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람과 그림이 만나는 순간, 삶은 새롭게 시작된다
어느 영화에서 말하길, 그림이 끝나는 순간은 ‘그리기를 멈출 때’라고 한다. 화가가 붓을 놓으면 그림 속 모든 사물이 영원히 멈춘다. 그와 동시에 작품은 그림을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에서는 ‘습작, 초벌 그림’의 뜻을 가진 초상화 〈에스키스〉가 화가를 떠난 이후 사람들 사이를 흐르며 사랑의 증거로,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로, 미래를 위한 길잡이로 바뀌는 모습이 그려진다. 본 그림을 위해 그리는 ‘에스키스’는 ‘몇 번이라도 어디서라도 새롭게 시작하는 게 가능’하다는 ‘삶’과 닮았다.
사람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저자는 삶이 바뀌는 특별한 순간을 ‘관계’로 풀어낸다. 〈금붕어와 물총새〉는 교환 학생으로 멜버른에 온 레이와 현지 대학생 부의 끝이 정해진 기한부 연애 관계를 담았고, 〈도쿄 타워와 아트센터〉는 무명 화가 잭의 그림에 반해 진로를 바꾼 소라치가 느끼는 예술가와 장인, 작품과 장인의 관계를 묘사했다. 〈토마토 주스와 버터플라이피〉에서는 천재 만화가 스나가와와 그를 잠시 가르쳤던 다카시마의 사제이자 경쟁자이자 동반자인 관계를 그렸고, 〈빨간 귀신과 파란 귀신〉은 익숙함을 핑계로 헤어졌다가 여권을 계기로 1년 만에 연락하게 된 두 사람의 어색하면서도 편안한 관계를 담았다. 〈에필로그〉는 이 작품을 하나의 원으로 완성하는 화가와 그림의 관계를 보여준다.
사람은 모두 누군가에게 자신의 색깔을 남긴다. 헤어져도 그 색은 남아 인생의 한 부분이 된다. 자신에게 남은 상대의 색을 발견하고, 이를 받아들이고, 그로 인해 다시 한번 새로워진 나만의 색을 찾는 순간을 그린 이 소설은 가까워서 오히려 소중함을 몰랐던, 내게 색을 남겨준 사람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을 다 읽은 뒤에 떠오르는 사람 있다면, 그 사람과 그 추억은 분명 우리가 소중하게 대해야 할 존재다.
독자에게 화창한 하루를 선물하는 작가, 아오야마 미치코
서점 관계자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을 뽑는 일본 서점대상에 2년 연속 2위로 오른 아오야마 미치코는 『도서실에 있어요』,『목요일에는 코코아를』, 『월요일의 말차 카페』 등으로 한국 독자에게도 사랑받는 작가다. 그의 『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는 2022년 서점대상 2위로 선정되어 재미와 감동이 증명된 작품으로, 독자에게 즐거움을 아기자기한 요소가 많은 소설이다.
호주와 일본으로 공간과 시간을 넘는 그림의 여정, 하나의 그림을 보는 사람마다 다른 감상, 각 단편의 제목과 주요 등장인물의 색 대비, 단편 속 화자들을 나타내는 색깔, 과거의 만남과 현재의 ‘재회(만남)’, 곳곳에서 살짝살짝 드러나는 단편 간의 연결성, 마지막 반전이 선사하는 새로운 풍경이 이 책을 두 번 읽고 싶게 한다.
한 권의 그림에 여러 마음이 담기고, 한 권의 소설을 다르게 읽을 수 있듯 『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는 무료한 나날과 익숙한 관계 속에 숨어 있는 새로운 색깔을 찾아준다. 이 책은 우리 마음이 먹구름 낀 하늘처럼 외롭고 쓸쓸할 때, 바람처럼 구름을 밀어내고 그 뒤에 가려져 있던 따뜻한 햇살을 선물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