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이런 밤이었을까
대전과 청주, 교사 두 분의 극단 선택 소식을 들은 날 저녁이었다.
추적 60분을 보았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어렵사리 잠들었다 다시 신경이 곤두서 깨기를 되풀이했다.
힘들고 어려운 학교 상황에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교직을 그만두려 할 즈음, 작은 학교를 살려보자는 뜻에 공감해 지금까지 실천해 왔다. 지난 17년 동안 내가 있던 작은 학교들은 그나마 교육공동체 사이 신뢰가 살아있는 곳이었다. 그 사이 여느 학교 상황은 학생이 목숨을 끊는 것을 넘어 이젠 교사까지 목숨을 끊는 상황으로 몰렸다. 사회 어디에도, 심지어 학교 어디에도 교사를 보호하는 사람은 없다는 피해 교사의 말과 추적 60분에 나온 실제 상황에 숨이 턱턱 막혔다. 함께 텔레비전을 보던 아내는 민원에 시달리다 병 휴직하고 결국 암으로 죽은 동료 후배를 떠올리며 그 선생님 자녀가 셋이었는데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눈시울 붉혔다. 나도 그나마 교육공동체 신뢰가 있는 곳에 있었지만, 지난 학교에서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발하겠다는 학부모를 처음 만났고, 지금 학교에서는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가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
예산, 인력, 공간 확보는 하나도 없이 그저 밀어붙이는 '늘봄학교' 정책
외부인이 학교 안까지 들어와 칼부림이 나는 상황에도 교문 보안 인력 배치 하나 없는 학교
코로나 이후, 교실 이탈, 학교 이탈 학생이 급증해도 교육청, 교육부 누구 하나 지원책을 내지 않는 상황
학교 학생과 교사보다 교육청 상급단체와 자기 보신에 치중되는 근대 학교 이후 변함 없는 승진구조
현장 교사 의견 수렴팀 없는 교육청, 교육부 인사 구조
국가교육과정에 기반한 학교 자율과 교사 자율을 넓히기보다 여전히 지역 교육청, 도교육청, 교육부 공문과 감독지시로 움직이는 교육과정과 수업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로, 초등1,2학년 발달에 맞는 지원 같은 현장 요구는 늘 그자리
사서교사, 상담교사, 기초지원교사, 생활지도교사, 학교 안 작은학교 운영 같은 현장 요구는 언제나 뒷전
.....,
어느 것 하나라도 교육적인 긴 안목으로 논의되며 차근차근 시행된 적이 있나. 아니 국가교육위는 만들어놓고 무엇을 했나. 절실하게 풀어갈 조직과 인력은 있나
이 절실함들이 묵살되니 결국 모든 얽힌 문제들이 교사 몫으로 남는다.
답도 없이 이런저런 기억과 생각이 맴돌았다. 이제 나는 어찌해야 하나 자꾸 묻게 된다.
이 상황 희망이라 여긴 내 작은 실천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개선 없이 오래 쌓인 문제가 풀리려면 혁명적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불가능 상황이다. 학교는 교육이 가능할까
권한을 가진 사람들은 벌써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또 다른 바윗덩이를 학교와 교사에게 떠넘기는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난 또 이 덩어리를 매끄럽게 처리하려고 애쓰는 것이 과연 아이와 교육을 위하는 것인가
첫댓글 거부할 때 거부하고
목소리를 낼 때 함께 내는 것
서로 연대하는 것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거 같은데
이것이 불가능한 일이랴나요
아...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