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9.9. 경남 의령군.
멸종위기2등급인 애기뿔소똥구리입니다. 해마다 발견되는데 올 여름에 눈에 띄지 않아서 이상타 했더니 밤 늦은 시간에 암수가 발견되었습니다.
수컷은 머리에 커다란 뿔이 있고 가슴에도 뿔 형태로 불룩불룩 솟은 모양이 있어서 금방 구별이 됩니다.
뿔이 나 있는 머리의 앞쪽에 삽처럼 넓적하게 생긴 주둥이 부분으로 땅을 헤집으며 땅속으로 사라지더군요.
아래 암컷은 가슴이 그냥 밋밋하게 둥글기만 하고 머리의 뿔도 젖꼭지처럼 살짝 흔적만 있습니다.
암수의 모양이 잘 비교됩니다.
소똥구리가 멸종 위기인 것은 먹이인 소똥이 없어서입니다.
예전엔 아이들이 학교 갔다 오면 동네 골목대장 아이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뒷산으로 소 먹이러(소에게 풀 뜯게 하려고) 줄지어 올랐지요. 온 동네 암소(수소는 안 몰고 갑니다. 이유는 알죠? ㅋㅋ)들과 송아지들과 아이들이 길게 줄을 지어 산길을 오르고 내리는 광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네요. 간혹 나이든 얌전한 암소는 주인을 태우고도 다녔지요. 옆에 얼씬도 못하게 하는 팔팔한 암소들을 가진 아이들은 얌전한 소의 주인 아이가 얼마나 부럽던지...
그렇게 산에서 한가로이 풀 뜯으며 자연스럽게 소들이 배설한 똥은 소똥구리의 소중한 식량이 되었지요. 태어난 새끼를 위해 소똥을 경단으로 동그랗게 만든 뒤, 거꾸로 선 채 앞다리로 땅을 밀고 뒷다리로 소똥을 굴려가던 모습을 어렵잖게 볼 수 있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우리에 가둬두고 풀 대신 사료를 먹이고 병 걸리지 말라고 항생제까지 투여하니 어쩔 수 없이 소똥구리의 지역절멸로 귀착되고 말았지요. 환경부가 마리당 100만원에 현상금을 내건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답니다. 그나마 소똥 경단을 굴리지 않는 애기뿔소똥구리만 그럭저럭 남아 있습니다.
최근 남북 화해 무드에 편승해서 제가 가장 기대하는 것도 남북한의 생물 교류입니다. 정치적인 문제야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해도, 생물 연구야 그리 어렵잖게 물꼬를 틀 수 있으니까요. 그리 되면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오르는 데 애먼 중국에게 돈을 내야하는 일도 사라지겠죠. 야생화의 천국이라는 백두산과 개마고원 같은 데를 생태관광지로 조성하고 엄격히 자생지 출입을 통제하면서 남한 관광객을 받아들이면 환경도 지키고 돈도 벌고 한반도의 자원 조사 및 보호에도 큰 도움이 될 건 누가 생각해도 멋진 일일 겁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뜁니다.
몽골에서 쇠똥구리 들여오는 데 수 억이 든다면, 경기도 너머 불과 몇 십 km에 있는 북한 땅에서(거긴 소를 가둬두고 비싼 사료 먹이지 않고 그냥 놓아 먹일 테니까) 소똥구리 수입하면 일거양득 아닐까요? 우리 소똥구리가 분명하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