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앙종회가 지난 4일 열린 중앙종회 정기회에서 인터넷 매체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에 대해 종단과 승가의 화합을 깨트리는 해종 매체라 규정하고 대응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사진은 중앙종회의원 환적스님이 결의문을 낭독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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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회의원 스님들 악의적 선정적 보도에 분노
“쌍둥아빠 두느니 재가자끼리 수행” “조계사 노랫소리 자승스님 두려움의 크기” “은처승이 주지하면 소도 주지할 수 있다?” “자승 원장 퇴진이 해답” “교구본사주지협 발표문은 몰상식·몰염치” “소송 걸고 절 뺏으러 올 것이라는 조계종” “천박한 충성심 넘친 대중공사…재심 무효 확인” “자성하거나 자승 원장 퇴진하거나” “총무원장과 집행부도 정화 대상” “폭력 ·집회방해·절취 행위는 총무원장 뜻” “유전자 검사 안하면 친생자 인정된다” “아들 장가가는데 참석했다는 말…총무원장이 밝혀야한다”
최근 3개월 동안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에 게재된 기사 제목들 중 일부다. 조롱과 비아냥, 종단에 대한 원색적인 공격 등을 여과 없이 담아내 상식적인 선을 넘어섰음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지난 4일 조계종 중앙종회는 이들을 해종·훼불·악성 인터넷 매체로 규정하고, 일부 스님들의 문제나 사건을 종단 전체의 문제로 비화시켜 종단과 승가를 조롱거리로 전락시키는 보도행태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뜻을 모았다.
“쌍둥아빠 주지 두느니 재가자끼리 수행.” 인터넷 매체 ‘불교닷컴’이 지난 10월12일 게재한 기사다. 제목만 놓고 보면 아연실색할 지경이지만 정작 이 기사는 명상과 경전 공부 등을 하는 신행·수행공동체 ‘정법빠리사’가 창립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불교닷컴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기사 첫 문장을 “상습 도박, 성매매, 폭행에 이은 은처 의혹 등 승려들의 잇단 비행에 한국불교의 신행문화가 변하고 있다”라고 썼다.
지난 7월 교단자정센터는 서의현 전 총무원장 재심 판결과 관련 ‘7월29일 100인 대중공사를 지켜보며’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논평문에는 “중앙종회 의원들의 천박한 충성심이 넘친다. 그럼에도 종도들이 대중공사의 한계를 딛고 ‘멸빈자 사면 무효’를 재확인하는 절반의 성공을 이뤘으며 앞으로 지켜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는 “지켜보겠다”가 아닌 “천박한 충성심”에 포커스를 맞췄다. 불교닷컴은 7월31일 보도한 “천박한 충성심 넘친 대중공사…재심무효 확인”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자정센터가 대중공사를 천박한 충성심이 넘친 면피용 행사였다고 평가했다”고 썼다. 불교포커스는 7월30일 “재심 잘못 인증…종회의원들 천박한 충성심 넘친다”를 제목으로 뽑았다. 두 인터넷 매체를 제외한 교계 언론 가운데 “천박한 충성심”을 제목으로 뽑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이같은 사례들을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 행태로 보고 있다. 두 매체의 기사 제목만 놓고 봐도 고의적으로 사실을 호도하는 선동적이고 단정적인 단어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불교닷컴은 용주사 신도 집회를 다룬 기사에서도 용주사와 신도 측이 아닌 종단 비방 인사로 알려진 우희종 교수의 발언 중 일부만을 발췌해 “조계사 노랫소리 자승스님 두려움의 크기”를 제목으로 뽑아 보도했다. 인터넷뉴스매체 뉴스타파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에게 막무가내식으로 카메라를 들이대 물의를 빚은 사안에 대해서는 “기자 피하느라 대중공사도 불참한 자승스님”이라고 표현했다.
두 매체는 이밖에도 “소송 걸고 절 뺏으러 올 것이라는 조계종” “학생 외면한 종정, 현수막 관심보인 교황” “성추문 유인물 나돌고 기자 카메라 뺏고” “부처님 참회합니다…굴종의 신앙 혁파하겠습니다” 등 불교를 깍아내리는 듯한 수위높은 비방에 초점을 맞춘 기사들을 수차례 걸쳐 다수 보도했다.
이는 두 인터넷 매체가 중앙종회로부터 종단과 승가의 화합을 해치는 해종·훼불·악성 인터넷 매체로 규정된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앙종회는 두 매체가 무분별하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이를 마치 사실인양 왜곡 및 확대하고 있다고 판단,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균형잡힌 시각에서 사실 보도를 해야 하는 언론으로써의 책임의식을 결여했다고 봤다.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언어 사용과 악의적 보도로 승가가 조롱당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종회의원 스님들이 만장일치로 결의문을 채택한 이유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성화스님은 “불교를 보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비판 기능을 담당해야할 교계 언론이 오히려 불교 위상을 실추시키고 웃음거리로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더이상 불교를 신뢰하는 불자들과 국민들에게 불신과 부정적 인식을 일으키는 것을 방치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일부 범계 의혹을 두고 마치 승가 전체가 부도덕한 것처럼 매도하는 등 악의적 보도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 말로 다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그동안 기획실을 통해 해당 언론에 정정 요청을 해왔지만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아 특단의 대책을 강구키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해당 매체인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는 본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이석만 불교닷컴 대표는 지난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입장 표명을 요청하자 “공문 보내세요”라고 답변했다. 신희권 불교포커스 대표 또한 같은날 “불교신문 취재는 거부하겠습니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