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순결 -
권다품(영철)
'순결'이란 것이 무엇일까?
우선 국어 사전의 뜻을 한 번 찾아보자.
* 순결:
1, 잡된 것이 섞이지 아니하고 깨끗함.
2, 마음에 사욕, 사념 따위가 없이 깨끗함.
3, 이성과의 육체적 관계가 아직 없거나, 그런 상태.
우리 나라 사람들은, 특히 나이가 좀 든 사람들은 세 번째 뜻인, "이성과의 육체적 관계가 아직 없음, 또는 그런 상태"를 '순결'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왜 세 번째보다 오히려 첫 번째, 두 번째가 '순결'의 뜻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까?
'순결'?
육체적 순결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마음에 잡된 것이 섞이지 아니하고, 사욕, 사념 따위가 없는 '깨끗한 상태'를 '순결'이라고 하고 싶다.
예쁜 꽃을 보면 예쁘다고 느끼고, 불쌍한 사람을 보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이런 마음은 왜 순결하다고 말하지 않고, 왜 "마음이 곱고 여리다."고 할까?
남녀의 관계에서 '잡되고 사욕이나 사념이 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몸이 하나가 될때를 순결한 사랑'이라고 말한다면, 내가 생각하는 순결의 뜻이 잘못 된 것일까?
육체적 순결이 뭐가 그렇게 중요길래, 그렇게 '순결, 순결'하며 따지는 걸까?
세 번째의 '순결'의 뜻이란 게, 혹시 '성리학을 받아들여서 남자들 편한 대로 해석한 남존여비 사상이 만연했던 옛날 조선 시대 남자들의 생각'을 사전에 올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쩐지 좀 '남성 이기주의적인 사고같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중에는 꼭 성 접촉을 하지 않고도, 상상으로 성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고도 한다.
옛날이라고 전혀 없기야 했을까마는, 요즘은 자기가 짝사랑하는 사람을 상상하는가 하면, 또,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떠올리며 진한 상상을 하며 자위를 하는 남자도 있고 여자들도 있다고 한다.
이성과 직접 성접촉이 없었다고, 과연 순결하다고 해줘야야 하는 걸까?
마음 속으로는 온갖 상상을 다하며 즐겨놓고, 단지 몸을 섞지 않았다고 순결한 걸까?
요즘은 남녀의 만남도 자유로운 편이다.
처음에 만날 때는 분명 멋지고, 자기가 찾던 사람같았다.
그런데 서로를 알고나니 그 꿈이 깨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도저히 참기힘든 성도착증자도 있고, 변태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
이상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된다면, 처음 가졌던 그 사랑의 마음이 유지되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참기 힘든 사람인데도, 단지 순결을 바친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참고 살아야 할까?
나는 그런 사람이라면 헤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이제 우리 나라도 제법 성이 개방된 듯하지만, 그래도 막상 자신이 그런 일을 겪는다면 아직은 사람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입장이다.
여자들의 경우에는 그런 결단을 내리기가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사랑도 없는 사람과 살면서, 오히려 진저리를 치면서도 다른 사람의 눈 때문에 계속 참고 살아야 할까?
나는 하루라도 빨리, 아니 한 시라도 빨리 헤어지는 것이 맞다는 쪽이다.
물론, 처음 얼마간은 힘들 수는 있겠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렇게 실다보면, 그런 외로움을 이해해 주고, 또, 도닥거려 줄 줄 아는 이성을 만날 수도 있겠다.
나는, 그 '새로 만난 사람에게 마음이 가서,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다 준다면, 그 자체가 순수한 마음이고, 그 순수한 마음이 순결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오랜 옛날부터 육체적 순결로 '순결'을 판단해 왔다.
솔직히 말하면 남자는 여자를 많이 거치면 할량이느니, 풍류남아라느니 했고, 심지어 대단한 남자로까지 인식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여자는 손만 잡아도, 아니, 손은커녕 몰래 만나기만 해도 정조를 잃었다며 그 고을이 뒤집어 지는가 하면, 심지어, 얼굴 한 본 못 본 남자와 정혼을 했다가 그 남자가 결혼도 하기전에 죽으면 그 남자 집으로 가서 살아야 하기도 했다.
평생을 처녀로 수절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정말 있었을까 싶겠지만, 이런 제도가 우리 어릴 때까지도 시골에는 있었고, 그런 여자분과 같은 동네에서 살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제도였다 싶다.
비록 육체적으로는 처녀가 아니지만, '정말 사랑하는 마음, 사랑하는 사람외에는 어떤 사람도 담고 있지않는 그런 마음', 우리는 이런 순수한 마음을 '순결'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걸까?
이제 우리 나라에도 결혼을 했으면서도 다른 남자를 그리워 하는 여자도 있고, 다른 여자를 그리워하며 마음속에 품고 사는 남자도 있다고 한다.
그뿐 아니다.
실제로 몰래 만나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주고 받는가 하면, 사랑을 나누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해서, 애기가 생기고, 도망이라도 가려니 어린 자식도 불쌍하고, 이혼을 하자니 아직 사회적 눈치도 무섭다.
이 무서운 외로움을 달래기위해, 마음에 품은 사람을 몰래 만나서 사랑을 나눌 수도 있겠다.
나는, 꼴보기 싫은 사람과 살다보니 자녀들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살고는 있지만, 정말 마음 속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몰래라도 사랑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육체적 쾌락을 위한 만남도 마찬가지겠다.
인간에게는 본능이 있지 않은가?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돈벌이를 위해 이 남자 저 남자에게 몸을 굴리는 여자라면, 미스코리아만큼 예쁜 여자라도 나는 싫다.
순결:
1, 잡된 것이 섞이지 아니하고 깨끗함.
2, 마음에 사욕, 사념 따위가 없이 깨끗함.
나는 이 두 가지가 '진짜 순결'이라고 말하고 싶다.
혹시, 지금 마음에 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혹시,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의 사랑이 위 "순결"이란 개념에 해당되는가?
그럼 나는 어떠냐고?
차~암 시건없다!
지가 하는 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 안 카더나?
2011 년 4 월 23 일 저녁 9시 5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