준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