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장의 '구포(九浦)'를 아시나요?"
이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대부분이 무릇 북구의 '구포'가 아니냐고 되물을 지 모른다. 그러나
낙동강 입구의 요지에 자리한 포구로 부산·경남 지역 수륙운송의 중계지이자 집산지로 유명했던 구포(龜浦)는 단독 지명임에 반해 구포(九浦)는 한자 뜻 그대로 기장에 있는 아홉개의 포구를 뜻하는 말이다.
기장군은 해안선이 단조로운 이수해안의 특징을 띠고 있어 포구가 발달했던
부산지역에서 가장 많은 아홉개의 포구를 갖고 있었고 다른 지역과 달리 포구의
기능이나 흔적도 대부분 고스란히 남아 있다.
기장의 구포는 무지포(기장읍 연화리와 대변리), 공수포(기장읍 시랑리), 동백포(일광면 동백리), 기포(일광면 이동리), 화사을포(장안읍 고리), 독이포(일광면 문동리), 월래포(장안면 월래리), 두모포(기장읍 죽성리), 항리포(일광면 학리)이다.
기장에서 가장 큰 포구였던 무지포는 오늘날 많은
횟집이 들어섰으며 매년 봄 열리는 정부지정축제인 '기장대변멸치축제'로 유명하다. 특히 멸치성어기인 3월에서 5월까지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40여만명에 달한다. 미역소매업이 활발한 공수포에는 남자 성인 15~20명이 직접 고기를 잡아 회를 먹을 수 있는 '지인망'이라는 전통어업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동백포는 어업과 수산업이 여전히 활성화돼 있으며 몽돌이 유명해 가족이나 연인들이 몽돌을 구경하고
바다 경치를 보며 산책하기에 좋다. 또 항리포는
소설가 오영수의 '
갯마을'의 실제 배경으로 추정되는 등 포구마다 저마다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본래 구포에는 두모포와 항리포가 아닌 가을포(해운대구 송정동) 이을포(기장읍 이천리)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한말 가을포와 이을포 출신의 고위관리들이 갯가마을에서 출생했다는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가을포는 송정, 이을포는 이천으로 바뀌면서 두 포구는 구포에서 빠지고 두모포와 항리포가 대신 포함됐다. 현재 가을포는
송정해수욕장으로, 이을포는 일광해수욕장으로 변했으며 특히 가을포는 지난 1963년 부산시에 먼저
편입되면서 지금은 해운대구의 영역이다. 이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