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건물들
마경덕
은행문을 밀고 나온다
밀면 편한데
나갈 때는 굳이 당기는 문을 고집해
미는 문은 없다
은행 강도가 도망을 칠 때
미는 것과 당기는 시간 차이는
딱 1초
그 1초를 벌기 위해 모든 고객은 문을 당겨야 할까
백화점 마케팅 전략으로 사라진
시계
창문
1층 화장실
창문이 없어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쇼핑에 빠져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도 까먹는다
화장실을 찾아 2층까지 가는 동안
불쑥 탐나는 물건이 나타난다
충동 구매는 1초면 충분하다
건물이 여느 사람보다 똑똑하다
마경덕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신발論』『글러브 중독자』『사물의 입』『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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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건물들 /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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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실적 시라 바로 끄덕끄덕~
이 시를 감각적 시로 바꿔 보면
스폰지처럼 빨려 들어갔으나
나갈 땐 중력의 법칙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