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드 마고 / 홍다미
헤어숍을 나와 라페스타 거리를 걸었다 타로점 부스 앞을 지나는데 유리문 너머로 초로의 여인이 스쳤다 풍성한 백발을 매만지는 묘한 분위기였다 나도 모르게 뒤돌아와 안으로 들어갔다 동그란 의자를 끌어다 앉았을 때 노인은 머리핀을 찔러넣으며 짧게 몇 마디를 물었다 내가 답을 했고 내가 묻자 노인이 답했다 그녀는 묻지 않은 것까지 답했다 자신이 휘두른 천둥에 대해 호박 마차에 대해 한 입 베어 문 독사과에 대해 나는 턱밑까지 올라온 터틀넥이 답답했다 노인은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노인을 보지 않았다 내겐 아직 펼쳐 보지 않은 카드가 많다 묻지 않은 것들이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다섯 번째 밤은 언제 끝나는 건가요?” “내내 개미를 좇았지요” 나는 나에 관해 물었고 노인은 자신에 대해 답했다 내 카드를 좀 보여주시겠어요? 그녀는 보여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둘러봐도 타로카드는 보이지 않고 탁자 위로 붉은 개미 떼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조명이 비추는 부스 벽은 환했고 주렁주렁 빛나는 것들로 가득했다 데빌의 뿔과 적장의 목들과 여왕개미 붉은 혀 같은 그것은 일종의 증명서 같았다 타로카드는 어디에 있죠? 노인은 구석에 쌓아 올린 저서를 가리키며 자신의 이력을 답했다 그곳으로 걸어가 하나하나 펼쳐 보였다 나는 보이지 않는 카드를 뒤집어 노인의 과거와 미래를 예측해 주었다 무소음 시계 속에서 소음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현금을 내밀었고 노인은 해와달을 주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시급을 지불하였다 문을 나서자 등 뒤에서 카드 섞는 소리가 들려왔다
- 계간 <문장> 2025년 봄호 ---------------------------------
* 홍다미 시인(본명 홍계숙) 강원도 삼척 출생. 춘천교대 미술교육과, 강원대 교육대학원 심리학 전공, 중앙대 문예창작 전문가과정 수료. <시와반시> 등단 2024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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