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의 독특한 향취와 맛을 즐기는 사람들조차 산에 데려다 놓으면 어느 것이 산 나물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1부에서는 웰-빙 코드에 맞춰 산나물에 열광하는 사람들과 우리 민족이 대대로 먹어온 산나물의 종류와 생태, 요리법 등을 알아본다.
♣봄은 이미 시작되었다.
폭설로 뒤덮인 산속 어딘 가에선 이미 봄이 시작되고 있었다. 바로 ‘산갓’의 등장이 다. 이른 봄 가장 먼저 세상에 나온다는 ‘산갓’은 조선시대에는 임금님에게 진상하 고, 지체 높은 양반들만이 그 맛을 보았을 정도로 귀한 고급나물이었지만 지금은 극 소수의 사람들만이 즐길 정도로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나물이다. 제작진은 현재까지 ‘산갓’의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경북 봉화 만산고택의 종부 류옥영씨와 강원 철원 윤희남 할아버지를 통해 우리의 뿌리 깊은 나물 ‘산갓’의 정체 를 밝히고자 한다.
♣봄의 전령 산나물
산의 낮은 곳부터 봄의 기운이 솟아 올라가기 시작한다. 시장 좌판에 달래, 냉이 같 은 들나물이 모습을 나타낼 때, 저 아래 지리산에서는 다래순과 비비추가... 산나물 의 본 고장 강원도 일대에는 얼레지가 겨우내 숨죽이고 있던 나물꾼들을 산으로 불 러 모으고 있다. 그 중에서 얼레지는 잎에 얼룩무늬가 있다고 하여 ‘얼룩취’라고도 하는데, 꽃이 아 름답기로도 유명한 나물이다. 얼레지는 잎이 나올 때 꽃도 함께 나오기 때문에 아직 은 삭막하고 앙상한 숲속에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나물꾼들을 유혹하고 있다.
♣산나물의 힘
원주의 한 산나물 축제장.. 그곳은 산나물을 구입하기 위한 도시 사람들로 북새통 을 이룬다. 멀리 이곳까지 사람들을 불러 모은 산나물의 힘은 무엇인가? 23년 전 산나물의 가치를 알아보고 연구하기 시작했다는 자타공인 산나물 전도사 함승시 교수(강원대)는 산나물의 항암효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산나물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분들이 우리 몸에 이로운 역할을 하는데, 이 성분들은 채소보다 많은 양 이 들어있다. 산나물은 일반 채소에 비해 성장속도가 아주 느리고, 생장환경 또한 까다롭다. 이 러한 느린 생장이 채소 보다 많은 양의 특수성분들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 고 한다. 느리게 자연의 숨결을 담는 것이야 말로 산나물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힘 은 아닐까?
♣산나물 사수 궐기 대회
일반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나물 중의 하나인 ‘두릅’... 하지만 우리가 보편적으로 잘 알고 있는 ‘두릅(참두릅)’외에도 엄나무 순이라고도 알려져 있는 ‘개두릅’, 독활이라 불리는 ‘땅두릅’, 보호종으로 정해져있는 귀한 ‘땃두 릅’등이 있다. 4월 중순.. 산세가 완연한 봄의 모습으로 탈바꿈 할 쯤.. 그 속에선 크고 작은 전쟁 이 일어난다고 한다. 바로 두릅을 쟁취하기 위한 ‘두릅 전쟁’이 그것이다. 그 무렵, 충남 서산에서도 작은 소동이 일어난다. 이 날만을 위해 일 년을 기다렸다 는 그들.. 바로 ‘옻 싹 매니아’들이다. 몇 해 전 옻 냄새만 맡고도 옻이 오른 경험이 있 어 먹기를 망설이다가 결국에는 옻 싹을 한입 넣는 등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그들 의 옻?싹?예?찬!!!
♣나물 중에 나물 ‘취’
쑥떡보다 더 깊은 향과 맛을 내는 수리취, 취중의 취.. 참취, 전옥취, 청옥취라고도 불리는 서덜취, 곰발바닥을 닮았다 하여 곰취, 개미취, 미역취 등등... 이처럼 취나물 은 이름을 다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가 있다. 중국의 길림성... 그곳에서도 곰취 재배로 성공한 조선족들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조선시대의 농서에도 등장했을 정도로 뿌리 깊은 나물 곰취는 특유의 쌉싸름한 향으 로 우리 민족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 밖에도 제작진은 고산지대에 조금씩 자라고 있는 병풍쌈을(일명 병풍취) 찾아보 았다. 병풍쌈은 한 줄기에 한 잎만이 올라오지만 잎 하나면 온 가족이 쌈을 싸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크다. 희귀한 나물 인만큼 찾아보기도 힘들다는 병풍쌈은 아 직 사람들 발길이 닿지 않은 높은 산속 그늘진 곳에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1부 10월 7일 오전 8시~9시 / 2부 10월 8일 오전 8시~9시
현대인들은 왜 산나물에 열광하는가? 산나물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산나물을 대량 으로 재배해 산업화 하려는 움직임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2부에서는 곰취, 참나 물, 산마늘 등 산나물 재배현장을 찾아 양산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한편, 산나물 산업 의 미래를 진단해 본다.
♣신선초를 찾아서...
오대산 깊은 산 속.. 신선초를 찾는 부자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신선초의 정식명칭 은 산마늘... 스님들이 신선초라 부르며 마늘 대용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울릉도에서 는 태풍이 한번 스치고 지나가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 산마늘로 목숨을 연명했다. 그 리하여 ‘명이나물’이라고도 한다. 특히 울릉도 사람들은 잎이 다 퍼지지 않고 뿔처럼 올라온 어린 순을 좋아해 ‘뿔명이’라 다르게 부르며 즐기고 있다. 산마늘은 우수한 효능과 고가의 가격 때문에 농가에서 고소득 작물로 각광받고 있 는 작물이다. 울릉도에서는 산마늘을 재배하기 위해 지형의 약점을 탈피하고자 모노 레일까지 동원했다. 울릉도 못지않게 강원도에서도 산마늘은 재배 인기 작목 중에 하나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재배에 힘을 쏟는 산마늘의 숨겨진 매력은 대체 무엇일까?
♣강원 북부 지역과 영동지방 사람들을 사로잡은 ‘빈대냄새’ 누룩치...
강원도 북부 지역과 영동지방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일명 누리대(누룩치)’는 일 반 사람들은 특유의 역겨운 냄새로 인해 잘 먹을 수 없다고 하는데, 오히려 이 지방 사람들은 일명 ‘빈대냄새’라고 불리는 이 냄새를 유독 좋아하며 즐기고 있다. 특히 누 리대는 엎드려 일할 일이 많은 모내기 철 천연 소화제로서의 진가를 발휘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누리대가 새참으로 나오지 않으면 그 집 품앗이를 안 해 줄 정도였다 니... 영동사람들의 누리대 사랑은 모내기철 유독 빛났다. 영동사람들을 사로잡은 ‘빈대냄새’가 나는 누리대는 과연 어떤 나물일까?
♣위기의 산나물...
도시의 식당, 판매장 등을 살펴보면 외래종 산나물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맛과 향에서 결코 외래종에 뒤지지 않을 경쟁력을 지녔지만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의 산나물... 참나물로 널리 알려지고, 이미 우리 밥상에 자리 잡은 일본의 ‘삼엽채(미츠바)’ 하지만 정작 ‘미츠바’는 참나물이 아닌 파드득 나물, 반디나물 등으로 불리고 있는 나물이다.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그 맛과 향에서 큰 차이가 나는데, 참나물이 더욱 은 은하고 향긋해서 참나물을 먹어 본 사람은 참나물만을 찾는다고 한다. 이렇듯 한국의 밥상까지 점령한 일본 ‘삼엽채’의 성공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정답 은 바로 연중생산에 있었다. 4계절 내내 생산이 가능한 ‘삼엽채’는 높은 수익성으로 우리 농가들도 재배를 선호하고 있다. 제작진은 일본 현지의 선진화된 재배 시스템 을 찾아가 ‘삼엽채’가 어떻게 재배되기 시작했고, 또 연중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는지 를 들어보았다.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의 입맛을 사로잡은 곰취...
일본의 ‘미츠바(삼엽채)’가 있다면 우리에겐 곰취가 있다. 전국 각지에서 부는 곰 취 재배 열풍은 곰취의 인기를 실감하게 해준다. 곰발바닥을 닮았다고 해서 곰취라 고 불리는 이 나물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물이다. 봉화의 만산고택에서도 이 곰취를 이용한 전통 요리법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다. 양반집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정갈한 곰취요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밥에도 떡에도 역시 산나물...
나물의 조리법을 무침이나 볶음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다 양한 곳에서 나물이 사용되고 있었다. 정선의 나물 곤드레를 이용한 향긋한 곤드레 밥과, 쑥떡과는 그 맛과 향이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는 단오 날의 추억 수리취떡... 이 렇듯 산나물은 다양한 조리법으로 우리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또 하나의 나물 버섯...
봄이 지나고 산나물도 이미 쇠어버리면 또 다른 산나물... 버섯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8월말에서 9월 중순 비가 많이 내리고 나면 썩은 지 3년 정도 된 참나무를 찾 아 나무를 때리는 지리산의 박영문씨... 썩은 참나무 때리는 소리가 산속에 가득히 울려 퍼진지 10일정도가 지나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표고버섯들이 빼곡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 밖에도 아슬아슬하게 암벽 등반을 해야만 채취할 수 있는 석이버섯과 노루 엉덩 이를 쏙 빼닮은 탐스러운 노루궁뎅이버섯, 인기와 가격 모두 최고인 송이버섯, 산 사 람들이 최고로 쳐준다는 능이버섯 등 가을 산을 더욱 풍성하게 물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