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82년 3월 20일자로 초등교사 발령을 받아서 여태 쉬임 없이 교직생활을 해왔다.
그 세월이... 금년 2월 28일이면 딱 38년 11개월, 즉 39년을 근무한 것이 된다.
오랜 세월을 지켜왔던 교단을 이제는 떠날 때도 되었다 싶고
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그렇게 앞으로의 삶에 여유를 가지고 싶어서 명예퇴직 신청을 했는데
드디어 지난 주 1월 14일에 명예퇴직 확정 공문이 왔다.
이로써, 나는 2월 28일자로 전직교사가 될 예정이다. ^^
내 교실의 모든 내 짐 진작에 다 빼냈고 깔끔하게 청소도 마쳤고
내 컴퓨터의 모든 파일도 다 정리했고 내 담당 업무를 맡게 될 후임자에게 인수 인계도 마쳤다.
이제 다음 주 월요일에 연말정산하러 한 번 학교에 가고
2월 15일에 명예퇴임식을 해준다니(한 곳에 직원들이 모이지도 못하고 비대면 화상으로 하겠지만)
또 한 번 학교에 가면 된다.
아직은 별다른 감흥이 없다. 학교에서 명퇴 기념식을 하게 되면 그때나 울컥 하려나.. 했는데.. ^^
지난 주말에 우리 딸들이 엄마의 명퇴 기념식을 가족끼리 미리 하자고 했다.
자기들이 스테이크도 굽고 케이크랑 선물도 준비한다고 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우리 딸들이 나를 제대로 울려버렸다...
한참 전부터 자기들끼리 쑥덕 쑥덕 뭔가 모의를 하는 듯하더니
우리 교실의 미니어처를 정성들여 만들어서 내게 준 것이다.
가로 30센티 세로 25센티 높이 20센티의 좁은 공간 안에
아기자기 이쁘게도 교실 모형을 잘도 만들어놨다.
책상 책장 의자 등등의 가구들은 미니어처 제작 사이트에서 구입한 것이지만
칠판과 커텐과 전면의 게시판과 책장의 책들과 피아노 위의 악보 등등은 다 딸들이 만들었다.
그리고 책장과 책상의 서랍과 문들은 다 열리는데
그 안에도 오밀조밀 뭔가를 다 넣어놨고
애들 책상 중에서 한 명은
덤벙대며 나가느라 의자도 정리 안하고 알림장을 가방에 넣지 않고 책상 위에 두고 가서
내일 등교하면 선생님에게 혼나는 설정이라고 한다. ㅎㅎㅎ
저런 미니어처를 저 크기로 주문 제작하려면 무려 50만원이 든다고 하고
그 내용물도 그다지 이쁘지 않아서, 딸 셋이 힘을 합해서 23만원의 비용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미니어처 가구들이랑 소품들의 가격이 다 만만치가 않고
아크릴 덮개도 크기 지정을 해서 주문제작을 하니 무려 3만 8천원이나 들었다고 한다.
아무튼 50만원 들어갈 일을 23만원에, 그것도 세상에 둘도 없는 나만의 것을 이렇게 잘 만들어줬다.
내 카톡에 있는 우리 교실 게시판 사진을 가져다가, 문서 편집 실력이 뛰어난 큰딸이 그대로 재현을 해놨다.
특히 수십 권의 책들이 감동이었는데, 그 조그마한 책들을 어찌나 이쁘게 잘 만들었는지, 나는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처음엔 그저 입을 떡! 벌리고 감탄만 할 뿐이었지만
들여다볼수록... 내 39년의 교직 생활을 저렇게 압축해서 선물해준 딸들이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 동학년 선생님들 단톡방과 친구들 단톡방에 자랑을 했더니,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럼 그 미니어처 교실을 사진으로 소개해보겠습니다. ^^
새해부터 글쓰기에 일체의 규제가 없어져서 사진 첨부 갯수도 제한이 없다고 합니다.
가급적 구석 구석 보여드리고 싶으니 여러 장 올릴게요.
아, 사진 속에 '뽀군'은 딸들이 저를 부르는 애칭입니다. 아빠는 '빠군' 참 별난 가족이지요? ㅎㅎㅎ
딸들아, 정말 고맙다... 엄마의 지난 세월을 이렇게 압축을 해서 저장을 해줬구나.
나는 행복한 엄마, 행복한 교사입니다. ^^
40년 동안 몸 바치시고 교단을 떠나시는
수정구슬님 장하고 대견스럽습니다.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참고 견디시면서
얼마나 많이 힘드셨을까
감히 말로는 표현 할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정들었든것들을 두고 한평생 몸 바치신
선생님이 되셨습니다.
다음 후기에도 꿈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제가 한 며칠 분주했던 터라 댓글 인사를 늦게 드려 송구합니다.
아직은 학교에서 해주는 명예퇴임식 전이라서인지
그냥 평소의 방학 같아서 큰 실감이 안 납니다만,
홀가분함과 섭섭함을 함께 느낄 시간들이 이어지겠지요.
격려와 응원의 말씀 감사합니다.
샛별처럼 반짝이는 고운 날 되시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