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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종성부(種姓部)[其№.2]
또 『보살본행경』에서 말하였다."감자왕의 바로 앞에 있는 왕의 이름을 대모초(大茅草)라 했다. 그는 왕위를 대신들에게 맡겼으며, 대신들은 그를 에워싸고 성 밖으로 전송했다.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자의 옷을 입은 왕은 계율을 청정히 지키고 용맹 정진하여 4선(禪)을 성취하고 5통(通)을 구족하여 왕선(王仙)이 되었다. 수명이 매우 길었으나 늙게 되자 살은 빠지고 등은 꼬부라져서 지팡이를 짚어도 멀리 갈 수 없었다.
당시 왕선은 여러 제자를 두었는데, 제자들은 사방으로 다니면서 음식을 구했으며, 부드러운 풀을 바구니 안에 깔아서 왕선을 담은 뒤에 나뭇가지에 걸어 두었다. 왜냐 하면 온갖 벌레나 짐승이 와서 왕선을 해칠까 염려해서였다. 그런데 제자들이 걸식하러 간 뒤에 어떤 사냥꾼이 산과 들을 돌아다니다가 멀리서 왕선을 보고 백조(白鳥)라 생각하고 활을 쏘았다. 왕선은 화살을 맞고 두 방울의 피를 땅에 떨어뜨리면서 곧 목숨을 마쳤다. 걸식하고 돌아온 제자들은 왕선이 화살을 맞아 죽은 것을 보았고, 또 피 두 방울이 땅에 있는 것을 보았다. 즉시 바구니를 내려서 왕을 땅에 두고, 섶나무를 모아서 왕의 시체를 사르고 뼈를 거두어 탑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갖가지 묘한 향과 꽃으로 그 탑을 공양하였으니, 이처럼 존중하고 찬탄하며 받들어 섬기기를 마쳤다.
그런데 그 땅에 있던 두 방울 피에서 두 개의 감자(사탕수수) 싹이 나왔다. 그 싹이 차츰 자라나서 때가 되자 감자가 익었다. 해가 비추자 곧 벌어지면서 한 줄기에서는 동자가 나오고 또 한 줄기에서는 동녀가 나왔는데, 단정하고 귀엽기 짝이 없었다. 제자들이 생각했다.
'왕선이 세상에 계실 때에는 아이를 낳지 않으셨다. 지금 이 두 아이는 왕선의 종자다.'
그리하여 아이들을 기르고 보살피면서 여러 대신들에게 알렸다. 대신들은 상을 잘 보는 큰 바라문을 불러서 상을 보게 하고 또 이름을 지으라 했다. 그 관상을 보는 바라문이 말하였다.
'이 동자는 해에 쪼여서 익은 사탕수수가 터진 곳에서 나왔으므로 하나의 이름을 선생(善生)이라 하고, 또 그 사탕수수에서 나왔으므로 이름을 감자생 (甘蔗生)이라고도 하며, 또 해에 쪼인 사탕수수에서 나왔으므로 또 다른 이름을 일종(日種)이라고 하십시오. 그리고 저 동녀는 인연이 꼭 같아서 다름이 없으므로 이름을 선현(善賢)이라 하고, 또 다른 이름을 수파(水波)라 하십시오.'
이리하여 대신들은 사탕수수 종자에서 난 동자를, 어릴 때 정수리에 물을 쏟아서 왕으로 세우고, 그 동녀 선현은 자라나 일을 감당할 수 있을 때 첫 번째 왕비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