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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방서예자료[885]禪師들의 詩, 涅槃頌. 悟道頌(ㅅ)
四溟惟政 (1544~1610. 號 松雲, 四溟堂. 字 離幻. 法名 惟政. 塔號 鐘峰. 密陽 出生.
本貫 豊川. 俗姓 任氏, 俗名 應圭. 諡號 慈通弘濟尊者)
(1) 我本靑山鶴 (壬辰倭亂때 四溟大師와 日本 德川家康 <도쿠가와 이에야스 ,
とくがわ いえやす > 가 나눈 問答詩로 忠南 保寧市 開花藝術公園에 詩碑에)
(德川家康) 問.
石上難生草 ~ 돌 위에는 풀이나기 어렵고
房中難起雲 ~ 房안에는 구름이 일기 어렵네.
汝爾何山鳥 ~ 너는 어느 山의 새이기에
來參鳳凰群 ~ 鳳凰들이 노는데 왔느냐.
(四溟堂) 答
我本靑山鶴 ~ 나는 本디 靑山의 鶴인데
常有五色雲 ~ 五色구름 위에 놀았다.
一朝雲霧盡 ~ 하루 아침에 雲霧가 사라지는 바람에
誤落野鷄群 ~ 닭들 노는 곳에 잘못 떨어져 왔구나.
★ (とくがわ いえやす 長子 히데야쓰(32세)는 남달리 禪學에 뜻이 있는 사람인데,
朝鮮의 高僧 四溟大師를 親見하고 느낀 바 있어 스승의 禮를 갖추워 가르침을 請하니
大師는 一筆揮之로 다음과 같이 敎示하였다.
一太空間無盡藏 ~ 一太는 空間이요, 다함이 없고,
寂知無臭又無聲 ~ 寂知는 냄새도 없으며 또한 소리도 없도다.
只今聽說何煩問 ~ 只今 말을 듣고 어찌 번거롭게 묻는가
雲在靑天水在甁 ~ 구름은 靑天에 있고 물은 甁 속에 있느니라.
(2) 降仙亭
江源西出峽門開 ~ 江 根源이 西쪽으로 흘러 峽門이 열리니
千樹村邊斷岸廻 ~ 一千 나무 가에 끊어진 언덕이 둘렀구나.
中有高臺三百尺 ~ 가운데에는 三百 尺 높은 樓臺가 있으니
月明時見羽人來 ~ 달 밝은 밤에 때때로 神仙이 내려온다네.
(3) 癸未秋關西途中. 1
(癸未年 가을 關西로 가는 途中에서)
黃雲塞下本無春 ~ 邊方의 黃色 구름 本來 봄이 오지 않는데
桃柳應知別處新 ~ 복사꽃 버드나무 다른 地方에서는 새로 피어나리라.
雙鯉不來花又落 ~ 便紙는 오지 않고 꽃이 또 지니
暮山回首泣孤臣 ~ 저문 山에서 머리 돌려 우는 외로운 臣下여.
(4) 癸未秋關西途中. 2
黃葉蕭蕭廣陵道 ~ 廣陵길 落葉은 쓸쓸하고
夜來風雨滿江津 ~ 밤엔 비바람 江나루에 가득하다.
孤舟獨繫西湖柳 ~ 외로운 배 西쪽 湖水 버드나무에 매여이고
泣向關山憶遠人 ~ 눈물 흘리며 關山을 向해 먼 사람 생각한다.
(5) 癸未秋關西途中. 3
塞外孤身夢裏逢 ~ 邊方 밖 외로운 몸 꿈에서 만나
同遊澤畔語從容 ~ 못가에 같이 놀며 조용히 말한다.
覺來依舊關山遠 ~ 깨어보니 如前히 關山은 멀고
悄悄無言聽曙鐘 ~ 말없이 쓸쓸히 새벽 鐘소리 듣는다.
(6) 過邙山
太華山前多少塚 ~ 太華山 앞 數 많은 무덤들
洛陽城裏古今人 ~ 古今의 洛陽城 사람 무덤이라.
可憐不學長生術 ~ 可憐하다, 무슨 일로 長生術을 못 배워
杳杳空成松下塵 ~ 아득한 歲月 덧없이 소나무 아래 흙먼지로 되었는가.
(7) 過溟洲 (溟洲를 지나며)
離山三日到江陵 ~ 山을 떠나 三日만에 江陵에 오니
逆旅寥寥半夜燈 ~ 나그네 寂寂하고 한밤에 燈불만 깜빡인다.
故國千年多少恨 ~ 故國 千 年에 맺힌 恨이 얼마인가
水雲寒雪倚樓僧 ~ 물과 구름 그리고 차가운 눈, 樓臺에 기댄 중 한 사람있네.
(8) 過西都. 1 (西都를 지나며)
國破山河王氣殘 ~ 나라가 亡하니 山河에 王氣가 衰殘하고
天孫何處白雲間 ~ 王孫은 흰 구름 속 어디에 있는가.
只今宮漏秋鐘歇 ~ 只今 宮中의 물時計와 鐘소리 그치고
千古月明江水寒 ~ 千古에 달은 밝고 江물은 차기만하구나.
(9) 過西都. 2
淸流壁下古今路 ~ 淸流壁 아래 옛 길과 只今의 길에
靑草夕陽人去來 ~ 夕陽에 풀은 푸른고 사람은 오간다.
欲問千秋興廢事 ~ 千 年의 興亡의 일을 묻고자하니
白雲橋畔夜花開 ~ 白雲橋 다리 가에 밤에도 꽃이 피었구나.
(10) 過西都. 3
落月孤雲渺南國 ~ 지는 달 외로운 구름 南녘 땅 아득하고
羈愁獨上望鄕臺 ~ 나그네 愁心겨워 홀로 望鄕臺에 오른다.
秋風黃葉不歸去 ~ 가을바람 불고 丹楓이 져도 돌아가지 못하고
空館夜聞寒雨來 ~ 空虛한 旅館에서 차가운 밤비소리 듣는다.
(11) 過善竹橋
山川如昨市朝移 ~ 山川은 어제 같은데 世上은 變하고
玉樹歌殘問幾時 ~ 宮中의 소리 들린 지 얼마나 되었는가.
落日孤城春草裏 ~ 봄풀 속 쓸쓸한 城에 해는 지는데
祗今惟有鄭公碑 ~ 只今은 삼가하와 鄭夢周 公의 碑石만이 남았구나.
(12) 過震川 (震川을 지나면서)
古驛重陽抱劍悲 ~ 옛 驛에서 重陽節을 맞아 칼을 안고 슬퍼하노라니
病身唯有月相隨 ~ 病든 몸에 오직 달만이 서로 따르누나.
衡峯燒芋眞吾願 ~ 衡峯에서 土卵 굽기가 참으로 내 所願인데
官路乘肥豈我宜 ~ 벼슬 길과 살찐 말타기가 어찌 내게 맞으리.
瘴海十年空遠戍 ~ 瘴毒 바다에 十 年토록 헛되이 먼 邊方 지키니
香城何日定歸期 ~ 山으로 돌아갈 날 언제일까.
天淸一雁江東遠 ~ 맑은 하늘 한 마리 기러기 멀리 江 東쪽으로 날아 가는데
明滅燈前攬弊衣 ~ 가물거리는 燈불 앞에서 헤진 옷 집어 드네.
★ 衡峯에서 土卵 굽기 ~: 中國 唐나라 때 李泌이란 사람이 道를 묻기 爲해
衡嶽寺에 남이 먹고 남은 밥을 먹고 사는 懶殘이란 修行者를 찾아 갔다.
그는 마침 土卵을 굽고 있다가 李泌을 보고 宰相 노릇이나 한 十 年 하라고 하였다는 故事가 있다.
(13) 過咸陽
眼中如昨舊山河 ~ 둘러보니 어제 같은 옛 山河여
蔓草寒煙不見家 ~ 우거진 덩굴 풀, 찬 煙氣에 집들은 보이지 않네.
立馬早霜城下路 ~ 서리 내린 城 아래 길목에 말을 세우고
凍雲枯木有啼鴉 ~ 차가운 구름 서린 枯木에 까마귀가 울고있네.
(14) 歸鄕
十五離家三十四 ~ 열다섯 살에 집을 떠나 서른 살에 돌아오니
長川依舊水西來 ~ 긴 내는 옛날과 같은데 냇물은 西에서 흘러온다.
柿橋東岸千條柳 ~ 감나무 다리 東녘 언덕에 우거진 二千 그루 버드나무는
强半山僧去後裁 ~ 折半이나 山僧이 간 뒤에 심은 것이로구나.
(15) 己丑橫罹逆獄
(己丑年에 엉뚱하게 逆獄에 걸려들다)
蛾嵋山頂鹿 ~ 蛾嵋山 위의 사슴
擒下就轅門 ~ 사로잡혀 轅門에 내려왔구나.
解網放還去 ~ 그물을 풀고 달아나니
千山萬樹雲 ~ 온 山에 나무숲과 구름이네.
(16) 寄春州刺史 (春州刺史에게)
遙望春城雁不來 ~ 봄날 城을 멀리서 바라보니 기러기 날지 않고
幾番風雨暗書灰 ~ 몇 番이나 비바람에 冊의 재처럼 바래어졌던가.
只今獨坐舡潭上 ~ 只今은 홀로 앉아 江 위의 배를 보며
空憶當時勸酒杯 ~ 當時에 술 勸하던 일 空然히 생각해 본다.
(17) 謹奉洛中諸大宰乞渡海詩
(日本으로 使臣을 떠나면서 서울에서 여러 大臣들을 모시고)
年來做錯笑餘生 ~ 몇 年 동안 엉뚱한 짓하여 餘生이 우습게 되었는데
數月荷衣滯洛城 ~ 數個月이나 修行服 차림으로 서울에 머물렀네.
愁病平分送春恨 ~ 근심하는 내 分水는 봄을 보내는 恨이요
歌吟半惱憶山情 ~ 노래하는 괴로움은 山을 생각하는 情이라.
浮杯謾道堪乘海 ~ 盞 하나 띄우고서 敢히 바다를 건넌다고 말하고
飛錫初羞誤說兵 ~ 지팡이 날려 兵事를 잘못 말함이 먼저 부끄럽네.
爲國重輕諸老在 ~ 나라를 爲하는 온갖 일은 여러 老壯들이 있으니
願承珠唾賁東行 ~ 願컨대 아름다운 詩로써 東쪽(日本) 걸음 빛내 주소서.
★ 惟政이 壬辰倭亂이 끝난 後인 1604年에 日本으로 使臣을 가서
戰爭捕虜 三千五百 名을 데리고 돌아왔다.
(18) 鹿門長川別門下諸公
(鹿門長川에서 門下의 諸公과 離別하다)
山到西江路亦分 ~ 山이 西江에 이르니 길 또한 나눠지고
楊花愁殺別離魂 ~ 버들꽃은 離別하는 마음을 愁心으로 죽이네.
日斜獨出瞿塘峽 ~ 해는 지는데 혼자 瞿塘峽에 나와
回首千峰萬樹雲 ~ 돌아보니 봉우리마다 숲과 구름뿐이로다.
(19) 登香爐峯
山接白頭天杳杳 ~ 山은 白頭山에 接하고 하늘은 限없이 높고
水連靑海路茫茫 ~ 물은 푸른 바다로 흐르고 길은 아득하기만 하다.
大鵬備盡西南闊 ~ 大鵬이 날아갈 만큼 西南은 廣闊하니 갖춰있고
何處山河是帝鄕 ~ 山河의 어디쯤이 곧 天帝의 사는 곳일런지.
(20) 萬瀑洞
此是人間白玉京 ~ 이곳은 人間의 白玉京이요
琉璃洞府衆香城 ~ 琉璃洞의 官廳이요 온갖 香氣의 城이구나.
飛流萬瀑千峰雪 ~ 날아흐르는 온갖 瀑布는 온 山봉우리의 눈이라
長嘯一聲天地驚 ~ 길게 한 番 소리치니 天地가 놀라는구나.
(21) 東林寺秋夕夜半
(東林寺 秋夕날 밤에)
東林月出白猿啼 ~ 東林寺에 달뜨고 흰 원숭이 울고
丹桂淸霜夜色凄 ~ 붉은 桂樹나무 맑은 서리에 밤빛 凄凉하다.
獨倚香臺鐘鼓靜 ~ 홀로 香臺에 기대니 鐘과 북소리 맑고
天風吹棄見禽棲 ~ 바람은 나뭇잎에 불어 둥지의 새가 보인다.
(22) 謾書 (아무렇게나 쓰다)
藏舟計拙事多違 ~ 서툰 計策을 쓰다 보니 어그러지는 일이 많고
坐到更深不掩扉 ~ 앉은 채로 사립門도 닫지 않은 채 밤이 깊었네.
細數三千八百策 ~ 三千 八百의 計策을 仔細히 살펴보니
方知四十九年非 ~ 四十九 年의 歲月이 잘못 되었음을 알겠네.
秖今穿耳人誰在 ~ 只今 時代에 귀가 뚫린 이가 누가 있으며
從古枯禪世所稀 ~ 옛날부터 올곧게 參禪하는 이 世上에 드물었다.
鐘盡月沈天欲曙 ~ 鐘이 울리고 나니 달 지고 하늘 밝아오는데
始驚寒露濕蘿衣 ~ 비로소 차가운 이슬에 옷이 젖는 것을 알고 놀라네.
★ 귀가 뚫린 이 ~: 怜悧한 사람, 佛法을 理解하는 사람
(23) 鳴沙行 (鳴沙로 가면서)
細雨鳴沙三月時 ~ 가는 비 내리는 鳴沙 땅 三月에
杏花零落客思歸 ~ 살구꽃 떨어지니 故鄕 생각나는 나그네.
鄕關猶隔一千里 ~ 故鄕은 아직 千 里 아득한 곳
愁見河橋靑柳絲 ~ 江다리 푸른 버들을 愁心겨워 보노라.
(24) 別松庵 (松庵과 離別하며)
去歲春風三月時 ~ 지난 해 봄바람 부는 三月에
一回相見語相思 ~ 한 番 만나보고 그립다 말을하네.
如今又向南天遠 ~ 只今 또 南쪽을 向하여 멀리 떠나는데
依舊垂楊生綠綠 ~ 垂楊버들만은 옛처럼 푸르기만 하여라.
(25) 別松庵陪尊祖西行
(松庵이 尊祖를 모시고 西行함을 離別하다)
別路寒松日欲斜 ~ 지는 해에 차가운 소나무 길에서 離別할제
碧雲殘雪有啼鴉 ~ 구름은 푸른고 殘雪속에 갈가마귀 울음소리 들린다.
西行想渡浿江水 ~ 西行길에 大同江을 건널 일 생각하니
落盡春風處處花 ~ 곳곳에 꽃잎들이 봄바람에 다 떨어지지않을런지.
(26) 奉錦溪沈明府 (錦溪 沈明府에게)
當時一別漢東寺 ~ 漢陽 東쪽 절에서 헤어지고 보니
空悲歲徂靑眼稀 ~ 親舊는 드물고 가는 歲月을 슬퍼한다.
隨緣江海無定所 ~ 因緣 따라 푸른 江과 바다 定處 없이 다니다가
轉蓬復此西南飛 ~ 구르는 쑥대처럼 여기 西南으로 찾아왔소.
知音賴有沈休文 ~ 마음 알아주는 親舊 沈休文이 있어
八月南渡瀟湘浦 ~ 八月에 南쪽으로 瀟湘浦를 건넌다.
相看切切語相思 ~ 절절히 서로 보며 그리웠던 지난 얘기 나누고
上房數夜同淸晤 ~ 몇 날 밤을 上房에서 함께 지냈네.
天涯佳節近重陽 ~ 하늘 끝 아름다운 때 重陽節이 가까운데
零露瀼瀼荷欲老 ~ 차가운 이슬은 내리고 蓮꽃은 시드는구나.
平明却有故山思 ~ 날이 밝으니 도리어 故鄕 山川 생각나
獨望白雲山外路 ~ 나 홀로 흰 구름 저 넘어 먼 山을 바라본다.
(27) 奉全羅防禦使元長浦
(全羅 防禦使 元長浦에게 드림)
百歲三分已二分 ~ 百 年을 三分하여 벌써 二分이 지났는데
袛今行止更如雲 ~ 只今도 나의 行動거지 구름과 같구나.
何時高臥崇山室 ~ 어느 때나 崇山의 房에 便安히 누워
鷄唳猿啼半夜聞 ~ 半夜에 鶴과 원숭이 울음소릴 들어볼꺼나.
(28) 浮碧樓用李翰林韻
(浮碧樓에서 李翰林의 韻을 따서)
三國去如鴻 ~ 옛 三國의 榮華도 그렇게 가고
麒麟秋草沒 ~ 聖人들도 가을 雜草더미에 묻혀있구나.
長江萬古流 ~ 긴 江물은 永遠으로 흐르고
一片孤舟月 ~ 쪽배같은 외로운 달만 하늘에 걸렸구나.
(29) 寫懷 (생각을 쓰다)
邇來多病歎龍鐘 ~ 요즈음은 病이 많아 歎息하며 눈물 흘리고
親友凋零半已空 ~ 親友들도 世上 떠나 半이 이미 없어졌네.
獨有雲松與麋鹿 ~ 오직 구름과 소나무와 사슴만이 있어
暮年相伴老重峯 ~ 늘그막에 서로 벗삼아 겹겹 봉우리 속에서 늙어가네.
(30) 山居集句四. 1
(山에 살며 集句한 四首)
無媒經路章蕭蕭 ~ 지름길 찾는이 없어 글 읽기 외롭고
門掩空庭思寂廖 ~ 大門 닫힌 빈 뜰은 생각하면 쓸쓸하기만 하다.
百鳥不來春又過 ~ 온갖 새 날아오지 않았는데 봄은 또 지나가고
庵前時有白雲朝 ~ 庵子 앞에는 때때로 흰구름만 보이는구나.
(31) 山居集句四. 2
閉門春盡綠煙消 ~ 門 닫으니 봄은 가고 푸른 氣運 사라지니
眞性如空不動搖 ~ 眞性은 虛空 같아 움직임이 없도다.
世出世間俱打了 ~ 世上을 벗어나고 世上에 있는 것 모두 떨쳐버리니
那知今夕與明朝 ~ 오늘 저녁 일 來日 저녁 일을 어찌 알리오.
(32) 山居集句四. 3
白雲何計是生涯 ~ 흰 구름 속의 生涯가 어찌 生涯라하리
朝抱陳編至日斜 ~ 아침에 오래된 冊 잡으면 해질 때까지 가는구나.
門外啼鵑天寂寂 ~ 門 밖에 杜鵑새 우는데 날은 寂寂하고
東風吹落刺桐花 ~ 봄바람은 불어와 梧桐나무꽃을 떨어뜨리는구나.
(33) 山居集句四. 4
近思丙子重陽日 ~ 丙子年 重陽日을 생각해보니
寒雨獨登浮碧樓 ~ 찬비 속에 혼자 浮碧樓에 올랐네.
今夕又經長慶路 ~ 오늘 저녁 다시 長慶路를 지나니
黃花依舊去年秋 ~ 노란 丹風잎 지난해와 같은 가을이구나.
(34) 山中
柴門終日獨徘徊 ~ 혼자 사립門을 終日토록 오가니
秋雨寒煙首屢回 ~ 가을비에 차가운 안개 머리 위를 도는구나.
只尺相思不相見 ~ 咫尺에 두고도 생각만 하고 만나지 못하니
暮雲孤鳥倦飛來 ~ 저문 구름에 외로운 새는 지쳐서 돌아온다.
(35) 西風
西風吹動雨初歇 ~ 하늬바람 불자 비는 벌써 그쳤고
萬里長空無片雲 ~ 넓은 하늘엔 구름조각 하나 없구나.
虛室戶居觀衆妙 ~ 빈 房에 앉아 온갖 妙한 理致를 보나니
天香桂子落紛紛 ~ 하늘의 桂樹나무 香氣(달 빛) 어지러이 떨어진다.
(36) 送昱山人還海西
(昱山人을 보내고 西海로 돌아가다)
沓盡天南吳楚間 ~ 하늘 南쪽 吳나라 楚나라 사이를 다 밟아보고
逢春還鄕海西山 ~ 봄을 맞아 故鄕 바다 西쪽 山岳으로 向하는구나.
落花啼鳥東風裏 ~ 봄바람 부는데 꽃은 떨어지고 새가 우니
知子香爐獨掩關 ~ 자네가 香爐끼고 홀로 門닫고 있는 것을 알겠구나.
(37) 酬李公求語
(李公이 한 마디 말을 求하기에 答하다)
懸崖峭壁無棲泊 ~ 깎아지른 높은 絶壁 발붙일 곳 없어도
捨命忘形進不疑 ~ 목숨 걸고 몸을 잊고 疑心 없이 나아가라.
更向劍鋒飜一轉 ~ 다시 칼끝 위에서 한 番 뒤집어야
始知空劫已前時 ~ 空劫 以前의 나를 비로소 알 수 있도다.
(38) 宿般若寺
古寺秋晴黃葉多 ~ 옛 절에 가을 날씨 맑으니 나뭇잎이 누렇게 물들고
月臨靑壁散棲鴉 ~ 달이 푸른 壁에 비치니 잠자던 까마귀들 흩어진다.
澄潮煙盡淨如練 ~ 맑은 湖水에 안개 걷혀 緋緞같이 맑고
夜半寒鐘落玉波 ~ 밤이 깊어가니 차가운 鐘소리 玉 물결에 떨어진다.
(39) 宿佛頂庵
琪樹瑤袋桂影秋 ~ 琪樹와 瑤袋에 桂樹나무 가을인데
蓬上宿客思悠悠 ~ 蓬萊山에 묵는 나그네 생각도 아득하네.
西風一夜露華冷 ~ 西風에 하루밤 이슬도 차가운데
玉磬數聲人猗樓 ~ 몇 가닥 玉磬소리 들으며 樓臺에 기대선다.
(40) 十王洞
王子何年築此城 ~ 王子는 어느 해에 이 城을 쌓았던가
玉峰依舊老蓂靈 ~ 玉峰은 옛과 같은데 蓂靈 나무는 늙었구나.
鳳凰一去無消息 ~ 鳳凰은 한 番 가고 消息 없는데
金井千秋瑤草生 ~ 우물 欄干에는 千 年 동안 瑤草가 돋아난다.
(41) 嶺南金烏下臥病憶雲中寸調 (嶺南 金烏山 아래서 病으로 누운 雲中 寸調를 생각하며)
一從恩譴度流沙 ~ 한 番 恩譴을 쫓아 流沙를 건넌 뒤
望盡三年鬢已華 ~ 三年 동안 바라보다 이미 귀밑머리 희어졌네.
怊悵東湖去時路 ~ 슬퍼도다, 東湖로 그재 떠나던 길은
春風依舊長新莎 ~ 봄바람에 옛날처럼 잔디가 새로이 돋는구나.
(42) 己亥秋 奉別邊注書
(1599年 가을 邊 注書와 離別하며)
恭承朝命下轅門 ~ 恭遜히 朝廷의 命令 받고 軍門으로 내려오니
夷夏山河到此分 ~ 오랑캐와 中華의 땅이 여기에서 갈라졌네.
四海風塵猶轉戰 ~ 온 世上에는 戰亂이 如前한데
十年征戍更從軍 ~ 十 年 동안 邊方 지키다 또다시 從軍하네.
城隅落照看廻鳥 ~ 城 모퉁이 落照에 돌아오는 새 쳐다보고
天外歸心望去雲 ~ 하늘 바깥의 돌아가고픈 마음에 구름만 바라보네.
掃盡妖氛定何日 ~ 妖邪한 氣運 쓸어버릴 날 언제일까
撥灰金鴨細香焚 ~ 火爐에 재 헤쳐서 香을 피우노라.
★ 注書 ~: 朝鮮時代 王의 命令 內容을 記錄으로 남기는 일을 擔當하던 官吏.
(43) 在南原驛 (南原 兵營에 있으면서)
碧油幢幕夜凄凄 ~ 碧油 幢幕에 밤은 凄凉하고
刁斗無聲月欲低 ~ 刁斗 치는 소리 없고 달은 지려하는구나.
壯志未酬驚歲晏 ~ 壯한 뜻 펴지 못하고 놀랍게도 올 해가 다가니
手持雄劒聽莏鷄 ~ 큰 칼을 손에 쥐고 귀뚜라미 소리 듣는다.
(44) 在東溟舘云云二 (東溟館에서)
風動葉聲驚宿鶴 ~ 잎사귀에 이는 바람 소리에 자던 鶴은 놀라고
月高汀樹散栖鴉 ~ 달은 높고 물가 나무 들까마귀들 흩어지네.
不眠夜靜天河轉 ~ 잠 못 드는 이 밤 저 멀리 銀河는 기우는데
獨步中庭把菊花 ~ 홀로 뜰을 서성이며 菊花를 매만지네.
(45) 在馬島館 庭菊大發 感懷
(對馬島 旅館에서 뜰에 菊花가 가득 핀 것을 보고)
蕭蕭落葉下汀洲 ~ 쓸쓸히 落葉은 모래톱에 지고
天末歸雲海北秋 ~ 하늘 끝 돌아가는 구름에 바다 北쪽은 가을이다.
節過重陽不歸去 ~ 節氣는 重陽節을 지났건만 돌아가지도 못하는데
黃花空遣遠人愁 ~ 누런 꽃은 空然히 멀리 온 사람을 시름겹게 하네.
旅遊心緖亂如麻 ~ 나그네 마음은 亂麻와 같이 어지러워
落日空瞻北去鴉 ~ 떨어지는 해에 北으로 가는 까마귀만 부질없이 바라보네.
誰道山僧無顧念 ~ 누가 山僧은 돌아보는 마음이 없다고 하였는가
夢魂頻度漢江波 ~ 꿈속에서 魂靈이 자주 漢江의 물결 넘는 것을.
錦屛回夢夜蒼蒼 ~ 꿈 깨고 보니 緋緞 屛風에 밤이 어둑어둑한데
雲盡天晴碧海長 ~ 구름 다한 하늘은 맑은데 푸른 바다는 아득하네.
門掩候蟲殘月曙 ~ 門 닫히고 가을 벌레 우는데 새벽달 밝아오고
寄衣無處有淸霜 ~ 옷은 보내 올 곳도 없는데 맑은 서리만 내리다니.
★ 對馬島 ~: 韓國의 釜山과 日本의 후쿠오카 사이에 있는 섬.
朝鮮 時代에 두 나라를 오갈 때 반드시 이 섬을 거쳐서 다녔다.
(46) 在本法寺 除夜
(本法寺의 섣달 그믐날 밤)
★ 本法寺 ~: 日本에 使臣으로 갔을 때 들른 절이다.
四海松雲老 ~ 이 넓은 世上에 이 늙은이는
行裝與志違 ~ 차림새와 생각이 서로 어긋나네.
一年今夜盡 ~ 한 해도 오늘 밤으로 다하는데
萬里幾時歸 ~ 萬 里 먼 땅 돌아갈 날 언제이리.
衣濕蠻河雨 ~ 옷은 오랑캐 나라의 비에 젖는데
愁關古寺扉 ~ 오래된 절의 사립門이 닫힌 걸 근심하네.
焚香坐不寐 ~ 香을 피우고 앉아서 잠들지 못하는데
曉雪又霏霏 ~ 새벽 눈만 펄펄 내리는구나.
(47) 題降仙亭 (降仙亭에 쓰다)
三峽客歸去 ~ 三峽으로 나그네 돌아가니
龍臺生遠愁 ~ 龍臺에는 먼 근심 이는구나.
靑山雲色暮 ~ 靑山에 구름 빛 저무는데
丹穴水聲幽 ~ 붉은 窟에선 물소리 그윽하다.
(48) 在竹島 有一儒老 譏山僧 不得停息 以拙謝之
(竹島에 있을때 어떤 늙은 儒學者가 山僧이 쉬지도 못한다고 꾸짖기에 서툰 솜씨로 謝禮드리다)
西州受命任家裔 ~ 西州에 命을 받은 任氏 家門의 後裔로
庭戶堆零苟不容 ~ 집안이 零落하여 暫時 몸 둘 곳도 없었네.
無賴生成逃聖世 ~ 依支해 살 데가 없어서 世上을 避하여
有懷愚拙臥雲松 ~ 어리석음과 못남을 품고서 구름과 소나무에 누웠네.
山河去住七斤衲 ~ 山과 江을 오가는 데는 일곱 斤 長衫이요
宇宙安危三尺筇 ~ 宇宙의 安危에는 세 尺의 지팡이라.
是我空門本分事 ~ 이것이 우리 佛家의 本分인데
有何魔障走西東 ~ 무슨 魔鬼의 障礙가 있어서 東西로 달리는가.
(49) 題降仙亭. 2
白首關河夜 ~ 흰 머리로 邊方의 물가에 있으니
傷心遠客愁 ~ 애끊는 마음 먼 나그네의 愁心이라.
相思無限意 ~ 限없이 서로를 생각하며
明月獨登樓 ~ 밝은 달 빛 아래 홀로 樓臺를 오른다.
(50) 贈蘭法師
(蘭 法師에게 주다)
萬疑都就一疑團 ~ 萬 가지 疑心을 한가지 疑心에 뭉쳐서
疑去疑來疑自看 ~ 疑心해 오고 疑心해 가면 스스로 보리라.
須是拏龍打鳳手 ~ 龍을 잡고 鳳凰을 치는 솜씨로
一拳拳倒鐵城關 ~ 한 주먹으로 鐵城關을 넘어뜨려라.
(51) 贈白蓮寺和尙 (白蓮寺 스님에게)
佳節年年客中過 ~ 해마다 좋은 때에 나그네 身世
故山花謠夢携筇 ~ 故鄕 山의 꽃노래를 꿈속에서 부른다네.
會遊到處有芳草 ~ 모여 놀던 곳 풀 香氣 가득한 곳이었건만
此日來時迷舊蹤 ~ 오늘 와서 보니 옛 자취 찾을 수 없네.
塞上羈愁猶亂緖 ~ 邊方 떠도는 나그네 마음 어지럽기만 한데
鏡中衰鬢匕成蓮 ~ 거울 속 귀밑머리 瞬息間에 蓮실이 다 되었네.
天涯迢遆不歸去 ~ 그곳은 하늘 끝 바다 먼 곳을 돌아가지 못하고
坐聽白蓮精舍鐘 ~ 앉아서 그저 白蓮寺 鐘소리만 듣고있다.
(52) 贈浮休子 (浮休子<浮休善修>에게)
別傳敎外眞消息 ~ 가르침 밖의 참 消息 있어
專義須還古丈夫 ~ 穩全한 뜻 옛 丈夫에게 돌아가리.
後五百年誰繼此 ~ 뒤 世代 五百 年 누가 이어갈까
拈花一脈落嗚呼 ~ 眞理의 한 脈落이 歎息 소리에 떨어진다.
(53) 贈洛陽士 (洛陽 선비에게)
春愁無禁閉南關 ~ 봄 시름 참을 수 없어 南쪽 門을 닫으니
佳節悤悤欲已闌 ~ 좋은 季節은 그리도 빨리 이미 끝나가는구나.
霽後終南開晩眺 ~ 비 갠 뒤의 終南山을 門 열고 바라보니
落花芳草滿長安 ~ 꽃은 져도 香氣로운 풀이 長安에 가득하다.
(54)贈默山人 (默 山人에게 드림)
參禪不用多言語 ~ 參禪하는 데 많은 말이 必要 없으니
只在尋常默自看 ~ 다만 平素에 말없이 스스로를 살피면 된다네.
趙州無字如忘却 ~ 趙州의 無字를 잊어버린다면
雖口無言我不干 ~ 비록 입이 말을 하지 않아도 내 干涉하지 않으리.
我師天竺金仙氏 ~ 나의 스승은 印度의 부처님이니
直使跉跰返故園 ~ 절름발이도 곧바로 故鄕으로 돌아가게 하시도다.
自是不歸歸便得 ~ 이로부터는 돌아가지 않아도 곧 돌아감을 얻으리니
月臨靑桂有啼猿 ~ 달이 푸른 桂樹나무에 떠오르고 원숭이 울음 있도다.
(55) 贈白蓮僧二 . 1 (白蓮菴 스님에게)
秋深南渡下黃葉 ~ 가을이 깊어 南으로 내려가니 落葉이 떨어지고
別路霜華已滿衣 ~ 離別하는 길에는 서리꽃이 옷 자락에 가득찬다.
此去蓬山一千里 ~ 여기서 蓬萊山은 一千 里나 떨어져 있는데
碧雲何處更追隨 ~ 푸른 구름을 그 어느 곳으로 다시 찾아가야 하는가.
(56) 贈白蓮僧二. 2 (白蓮菴 스님에게)
節過重陽雁影高 ~ 季節은 重陽節을 지나 기러기 그림자 높아져
霜楓昨夜入麻袍 ~ 지난 밤 서리 맞은 丹楓나무 삼베 道袍에 날아드네.
客行更覺江東遠 ~ 나그네 가는 길의 江東은 너무나 멀어
海上靑山夢憶勞 ~ 바다 위 푸른 山은 꿈속마져 疲困하여라.
(57) 贈成秀才
天寒歲暮峽中村 ~ 차가운 날씨에 저무는 山골마을
籬落蕭蕭掩竹門 ~ 울타리 蕭蕭하고 대 사립門 가려있다.
高臥北窓閑夢破 ~ 北窓에 높이 누워 閑暇한 꿈 깨니
任地風雪亂黃昏 ~ 任地의 눈바람이 黃昏에 어지럽다
(58) 贈承兄
雨餘庭院淨沙塵 ~ 비 온 뒤 뜰에는 먼지 하나 없고
楊柳東風別地春 ~ 바람 부는 버드나무 봄빛 저리 곱구나.
中有南宗穿耳客 ~ 여기 귀 열리고 눈 열린 나그네 있어
世間皆醉獨醒人 ~ 世上 사람 다 醉해 있건만 그만 홀로 깨어 있네.
(59) 贈靈雲長老 (靈雲 長老에게 주다)
千魔萬難看如幻 ~ 數많은 魔鬼와 어려움을 허깨비로 보면
直似灘頭撤轉船 ~ 여울머리에서 배를 돌리는 것과 같도다.
呑透金剛竝栗剳 ~ 金剛과 밤송이를 모두 삼켜버려야만
方知父母未生前 ~ 父母가 낳아주기 前의 나를 알 수 있다.
(60) 贈圓長老
巖畔雲松巖下泉 ~ 바위 가 구름낀 소나무, 바위 아래 샘
焚香洗鉢過蕭然 ~ 香 사르고 바리 씻으며 깨끗하게 살아간다.
十年不下香爐頂 ~ 十 年 동안 香爐峰 頂上을 내려오지 않고
石塔靜看秋水篇 ~ 돌 塔 아래에서 고요히 秋水篇을 읽는다.
(61) 贈閑長老
衣下麽尼依舊在 ~ 옷 아래 麽尼珠를 예前부터 가지고 있었으니
不須虛認鏡中頭 ~ 거울 속의 모습을 眞짜인 줄 錯覺하면 안 된다네.
翻身直到故園裏 ~ 몸 돌려 곧바로 故鄕의 뜰에 이르면
一見爺孃方始休 ~ 비로소 父母님이 쉬고 계신 걸 한 番 보리라.
★ 摩尼珠 ~: 龍王의 腦 속에서 나왔다고 하는 寶珠. 惡을 물리치고,
흐린 물을 맑게 하며, 火를 없앤다고 한다. 摩尼라고도 한다.
(62) 贈海運
一夜聯床話 ~ 하룻밤 床에서 마주보고 이야기하니
鶴峰秋晩時 ~ 鶴峰에는 가을이 무르익었네.
重逢又何日 ~ 다시 만날 날은 또 어느 날인가
世事杳難期 ~ 世上 일 몰라서 期約하기 어려워라.
(63) 贈行脚僧
爾從江海來 ~ 네가 江과 바다에서 왔다가
還從江海去 ~ 다시 江과 바다로 떠나니
江海路迢迢 ~ 江과 바닷길이 멀고도 먼데
重逢又何處 ~ 다시 만나는 곳이 또 어딜꼬.
(64) 贈許生
休說人之短與長 ~ 남의 短點 長點일랑 말하지 말지 어다
非徒無益又招殃 ~ 無益도 하려니와 또한 災殃을 부르나니.
若能守口如甁去 ~ 곧 입 操心 하기를 甁마개 막 듯하면
此是安身第一方 ~ 이것이 제 몸 保全하는 第一의 方策일터.
★ 許均 (1569~1618) 言行이 가볍다고 惟政스님이“말 操心을 하라”며 지어 준 詩.
(65) 眞歇臺
濕雲散盡山如沐 ~ 濕한 구름 다 걷히니 山은 沐浴한 듯
白玉芙蓉千萬峯 ~ 白玉같고 蓮꽃 같은 千 萬 봉우리
獨坐翻疑生羽翼 ~ 홀로 앉아 뒤척이니 몸에 날개가 생긴 듯
扶搖萬里御冷風 ~ 萬 里를 잡아흔들며 찬 바람을 탄다.
(66) 集句. 1
山圍故國周遭在 ~ 山은 故鄕땅을 에워싸고 있고
陵谷依然世自移 ~ 언덕과 골짝은 옛날 같은데 世上은 變하였다.
玉輩昇天人已遠 ~ 玉수레 타고 하늘로 오른 사람 이미 멀어지고
只今唯有鷓鴣飛 ~ 只今은 鷓鴣새만 남아 날고 있구나.
(67) 集句. 2
日暮東風春草綠 ~ 해는 저물고 봄바람에 풀은 푸르고
杖藜徐步立芳洲 ~ 지팡이 집고 천천히 걸어 香氣로운 물가에 섰다.
閣中帝子今何在 ~ 樓臺의 王族들은 只今 어디에 있는지
汀月寒生古石樓 ~ 물가의 달빛은 옛 돌 樓臺에 차기만 하다.
(68) 次樂天堂 (樂天堂에 次韻하여)
不慍人間人不知 ~ 남이 나 알아주지 않음을 성내지 않는데
豈愁軒冕到吾遲 ~ 어찌 내게는 벼슬이 더디 온다 근심하는가.
樂夫天命稱君子 ~ 天命을 즐기는 者를 君子라 하니
伯玉何須四十非 ~ 蘧伯玉은 어찌 人生 四十이 그릇되었다 고민 해야는가.
(69) 次鄭子韻
歲晏迷歸路 ~ 해는 저무는데 돌아갈 길을 잃어
行狀問鄭公 ~ 行狀을 鄭公에게 묻는다.
鐘山杳天末 ~ 鐘山은 하늘 멀리 아득한데
衰鬢又秋風 ~ 衰한 귀밑머리 또 가을 바람에 날린다.
(70) 淸平寺西洞
華表鶴廻天路遠 ~ 千 年만에 華表에 鶴이 돌아오니 하늘 길은 멀고
靑山如昨客初歸 ~ 靑山은 어제 같은데 손이 처음 돌아왔도다.
淸流白石照明月 ~ 맑은 물 흐르는 흰 돌에 밝은 달이 비치고
一夜空攀靑桂枝 ~ 하룻 밤에 속절없이 푸른 桂樹나무 가지를 휘어잡는다.
(71) 靑鶴洞秋坐 (靑鶴洞 가을에 앉아서)
西風吹動雨初歇 ~ 西風이 불자 비가 처음 개어
萬里長空無片雲 ~ 萬 里 긴 하늘에는 구름 한 點 없다.
虛室尸居觀衆妙 ~ 빈 房에 일없이 居하며 妙理를 찾으니
天香桂子落紛紛 ~ 하늘 香氣 桂樹 열매가 어지럽게 떨어진다.
(72) 秋軒夜坐
獨坐無眠羈思長 ~ 홀로 앉으니 잠이 오지 않아 나그네 시름만 깊은데
數螢流影度西廊 ~ 반딧불 몇 마리 그림자 흘리며 西쪽 回廊으로 지나간다.
崇山月出秋天遠 ~ 崇山에 달이 뜨니 가을 하늘 멀고
一夜歸心鬢已霜 ~ 온 밤 돌아가고픈 마음에 귀밑머리는 이미 희어졌구나.
(73) 出峽憩江花石
(峽谷을 나와 江花石에서 쉬다)
橫塘石路日初斜 ~ 가로놓인 못의 돌길에 해가 지려는데
春水微茫生綠波 ~ 봄 물은 아득한데 푸른 물결이 이는구나.
回指金仙是何處 ~ 金仙은 어느 곳인지 돌아보며 가리키니
碧峰千疊五雲多 ~ 千 겹 푸른 山봉우리에 五色 구름 자욱하다.
🍎 西山大師 /休靜大師 / 淸虛休靜 (1520~1604. 俗名은 崔汝信. 兒名 雲鶴.
本貫은 完山<全州>. 字 玄應, 號 淸虛. 法名 休靜. 平南 安州 出生.
壬辰倭亂 때 僧軍을 이끌고 平壤奪還作戰에 參加하여 功을 세웠다.
妙香山에 오래 머물렀기 때문에 妙香山人 또는 西山大師<別號>로 불린다)
(1) 賈島
黑白投身處 ~ 出家는 沙門이 몸둘 곳이요
推敲着字時 ~ 推와 敲를 分明히 할 때라.
一生功與業 ~ 一生의 功과 業이
可笑苦吟詩 ~ 괴로이 詩만 읊나니 可笑롭구나.
(2) 覺行大師
雲房高臥遠塵紛 ~ 禪房에 높이 누워 世上 어지러움을 멀리하고
只愛松風不閉門 ~ 다만 솔바람이 좋아서 禪房門을 열어 놓았네.
一柄寒霜三尺劍 ~ 서릿발 같은 三尺劍으로
爲人提起斬精魂 ~ 마음 속의 精靈 모두 잘랐네.
僧兼山水三知己 ~ 스님과 山 그리고 물은 眞正한 세 親舊가 되고
鶴與雲松一世間 ~ 鶴과 더불어 구름과 소나무와 함께하는 世間이로다.
虛寂本心如不識 ~ 텅 비고 고요한 本來 마음을 얻지 못하면
此生安得此身閑 ~ 이 生에 어찌 이 몸이 閑暇함 얻으랴.
(3) 感興集古詩 (感興을 모은 古詩)
天道分明人自昧 ~ 天道는 分明한데 사람 自身이 不足하고 어두워
功名得失漫欣悲 ~ 富貴功名과 得失에 어지러이 기뻐하고 또 슬퍼한다.
年當少日須思老 ~ 젊을 때 늙음을 생각하고
身在安時莫忘危 ~ 몸이 便할 때 危急함을 잊지 말라.
高祖宅中花似錦 ~ 漢高祖 劉邦의 뜰에 꽃은 緋緞 같았고
魏王堤畔柳如絲 ~ 魏王 曹操의 못둑의 실버들로 푸르렀다.
良辰美景忍虛負 ~ 좋은 철에 좋은 景致 헛되이 보내지 마라.
驟雨飄風無定期 ~ 소나기와 모진 바람 一定한 때 없나니.
(4) 康陵에서 哭함
愛國憂宗社 ~ 나라와 宗廟社稷 사랑하고 근심함은
山僧亦一臣 ~ 山僧도 또한 하나의 臣下임일세.
長安何處是 ~ 上監님계신 서울은 어디런가
回望淚沾巾 ~ 돌아보며 手巾에 눈물 적시네.
(5) 講圓覺 (圓覺經을 講論하면서)
廓然虛豁豁 ~ 텅 비고 확 트였으니
心口絶商量 ~ 마음과 입에 어떤 생각도 끊었네.
可憐常寂土 ~ 可憐하도다 恒常 고요한 이 땅을
終作是非場 ~ 끝내 是非의 場이되다니.
白日雷聲動 ~ 밝은 해 비치는데 우레소리 震動하여
碧潭驚老龍 ~ 푸른 못에 늙은 龍을 놀라게 하네.
淸風吹鷲嶺 ~ 맑은 바람은 靈鷲山 고개로 불어오는데
明月上圭峯 ~ 밝은 달이 圭峰에 솟아올랐네.
(6) 顧影有感
一別萱堂復 ~ 어머님 한 番가신 後 돌아오시지 않고
滔滔歲月深 ~ 歲月은 滔滔히 많이도 흘렀다.
老兒如父面 ~ 늙어 갈 수록 아버님 얼굴을 닮아가
潭底忽驚心 ~ 蓮못을 내려보다 나도 몰래 깜짝 놀란다.
(7) 古意 / 讀罷楞嚴
風定花猶落 ~ 바람은 고요하나 꽃은 오히려 떨어지고
鳥鳴山更幽 ~ 새가 우니 山은 더욱 그윽하네.
天共白雲曉 ~ 하늘은 흰 구름과 함께 밝아 오는데
水和明月流 ~ 물은 밝은 달과 더불어 흘러만 가네.
(8) 哭金居士女
一色通天海 ~ 햇빛은 바다 끝이며 하늘 끝에 닿는데
龐翁哭一聲 ~ 龐氏 老人 哭하는 소리.
蛻形先父去 ~ 形體를 벗고 아비에 앞서 가니
雖與說無生 ~ 뉘와 함께 無生을 얘기하리.
(9) 哭亡僧 (죽은 중을 哭하며)
來與白雲來 ~ 그대는 흰구름과 같이 와서
去隨明月去 ~ 밝은 달과 함께 가는구나.
去來一主人 ~ 오고가는 世上의 한 主人이니
畢竟在何處 ~ 畢竟 어딘가에 가 있으리.
(10) 過柯亭有感
(柯亭을 지나며 느끼는 感懷)
相思不見幾千里 ~ 그리워하면서 만나지 못함이 몇 千 里던가
君我年同五十三 ~ 그대와 나 同甲내기로 쉰셋이 아니던가.
身在北山眠竹枕 ~ 몸은 北山에 누워 대나무 木枕을 베고 자나
心隨明月到江南 ~ 마음은 밝은 달 따라서 江南으로 간다네.
(11) 過古寺
花落僧長閉 ~ 꽃지는 옛 절 門은 오래 닫혔고
春尋客不歸 ~ 봄을 따라온 나그네 돌아 갈 줄 모른다.
風搖巢鶴影 ~ 바람은 둥우리의 鶴그림자 흔들고
雲濕坐禪依 ~ 구름은 앉은 중의 옷깃을 적신다.
(12) 過古戰場 (戰爭터를 지나며)
山雪河氷裡 ~ 눈 쌓인 얼음에 잠긴 江물에는
當年飮馬人 ~ 말에 물 먹이던 그때 사람들의 屍體.
黃沙餘白骨 ~ 黃土의 沙漠에 白骨은 남았는데
腥草自靑春 ~ 비린내 나는 풀만은 어찌 한창이던뇨.
(13) 過法光寺
風雨天間屋 ~ 하늘 사이 절에는 비바람이요
苔塵萬佛金 ~ 金佛의 몸은 먼지와 이끼가 덮였구나.
定知禪客淚 ~ 眞定 알겠구나 禪客의 눈물이
到此不應禁 ~ 슬픔을 禁치 못한 理由였음을.
(14) 過鳳城 聞午鷄
髮白非心白 ~ 머리는 희어도 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故人曾洩漏 ~ 聖人들이 일찍이 말했었다.
今廳一聲鷄 ~ 이제 닭 우는 소리 듣고서
丈夫能事畢 ~ 丈夫의 할 일을 마쳤구나.
忽得自家底 ~ 내 집 消息 알고 나니
頭頭只此爾 ~ 모든 일에 疑心 없어졌다.
千萬金寶藏 ~ 千萬 經典의 이른 말씀
元是一空紙 ~ 쓸데 없는 빈 종이張 일세.
(15) 過扶餘 (扶餘를 지나며)
往事皆陳迹 ~ 지나간 일이란 모두 陳腐한 자취일 뿐임을
山川尙不迷 ~ 山川은 이를 잘 알고 있지.
衣冠晨月上 ~ 衣冠 위로는 새벽달 떠오르고
花草野禽啼 ~ 花草엔 들새가 지저귀누나.
(16) 過尹上舍舊宅
(尹 上舍의 옛집을 지나며)
歌舞今寥落 ~ 노래와 춤은 이제 조용해지고
松風獨有臺 ~ 솔바람에 樓臺만 홀로 남았네.
鳥啼人不見 ~ 사람은 보이지 않고 새들만 지저귀고
怪石眠蒼苔 ~ 奇巖怪石엔 푸른 이끼가 졸고 있구나.
(17) 過邸舍聞琴
(거문고 소리 들리는 酒幕집 지나며)
白雪亂織手 ~ 눈인 듯 고운 손 어즈러이 움직이니
曲終情未終 ~ 가락은 끝났으나 情은 남았네.
秋江開鏡色 ~ 가을江心은 거울빛 열어서
畵出數靑峯 ~ 푸른 봉우리 두엇을 그려내누나.
(18) 過湖寺 (湖水가의 절을 지나며)
天門一長嘯 ~ 하늘 門의 一長 휘파람 일고
江上白雲飛 ~ 江 위론 흰 구름이 날아 내린다.
暮鍾穿竹露 ~ 저물녘 鐘소리는 대잎에 맺힌 이슬을 궤뚫고
山月隨僧歸 ~ 山 위에 뜬 달은 나를 따라 돌아 간다.
(19) 關東行 (關東의 노래)
歲月如流水 ~ 歲月은 흐르는 물과 같고
興亡若去鴻 ~ 興亡은 날아가는 기러기와 같구나.
高吟天地外 ~ 天地 바깥에서 높이 읊조리니
山海動胸中 ~ 山과 바다가 가슴 속에 일렁인다.
(20) 曲池
淸澤一面虛 ~ 맑은 蓮못 비워둔 한 面에
山影生明鏡 ~ 산 그림자 明鏡에 드리운다.
觀鳥又觀魚 ~ 새를 보고 또 고기를 보나니
飛潛亦本性 ~ 날고 잠기는 것은 各者의 本性이리라.
(21) 金剛山彌勒峯偶吟
坐斷諸人不斷頂 ~ 뭇 사람이 못끊는 分別心을 앉은채 끊으니
許多生滅竟安歸 ~ 하고많은 生滅이 마침내 어떻게 돌아가는가.
飛塵鎖隙安禪久 ~ 오랜 參禪으로 날으는 티끌의 틈을 막았고
碧草連階出院稀 ~ 집밖 나들이가 드무니 푸른풀이 層階까지 이어졌네.
天地豈能籠大用 ~ 天地가 어찌 커다란 쓰임을 담아만 두랴
鬼神無處覓玄機 ~ 鬼神도 玄妙한 理致를 찾을 곳이 없네.
誰知一衲千瘡裏 ~ 누구라 알리요 헤진 바랑속에
三足金烏半夜飛 ~ 세발의 金까마귀가 밤중에 날을 줄을.
(22) 金剛山百塔洞
雨暗疑無地 ~ 비 내리니 어두워져 땅이 없는 듯하더니
雲開忽有山 ~ 구름 걷히자 忽然히 山이 나타나 있네.
逢僧一相笑 ~ 스님을 만나 서로 한 番 웃으니
大得百年閑 ~ 百 年의 閑暇로움을 크게 얻었네.
(23) 寄蓬萊子 (蓬萊子에게 드리는 詩)
山蒼蒼海茫茫 ~ 山은 푸르고 바다는 아득하며
雲浩浩雨浪浪 ~ 구름 드넓고 비는 줄기차다.
何處美人在 ~ 아름다운 이 어디에 있을런지
望之天一方 ~ 하늘 한쪽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筆健頹三岳 ~ 筆勢가 힘차 三岳을 기울게 하고
詩淸直萬金 ~ 詩는 맑아 萬金의 價値가 있네.
山僧無外物 ~ 山僧에게야 다른 무엇이 없고
惟有百年心 ~ 다만 百 年의 마음이 있을 뿐.
(24) 寄新庵主人新庵禪子
(新庵 主人 新庵 禪子에게 )
老僧寄語新庵主 ~ 老僧이 新庵의 主人에게 한 마디 하자면
外客來時莫等閑 ~ 外來客이 當到하면 疎忽히 말지니
山與一身雖不動 ~ 山과 더불어 一身의 動搖 없어도
白雲流水到人間 ~ 흰구름 흐르는 내는 人間에 到來하느니.
(25) 洛山 懷海禪子 (洛山 懷海禪子에게)
一生奇特事 ~ 一生의 奇特한 일이란
獨坐大雄峰 ~ 大雄峰에 홀로 앉은 것.
立敎滄海渴 ~ 푸른 바다 마르도록 敎를 세워서
攪動幾魚龍 ~ 몇 마리 魚龍이나 휘저어 놓으랴.
(26) 洛中卽事
春色歸何處 ~ 봄빛은 어느 곳에 돌아오는가
長安百萬家 ~ 서울의 百萬집들에 골고루 갔네.
山僧掩門坐 ~ 山僧은 門을 닫고 우뚝 앉으니
空落一庭花 ~ 뜰에 핀 꽃들이 떨어지누나.
(27) 南溟夜泊
海躍銀山裂 ~ 波濤일면 銀山이 부서지고
風停碧玉流 ~ 바람 멈추니 碧玉이 흐른다.
舟如天上屋 ~ 배가 하늘 위 집인 양
星月坐中收 ~ 별과 달을 앉아서 거두네.
(28) 南行卽事 (南쪽 地方을 다니다가)
可笑人間事 ~ 우습구나 人間事가
高才不作家 ~ 훌륭한 才주로도 一家를 이루지 못하다니
寒窓老博士 ~ 싸늘한 窓門가의 늙은 博士는
捫蝨話生涯 ~ 이를 잡으며 人生을 이야기하는 구나.
(29) 內隱寂
頭流有一庵 ~ 頭流山에 庵子가 하나 있으니
庵名內隱寂 ~ 庵子의 이름은 內隱寂이라.
山深水亦深 ~ 山 깊고 물 또한 깊어
遊客難尋迹 ~ 遊客은 찾아오기 어렵다네.
東西各有臺 ~ 東西에 樓臺가 있으니
物窄心不窄 ~ 萬物은 좁아도 마음은 좁지 않다네.
淸虛一主人 ~ 淸虛라는 한 主人은
天地爲幕席 ~ 天地를 이불 삼아 자리했었다.
夏日愛松風 ~ 여름 날엔 솔바람을 즐기노니
臥看雲靑白 ~ 누워 바라보니 구름은 靑白으로 造化를 부린다.
(30) 內隱寂覺禪和出山因書警之
(山을 나서는 內隱寂庵의 覺 스님에게 글을 써서 警戒함)
宜棲內隱寂 ~ 隱寂庵은 居處하기가 좋은데
地勝更泉甘 ~ 땅도 좋거니와 샘물도 달다네.
却憶新羅主 ~ 문득 新羅의 임금을 생각하노니
曾來駐此庵 ~ 일찍이 이 庵子에 와 머물렀었지.
松花兼葛衲 ~ 松花 속에 갈옷으로 지내며
爲法更忘身 ~ 眞理를 爲해서는 몸을 잊는다오.
往古多賢聖 ~ 예前에 無數한 聖賢들도
皆曾耐苦人 ~ 모두가 苦痛을 이겨낸 분이셨지.
(31) 老病吟 (늙고 病들어 보니)
老去人之賤 ~ 늙어지니 사람들이 賤하게 여기고
病來親也疎 ~ 病이 오니 가까운 이도 멀어지네.
平時恩與義 ~ 平素때의 恩惠와 義理가
到此盡歸虛 ~ 이쯤 되니 모두가 空虛할 따름일세.
(32) 茶禪一如
晝來一椀茶 ~ 낮에는 茶 한 盞
夜來一場睡 ~ 밤에는 잠 한 숨.
靑山與白雲 ~ 푸른 山 흰 구름 더불어
共說無生死 ~ 生死가 없음을 함께 말하네.
白雲爲故舊 ~ 흰구름은 옛 벗이 되고
明月是生涯 ~ 밝은 달은 내 生涯로다.
萬壑千峰裏 ~ 깊은 山 속 봉우리에서
逢人則勸茶 ~ 만난 사람 茶 待接하고.
松榻鳴山雨 ~ 松榻에 山비 내리는 소리와
傍人詠落梅 ~ 옆사람 詩 읊조리고 梅花꽃은 떨어진다.
一場春夢罷 ~ 한 바탕의 봄 꿈에서 깨어나니
侍者點茶來 ~ 茶童이 茶를 끓여 오는구나.
(33) 茶詩
松風檜雨到來初 ~ 소나무에 바람 불고 노송나무에 비올때
急引銅甁移竹爐 ~ 구리甁에 끓는 물을 竹爐에 옮기고
待得聲聞俱寂後 ~ 끓는 소리도 함께 고요에 들 면
一甌春雪勝醍醐 ~ 봄 눈같은 한 盞의 茶 맛이야 맑은 술에 비기랴.
(34) 達摩讚. 1
剪雲爲白衲 ~ 흰구름 잘라내어 누더기 깁고
割水作靑眸 ~ 푸른물 떠다가 눈瞳子 삼았네.
滿腹懷珠玉 ~ 뱃속에 珠玉이 가득 찼으니
神光射斗牛 ~ 온몸이 밤하늘에 별처럼 빛나네.
(35) 達摩讚. 2
蘆泛淸波上 ~ 갈대 한 가지를 푸른 물에 띄워
輕風拂多來 ~ 가벼운 바람에 나는 듯이 오시네.
胡僧雙碧眼 ~ 胡僧의 한 雙 푸른 눈에는
千佛一塵埃 ~ 千 佛도 한 움큼 먼지로구나.
(36) 答南海翁 (南海의 늙은이에게 答하다)
南海波雖動 ~ 南海엔 波濤가 넘실대고
頭流色自蒼 ~ 頭流山의 빛은 절로 푸르네.
可憐渠發業 ~ 可憐토다 業을 일으키는 그대
割水與吹光 ~ 물을 베고 빛을 불다니.
37) 途中有感
有名難避世 ~ 이름 때문에 숨어 살기 어려워
無處可安心 ~ 마음 便히 쉴만한 곳 없네.
飛錫又飛錫 ~ 지팡이 날리고 또 날려서
入山恐不深 ~ 깊은 山에 들어가도 숨어지지 않네.
(38) 頓悟訟
若欲見佛性 ~ 萬一 佛性을 보려고 하면
知心是佛性 ~ 마음이 바로 부처의 性品이요
若慾免三途 ~ 萬一 三岳途를 벗어나려면
知心是三途 ~ 마음이 바로 三惡途의 巢窟임을 알라.
精進是釋迦 ~ 꾸준한 마음은 釋迦世存이요
直心是彌陀 ~ 바른 마음은 阿彌陀 부처님이라
明心是文殊 ~ 밝은 마음은 文秀菩薩이요
圓行是普賢 ~ 圓滿한 行은 普賢菩薩이니라.
慈悲是觀音 ~ 慈悲心은 觀音菩薩이요
喜捨是世至 ~ 布施하는 마음은 大勢至菩薩이라
瞋心是地獄 ~ 성내는 마음은 地獄이요
貪心是餓鬼 ~ 慾心은 餓鬼이니라.
痴心是畜生 ~ 어리석은 마음은 畜生이요
媱殺亦如是 ~ 淫蕩한 마음 殺生하는 마음 亦是 다를바 없고
起心是天魔 ~ 내마음 내면 天魔가 되고
不起是陰魔 ~ 마음을 내지 않으면 陰魔가 된다.
或起或不起 ~ 마음을 냈다 안냈다 하면
是名煩惱魔 ~ 이것을 이름하여 煩惱魔라 한고
然我正法中 ~ 그러나 우리 바른 法 가운데는
本無如是事 ~ 이런일 들이 있을 수 없다네.
諸君知箇事 ~ 그대 이 일을 알려거든
快提金剛刃 ~ 金剛의 날카로운 칼 뽑아 들어라
回光一念中 ~ 한 생각 돌이키고 나면
萬法皆成幻 ~ 모든 理致는 한갓 허깨비니라.
成幻又成病 ~ 허깨비 病 밖에 생길 것이 없으니
一念須放下 ~ 한 생각을 놓아 버리고
放下又放下 ~ 놓아 버렸다는 생각마저 버리면
舊來天眞面 ~ 本來의 참 모습이 드러나니라.
(39) 杜鵑
處處白雲飛 ~ 곳곳마다 흰구름 閑暇히 날고
山山又水水 ~ 山너머 또 山이요 물건너 또 물
聲聲不如歸 ~ 두견의 소리마다 불여귀임은
只爲遠遊子 ~ 먼 나그네를 위함이런가
(40) 頭流山 內隱寂庵
有僧五六輩 ~ 道伴 대여섯이
築室吾庵前 ~ 內隱庵에 집을 지었네.
晨鐘卽同起 ~ 새벽 鐘소리와 함께 일어나
暮鼓卽同眠 ~ 저녁 북소리 울리면 함께 자네.
共汲一澗月 ~ 시냇물 속의 달을 함께 퍼다가
煮茶分靑烟 ~ 茶를 달여 마시니 푸른 煙氣가 퍼지네.
日日論何事 ~ 날마다 무슨 일 골똘히 하는가
念佛及參禪 ~ 參禪과 念佛이라네.
(41) 登高賞秋 (높이 올라 가을을 玩賞하다)
送眼南天遠 ~ 멀리 南쪽 하늘로 눈길을 보내나니
遙山點點靑 ~ 먼 山이 點點이 푸르구나.
長生應有苦 ~ 긴 人生에 應當 苦痛도 많으련만
誰拜老人星 ~ 누가 老人星을 崇輩한단 말인가.
(42) 登檀君臺
披雲登老石 ~ 구름을 헤치고 오래된 바위에 올라
遙想古皇王 ~ 먼 옛날 임금들을 생각하네.
山形一翠色 ~ 山은 한결같이 푸른 빛인데
人事幾興亡 ~ 人間事 興亡이 그 얼마였던가.
(43) 登白雲山
桂熟香飄月 ~ 桂樹열매 익은 香氣 달에 나부끼고
松寒影拂雲 ~ 소나무의 찬 그림자 구름에 스치네.
山中奇特事 ~ 山中에 奇特한 消息을
不許俗人聞 ~ 世上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없구나.
(44) 登天王嶺
萬壑泉聲處處聞 ~ 골짜기마다 샘물 소리 들려오는데
奇嵒古木勢難分 ~ 奇異한 바위와 오래된 나무들이 뒤엉켜 있구나.
東行明日咸陽道 ~ 來日은 東쪽 咸陽으로 가려는데
回首頭流是白雲 ~ 頭流山 돌아보니 흰 구름에 뒤덮였네.
嚗然放杖天魔走 ~ "쾅" 하고 柱杖子 내려놓으니 魔鬼들이 다 달아나고
古路分明脚不差 ~ 옛 길이 分明하니 발걸음 틀림 없네.
生死去來爲一貫 ~ 죽고 살고 가고 옴이 하나일 뿐이니
囉囉哩哩哩囉囉 ~ 라라리리 리라라.
(45) 登香爐峯 / 發香爐峰
萬國都城如蟻垤 ~ 世上 나라 都城은 개미둑 같고 (垤. 개미둑 질)
千家豪傑若醯鷄 ~ 世上 집안 英雄豪傑은 초파리 같다.
一窓明月淸虛枕 ~ 窓 밖 밝은달 맑고 慾心없는 잠자리
無限松風韻不齊 ~ 끝없는 솔바람 갖은 曲調 아뢰네.
(46) 望高臺
獨立高峰頂 ~ 홀로 높은 山봉우리에 오르니
長天鳥去來 ~ 먼 하늘로는 새들이 오가고
望中秋色遠 ~ 보이는 건 아득한 가을 빛
滄海小於杯 ~ 푸른바다가 盞보다 작구나.
(47) 夢覺 (꿈에서 깨어나)
高臥邯鄲枕 ~ 邯鄲의 베개에 便安히 누워
周流百十城 ~ 數十 數百의 城을 두루 다녔네.
遽然開一夢 ~ 문득 한바탕 꿈을 깨고 보니
殘月半摟明 ~ 樓閣에 걸린 새벽달만 밝았어라.
(48) 夢過李白墓
過客悠悠天古恨 ~ 지나는 나그네의 멀고도 먼 天古의 恨인양
山靑雲白首空回 ~ 푸른 山에 흰 구름만 虛空을 맴돈다.
當年把酒人何去 ~ 그때 술盞 잡던 李太白은 어디를 가고
杳杳長天月自來 ~ 아득한 먼 하늘에 달만 홀로 비춰 온다.
(49) 妙峰
五蘊以爲庵 ~ 五蘊으로 집 삼으니
幾經風與雨 ~ 비바람 얼마련고.
白雲時往來 ~ 흰구름은 오고 가지만
不識庵中主 ~ 이 집 主人을 알지 못하네.
★ 五蘊 ~: 佛敎에서 人間을 構成하는 다섯 가지 範疇의 要素.
곧 物質的인 것을 意味하는 色, 感覺의 受, 認識 作用의 想,
意志 作用의 行, 心的 作用意識의 識이다.
(50) 朴上舍草堂
浮雲富貴非留意 ~ 구름같은 富貴를 뜻에 두지 않는데
蝸角功名豈染情 ~ 달팽이 뿔같은 功名에 내마음 더럽히랴.
春日快晴春睡足 ~ 활짝 개인 봄날에 낮잠을 실컷 자고
臥廳山鳥百般聲 ~ 누워서 뒹굴면서 새소리나 즐기리.
(51) 訪松間隱士
自悅松間屋 ~ 소나무 사이 집이 절로 반갑고
松間亦有臺 ~ 소나무 사이엔 墩臺도 있구나.
客來不掃石 ~ 客이와도 돌을 쓸지 않음은
惟恐損蒼苔 ~ 다만 靑苔가 없어질까 두려운 게지.
(52) 訪謫客 (流配 간 사람을 찾아 가서)
春去山花落 ~ 봄도 가고 山 속의 꽃도 졌는데
子規勸人歸 ~ 杜鵑새는 그만 돌아가라 勸誘하네.
天涯幾多客 ~ 하늘 끝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空望白雲飛 ~ 부질없이 흰 구름 나는 것을 지켜 보았을까.
(53) 法王峯
山立碧虛半 ~ 푸른 虛空 가운데로 솟은 山
白雲能有無 ~ 생겨났다 사라졌다 하는 흰 구름.
仰天一大笑 ~ 하늘을 우러러 크게 한 番 웃노라
萬古如須臾 ~ 萬古의 歲月도 刹那같으니.
(54) 璧泉禪子
閃電光中坐 ~ 번갯불 속에 앉아서
對人能殺活 ~ 사람을 맞아 죽이고 살리고 하네.
無頭無尾棒 ~ 머리도 꼬리도 없는 방망이로
打破虛空骨 ~ 虛空의 뼈를 쳐서 부수네.
十年呑栗棘 ~ 十 年 동안 밤송이를 머금었으나
猶是野狐精 ~ 아직도 여우鬼神의 身世라.
若欲敵生死 ~ 生死를 對敵하려거든
寒灰爆一聲 ~ 차디찬 재에서 한마디 터뜨려라.
莫要會佛法 ~ 佛法을 理解하려들지 말고
大臥三條椽 ~ 마루바닥에 쭉 뻗고 누워라.
道人宜癡鈍 ~ 道人은 바보 같아야 하다는
令我憶南泉 ~ 南泉스님이 생각나는구나.
(55) 別小師
臨別怱怱說不盡 ~ 서운함이 앞을 가려 怱怱히 말 못하고
索然相顧更遲遲 ~ 우두커니 서로보며 머뭇거렸네.
平林漠漠烟如織 ~ 아득히 푸른 숲에 짙은 안개 서렸는데
鶴影飄飄獨往時 ~ 떠나는 뒷 모습이 외로운 鶴일레라.
(56) 蓬菜草堂
處處花開遠近迷 ~ 먼 山 가까운 山 꽃으로 뒤덮이고
幾多紅雨落前溪 ~ 비 바람에 지는 꽃잎 앞내에 휘날린다.
黃庭讀罷一回首 ~ 黃庭經 冊張 덮고 고개 돌리니
八萬峰頭月欲低 ~ 八萬峰 山마루에 새벽달이 떨어지네.
(57) 佛日菴
深院花紅雨 ~ 깊은 禪院 꽃잎은 붉은 빗방울처럼 떨어지고
長林竹翠烟 ~ 긴 대나무 숲은 푸른 아지랑이 같이 일렁인다.
白雲凝領宿 ~ 봉우리에 모인 구름도 자고 가려는 듯한데
靑鶴伴僧眠 ~ 푸른 鶴 親舊삼은 스님도 졸고 있다.
(58) 謝鑑禪子來訪
南北東西無定着 ~ 東西南北 아무 데도 머문 곳 없으니
生涯只在一枝叩 ~ 한 平生 살림살이 지팡이 하나로세.
舌頭細嚼烟霞味 ~ 혀 끝에 와서 닿는 안개노을 씹으며
直入千峰萬峰去 ~ 그 맛이 좋아서 萬壑千峰 들어가네.
(59) 謝金信士來訪
(金 信士의 訪問을 感謝하며)
金公物外客 ~ 金公은 物慾을 벗어난 사람이라
抱瑟訪山居 ~ 琵琶를 안고서 山 속 거처로 찾아오셨네.
一曲開心目 ~ 한 曲調 울리자 마음과 눈이 열리고
江淸月亦虛 ~ 江은 맑고 달 또한 텅 비었네.
無限心中事 ~ 無限한 心中의 일들
平生說向誰 ~ 平生 누구를 向하여 말 할까.
陽春彈一曲 ~ 陽春曲 한 曲調 타니
松月滿窓時 ~ 소나무와 달이 窓에 가득하다.
(60) 謝送瓜 (오이를 보내줌을 感謝하며)
五月新瓜子 ~ 五月에 새로 나온 오이로
田夫慰病僧 ~ 農夫가 病든 중을 慰勞해주네.
破來一入齒 ~ 쪼개어서 입 속으로 넣었더니
蒼玉骨寒氷 ~ 푸른 玉 조각이 뼈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네.
(62) 謝行雲禪子之訪
(行雲 禪子의 訪問에 感謝하며)
千峯與萬壑 ~ 千 봉우리 萬 골짜기 속에서
靑鶴共徘徊 ~ 푸른 鶴과 함께 徘徊하노니
本是山中物 ~ 本來부터 山中의 것이건만
淸風引出來 ~ 맑은 바람이 이끌어 내었도다.
(62) 四也亭
水也僧眼碧 ~ 물은 스님의 푸른 눈과 같고
山也佛頭靑 ~ 山은 부처님의 푸른 머리일세.
月也一心印 ~ 달은 變치 않는 한 마음이고
雲也萬卷經 ~ 구름은 萬 卷의 大藏經일세.
(63) 題一禪庵壁 (山自無心碧)
山自無心碧 ~ 山은 無心히 푸르고
雲自無心白 ~ 구름 또한 無心히 희도다.
其中一上人 ~ 그 가운데 한 사람 앉았으니
亦是無心客 ~ 그 또한 無心한 客이었어라.
(64) 三夢詞
主人夢說客 ~ 主人은 客에게 꿈이야기 하고
客夢說主人 ~客도 主人에게 꿈이야기 하네.
今是二夢客 ~ 只今 꿈이야기 하는 두 나그네
亦是夢中人 ~ 亦是 꿈속의 사람들일세.
(65) 上郭戎帥 (郭再禑 將軍께 보냄)
曾學萬人敵 ~ 일찍이 萬人을 對敵하는 能力을 배웠으나
河淸志未酬 ~ 黃河를 맑게 하려는 뜻을 다 풀지 못하였네.
長歌時激烈 ~ 긴 노래가 때때로 激烈하니
壯氣凜如秋 ~ 씩씩한 氣運은 가을처럼 凜凜하도다.
(66) 上敎師 (가르치는 先生에게 올림)
未明自己外邊走 ~ 自己도 밝히지 못하면서 바깥으로 내달리며
妄作人師慙宇宙 ~ 妄靈되이 남의 스승이 되어 世上을 부끄럽게 하도다.
血脈不知宗眼無 ~ 脈洛도 알지 못하고 眼目도 없으니
一生安得斷言句 ~ 한 平生 한 마딘들 제대로 할 수 있을까.
臨別匆匆說不盡 ~ 離別에 臨하여 하고 싶은 말 다하지 못하고
索然相顧更遲遲 ~ 아쉬운 마음으로 뒤돌아보며 머뭇거리네.
平林漠漠烟如織 ~ 숲에는 끝없는 안개 자욱히 끼고
鶴影飄飄獨往時 ~ 鶴 그림자는 홀로 훨훨 날아가누나.
香山已禮先師了 ~ 妙香山에서 스승에게 人事 드릴제
月入淸江上下天 ~ 달이 맑은 江에 비치어 上下가 다 하늘이었지.
畫燭一雙今更寄 ~ 촛불 한 雙 오늘 다시 맡기노니
須依世諦奠靈前 ~ 世俗에서 하듯이 祭祀 올리소서.
寂寞緇門事可悲 ~ 寂寞한 佛家의 일 서글퍼라
人生浮幻轉於戲 ~ 물거품같은 人生이 장난보다 더하구나.
南方若欲傳禪旨 ~ 南方에 禪의 가르침을 傳하고자 한다면
須及山僧未死時 ~ 스님이 돌아가시기 前에 해야 하리라.
(67) 上玉溪 (玉溪者에게)
逆族駒陰裏 ~ 빠른 歲月 속에 나그네 되어
何人歸去來 ~ 누군들 돌아가지 않을 이 있나.
閑窓一睡覺 ~ 조용한 窓가에 閑暇로운 잠을 깨니
可散萬封侯 ~ 萬戶를 거느리는 封侯가 부럽지 않네.
(68) 上完山盧府尹書
(完山 盧府尹께 올리는 글)
忽聞杜宇啼窓外 ~ 갑자기 窓 밖에 杜鵑새 우는 소리 들으니
滿眼靑山盡故鄕 ~ 눈 앞의 靑山이 모두 故鄕같네.
汲水歸來忽回首 ~ 물을 길어 오다 문득 고개를 돌리니
靑山無數白雲中 ~ 푸른 山은 無數한 흰구름 속에 있네.
★ 朝鮮 中期 領議政이자 學者인 盧守信(1515~1590)에게 보낸 詩. 大師보다 5歲위다.
(69) 上滄海
秋風兮吹衣 ~ 가을 바람에 옷은 날리고
夕鳥兮爭還 ~ 잘새는 바삐 날아들 드는데
美人兮不來 ~ 님은 아니 오시고
明月兮空山 ~ 빈 山엔 달빛만 밝구나.
(70) 賞秋
遠近秋光一樣奇 ~ 먼 데나 가까운 데나 가을 風景은 한결같이 奇異하여
閑行長嘯夕陽時 ~ 夕陽 녘 閑暇로이 휘파람 길게 불며 걸어가네.
滿山紅綠皆精彩 ~ 온 山 가득 붉고 푸르러 모든 것이 奧妙한 빛깔로 물들 때
流水啼禽亦說詩 ~ 흐르는 물과 지저귀는 새들마저도 詩를 잘도 풀이하네.
(71) 賞春
柳上鶯聲滑 ~ 버드나무 위에는 꾀꼬리 소리 매끄럽고
梅枝雪欲飛 ~ 梅花가지 위에는 눈발이 흩날리려는 듯.
山僧觀物眼 ~ 山僧의 世上 보는 眼目을
不許世人知 ~ 世上사람들은 알지 못하리.
(72) 傷春
語柳鶯聲滑 ~ 버들과 對話하는 꾀꼬리 소리 매끄럽고
飄天燕舞斜 ~ 제비는 춤추듯 虛空을 비껴난다.
春風惟可惜 ~ 봄바람은 불어와 哀惜하게도
吹落滿園花 ~ 庭園 가득 꽃잎을 떨어뜨리네.
(73) 賽西山老人求懷
通經兼達道 ~ 經典을 通하고 道를 알았으니
寫字又吟詩 ~ 글씨를 쓰고 또 詩를 읊는다.
寫字調眞性 ~ 글씨를 쓰는 것은 참 性品을 고르게 하고
吟詩記所思 ~ 詩를 읊은 것은 생각하는 바를 적는 것이다.
(74) 書退溪卷 (退溪先生의 冊에 쓰다)
伏羲數理三才主 ~ 周易의 理致는 天地의 主人이고
孔子綱常萬世師 ~ 孔子의 倫理는 萬世의 스승이라.
忠恕敬誠公已達 ~ 忠과 恕와 敬과 誠을 當身 이미 通達하였으니
海東天地一男兒 ~ 海東 天地에 眞正한 男兒로다.
(75) 西湖
悠悠望北心 ~ 멀고 먼 北녘을 마음에 담아 바라보니
一片靑雲隔 ~ 한조각 푸른구름이 앞을 가리네.
遠客宿南江 ~ 먼 길손 南江에서 잠자리 들제
西樓夜吹笛 ~ 西樓에서 밤피리 소리 들리어 온다.
(76) 書懷 (懷抱를 적다)
志欲靑年分孔釋 ~ 意志에 充滿했던 靑年은 孔子와 釋迦를 區分하였으니
着工心地死前休 ~ 工夫하려는 마음은 죽어서야 쉬리라.
光陰箭疾身多病 ~ 歲月은 화살처럼 빠르고 몸은 病만 많은데
一事無成空白頭 ~ 이룬 일 하나 없이 머리만 세었도다.
(77) 惜春
柳綠鶯傳信 ~ 버들이 푸르니 꾀꼬리가 消息을 傳하고
花紅燕訴寃 ~ 꽃이 붉으니 제비가 寃恨을 하소연 하는구나.
光陰如過客 ~ 歲月이 흘러가는 것은 지나간 길손과 같은데
我亦一銷魂 ~ 나 또한 언젠가 사라질 한 靈魂이 아니더뇨.
(78) 禪敎釋
禪敎起於一念中 ~ 禪과 敎는 一念中에서 일어나니
心意識及處 ~ 心意識이 일어나는 곳은
卽屬思量者敎也 ~ 곧思量에 屬하므로 敎이고
心意識未及處 ~ 心意識이 미치지 못하는 것은
卽屬參究者禪 ~ 곧 參究에 屬하므로 禪이니라.
祖師所是 皆是一句中 ~ 祖師의 보이신 바는 다 마음의 一句中에
八萬四千法門元自具足 ~ 八萬四千 法門이 元來 스스로 갖춰져 있으니
故隨緣不變 ~ 고로 因緣을 따르되 變하지 마라.
性相休用 頓悟漸修 ~ 性相休用은 문득 깨달아 漸次 닦으므로서
全收全揀 ~ 穩全히 거두고 穩全히 가리어
圓融行布自在無碍 ~ 圓融과 行布가 自在하여 걸림이 없고
元時一時 ~ 元來 이러한 때라
無前後禪也 ~ 前後 가 없음이 禪이다.
諸佛開示 頓悟漸修 ~ 諸佛이 열어 보이심은 문득 깨닫고 漸進的으로 修行 하되
隨緣不變 ~ 因緣을 따르나 變하지 않고
性相全收全揀 ~ 性相을 穩全히 거두고 穩全히 가리어
圓融行布 事事無碍 ~ 圓融門과 行布門이 일마다 걸림이 없으며
法門雖有具足 ~ 法文이 비록 갖추어져 있으나
有修有證 ~ 닦음과 證得함에
階級次第 前後者敎也 ~ 階級과 次第와 前後가 있음이 敎이니라.
(79) 宣祖大王이 내린 墨竹에 붙이는 詩
葉自毫端出 ~ 잎사귀는 붓끝에서 절로 나왔고
根非地面生 ~ 뿌리는 地面에서 나온 것이 아니니라.
月來無見影 ~ 달이 비춰도 그림자를 볼 수 없고
風動不聞聲 ~ 바람이 흔들어도 소리를 들을 수 없어라.
(80) 性訥禪子
欲免三途海 ~ 三途도의 바다를 免하려거든
須參六祖禪 ~ 六祖의 禪을 求하거라.
光陰眞可惜 ~ 時間은 眞實로 아까운 것
愼勿等閑眠 ~ 閑暇롭게 잠이나 자서는 안 되느니라.
載月悲船子 ~ 달을 싣고 뱃沙工을 슬퍼하며
勘僧愧木杈 ~ 勘僧하며 나무 집게로 무안을 주네.
妙香山裏水 ~ 妙香山을 흐르는 물이
淘盡幾江沙 ~ 얼마나 많은 江의 모래를 씻어냈는고가.
念佛參禪法 ~ 念佛法과 參禪法이
功成理不差 ~ 工夫가 完成되는 理致는 差異가 없다.
身心如放下 ~ 몸과 마음을 놓아버린다면
枯木定生花 ~ 枯木에서 반드시 꽃이 피리라.
(81) 性雲長老
聲前相見了 ~ 소리가 있기도 前에 만났거늘
何必望州亭 ~ 굳이 望州亭을 期約하랴.
一笑無言處 ~ 말없이 한 番 웃은 곳에
天邊列嶽靑 ~ 하늘 가 뭇 봉우리가 푸르구나.
(82) 送鑑禪子之雲遊
(구름처럼 떠나는 鑑 禪子를 보내며)
洗鉢焚香外 ~ 鉢盂 씻고 香 피우는 것 以外엔
人間事不知 ~ 世上 일 알지 못하네.
想師棲息處 ~ 스승을 생각하며 머무는 곳
松檜聒涼颸 ~ 소나무와 노송나무에 新鮮한 바람 불어오네.
菜根兼葛衲 ~ 草根木皮로 延命하며 갈옷 입고 지내니
夢不到人間 ~ 꿈 속에서조차 人間世上에 가 닿지 않네.
高臥長松下 ~ 긴 소나무 아래 便安히 누우니
雲閑月亦閑 ~ 구름도 閑暇롭고 달 또한 閑暇롭도다.
焚香又洗鉢 ~ 香을 피우고 鉢盂를 씻으며
林下水邊身 ~ 숲 속 물가에 사는 몸이라네.
淸苦吾家事 ~ 맑으면서 고단한 것이 우리 집안의 일이니
勿親濁富人 ~ 濁하면서 富貴한 者는 親하지 말지어다.
假托甁中雀 ~ 甁 속의 참새에 假托하였다가
還成夢裏人 ~ 도리어 꿈속의 사람이 되고 말지니.
營營求世利 ~ 끙끙대며 世俗의 利益을 求하는 것은
業火更加薪 ~ 業의 불길에 長斫을 보태는 格이 된다네.
(83) 送明禪子 (明 禪子를 보내며)
飄飄竹一筇 ~ 대나무 지팡이 하나로 회로리바람처럼 떠나가
葉落沒行蹤 ~ 落葉 지자 자취조차 사라졌네.
白雲迷去處 ~ 흰 구름도 갈 곳 몰라 하는데
棲息定何峯 ~ 어느 봉우리에서 머물러야 하나.
(84) 送普願上人 (普願스님을 떠나 보내며)
太白山中草庵主 ~ 太白山 山中 庵子의 主人이었던
普願其名字彦澤 ~ 普願스님은 이름은 普願이요 字는 彦澤이다.
三年向壁功已做 ~ 三 年 面壁修行에 큰 功을 이루고
今日忽著移山屐 ~ 오늘 忽然히 山나막신을 신고 가시는구나.
主人去兮草庵空 ~ 主人은 떠나니 庵子만 비었고
草庵空兮孤雲白 ~ 庵子가 비니 외로운 구름은 더 희기만 하다.
大野茫茫天又暮 ~ 먼 들녘 까마득한데 하늘은 다시 저물고
香山一帶傷心碧 ~ 妙香山 一帶가 傷心에 푸르네.
(85) 送蟾禪子之鑑湖
(蟾 禪子를 鑑湖로 보내며)
年來無事自閑居 ~ 近子에는 일 없이 閑暇로이 지내면서
看盡西來貝葉書 ~ 西쪽에서 온 佛典을 두루 읽었네.
若問山中何所有 ~ 山中에 무엇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鑑湖明月照淸虛 ~ 거울같은 湖水에 밝은 달이 淸虛를 비춘다고 하리라.
水澄偸白月 ~ 물은 맑아 흰 달을 훔치고
雲捲露靑山 ~ 구름 걷히자 푸른 山이 드러나네.
淸虛賓子鑑湖主 ~ 淸虛는 손님이요 鑑湖는 主人인데
惆悵賓閑主不閑 ~ 슬프도다, 손님은 閑暇롭고 主人은 不閑하니.
(86) 松巖道人
一枕客殘夢 ~ 베갯머리에 잠 아직 덜 깨었는데
空中飛鳥過 ~ 空中에는 나르는 새 지나가네.
落花僧院靜 ~ 꽃 떨어지는 절집 고요하기만 한데
泥燕汚袈裟~ 제비가 물고 가던 진흙이 袈裟를 더럽히네.
林下閑文字 ~ 숲 속에선 글字를 疎忽히 하니
多多必亂心 ~ 많으면 많을수록 마음을 어지럽힐 뿐이지.
情詩唯一首 ~ 情다운 詩 한 首만이
可以備吾吟 ~ 내 할 말을 갖추어줄 뿐이야.
(87) 送英庵主出山
(庵子의 主人 英이 山을 나서는 것을 보내며)
一身眞逆旅 ~ 이 한 몸은 旅館이요
萬事皆浮雲 ~ 萬事는 다 뜬 구름이라.
如見鴟爭鼠 ~ 부엉이가 들쥐를 다투는 것을 보거든
高飛愼不群 ~ 높이 날아서 함부로 어울리지 말아라.
(88) 送圓上人
十年相見情何許 ~ 만난지 벌써 十 年에 情든 줄 몰랐는데
臨別悠悠更對床 ~ 갈라지니 섭섭해 서성이누나
遙指白雲歸去路 ~ 갈길이 하도 멀고 흰 구름도 아득한데
遠山點點天蒼蒼 ~ 먼 山과 푸른 하늘은 서로 닿아있구나.
(89) 送張萬戶應壁
風起塞雲斷 ~ 바람이 일어 邊方 구름 끊기고
秋深落木陰 ~ 가을이 깊어 落葉이 쓸쓸하다.
夜聞江上笛 ~ 밤에 江上의 피리소리 듣나니
知客故鄕心 ~ 故鄕 그리는 나그네 마음 알겠다.
(90) 送芝師 (芝 스님을 보내며)
今朝相別後 ~ 오늘 아침 서로 離別하고 나면
消息幾時聞 ~ 消息 들을 때 언제일지.
明日秋雲隔 ~ 來日이 되어 가을 구름에 막히면
思君不見君 ~ 그대 그리워하면서도 그대 만나지 못하리.
(91) 酬天敏禪子
(天敏 禪子에게 答하다)
虛寂本無物 ~ 텅 비고 고요하여 本來 아무 것도 없는데
何勞轉大藏 ~ 어찌 受苦로이 大藏經만 파고드는가.
秋江寒月色 ~ 가을 江에 차가운 달빛은
元不屬張王 ~ 元來 아무에게도 屬하지 않은 것을.
(92) 宿瀛洲 (瀛洲에서 자다)
鵬去天門廓 ~ 鵬새 떠난 하늘은 드넓기만 하고
三山落桂花 ~ 三山엔 桂樹나무 꽃 떨어지네.
長風過碧海 ~ 긴 바람이 푸른 바다를 지나가고
白月留寒沙 ~ 흰 달은 차가운 모래밭에 머무누나.
(93) 宿圓嵒驛 (圓驛에 자면서)
淸秋未歸客 ~ 淸凉한 가을 돌아가지 못한 나그네
終夜聽子規 ~ 밤이 다하도록 杜鵑새 소리 듣누나.
一窓山月落 ~ 窓에는 山 위의 달 떨어지는데
千里夢相思 ~ 千 里 먼 곳 꿈속에서 그리워하네.
(94) 示明鑑尙珠彦和諸門輩
出家修道輩 ~ 중이 되어 道닦는 이는
財色最先禁 ~ 財物과 女色을 멀리하라.
群居須愼口 ~ 함께 살 때는 입을 操心하고
獨處要放心 ~ 혼자 있을 때는 마음을 흐트려 뜨리지 말라.
明師常陪席 ~ 밝은 스승을 가까이 모시고
惡友勿同衾 ~ 나쁜 벗을 멀리 하라.
語當離戱笑 ~ 말을 鄭重하게 하고
睡亦莫昏沈 ~ 잠을 깊이 자지 말라.
法如龜上木 ~ 佛法 만나거든 눈먼 거북이 나무에 오름 같고
身若海中鍼 ~ 사람되기는 바다 밑에서 바늘을 찾기 같다.
回光眞樂事 ~ 이 工夫처럼 좋은 일 없거늘
忍負好光陰 ~ 貴重한 時間을 어찌 함부로 버리랴.
志願如山海 ~ 뜻은 山같이 굳게하고 誓願은 바다처럼 깊게 해
期超大覺城 ~ 부처를 이룰 때까지 게으르지 말라.
擇師兼擇友 ~ 바른 善智識 가르침 따르고
精妙更精明 ~ 眞實한 道伴과 함께 지내라.
坐必向西坐 ~ 앉을 때는 西쪽을 向해 앉고
行須示地行 ~ 다닐 때는 땅만 보고 다녀라.
療身常一食 ~ 몸을 유지함에는 밥 한 그릇이면 되고
許睡限三更 ~ 잠은 여섯 時間 以上 자지 말라.
金書不離手 ~ 부처님 經典을 恒常 지니고
外典莫留情 ~ 다른 冊에는 뜻을 두지 말라.
世人雖云樂 ~ 사람의 한平生이 즐겁다 하더라도
死魔忽可驚 ~ 죽음이 닥치면 어찌할 것인가.
吾儕論實事 ~ 우리들은 참다운 일만 생각할 뿐
安得尙虛名 헛된 名利를 어찌 貪낼 것인가.
(95) 示寶大師
有物沒巴鼻 ~ 이 物件 끝을 잡을 수 없지만
常在動用中 ~ 언제나 몸 놀리고 마음 쓰는 데 있다.
佛祖說不及 ~ 부처와 祖師도 말하지 못했는데
何況寂黙通 ~ 잠자코 앉아 있다고 通해지는가.
慾識這箇事 ~ 이 일을 꼭 알고 싶거든
但參祖師關 ~ 祖師스님의 話頭를 參究하라.
發信大如海 ~ 믿음은 바다와 같이 크게하며
立志卓如山 ~ 뜻은 山과 같이 높게 세우라.
日夜四威儀 ~ 하루 終日 다니고 머물고 앉고 눕는 동안
盡力起疑團 ~ 힘을 다해 疑心을 일으켜라.
冷炎沒滋味 ~ 차갑고 싱거워 아무 맛도 없지만
話頭獨單單 ~ 話頭 밖에 다른 일을 생각하지 말라.
識沈心路絶 ~ 아는 것이 다하고 마음길이 끊어져
丈夫骨應寒 ~ 丈夫의 뼛속까지 싸늘하게 된다.
自覺自疑時 ~ 저절로 話頭되고 저절로 꺼지며
當人得力處 ~ 이것이 工夫에 힘을 얻은 때다.
得到這田地 ~ 이런 境地에 이르면
可滅生死炬 ~ 生死의 타는 불꽃 저절로 꺼지리라
若不從斯語 ~ 萬一 이 말을 믿지 않는다면
驢年始得去 ~ 어느 歲月에 이룰 수 있으랴.
(96) 示離幻禪子 (離幻 禪子에게)
圓頓二門曾立命 ~ 일찍이 圓敎와 頓敎 두 工夫에 뜻을 두었고
曺溪一句亦安身 ~ 曺溪의 한 句節에 또한 몸을 便安히 하였네.
靑山猶唱還鄕曲 ~ 靑山에서 如前히 故鄕으로 돌아온 노래를 부르니
定是禪家休歇人 ~ 丁寧코 禪家의 休息하는 사람이로다.
眞如鏡上鼓心機 ~ 眞如의 거울 위에서 마음이 鼓動치고
寂滅海中翻識浪 ~ 寂滅의 바다 속에서 識의 물결 출렁이네.
一喝倒鋒生死軍 ~ 한마디 高喊으로 生死의 軍士를 물리치니
太虛自在飛靑杖 ~ 太虛의 世界를 自由롭게 나다니네.
一生無事臥雲間 ~ 一生을 일 없이 구름 사이에 便安히 사니
却笑東坡半日閑 ~ 蘇東坡의 半나절 閑暇로움을 비웃노라.
得失是非都放下 ~ 是非와 得失을 다 버리고
戲牽跛鼈載三山 ~ 三山을 짊어진 느림보 자라를 장난삼아 이끌어보네.
(97) 尋牛圖
斫來無影樹 ~ 그림자 없는 나무를 하다가
燋盡水中漚 ~ 물속 거품을 모두 태워버렸구나.
可笑騎牛者 ~ 우습구나 소를타고 가는 사람이여
騎牛更覓牛 ~ 소타고 서도 소를 찾다니.
(98) 雙溪方丈
白雲前後嶺 ~ 앞 뒤 고갯마루엔 흰구름이
明月東西溪 ~ 東西쪽 개울엔 밝은 달빛.
僧坐落花雨 ~ 꽃비 내리는데 스님 앉아있고
客眠山鳥啼 ~ 山새소리에 客은 잠이 들었다.
(99) 夜雪
踏雪夜中去 ~ 눈을 밟으며 밤 길 갈때엔
不須胡亂行 ~ 발걸음을 함부로 어지럽히지 말라.
今日我行蹟 ~ 오늘 내가 가는 이 발자취는
遂作後人程 ~ 뒤에 오는 사람들의 里程標가 되리니.
★ 朝鮮後期 文臣이자 詩人인 李亮淵 (1771~1853)의 詩라고도 한다.
(100) 漁翁
五帝三皇事 ~ 지나간 날의 일들은
掉頭吾不知 ~ 나도 몰라 고개 흔드는데
孤舟一片月 ~ 외로운 배는 한 조각 달이요
長笛白鷗飛 ~ 긴 피리 소리에 흰 갈매기 날아 오르네.
(101) 與趙學士遊靑鶴洞
(趙學士와 함께 靑鶴洞을 旅行하며)
山僧雲水偈 ~ 山僧은 구름과 물을 노래하고
學士性情詩 ~ 學士는 마음의 性情을 읊는다.
同吟題落葉 ~ 함께 詩를 지어 落葉에 적어보지만
風散沒人知 ~ 바람에 흩어지니 누가 알리요.
★ 靑鶴洞 ~: 智異山에 있는 地名으로, 푸른 鶴이 棲息하는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
예로부터 隱遁하기 좋은 곳으로 이름이 있었다.
(102) 念佛僧
合掌向西坐 ~ 合掌하고 西方을 向해 앉아
凝心念彌陀 ~ 마음 모아 阿彌陀부처님 생각하네.
平生夢想事 ~ 平生 꿈에도 그리는 일은
常在白蓮花 ~ 恒常 西方極樂의 하얀 蓮꽃에 있다네.
(103) 詠懷
病在肉團心 ~ 모든 病은 마음에 있나니
何勞多集字 ~ 어찌 힘들게 글字만 모을 것이냐.
五言絶句詩 ~ 五言絶句 한 首이면
可寫平生志 ~ 平生의 마음을 담을 수 있네.
(104) 偶吟
山川日月是唐虞 ~ 山川과 日月은 예부터 있던 것인데
濟世無才稱丈夫 ~ 世上을 求할 才주도 없는 이를 丈夫라 稱할손가?
一筆寫成還抹却 ~ 붓 들어 한 番 썼다가는 다시 지우고
低頭抱膝暗長吁 ~ 무릎 안고 고개 숙여 남몰래 긴 한숨 쉰다.
(105) 雲波望蒼
彩筆描空空不染 ~ 물감으로 虛空을 漆한들 虛空이 물들며
利刀割水水無痕 ~ 칼로 물을 가른들 물이 잘리랴.
人心安靜如空水 ~ 사람 마음 安定됨이 虛空과 물 같으면
與物自然無怨恩 ~ 萬物을 마주한들 밉고 고움이 있겠는가.
(106) 元惠長老 (元惠 長老에게)
八字打開人不識 ~ 運命이란 열려 있는 것인데도 사람들은 알지 못하고
落花三月睡初醒 ~ 꽃 지는 三月에야 봄잠에서 어렴풋이 깨어나네.
一雙碧眼淸如水 ~ 물과 같이 맑은 한 雙의 맑은 눈
坐奪乾坤日月明 ~ 앉은 채로 乾坤과 日月의 밝음을 빼앗네.
(107) 遊伽倻 (伽倻山에서 노닐다)
落花香滿洞 ~ 떨어진 꽃 香氣가 골짜기에 가득하고
啼鳥隔林聞 ~ 새 울음소리 숲 저편에서 들리네.
僧院在何處 ~ 절은 어디메뇨?
春山半是雲 ~ 봄 山 中턱은 구름에 가렸다.
(108) 遊西山 (西쪽 山으로 가는 길에)
暮山客迷路 ~ 해 저무는 山에서 나그네가 길을 잃으니
筇驚宿鳥心 ~ 지팡이가 자는 새를 놀라게 하네.
鍾鳴西嶽寺 ~ 西쪽 山寺에서 鐘소리 울리니
松竹碧雲深 ~ 소나무 대나무에 푸른 구름 깊구나.
(109) 有懷
落月五更半 ~ 달은 져 五更인데
鳴泉一枕西 ~ 베개 뒤에 우는 샘을
如何林外鳥 ~ 숲 너머 저 새는
終夜盡情啼 ~ 어이 밤새도록 저리 울까.
(110) 尹方伯 答
夜雨鳴松榻 ~ 밤비내리는 松榻을 두드리고
靑燈獨自明 ~ 靑燈은 저혼자 밝기만 하네.
長天然一紙 ~ 먼 하늘이 한 張의 종이라 해도
難寫此中情 ~ 이 情을 어이 모두 적어 보내리.
(111) 隱夫
風月非塵世 ~ 바람과 달은 俗世와 다르고
山川是畫圖 ~ 山과 시내는 그림과도 같아라.
君能向此老 ~ 그대 能히 이렇게 늙어간다면
不曰丈夫乎 ~ 大丈夫라 이를 만하지 않겠는가.
(112) 義禪子訪淸虛
(崇義 스님이 淸虛를 찾아왔기에)
欲識淸虛主 ~ 淸虛의 主人公을 알려하는가
相逢定不逢 ~ 만나리 정작 나는 보지 못하리.
須知白雲外 ~ 모름지기 알거라 흰구름 밖에
別有一奇峰 ~ 따로히 한 봉우리가 있다는 것을.
(113) 移居
十年居海上 ~ 十 年 동안 바닷가에서 살다가
茅屋大風侵 ~ 띠집이 颱風에 쓰러져버렸네.
移入白雲裏 ~ 흰 구름 속으로 옮겨 왔더니
萬山惟一心 ~ 萬 山은 오직 한 마음이로다.
(114) 人境俱奪
梨花千萬片 ~ 배꽃 千 萬 조각
飛入淸虛院 ~ 빈집에 날아 들고
牧笛過前山 ~ 牧童의 피리소리 앞 山을 지나건만
人牛俱不見 ~ 사람도 소는 보이지 않는다.
(115) 因事有感
(어떤 일로 因한 느낌이 있어)
儒釋虛名紛指馬 ~ 儒敎니 佛敎니 하는 헛된 이름으로 雜多하게 是非를 벌이니
山林朝市各酸然 ~ 山 속이나 朝廷이나 저자 어디에 있건 疲困할 뿐이다.
由來至道離文字 ~ 至極한 道는 文字를 떠나 있거늘
今日無言政合天 ~ 오늘의 말 없음이 丁寧 自然에 合致되리라.
人世是非何日已 ~ 人間 世上의 是非는 어느 때에나 그치려나
一身生計可愴然 ~ 이 한 몸 살아갈 計策이 참 고달플 따름이라.
靑山若也年年長 ~ 靑山은 年年世世 오래토록 存續할지라도
太白老夫應上天 ~ 太白老人은 하늘로 올라가리라.
(116) 自嘲
祖師深旨落言詮 ~ 祖師의 깊은 뜻이 言詮에 떨어졌으니
悔讀緇門勉學篇 ~ 緇門의 勉學篇 읽은 것이 後悔스럽네.
草履抛來東海外 ~ 東海 바깥으로 짚신을 내던져 버렸으나
蓬萊猶在短筇邊 ~ 蓬萊山은 如前히 지팡이 끝에 있구나.
(117) 雜詠
天地一虛堂 ~ 天地間에 하나의 텅 빈 집
古今一瞬息 ~ 古今間에 하나의 瞬間이라.
其中一主人 ~ 그 속의 한 主人
曠劫一顔色 ~ 永遠토록 한결같은 顔色이라네.
千聖猶難測 ~ 千 名의 聖人도 헤아리기 어려우니
六凡安得知 ~ 여섯 凡夫가 어찌 알리오.
八窓虛豁豁 ~ 八方의 窓門이 텅텅 비어 있어서
風月自相吹 ~ 달빛 아래 바람이 절로 불어오네.
十年奔走人 ~ 十 年토록 奔走하던 사람
戲遂花邊蝶 ~ 꽃을 좇는 나비格이었네.
拂枕歸山眠 ~ 베개를 떨치고 山으로 돌아와 누우니
淸風生竹葉 ~ 댓닢 사이에서 맑은 바람이 生겨나누나.
(118) 雜興
光陰繩不繫 ~ 흐르는 歲月을 밧줄로 묶을 수 없듯이
衰病藥難醫 ~ 늙고 病들면 藥으로도 고치기 어렵다네.
我有眞方術 ~ 나에게 참으로 좋은 方策은
心經勉守持 ~ 마음의 經典을 힘써 지켜 간직함이지.
(119) 墻壁頌
問爾禪和墻壁意 ~ 너 禪和에게 墻壁의 뜻을 묻노니
非心非道是什麽 ~ 마음도 아니요 道도 아닌 이것이 무엇인가?
直須密密參詳去 ~ 卽刻 密密히 仔細하게 參究하여야
始息諸緣見達摩 ~ 비로소 모든 因緣이 쉬면 達摩를 보리라.
(120) 裁松菊
去年初種庭前菊 ~ 지난해 처음으로 뜰 앞에 菊花심고
今年又裁檻外松 ~ 今年에 울 밖에 솔을 또 심었다.
山僧不是愛花草 ~ 山僧이 愛着있어 花草 가꿈 아니요
要使人知色是空 ~ 사람에게 空한 理致 알리고자 함일세.
(121) 積石寺 柱聯
見聞覺知無障礙 ~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데 障礙가 없고
聲香味觸常三昧 ~ 소리, 香, 맛, 觸覺이 언제나 그대로 三昧로다.
如鳥飛空只麽飛 ~ 마치 하늘을 나는 새가 그냥 날아가듯
無取無捨無憎愛 ~ 取함도 버림도 없고 미움과 사랑도 없어라
若會應處本無心 ~ 萬若 對하는 곳마다 本來 無心임을 안다면
方得名爲觀自在 ~ 비로소 이름하여 觀自在라 하리라.
(122) 情春
花落千萬片 ~ 千萬조각으로 떨어지는 꽃잎
鳥啼兩三聲 ~ 우는 새 두서너 曲調
若無詩與酒 ~ 詩와 술이 없다면
應殺好風情 ~ 이 좋은 風情 半減하겠네
(123) 題 鑑湖臺
澗石留奇筆 ~ 골짜기 바위에다 秀麗한 筆體를 남기고
山花獨送春 ~ 山에 핀 꽃만이 홀로 봄을 보내네.
鑑湖明月夜 ~ 거울 같은 湖水에 달 밝은 밤
猿鶴怨無人 ~ 원숭이와 鶴이 아무도 없음을 怨望하네.
(124) 題淸涼影帖 (淸凉國師의 影幀을 보고)
八萬大藏經 ~ 八萬大藏經을
師能彈一舌 ~ 스님은 혀 하나를 퉁기어 說破하셨네.
淸風灑金沙 ~ 맑은 바람이 金모래 씻어내리고
桂子落秋月 ~ 가을 달빛 아래 桂樹나무 열매 떨어지네.
(125) 俊禪子에게
悲歡一枕夢 ~ 슬픔과 기쁨이란 베갯머리 꿈
取散十年情 ~ 만났다 헤여짐은 十 年 情일세.
無言却回首 ~ 말없이 고개돌려 발을 옮기니
山頂白雲生 ~ 山 마루엔 흰구름이 생겨나누나.
(126) 贈江湖道人 (江湖道人에게 주다)
世事空中鳥 ~ 世上일은 空中을 나는 새와 같고
浮生水上漚 ~ 떠도는 삶은 물 위의 거품 같네.
天下無多地 ~ 天下에 땅은 많이 없어도
山僧一杖頭 ~ 山僧은 지팡이 하나면 돼네.
(127) 贈德義禪子 (德義 禪子에게)
吾家有寶燭 ~ 내 집에 보배로운 촛불 있거니
可笑西來燈 ~ 可笑롭게도 西쪽에서 온 燈불이라.
半夜黃梅信 ~ 한밤中 黃梅山의 消息이
虛傳粥飯僧 ~ 헛되이 밥이나 축내는 중에게 傳해졌도다.
(128) 贈道能禪子
歷歷離賓主 ~ 歷歷해서 손과 主人을 여의었고
寥寥絶色空 ~ 너무도 寂寥해서 色空의 見解도 다 끊어졌다.
目前勤記取 ~ 目前에 昭昭靈靈한 그 놈을 부지런히 取하라
山立白雲中 ~ 山은 白雲 가운데 섰느니라.
★ 昭昭靈靈 ~: 昭昭는 밝은 貌樣이고, 靈靈은 精神作用의 不可思議 함,
卽 心識이 微妙하여 또렷또렷한 樣狀을 形容하는 말이다.
(129) 贈別白蓮寺處敏禪子
(白蓮寺에서 處敏 禪子와의 離別에 드림)
別後十三年 ~ 離別한 지 十三 年
今逢情不已 ~ 오늘에야 만나니 情이 다함 없구나.
連床夜話長 ~ 寢床에 나란히 누워 밤 깊도록 이야기하다 보니
澗月低窓紙 ~ 窓戶紙에 비친 山골 달이 낮아졌구나.
告別天南去 ~ 離別을 告하고 하늘 南쪽으로 떠나간 것은
山紅澗碧時 ~ 山은 붉고 溪谷물은 푸르던 때였지.
人間眞火宅 ~ 人間世上은 참으로 불난 집과 같으니
毋失白蓮期 ~ 白蓮寺의 期約을 잊지 마소서.
禪敎流名利 ~ 禪과 敎는 名利로 흐르고
榮華誤世間 ~ 富貴榮華는 世上을 그르쳤도다.
夢中無限好 ~ 꿈 속에 그리던 無限히 좋은 곳
只是在靑山 ~ 그곳은 바로 淸山이어라.
(130) 贈淳長老
正宗消息沒滋味 ~ 正統的인 宗門 중의 最上乘法 消息은 滋味가 없으니
不用如何又若何 ~ 이러쿵저러쿵 따지는 것도 所用이 없음이라.
打破銀山鐵壁去 ~ 銀山鐵壁을 打破해 버리면
此時方渡死生河 ~ 이때에사 비로소 生死의 江을 건너는 것이니라.
★ 最上乘法 = 活句參禪法 = 看話禪 ~: 더할 나위 없는 가장 뛰어난 가르침.
(131) 贈蓮華道人 (蓮華 道人에게)
根身四大聚 ~ 몸뚱아리는 네 가지가 모인 것이요
大地一樊籠 ~ 땅덩어리는 하나의 새欌과 같은 것.
山僧觀落日 ~ 山僧이 떨어지는 해를 보고 있노라니
世界忽成空 ~ 世界가 문득 空이 되었네.
(132) 贈牧庵
吹笛騎牛子 ~ 송아지 등에 타고 피리부는 저 아이
東西任意歸 ~ 東西를 自由自在로 다니는 구나.
靑原煙雨裏 ~ 푸른들판 안개비 속에
覺盡幾蓑衣 ~ 도롱이는 또 얼마나 젔었을런고?
(133) 贈碧泉禪子
歷歷提公案 ~ 話頭를 分明히 들게
莫浮亦莫沈 ~ 妄想도 惛沈도 말게.
虛明如水月 ~ 비고 맑기는 물에 뜬 달 같이 하고
急緩若調琴 ~ 緩急일랑 거문고 고르듯 하게.
病者求醫志 ~ 病者가 醫師를 찾듯
嬰兒憶母心 ~ 젖먹이가 어미를 찾듯.
做工親功處 ~ 어렇게 懇切히 工夫하게
紅日上東岑 ~ 때가 되면 해는 뜬다네.
(134) 贈別麟壽 禪子
金剛道士促裝歸 ~ 金剛 道人이 行裝 꾸려 떠나는데
風滿懷中雲滿衣 ~ 가슴 가득 맑은 바람에 옷에는 구름이라.
啼鳥洛花春寂寂 ~ 새는 울고 꽃은 떨어지는 쓸쓸한 봄
夕陽山郭雨霏霏 ~ 夕陽의 山郭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네.
一聲長笛離亭苦 ~ 한 曲調 피리소리 떠나는 情 슬프고
千里孤帆海色微 ~ 千 里 길 외로운 배 바닷빛 稀微하네.
今日故人何處宿 ~ 오늘밤 자네가 쉴 곳은 어디던뇨
半窓梅竹月依依 ~ 半窓엔 梅花와 대나무에 皎皎한 달빛이 흐르네.
(135) 贈別慧機長老 (길 떠나는 弟子에게)
老鶴飛天去 ~ 늙은 鶴은 저 하늘 밖으로 날아갔으니
雲山幾萬重 ~ 구름山은 疊疊하기 몇 萬 겹인가.
贈君無別物 ~ 그대에게 줄 것은 別다른 것 없고
唯有一枝筇 ~ 여기 오직 지팡이 한 자루 남아 있을 뿐.
(136) 贈李竹馬
閑忙雖異路 ~ 閑暇롭고 奔忙함의 길은 다르나
歲月忽同流 ~ 그러나 다같이 흘렀던 歲月.
相逢說往事 ~ 서로 만나 나누는 이야기
白髮黃花秋 ~ 菊花 빛에 누른 가을 白髮들 일세.
(137) 贈一禪子 (一 禪子에게)
三敎大圓鏡 ~ 三敎는 大圓鏡이나
文章只一能 ~ 文章은 다만 하나의 能力에 不過하지.
費工徒汗馬 ~ 努力을 해 본들 말을 땀나게 할 뿐이니
沙飯亦鏤氷 ~ 모래로 밥을 짓고 얼음에 글字를 새기는 일이라.
思量是鬼窟 ~ 생각이란 鬼神의 巢窟이요
文字亦糟粕 ~ 文字 또한 찌꺼기일 뿐.
若問解何宗 ~ 나는 무엇을 根本으로 하느냐고 묻는다면
捧行如雨滴 ~ 받들어 行하기를 빗방울처럼 한다고 하지.
(138) 贈眞禪和 (眞 스님에게)
人間長役役 ~ 사람이 늘 熱心히 일하다 보면
不曾半日閑 ~ 半나절의 閑暇로움도 얻기 어렵네.
珍重吾師獨 ~ 珍重한 우리 스님은
經年不下山 ~ 한 해가 지나도록 山을 내려오지도 않네.
蓬蒿一隻箭 ~ 쑥으로 만든 화살 하나
曾自賣西東 ~ 東西南北으로 팔러 다니다가
歸去還來此 ~ 다시 여기로 돌아와
臥聽松竹風 ~ 누워서 솔바람 대바람 소리 듣누나.
(139) 集孤雲字 (孤雲의 글字를 모아)
山中何事奇 ~ 山中에서 무엇이 奇特한 일인가
石上多松栢 ~ 돌 위에 소나무 잣나무가 茂盛하도다.
夷險不移心 ~ 平坦하고 險難함에 마음 흔들림 없이
四時靑一色 ~ 四時四철 한 色으로 푸르렀구나.
(140) 次順天倅雲江韻
(順天고을 員님의 雲江韻에 次하여)
節迫黃花九月秋 ~ 九月의 가을은 黃菊의 季節이건만
有懷無日不悠悠 ~ 懷抱를 풀어 볼 날은 멀기만하다.
曺溪松上如招鶴 ~ 曺溪寺 소나무에 鶴을 招待하고
智異浮雲亦共休 ~ 智異山 浮雲과도 함께 쉬어보리라.
(141) 次允大師韻 (允대사 시의 운에 맞추어)
對面何論格外禪 ~ 무엇 하러 얼굴 마주하고서 격외선을 논하리오?
一眉新月挂靑天 ~ 눈썹 같은 새 달이 푸른 하늘에 걸렸거늘.
海爲硯水山爲筆 ~ 바다를 먹물로 삼고 산을 붓으로 삼더라도
難寫胸中無盡篇 ~ 가슴 속 무진장한 생각들을 다 적을 수 없으리.
目擊昭然一味禪 ~ 일미선을 분명히 보았지
入窓松月正當天 ~ 창문으로 보이는 소나무의 달 하늘에 떠 있네.
始知此性離文字 ~ 이제사 이놈의 성품이 문자를 떠나 있음을 알겠거니
枉向華嚴讀萬篇 ~ 쓸데없이 화엄경을 만 번이나 읽었구나.
(142) 次李方伯拭 (觀察使 李拭의 詩를 보고)
江海豈無意 ~ 江과 바다가 어찌 뜻이 없으리오?
山林亦有心 ~ 山과 수풀 또한 마음이 있도다.
不如金玉帶 ~ 차라리 金玉의 띠를 차고서
與世善浮沈 ~ 世上 흐름에 따라 浮沈함이 더 나으리.
(143) 次許學士遊石門韻
(許 學士가 石門에 갔다가 지은 詩의 韻에 맞춰)
松吟石上月 ~ 소나무는 돌 위로 뜬 달을 노래하고
人弄花間琴 ~ 사람은 꽃 사이에서 거문고를 戱弄하네.
靑山古人眼 ~ 靑山은 옛사람의 눈
留與後人心 ~ 뒷사람에게 마음을 傳해 주겠지.
(144) 讚佛
觀他也不妄 ~ 남이 보는 것도 虛望함이 아니요
覺自亦無生 ~ 나를 깨닫는 것도 亦是 無生이로다
出世訶何事 ~ 出世하여 무엇을 노래하랴
人人本太平 ~ 사람마다 本來가 太平한 것을.
(145) 處士亭
渚禽飛入竹 ~ 물가의 새 대숲으로 날아 들자
枝動落殘紅 ~ 가지가 흔들리며 남은 꽃잎 떨어지네.
亭高呑遠海 ~ 亭子는 높아서 먼 바다를 삼키고
江近數飛鴻 ~ 江은 가까워 날아가는 기러기 셀 수가 있네.
(146) 處英禪子의 出山을 餞送함
衲白雲無色 ~ 長衫은 白雲을 無色케 하고
潭淸鶴有靃 ~ 맑은 못엔 鶴이 날아 내린다.
從師出山去 ~ 그대가 나라 爲해 山을 내려 간뒤
片月照空窓 ~ 조각달만 빈窓을 비추고 있네.
(靃. 나는소리 확 →새가 빗속을 날음)
(147) 天玉禪子
晝來一椀茶 ~ 낮에는 茶 한 砂鉢
夜來一場睡 ~ 밤에는 한 잠.
靑山與白雲 ~ 淸山과 白雲
共說無生事 ~ 함께 無生을 說하네.
(148) 淸澗亭
淸澗有聲玉 ~ 맑은 山골물이 玉소리를 내니
聲聲洗客心 ~ 소리마다 나그네 마음을 씻어주네.
秋天不覺暮 ~ 가을 하늘이 저무는 줄도 몰랐는데
山月照楓林 ~ 山 위의 달은 丹楓 숲을 비추고 있네.
(149) 靑海白沙行
海色傷心碧 ~ 바다 빛은 傷心으로 퍼렇고
天涯一病身 ~ 아득한 하늘가엔 病든 이 한몸.
秋來江上葉 ~ 가을이 오면 江위로 落葉은 지는데
雁趂日邊人 ~ 夕陽의 길 손을 기러기도 따라 나선다.
(趂 = 趁. 쫒을 진)
(150) 淸虛歌
君抱琴兮倚長松 ~ 그대 거문고 안고 큰 소나무에 기대나
長松兮不改心 ~ 큰 소나무는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我長歌兮坐綠水 ~ 긴 노래 부르며 푸른 물가에 앉으니
綠水兮淸虛心 ~ 맑고도 푸른 물에 마음도 거리낌이 없다.
心兮心兮 ~ 가슴속 깊은 맘
我與君兮 ~ 그대 나와 함께하리.
(151) 草堂
月沈西海黑 ~ 달 떨어지니 西쪽 바다 컴컴하고
雲盡北山高 ~ 구름 사라지니 北쪽 山이 높구나.
何處靑袍客 ~ 어디선가 푸른 道袍 입은 사람
焚香讀楚騷 ~ 香 피우고 離騷經을 읽는구나.
(152) 草堂詠柏 (草堂에서 잣나무을 바라보며)
月圓不逾望 ~ 달은 둥글어도 보름을 넘지 못하고
日中爲之傾 ~ 해는 正午가 되면 기울기 始作하네.
庭前柏樹子 ~ 뜰 앞에 잣나무만은
獨也四時靑 ~ 홀로 四時에 푸르렀다.
(153) 招白雲子 (흰구름을 부르다)
白雲子白雲子 ~ 흰구름이여, 흰구름이여
何年何日入靑山 ~ 어느 해 어느 날에 靑山에 들어왔는고?
雖言本是山中物 ~ 비록 本來는 山中의 것이라 하겠지만
恨逐淸風久不還 ~ 맑은 바람 따라가면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것을.
(154) 草屋
草屋無三壁 ~ 草屋이라고는하나 三面엔 壁이 없고
老僧眠竹床 ~ 老僧은 竹床에서 졸고 있다.
靑山一半濕 ~ 靑山은 이미 半쯤 젖었는데
疎雨過殘陽 ~ 성긴 비만 夕陽을 비껴 가누나.
(155) 秋夜
雨霽驚新月 ~ 비 그치자 달이 불쑥
夜深魂更淸 ~ 밤이 깊을수록 정신은 말똥말똥
擁衾眠不得 ~ 이불을 덮어봐도 잠 오지 않고
木葉送秋聲 ~ 나뭇잎만 쓸쓸히 가을소리를 내네.
(156) 春日詠
東風昨夜至 ~ 봄바람 불어오는 어제 밤에
病客來山中 ~ 病든 나그네 山寺를 찾았네.
林鳥已新語 ~ 숲에는 새들이 재잘거리고
野花蘂欲紅 ~ 野生花는 이제 막 붉은 꽃 봉우리를 터뜨리네.
人間郭郞巧 ~ 人間은 郭郞의 꼭두각시 노름이요
世事浮雲空 ~ 世上事는 뜬구름 같은 것이네.
臨濟一聲喝 ~ 臨濟 禪師의 외치는 한 소리
直開千日聾 ~ 千 日 동안 먹었던 귀가 번쩍 열리네.
(157) 嘆世 (世上을 嘆息함)
靑山人白髮 ~ 山은 푸르건만 사람은 흰 머리가 되었으니
歲月如流星 ~ 歲月은 流星처럼 빠르도다.
浮生何處好 ~ 뜬 구름같은 人生 어딘들 좋은 곳이 있으랴
天地亦冥冥 ~ 온 世上이 아득하고 아득할 뿐이로다.
(158) 探密峯 (密峯을 찾아)
千山木落後 ~ 千 山에 나뭇잎 떨어진 後
四海月明時 ~ 온 世上에 달 밝은 때에
蒼蒼天一色 ~ 하늘은 푸르고 푸르러 한 色인데
安得辨華夷 ~ 어찌 中華니 오랑캐니 區分할 수 있으리.
(159) 夏日
炎蒸天下日 ~ 온 世上이 푹푹 찌는 날
獨坐白雲臺 ~ 홀로 흰 구름 나는 臺에 앉았네.
淸風會人意 ~ 맑은 바람이 사람 마음을 알고서
竹林深處來 ~ 대숲 깊은 곳에서 불어오네.
(160) 惠訔禪子 (惠訔 禪子에게) (訔. 論爭할 은)
菊花將解笑 ~ 菊花는 이제 막 웃으려 하는데
頭髮不禁秋 ~ 머리칼은 가을의 到來를 막지 못하네. (머리카락은 白髮이 되었구나)
行陰那可記 ~ 흐르는 歲月 어찌 다 記錄하랴만
揮筆寫新愁 ~ 붓을 휘둘러 새로 생긴 시름을 써 보노라.
(161) 呼犢鳥 (쑥독새)
前是牧童今是鳥 ~ 前生에는 牧童이었는데 今生에는 새가 되어
年年猶愛舊春風 ~ 해마다 돌아오는 봄바람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네.
山深樹密無尋處 ~ 산 깊고 숲 빽빽해 찾을 곳 없건마는
呼犢一聲烟雨中 ~ 쑥독새 한 소리는 안개비 속에 들려온다.
(162) 花開洞
花開洞裏花猶落 ~ 이름은 花開인데 꽃은 오히려 지고
靑鶴巢邊鶴不還 ~ 靑鶴 둥우리에 鶴은 아니 돌아오네.
珍重紅流橋下水 ~ 잘 가거라 紅流橋 다리 아래 물이여
汝歸滄海我歸山 ~ 너는 바다로 가고 나는 山으로 간다.
(163) 花雨
白雲前後嶺 ~ 前後 山마루엔 흰구름 떠 가고
明月東西溪 ~ 東西로 흐르는 시내엔 밝은 달빛 떠 간다.
僧坐落花雨 ~ 중은 앉은채 떨어지는 꽃비를 맞고
客眠山鳥啼 ~ 客은 山새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다.
(164) 還鄕.
三十年來返故鄕 ~ 三十 年 만에 故鄕에 돌아오니
人亡宅廢又村荒 ~ 아는 사람은 다 죽고 마을은 荒廢하여라.
靑山不語春天暮 ~ 靑山은 말이 없고 봄날은 저물어
杜宇一聲來杳茫 ~ 杜鵑새 울음소리만이 아득하게 들려오네.
一行兒女窺窓紙 ~ 한 무리 兒女子들 窓戶紙를 뚫어서 지켜보고
鶴髮隣翁問姓名 ~ 白髮의 이웃 老人은 나의 이름을 물어보네.
乳號方通相泣下 ~ 어릴 때 이름으로 서로 알아보고 나서 눈물 짓는데
碧天如海月三庚 ~ 하늘은 바다같이 푸르고 三更의 하늘엔 달도 밝았다.
(165) 還鄕曲
曝然訪杖天魔走 ~ 지팡이 내던지는 소리에 天魔가 逃亡가고
古路分明脚不差 ~ 옛길이 分明하니 걸음걸이 어긋남이 없다.
生死去來爲一貫 ~ 生死의 가고옴이 하나로 꿰뚫렸으니
羅羅羅羅 ~ 라라라라(할일 마치고 노래부른다)
(166) 會友
雲樹幾千里 ~ 나무 끝 아슬한 구름 몇 千 里
山川政渺然 ~ 참으로 아득했던 山川이로고.
相逢各白首 ~ 서로 만나면 어느새 흰 머리
屈指計流年 ~ 열 손가락 굽혀가며 지나간 해를 헤아리네.
(167) 輝遠扶天道人
祖師西來意 ~ 祖師가 西쪽에서 오신 뜻을 물으니
庭前栢樹子 ~ 뜰 앞의 잣나무라 하였네.
問答甚分明 ~ 물음도 答도 매우 分明한데
龍藏未有底 ~ 經典에는 없는 말이로다.
盡力起疑處 ~ 힘을 다해 疑心을 일으킨 곳
氷消瓦解去 ~ 얼음 녹듯 기왓장 깨지듯 하리라.
(168) 悟道頌
白髮非心白 ~ 머리는 세어도 마음은 안 센다고
古人曾漏洩 ~ 옛사람 일찍이 말했던가.
今聞一聲鷄 ~ 이제 닭우는소리 듣고
丈夫能事畢 ~ 丈夫의 큰일 能히 마쳤네.
忽得白家處 ~ 忽然히 본 故鄕을 깨달아 얻으니
頭頭盡此爾 ~ 모든것이 다만 이렇고 이렇도다.
萬千金寶藏 ~ 수많은 보배와 같은 大藏經도
元是一空紙 ~ 元來 하나의 빈 종이로다.
(169) 涅槃頌
千計萬思量 ~ 千가지 計劃 萬가지 생각
紅燈一點雪 ~ 붉은 火爐속 한 點 눈송이로다.
泥牛水上行 ~ 진흙소가 물위를 걸어가고
大地虛空裂 ~ 大地와 虛空이 갈라지도다.
🍎 西庵禪師 (1946~2003. 大韓佛敎曹溪宗八代 宗正)
★ 涅槃頌
"나는 그런거 없다.
정 물으면 그 老壯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해라. 이게 내 涅槃頌이다."
🍎 釋慶雲 (?~?)
★ 寂滅庵
花臺秋盡萬峯靑 ~ 蓮花臺에 가을이 지나니 온 山봉우리 파랗고
泉落銀河轉翠屛 ~ 샘물이 銀河水에서 뜰어져 푸른 벼랑 되었구나.
向夜月明看北海 ~ 밤이 되니 달이 밝아 北海가 다보이고
金沙千里浸寒星 ~ 千 里 긴 金빛 모랫벌에 차가운 별빛이 스며든다.
🍎 釋宏演 (?~?)
(1) 奉和思謙題西宇鍊師山水圖 (思謙의 西宇鍊師의 山水圖에 쓴 詩에 和答하여)
畫山須畫華與嵩 ~ 山을 그리려면 華山과 崇山을 그리고
畫水須極滄溟東 ~ 물을 그리려면 滄海 東쪽을 그려야 한다.
仙翁新意奪造化 ~ 神仙의 새 儀仗이 造化翁의 솜씨 앗아
筆底颯颯生秋風 ~ 붓 끝에 우수수 가을바람 일어난다.
蘿梯石磴三百尺 ~ 다래덩굴 돌벼랑 三百 尺 꼭대기에
槎牙老樹撑蒼空 ~ 앙상한 늙은 나무 蒼空을 버티었구나.
飛泉娟娟石鑿鑿 ~ 샘물 날아 졸졸 흐르고 돌은 삐죽 솟아
淸輝粲爛開吟瞳 ~ 산뜻하고 燦爛해서 詩人의 눈이 트인다.
老關往矣小李死 ~ 老關이 돌아가고 작은 小李도 죽었지만
孰云當代無良工 ~ 當代에 名手 없다고 누가 말 하는가.
胸中丘壑自磥砢 ~ 가슴속에 진 골짜기에 절로 울툭불툭
揮洒墨妙精難窮 ~ 먹으로 그려내니 그 精妙하기 無窮하다.
我家有屋松山下 ~ 우리 집안은 松山 아래에 집이 있어
此圖恍墮三韓中 ~ 이 그림이 恍惚하게 三韓에 떨어졌다.
自緣遊子遠在望 ~ 客地에 다니는 사람 멀리서 바라보니
白雲月日生晴峯 ~ 흰 구름과 해와 달이 갠 봉우리에서 뜬다.
★ 老關 ~: 後梁 關同은 山水圖의 名家로 秋山寒林圖가 있다.
★ 小李 ~: 唐 李師訓이 山水 畵家로 有名했고, 그 아들 昭道도 山水를 잘 그렸으므로,
그때 사람들이 아버지를 大李, 아들을 小李라 불렀다.
(2) 分題得九曲溪送友
(얻은 “九曲溪”를 題目을 나누어 벗에게 보내다)
溪花處處發 ~ 시냇가 꽃은 곳곳에 피고
溪水曲曲淸 ~ 시내 물은 굽이굽이 맑구나.
花發惜年華 ~ 꽃이 피니 가는 歲月 아깝고
水淸宜濯纓 ~ 물 맑아 갓끈 빨기에 適當하다.
睠言詩書地 ~ 詩書를 講論하던 땅
悠悠櫂歌聲 ~ 悠悠히 돛대 노랫소리가 들린다.
千年武夷詩 ~ 千 年의 武夷詩
懷哉考亭名 ~ 考亭 朱子의 이름이 그립다.
高蹈繼前轍 ~ 高蹈하여 前轍을 繼承할 것이니
寧負平生盟 ~ 어찌 平生의 盟誓를 저버리리오.
歲晩此翺翔 ~ 해 늦어 여기서 彷遑하니
梅竹氷雪明 ~ 梅花와 대나무에 얼음과 눈이 밝다.
(3) 分題得楊柳橋送友省親 (種柳橋에서 詩를 얻어 題目을 나누어 親舊 省親에게)
送君楊柳橋 ~ 楊柳橋에서 그대를 보내며
贈君楊柳枝 ~ 그대에게 楊柳 가지를 주노라.
楊柳不足贈 ~ 버들가지는 줄 만한 것 아니지만
所念在別離 ~ 생각하는 것은 離別함에 있도다.
君歸果何爲 ~ 그대가 돌아감은 果然 무엇을 爲함인가.
悠悠白雲思 ~ 흰 구름을 바라보는 생각이 아득하도다.
綵衣固自樂 ~ 色동옷이 眞實로 즐겁기는 하나
學道莫遲暮 ~ 道를 배우는 것을 너무 늦게 하지 말게.
采采泮中芹 ~ 泮中의 미나리 캐고 캐어
流年莫虛度 ~ 흐르는 歲月을 헛되이 보내지 말시게.
(4) 舂米行
大婦舂東臼 ~ 큰 며느리 東便 방아
小婦舂西臼 ~ 작은 며느리 西便 방아
小郞舂南臼 ~ 작은 書房님 南쪽 방아
大郞舂北臼 ~ 큰 書房님 北쪽 방아
幼女護力攀碓頭 ~ 어린 딸은 거들어 방아머리 잡고
幼兒弄米飜柳斗 ~ 어린애는 쌀 장난치며 키를 뒤집고
靑裙大婦雲鬟高 ~ 푸른 치마 큰 아낙네는 높직한 머리貌樣
氣猛脚健踏碓牢 ~ 氣運 센 다리로 방아를 밟고
大郞小婦驚相問 ~ 큰 書房, 작은 며느리 놀라 서로 물으며
謔浪笑傲聲嘈嘈 ~ 익살로 웃음으로 왁자지껄 웃는다.
汗流浹背時暫息 ~ 등에 젖어 흘러내리는 땀에 가끔씩 쉬며
以手挼看白未白 ~ 손에 쌀 집어 흰지 아닌지 들여다본다.
欲白未白還更舂 ~ 희지 않은 쌀 희게 하려 다시 찧으니
努力辛勤眞可惜 ~ 애쓰는 苦生이야 正말 안타깝구나.
天之降材非爾殊 ~ 하늘이 내린 才能은 그대와 다름없건만
奈何貧富不同途 ~ 어쩌다가 貧富의 길이 같지 않은가.
雖然由此勞逸異 ~ 비록 그러하나 이것으로 苦生과 安樂이 다르니
一治一養還相須 ~ 管吏의 다스림과 農夫의 살림은 서로 依存한다.
去年秋熟米價落 ~ 去年엔 豊年 들어 쌀값 떨어지고
今年麻麥殊兩獲 ~ 今年엔 삼과 보리가 모두 잘 되었구나.
那堪政又減科徭 ~ 더구나 나라에서 稅를 減하여
婦簸夫篩良不惡 ~ 아낙네 키, 男丁네 체질이 正말 싫지 않도다.
或舂或揄或蹂簸 ~ 찧거니, 날리거니, 까불고
釋之叟叟蒸浮浮 ~ 설렁설렁 일어서 이글이글 끓여댄다.
大雅蒸民歌后稷 ~ 大雅의 蒸民에 后稷의 노래
功奏萬古何時休 ~ 萬古에 그 功積이 그지없어라.
只今閭閻逢歲樂 ~ 只今엔 집집마다 豊年을 만나
四海淸和塵不起 ~ 四海가 平安하여 먼지도 일지 않는다.
但願年年世太平 ~ 다만, 願하기는 해마다 世上 太平하여
斗米三錢差可擬 ~ 쌀 한 말 돈 서푼 틀림없이 생각대로 됐으면.
(5) 遊紫淸宮
洪崖先生舊所隱 - 洪崖(仙人의 이름)先生이 옛날 숨어 살던 곳
階下碧桃花飄零 ~ 뜰앞에 碧桃花꽃 떨어지누나.
夜光出井留丹藥 ~ 밤에도 우물에서 光彩나니 丹藥이 남아있고
春露浥松生茯苓 ~ 봄 이슬이 솔을 적셔 茯苓이 생기네.
天女或携綠玉杖 ~ 天女들은 或 綠玉杖을 들고 있고
仙人自讀黃庭經 ~ 仙人은 저마다 黃庭經(仙家의 經典)을 읽고 있네.
隣寺歸來不五里 ~ 五 里도 못 되는 이웃 절로 돌아오니
回頭望斷煙冥冥 ~ 煙氣만 자욱하여 바라봐도 볼 수 없네 .
(6) 題劉仙巖
山遶孤村小逕隈 ~ 山이 뺑 둘린 외로운 마을의 작은 길 옆
遠林暑薄訪蓬萊 ~ 먼 숲에 더위도 가셨는데 蓬萊를 찾아왔네.
鶴飛雲洞知仙起 ~ 神仙이 온 줄 알고 鶴은 구름 낀 골에 날고
童掃玄關待客來 ~ 손님을 接待하려 童子는 玄關을 쓸고있다.
泉至石渠鳴暗玉 ~ 샘물은 돌시내에 와서 슬그머니 玉을 울리고
火存丹竈活寒灰 ~ 불이 丹竈에 남아 식었던 재 되살아나네.
忽聞鐵笛空中響 ~ 문득 들리는 空中의 鐵笛소리
十里松花一夜開 ~ 十 里의 솔나무꽃 하루밤에 피어나누나.
避暑看山上石臺 ~ 더위를 避하고 山도 볼 겸 石臺에 올라오니
紫霞宮殿一時開 ~ 神仙의 宮殿이 一時에 활짝 열렸네.
松陰圍座靑凝嶂 ~ 솔그늘이 자리를 둘러 푸른 氣運 뫼에 어리었고
槲葉連山翠作堆 ~ 떡갈잎이 山을 이어 파란 빛 더미로 쌓았네.
童子雲中採藥去 ~ 童子는 구름속에 藥 캐러 가고
高人竹外抱琴來 ~ 高人은 대밭에서 거문고 안고 오누나.
汲泉旋煮山中茗 ~ 이윽고 샘물 길어다 山中의 茶를 다리니
不用蒲萄浸酒杯 ~ 그까짓 葡萄酒盞 무엇에 쓸꺼나.
★ 玄關 ~: 玄妙한 道의 門을 말하고, 또 道를 닦는 집의 門을 指稱하기도 한다.
唐詩에, “수풀 밑에 玄關을 닫았네.” 하였는데 이는 寺을 말한 것이다.
★ 丹竈 ~: 神仙되는 丹藥을 만드는 아궁이.
★ 鐵笛은 神仙이 분다고 알려져 있다.
(7) 題飮馬圖
江南芳草春政肥 ~ 江南의 고운 풀이 봄날 한창 살쪘는데
奚奴飮馬河水湄 ~ 종녀석이 河水가에서 말에 물을 먹이누나.
波光照見五花影 ~ 물결에 환히 비친 五花(털이 알록달록한 말을 五花馬라 한다)의 그림자
蘭筋落落精權奇 ~ 蘭筋도 凜凜하고 奇特한 모습이로다.
乃知此是大官馬 ~ 알겠도다. 이는 必是 大官의 말
五品以下焉致之 ~ 五品 이하라야 어찌 이럴 것인가.
前年刷馬幽燕去 ~ 생각하니, 昨年에 말 朝貢하러 幽燕에 갔을 때
州縣遞送不敢遲 ~ 고을마다 番갈아 壓送하여 遲滯하지 못했네.
中途百萬半飢死 ~ 百萬 마리 中 半은 굶어 中途에 죽고
但留駿尾丞相知 ~ 꼬리만을 떼어 丞相께 바쳐 알렸을 뿐.
大街白日馬聲少 ~ 이래서 큰 거리엔 대낮에도 말 소리가 아주 적고
蹇驢往往爭先馳 ~ 절름발이 나귀들이 가끔씩 앞을 다퉈 달렸네.
去年八月天詔下 ~ 昨年 八月에 詔書를 내리時에
寬恩亦許常人騎 ~ 恩典으로 商人도 말을 타게 하였다.
人間驊騮不易得 ~ 世上에 千里馬 얻기가 그리 쉬운 것인가
駑駘或受黃金羈 ~ 駑馬가 間或 黃金 굴레를 쓰고 다니네.
豈無鹽車困良驥 ~ 千里馬야 없으랴만 소금 수레를 끄나니
伯樂已矣今何爲 ~ 伯樂(中國 周代의 馬의 鑑定을 잘한 사람)이 없는 只今에 어이하리.
嗚呼伯樂已矣今何爲 ~ 아아, 伯樂이 없는 只今에 어이하리.
★ 소금 수레 ~: 伯樂 孫陽이 일찍 虞板을 지나다가 보니,
천리마(騏驥)가 소금 수레 밑에 엎드려 있다가 伯樂을 보고 길이 우는지라,
伯樂이 수레에서 내려 보니 千里馬가 이에 고개를 쳐들고 우는데
그 소리가 하늘에 사무쳤다 한다.
(8) 題驄馬飮水圖
昔聞韋偃畫無敵 ~ 들리는 말에 옛날 韋偃의 그림에 敵이 없어
解使房星落千尺 ~ 房星을 千尺 하늘에서 떨어지게 하였단다.
今觀頗似之 ~ 이제 그림을 보니 이 그림이 그와 비슷하여
坐見落落精權奇 ~ 앉아서 뛰어나고 精妙함을 본다.
千里歸來汗未乾 ~ 千 里 길에서 돌아와 땀도 아직 마르지 않아
碧波吸盡湘雲寒 ~ 푸른 물에서 차가운 湘水의 구름까지 다 마셔버렸다.
波光雲氣塡滿腹 ~ 물결과 구름이 뱃속에 가득 차니
便欲西走還長安 ~ 西쪽으로 달려 長安으로 가려한다.
長安此去三千里 ~ 長安은 여기서 三千 里 먼 길인데
天閑駿骨差可擬 ~ 하늘 마굿간의 駿馬와 거의 肩주리라.
題詩卷啚還授君 ~ 그림에 詩를 써 그대에게 돌려주니
眼見新龍欲飛起 ~ 눈으로 보게나, 새 龍이 날아오르려는 것을.
(9) 秋夜宿蔣山寺
(가을 밤 蔣山寺에 묵으며)
大江之南鍾山寺 ~ 大江의 南쪽 鍾山의 절間에
巍巍樓閣開旃檀 ~ 높고 높은 樓閣이 栴檀香
(印度에서 나는 香나무)을 풍긴다.
雲外聽經白鷴下 ~ 구름 밖 讀經소리에 흰 鶴 내려오고
洞中護法蒼龍蟠 ~ 골 안에 法을 지키는 푸른 龍이 서렸다.
塔影夜搖崖月淨 ~ 塔 그림자는 밤에 깨끗이 벼랑 달에 흔들리고
鍾聲曉襍松濤寒 ~ 새벽 鐘소리는 싸늘한 솔바람 소리에 섞인다.
舊說天人多集此 ~ 예부터 말하기를, 天人들 이곳에 많이 모이니
尙疑環佩來珊珊 ~ 只今도 아직 環佩가 짤랑짤랑 울리는 듯하다.
🍎 釋卍雨 (1352~1435. 高麗 學者)
(1) 山中
寒窓射朝旭 ~ 차가운 窓으로 아침 햇살 비쳐들고
危坐爽煩襟 ~ 端正히 앉으니 번거로운 마음이 서늘해진다.
振筆摹山水 ~ 붓을 휘둘러 山水畵 그리고
開書閱古今 ~ 冊을 펼쳐 古今을 思慮보노라.
無心干萬乘 ~ 萬乘에 要求할 마음이 없고
有箒享千金 ~ 千 金 價値로 아는 떨어진 비만 가졌도다.
("내 집에 헌 비만 있으면 千 金의 價値로 안다"는 속담에서 引用 →家有敝帚)
自適泉林興 ~ 林泉의 興이 自適하여
因題方外吟 ~ 이로 因하여 方外의 詩를 짓노라.
(2) 送日本僧文溪 (日本 僧侶 文溪를 보내며)
相國古精舍 ~ 宰相의 옛 精舍
洒然無位人 ~ 灑然하여 地位 없는 사람같구나.
火馳應自息 ~ 불같이 달리는 마음은 절로 사라지고
柴立更誰親 ~ 가시나무처럼 서있으니 다시 누구와 親할까.
楓岳雲生屐 ~ 楓岳에서는 구름이 나막신 밑에서 나고
盆城月滿闉 ~ 盆城에는 달이 城에 가득하리라.
風帆海天闊 ~ 바람 맞은 돛배 바다 하늘은 넓으니
梅柳古鄕春 ~ 梅花 버들 옛 故鄕의 봄을 찾아가리라.
🍎 釋法堅 (?~?)
★ 送雲之日本
終日思君不見君 ~ 終日토록 그대 생각했으나 보지 못하여
依樓魂斷海天雲 ~ 樓臺에 기대니 바다 위 구름에 시름겨워라.
那堪落葉秋風外 ~ 어찌 견디리, 城 밖은 가을바람에 落葉 지고
半夜疎鐘月下聞 ~ 깊은 밤 드문 鐘소리 달빛 아래 들려오네.
🍎 釋參寥 (?~?)
★ 贈成川倅
水雲蹤迹已多年 ~ 물처럼 구름처럼 떠난지 이미 여러해
針芥相投喜有緣 ~ 침과 겨자 처럼 서로 投合하여 因緣 있음이 기쁘다.
盡日客軒春寂寞 ~ 해지도록 客舍에는 봄이 寂寞한데
落花如雪雨餘天 ~ 비 갠 하늘에 눈처럼 꽃잎이 떨어진다.
🍎 釋禪坦 (?~? 高麗末 僧侶, 號 幻翁. 스님은 詩文에 能하고 거문고 演奏도
卓越했으며 여러 선비들과 交流를 했다)
(1) 古風
有琴掛寒壁 ~ 거문고 차거운 壁에 걸려
爛盡南山石 ~ 南山의 돌이 닳아 없어진다 한다.
唐堯與虞舜 ~ 唐나라 堯임금과 禹나라 舜임금
九泉已零落 ~ 이미 九泉에 죽어 없어졌도다.
秋燈一曲謌 ~ 가을 燈盞 아래 한 曲調 노래하며
坐待東方白 ~ 東方이 밝아오기 앉아서 기다리노라.
(2) 九日次淸淵詩韻
(9月 9日에 淸淵의 詩를 次韻하여)
一曲高歌金縷衣 ~ 金縷衣 한 曲調를 소리질러 노래하며
黃花無處不扶歸 ~ 菊花찾아 간 곳마다 술醉해서 돌아가노라.
江湖日月琴尊好 ~ 江湖에 지내는 時間들 술과 거문고도 좋지만
溪寺樓臺人馬稀 ~ 시냇가 절의 樓臺엔 사람과 말이 드물도다.
萬壑雨驚紅樹遍 ~ 골짝마다 비 내리자 丹楓잎이 한창인데
四山朝見白雲飛 ~ 四面 山봉우리에 아침 흰 구름 날아가는구나.
倚欄滿目悲秋意 ~ 欄干에 기대니 눈에 가득 서글픈 가을빛
木落年年心事違 ~ 해마다 落葉 질 때엔 뜻과 일이 어긋나는구나.
(3) 楞伽山中
鞍馬紅塵半白頭 ~ 紅塵 속에 말타기 半白이 되었는데
楞伽有病早歸休 ~ 病이 있어 楞伽山에 일찍 돌아와 쉬네.
一江煙雨西山暯 ~ 한 江의 안개와 비에 西山이 어둑하니
長捲疏廉不下樓 ~ 성긴 발을 걷어둔 채 다락에 머문다.
(4) 白鷺行 (白鷺의 노래)
白鷺白鷺 ~ 白鷺여, 白鷺여
蹺煙亦飛雨 ~ 안개 속을 걷고 비 속을 나는구나.
心本忙態自閑 ~ 마음은 바쁘면서 姿態는 閑暇로워
魚兒話頭無斷間 ~ 물고기 생각에 慮念이 없는 구나.
魚兒沈無處尋 ~ 물고기가 숨으면 찾을 곳 없고
蘋藻滿池春水深 ~ 개구리밥과 마름잎은 가득한데 봄 물이 깊구나.
蝦蟆水蛭亦不厭 ~ 개구리나 거머리도 배불리 먹지 못해
一生口腹何曾贍 ~ 一生에 입과 배를 언제 한 番 채워보았던가?
汝羽與生白 ~ 너의 옷은 나면서 희나
汝心終日黑 ~ 너의 마음은 終日토록 검기만 하다.
堪嗟綠影紅香裏 ~ 嘆息하노라, 푸른 그림자 붉은 꽃香氣 속에서
自謂風標貴公子 ~ 스스로 風標貴公子라 말하니
君不見五更待漏霜滿襟 ~ 그대 못보았는가, 五更에 朝會 時間 기다리다 서리는 옷깃에 차는 것을
王庭振鷺亦何心 ~ 王庭에서 부른 詩經 振鷺篇의 노래는 또 무슨 마음이런가.
(5) 驪江讌集
君不見昔時醉翁讌西湖 ~ 그대 보았으리, 옛날 취옹(醉翁 松나라 歐陽修의 號)이 西湖에서 잔치할 때
銀缸畫燭侵宵罷 ~ 銀缸아리 그림 촛불이 밤들어 사위니
金罍玉斝散不收 ~ 金盞 玉盞이 이리저리 흩어진 것을.
又不見賀監放浪遊稽山 ~ 또 보았으리, 賀監(唐나라 詩人 賀季眞)이 放浪해서 稽山에 노닐 때
輕舟短棹追煙渚 ~ 가벼운 배 짧은 노로 안개 낀 물굽이 따라
斜風細雨尋芳洲 ~ 비낀 바람 가랑비에 꽃다운 섬 찾는 것을.
中原牧伯繼前躅 ~ 中原牧使가 앞사람의 자취를 繼承하여
畫船鼉鼓行樂錦江秋 ~ 배 띄워 북 울리며 錦江의 가을을 즐기나니.
七澤微茫白鷗外 ~ 七澤은 흰 갈매기 밖으로 아득하고
三山隱映金鼇頭 ~ 三山은 金자라 머리마냥 보일락말락.
抽簪夜扣洞仙扉 ~ 비녀를 뽑아 밤中에 洞仙의 문 두들기니
翠眉紅臉圍重樓 ~ 푸른 눈썹 붉은 볼 겹겹이 다락에 둘러앉았네.
重樓歌吹落半空 ~ 樓臺 머리의 風樂소리 半空에 떨어지니
月上黃昏天色幽 ~ 黃昏에 달 뜨니 하늘 빛은 그윽하다.
星斗闌千火輪飛出五馬忽忽去 ~ 北斗七星 숨고 둥근 해 돋자 오마는 뿔뿔이 나는 듯 떠나니
堪笑昌黎越女一笑三年留 ~ 우습기는 저 昌黎의 詩에, “越女의 한 番 웃음에 三 年이나 머물렀다.”는 것을.
★ 金鼇 ~: 東海 가운데 金鼇가 있어서 三神山을 머리에 이고 있다 한다.
★ 昌黎의 詩 ~: 韓昌黎 (韓愈)가 侯喜에게 지어 준 詩에, “越女一笑三年留”라는 句가 있었다.
그때에 侯喜가 越나라 地方에 가서 女人에게 惑하여 三年 동안 돌아오지 않았으므로 韓愈가 警戒한 것이다.
(6) 題任實縣壁
衝泥瘦馬過山城 ~ 진흙을 차는 여윈 말로 山城을 지나다가
挑盡寒燈聽雨聲 ~ 찬 燈불 다 돋우고 비소리를 듣고 있다.
客路不隨年矢盡 ~ 나그네 길은 해를 따라 끝나지 않거니
明年何處見新正 ~ 明年에는 어디서 설을 맞이하려나.
(7) 早春
管絃聲碎竹外澗 ~ 管絃의 소리 대밭 가의 개울에 부서지고
水墨畵點烟中山 ~ 水墨畵처럼 點 찍는 안개山이네.
立馬停鞭望亦望 ~ 가던 길 멈추고 보고보고 되보느니
鶬鶊上下春風端 ~ 꾀꼬리 날개 끝에 봄바람 좋을시고.
(8) 次普門寺閣上詩韻
(普門寺 閣上詩韻을 次韻하여)
山石平生犖确行 ~ 平生에 울툭불툭한 山길을 다녔으니
此軒贏得十年情 ~ 이 절이 十 年의 情을 담았구나.
雨昏鸚鵡洲邊草 ~ 鸚鵡洲 가의 풀에 비가 침침하고
雲卷芙蓉海上城 ~ 다 위의 芙蓉城(神仙이 사는 城)에 구름이 걷히었네.
沙岸漁燈煙外遠 ~ 모래톱 漁船의 燈은 안개 밖에 멀리 뵈고
月樓人語夜深淸 ~ 달 비친 다락 사람의 말소리는 밤 깊어 고요하네.
若爲長伴江鷗去 ~ 어쩌면 오래도록 갈매기를 짝하고
飽聽蒼波落枕聲 ~ 누워서 물결 소리를 싫도록 들어볼까.
🍎 釋守初 (1590~1668. 朝鮮 中期 僧侶. 俗姓 成氏. 本貫 昌寧. 號 翠微, 字 太昏.
死六臣의 한 사람인 成三問의 後裔)
★ 睡起
日斜簷影落溪濱 ~ 해 기우니 처마 그림자 개울가에 지고
捲簾微風自掃塵 ~ 발 걷으니 산들바람 티끌을 쓸어가네.
窓外落花人寂寂 ~ 窓밖엔 꽃이 지고 人跡은 고요한데
夢回林鳥一春聲 ~ 꿈에서 깨어보니 들려오는 봄 숲속 새소리.
🍎 釋彦機 (?~?. 朝鮮 僧侶)
贈覺池 (覺池에게 주다)
興來長嘯上高樓 ~ 後에 겨워 휘파람 불며 樓臺에 오르니
明月蘆花兩岸秋 ~ 달 밝은 밤 兩쪽 언덕은 갈대꽃 우거진 가을.
最好一聲漁夫笛 ~ 좋구나 들려오는 한 가락 漁夫의 피리소리
夜深吹過白鷗洲 ~ 깊은 밤 갈매기 섬을 불며 스쳐간다.
🍎 石友 普化 大宗師(1875-1958. 密陽 出生.
曹溪宗 初代宗正. 俗姓 薛氏, 本貫 淳昌, 法號 石友, 法名 普化. 新羅 薛聰의 45代 世孫)
(1) 悟道頌
山攝爲籬水用扉 ~ 山으로 울타리 삼고 물로 싸리門 만드니
行人到此世情稀 ~ 나그네가 여기 오면 世上일을 모르더라.
孤庵懶客還多事 ~ 외로운 절에 게으른 손님이 도리어 일이 많나니
淨掃閒雲補弊衣 ~ 구름도 쓸고 헤진 옷도 꿰매 입도다.
(2) 涅槃頌
襄括乾坤方外擲 ~ 乾坤을 모아 주머니에 담아 밖에 던져 버리고
杖挑日月袖中藏 ~ 해와 달을 지팡이에 따서 소매주머니에 감추었다.
一聲鍾落浮雲散 ~ 한 鐘소리 나니 구름이 흩어지고
萬疊靑山正夕陽 ~ 萬疊 靑山이 丁寧 夕陽 같구나.
🍎 釋祖異 (?~? 朝鮮. 僧侶)
★ 贈曹溪禪師云鑑得無字
(無字를 얻어 曹溪禪師 云鑑에게)
鑑老禪林傑 ~ 鑑老는 禪宗의 傑物이라
才全德亦俱 ~ 才주가 穩全하고 德 또한 갖추었다.
雲山知快活 ~ 구름 山 속에서 快活함을 알아
世路脫崎嶇 ~ 世上길의 崎嶇한 것에서 벗어났도다.
谷密苔生逕 ~ 골짜기가 隱密하여 좁은 길에 이끼 나고
簾虛月上趺 ~ 珠簾이 비었으니 달이 跏趺坐로 오른다.
安心行住臥 ~ 다니거나 머물거나 눕는 데 마음 便하고
日用趙州無 ~ 趙州의 無를 日用하는구나.
🍎 釋天因 스님 (1205~1248.高麗 高宗 때 天台宗 僧侶. 諡號 靜明國師. 俗姓 朴氏. 燕山人)
(1) 寄沃洲誓上人
山蒼蒼海漫漫 ~ 山은 푸르고 바다는 넓은데
樓臺縹緲煙霞攅 ~ 樓臺는 안개 뚫고 아득히 높았더라.
中有高人卜嘉遁 ~ 그 中에 높은 사람 숨어 있나니
想見雲袍氷雪顔 ~ 생각건대 구름 道袍에 얼음눈의 얼굴이리.
問渠此閒何所得 ~ 묻노니 거기에서 무엇을 얻었는가
所得祇是居安閑 ~ 얻은 것은 다만 便安히 閑暇롭게 살 뿐이리.
朝遊亂入鵷鷺行 ~ 아침에는 어지러이 원추새와 白鷺 줄에 들어 놀다
暮坐直到漁樵還 ~ 저녁에는 漁夫와 나뭇꾼이 돌아올 때까지 앉았다.
朝來暮去隨所適 ~ 아침이 오고 저녁이 가는데 마음대로 따르나니
一條橡栗一蒲團 ~ 한 가지 柱杖子와 한 個의 方席일세.
秋深石上掃落葉 ~ 가을 깊어 돌 위의 落葉을 쓸고
煮茗燒栗圖淸歡 ~ 茶 달이고 밤을 구어 맑은 기쁨 꾀한다.
歡餘道韻更淸絶 ~ 기쁜 끝에 道의 운이 더욱 맑게 切實하나니
海天月白松風寒 ~ 바다 하늘에 달은 희고 솔바람은 차가워라.
平生但貴樂天眞 ~ 天眞한 즐김을 平生 貴히 여기거니
餘外紛紛非我關 ~ 그 밖의 시끄러움 내 關係할 바 아니로다.
功名已謝一墮甑 ~ 功名이란 떨어뜨린 시루로 버렸거니
日月笑遣雙跳丸 ~ 공놀이 같이 빠른 日月 웃으며 보내도다.
何時歸去共棲隱 ~ 언제나 돌아가서 함께 隱居하면서
夜夜夢繞湖山間 ~ 밤마다 꾸는 꿈이 山水 속에 노니네.
★ 떨어뜨린 시루 : 漢나라 孟明이 시루를 메고 가다가 잘못하여 땅에 떨어졌는데,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가버렸다. 사람들이 물으니, 對答하기를,
“시루는 벌써 깨어졌는데 보면 무엇하겠는가.” 하였다.
(2) 冷泉亭
鑿破雲根構小亭 ~ 바위를 두드려 깨어서 작은 亭子 얽었나니
蒼崖一綫洒泠泠 ~ 푸르른 벼랑 一帶가 물 뿌린 듯 서늘하다.
何人解到淸凉界 ~ 그 누가 淸凉한 世界에 이르러서
坐遣人間熱惱惺 ~ 앉아서 人間의 熱惱를 깨게 할 줄 아는가.
(3) 謝圓上人惠躑躅柱杖
(圓 스님이 躑躅柱杖을 주심에 謝禮하여)
支提山高幾千仞 ~ 支提山은 높으니 몇 千 길이나 되나
上上不得尋其源 ~ 오르고 또 올라도 그 根源은 찾지 못한다.
上人脚力老猶健 ~ 스님의 다리 힘은 늙어서도 튼튼하여
冥搜數日窮朝昏 ~ 여러 날 아침저녁 깊숙이 더듬어
行穿中林忽有得 ~ 숲 속을 뚫고 가서 문득 얻은 것 있어
一條躑躅生嵌根 ~ 한 그루의 躑躅이 바위 뿌리에 있었다.
裁爲柱杖尺度足 ~ 꺾어 柱杖을 만들려니 길이도 넉넉한데
皮膚脫盡精堅存 ~ 껍질이 모두 벗겨져 속나무만 단단하다.
鏗然紫玉露節目 ~ 鏗然히 붉은 玉이 마디 눈을 드러내니
尙有點點蒼苔痕 ~ 點點이 푸르른 이끼 痕跡 아직도 남아있다.
上人念我欲行脚 ~ 내가 하려는 것을 上人이 생각하고
持用惠我何殷勤 ~ 그것을 내게 주시니 어찌 이리도 殷勤한가.
登危陟險有餘力 ~ 危險한 곳 올라가니 힘이 남아 있으니
信知造次承渠恩 ~ 한 瞬間도 너의 恩惠를 眞實로 알겠구나.
報渠莫厭落吾手 ~ 너는 내 손에 떨어진 것을 싫어하지 말라
我行欲遍湖南村 ~ 나는 湖南의 마을을 두루 다니고자 한다.
雲雷他日化爲龍 ~ 다른 날에 變하여 龍이 되어
一擧尙可吞乾坤 ~ 한 番 들어 하늘과 땅 머금을 수 있으리라.
那更長爲堂中物 ~ 어떻게 길이 房 안의 物件 되겠는가
悠悠南北狂馳奔 ~ 아득히 南北으로 돌아다닐 수 있을 텐데.
(4) 誓上人在龍穴寫經有詩見贈次韻奉答
(誓스님이 龍穴에서 寫經하면서 지은詩에 次韻하여 드림)
海門千點山 ~ 바다 어귀에 數 萬 點 山들
點點遙可數 ~ 멀리서도 하나하나 셀 수 있도다.
憑欄試一望 ~ 欄干에 依支하고 한 番 바라보면
窅有煙霞趣 ~ 아득히 안개와 노을의 韻致가 난다.
君居疊翠間 ~ 그대는 疊疊한 山 氣運 안에 있어
爽氣常吸漱 ~ 爽快한 氣運을 恒常 마시고 살겠지.
神淸鶴骨癯 ~ 精神은 맑아 外貌는 鶴처럼 여위었고
毛衲雲縷縷 ~ 누더기옷에는 구름 氣運 올올이 베어있네.
自言素無能 ~ 스스로 말하기를 本來부터 才能 없었고
餘事難入手 ~ 다른 일은 손에 잡기 어려웠다.
唯思寫蓮經 ~ 오직 佛經을 베껴쓸 생각만 했다네
欲以滌瑕垢 ~ 더러운 티와 때를 씻어 버리리.
清風掃一室 ~ 불어오는 맑은 바람에 온 房을 쓸어버리고
是中亦何有 ~ 그 가운데 또 무엇이 있는가.
明窓置淨几 ~ 밝은 窓 안에는 淨潔한 冊床 놓여있어
一寫三稽首 ~ 한 字 쓰고는 세 番 머리 조아리는구나.
妙哉精進憧 ~ 奧妙하여라, 그 精進함이 끊이지 않음이여
末季無出右 ~ 이 末世에 그보다 더 나을 것이 없지않으냐.
緒餘能爲詩 ~ 餘裕가 있으면 詩도 짓는다니
辭婉氣渾厚 ~ 말은 아름답고 氣運은 穩和하고 情은 두텁다.
拳拳意未已 ~ 情답고 그리운 생각이 끝없이 일어나니
如犢渴思乳 ~ 목마른 송아지가 어미 젖을 그리워하듯 한다.
所恨兩差池 ~ 다만 恨스러움은 두 사람 서로 어긋나 있어
未共山中住 ~ 한 山中에서 같이 살지 못함이러니.
幾廻淸夜夢 ~ 몇 番이나 맑은 밤 꿈을 꾸며
飛到龍泓口 ~ 龍泓 어구로 날아갔던가.
歸期在不遠 ~ 돌아올 期約 얼마 남지 않으니
且待歲云暮 ~ 이 해 저물기 또 기다려본다오.
(5) 遊四仙嵓有作
仙遊邈已遠 ~ 神仙이 놀던 일 이미 멀고도 아득한데
嘉境轉幽寂 ~ 아름다운 境槪는 날이 갈수록 幽寂하여라.
晴川碧如藍 ~ 맑은 냇물 쪽빛 같이 푸르고
石蘚暖於席 ~ 바위에 낀 이끼 자리보다 따뜻하여라.
逍遙能幾時 ~ 이렇게 멀리거니는 것 얼마나 持續되나
俛仰忽陳迹 ~ 숙이고 쳐다보는 사이에 묵은 자취되리라.
淹留非不佳 ~ 머물러 노는 곳은 모두가 아름다운데
但恐日易夕 ~ 다만 날이 쉽게 저물까 두려워하노라.
(6) 次韻答晥上人
(次韻하여 晥上人에게 答하며)
與子形骸已坐忘 ~ 그대와 나 生命없는 物體를 이미 坐忘
(正坐하여 現在의 世界를 잊고 雜念을 버려 無我의 境地에 들어감)했으니
澹然相得意彌長 ~ 澹然히 서로 알아 뜻이 더욱 깊어라.
眼前豈許客纖翳 ~ 눈앞에 조그만 티끌인들 어찌 容納하리
衆外還期蹈大方 ~ 物質 밖에 大方을 밟으려네.
挹海幾慙懷小器 ~ 바닷물을 盞질하니 부끄럴손 작은 그릇
近蘭偏感襲淸香 ~ 蘭草를 가까이 하니 절로 배는 맑은 香氣.
始驚玉彩生荊璞 ~ 처음은 荊山璞의 玉彩에 놀래었더니
漸見桐材長嶧陽 ~ 차츰 보니 嶧陽에 자라난 梧桐 材木.
不學自工詩點綴 ~ 안 배워도 詩를 절로 잘 짓고
無師亦妙道商量 ~ 스승 없이도 道를 妙하게 스스로 깨닫네.
交情肯逐風雲變 ~ 風雲이 變한들 交情이야 變할손가
道業唯將歲月忙 ~ 歲月이 바삐 가니 道 닦기도 바빠라.
不啻和冥成水乳 ~ 물젖이 混合될 뿐 아니라
要當依倚作金湯 ~ 서로 믿기를 金城湯池처럼 여기세.
草庵此日同除糞 ~ 이 날 草庵에서 함께 거름치다가
蓮界他年共俶裝 ~ 後日 蓮界(極樂)로 가는 行裝 함께 차리세.
好把明珠還照世 ~ 밝은 구슬로 世上을 비춰 주고
普將甘露爲澆腸 ~ 널리 甘露로 衆生의 배를 축이세나.
此言非是閑文字 ~ 이 詩가 숫제 한 文字가 아니로세
醜拙從君笑一場 ~ 못 나고 서툴어 그대 한바탕 웃겠지마는.
自笑筌蹄久未忘 ~ 우스워라, 筌蹄를 오래 잊지 못하여
每憑師訓討論長 ~ 스승의 가르침만 依支하누나.
蓮華似欲成三昧 ~ 蓮華經은 三昧를 이룬 듯하고
檀施那能受十方 ~ 십方의 檀越(施主)布施 어찌 받으리.
不意藏身還露影 ~ 몸 감추려다 뜻밖에 드러나는 그림자
盡敎掩鼻反偸香 ~ 코를 가리는 척하면서도 도리어 살짝 香내 맡네.
九旬氷雪逃靑谷 ~ 석 달 열흘 氷雪 속에 靑谷寺에 숨었고
數朶湖山對晉陽 ~ 두어 떨기 湖山으로 晉陽을 대하였네.
千里稻麻他自萃 ~ 千 里에 벼와 삼은 절로 모여 오는데
二時桂玉若爲量 ~ 두 때 桂玉은 어떻게 마련할꼬.
講長豈決狐疑了 ~ 긴 講說이 어찌 여우같은 疑心을 다 解決하며
廈大空懷燕賀忙 ~ 새로 지은 큰 새집엔 부질없이 제비 致賀만 부산할 뿐.
人事煩於梅子雨 ~ 世上일은 귀찮기가 黃梅 時節에 오는 비
家風淡似橘皮湯 ~ 우리 집 家風은 淡朴하기 橘皮湯이라.
妙觀會得調禪味 ~ 妙한 觀은 알맞게 禪味를 調化하고
寂忍應須辦道裝 ~ 寂과 忍은 道의 行裝 차려야 하리.
夢裏紛華眞兔角 ~ 꿈같은 世上의 紛紛한 일은 그야말로 토끼 뿔
眼前危險劇羊腸 ~ 눈 앞의 危險은 모조리 다 羊腸 길.
誰知疇首因緣在 ~ 누가 알리 前生부터 因緣이 있어서
是處重來結道場 ~ 이곳에 거듭 다시 와 道場을 차리려는지.
(7) 次韻晥上人山中作
(晥스님의 山中作을 次韻하여)
君從山中來 ~ 그대는 山 속에서 왔으니
勝境閱多少 ~ 스스로 좋은 景致 많아 보았을 것이리라.
自言所歷多 ~ 스스로 지나온 곳 많다고 하니
象外極高妙 ~ 世上밖은 至極히 높고 奇妙하다지요.
初經月南洞 ~ 처음에는 月南골 지나왔는데
千嶂洗秋雨 ~ 數 千 山봉우리 가을비에 씻기었소.
樓臺出其下 ~ 樓臺가 그 아래에서 솟아 오르는 듯
金碧照巖宇 ~ 樓臺의 丹靑이 바위를 비추었소.
行行轉淸曠 ~ 가고 갈수록 맑고 시원하여
襟抱豁披露 ~ 가슴 속은 시원해지며 활짝 트였소.
巉巖上絶頂 ~ 높은 바위 나타나 그 꼭대기에 올라
下瞰衆衆步 ~ 아래로 내려 보니 중들이 걷고있었소
留詩謝禪翁 ~ 詩를 남겨 두어 大師남께 부치오니
恨不相從早 ~ 일찍 못 사귄 것 恨스럽습니다.
清風響萬壑 ~ 맑은 바람이 萬 골짜기 울리니
千偈猶未了 ~ 이러한 情景 偈頌도 오히려 미치지 못 합니다.
(8) 次韻靑谷老弔趙承制
(趙承制를 弔喪하는 靑谷老의 詩에 次韻하여)
昨聞高步入靑雲 ~ 어제 들으니 높은 걸음 靑雲에 들어
已到鴻樞拜納言 ~ 臺閣에 올라 納言에 任命되었다네.
黃壤一朝成異物 ~ 어찌 뜻했으랴, 하루 아침에 누런 흙속에 異物이 될 줄을
蒼生何地望霑恩 ~ 어디서 萬民이 다시 恩澤을 받으리.
帝前譚席收宣室 ~ 宣室에는 임금님 앞에 이야기하던 자리 거둬치웠고
天上遊車駕喜園 ~ 하늘 위 놀음 수레는 喜園을 타고 갔네.
等是蘧廬歸宿客 ~ 이 世上의 어느 누가 旅館에 暫깐 자고 가는 손님이 아닌가
莫憂追覓更無門 ~ 다시 찾을 길 없다고 시름하지 말아라.
(9) 致遠庵主以詩見示仍以請予紀山中故事次韻答之
( 致遠庵 主人이 내게 詩를 보이고, 이내 내게 山中의 故事를 적기를 請하기에, 그 韻을 따라 和答하여)
東南壯觀有水山 ~ 東南에 壯한 景致 水山이 있어
自古聖賢留䡄躅 ~ 옛날부터 聖賢들이 자취를 남기었다.
我來此山訪其老 ~ 내가 이 山에 와서 그 老人을 찾아
晤語數宵猶未足 ~ 여러 밤을 이야기하여도 싫지 않았다.
因言山來自太白 ~ 이내 山을 말하기를 太白山에
文華之勢天下獨 ~ 文華의 氣勢 天下에 짝이 없다고
蒼崖萬仞路百曲 ~ 푸른 벼랑은 萬 길이요 길은 百 굽이인데
幽居誰肯此來卜 ~ 누가 여기 와서 집 짓기를 즐겨하리.
文昌崔侯始結廬 ~ 文昌 崔侯가 비로소 집을 짓고
姚生學書仍接屋 ~ 姚生이 글씨 배운다 집을 이웃하였다.
上有金生古巖窟 ~ 위에는 金生의 옛 바위窟이 있어
貝書寫出千餘軸 ~ 千餘 軸의 貝書를 써 내었나니.
嵌根流墨每滴硯 ~ 바위 뿌리에서 흐르는 먹은 언제나 벼루에 떨어졌고
天帝降藥使明目 ~ 天帝는 藥을 내려 눈을 밝게 하였다.
下着永郞捨身處 ~ 밑으로는 永郞의 몸 버린 곳에 닿았는데
願出淸泉灑炎溽 ~ 願컨대 맑은 샘물을 내어 이 더위에 뿌려라.
故留仙骨在金匱 ~ 짐짓 神仙의 뼈를 金匱에 넣어 두고
幾敎來者同熏浴 ~ 얼마나 오는 이로 하여금 感化 받게 하였던가.
後有大乘坐頭陁 ~ 뒤에는 大乘寺가 있어 頭陁가 앉았나니
卓庵面勢依暘谷 ~ 우뚝한 庵子 暘谷을 依支했네.
三賢二聖共栖遁 ~ 세 賢人과 두 聖人이 함께 숨어 깃들었으니
千載風流竸芬馥 ~ 千載의 風流가 다투어 香氣 피운다.
至今遺迹宛猶在 ~ 至今도 끼친 자취 宛然히 있건마는
勝事無人書帛竹 ~ 훌륭한 일 竹帛에 적는 사람 없구나.
近聞東都紫微翁 ~ 近子에 들으매 東都의 紫微翁이
早驚身世勞榮辱 ~ 身世가 榮辱의 괴로움에 일찍 놀라
試尋佳處立願刹 ~ 試驗삼아 좋은 곳 찾아 願刹을 세웠으니
湧出樓臺照林麓 ~ 높이 솟은 樓臺가 숲기슭을 비추네.
仍邀其老置庵中 ~ 이내 그 老人 맞아 庵子에 두니
衣掛煙霞形七木 ~ 옷은 안개노을에 걸고 얼굴은 七木일세.
繁華已猒浮海蜃 ~ 繁雜하고 華麗함은 바다에 뜬 蜃氣樓라
得失又忘蕉覆鹿 ~ 得失은 이미 싫어졌고 芭蕉로 덮은 사슴 또한 잊었으며
快哉此翁得此老 ~ 爽快하여라 그 翁이 이 老人 얻었으니
所尙何曾墮流俗 ~ 崇尙하는 바가 어찌 俗流에 떨어진 적이 있으랴.
牋緘幾道婉銀鉤 ~ 그 便紙 글씨 몇 줄이 銀鉤보다 고운데
檀施長年供桂玉 ~ 施主들은 여러 해 桂玉을 供養했다.
龜藏巖竇沒頭尾 ~ 거북은 바위 구멍에 숨어 머리와 꼬리를 감추었건만
尙有人天爭係屬 ~ 그래도 人間과 天上의 일에 얽매임이 있구나.
平生長誦白蓮經 ~ 한 平生 언제나 白蓮經을 외우나니
箇是靈山親受囑 ~ 그것은 靈山에서 親히 부촉 받은 것이다.
又持圓覺與楞嚴 ~ 또 圓覺經과 楞嚴經을 외우니
三部循環日相續 ~ 세 部 經典 돌려 가며 날로 서로 繼續하네.
禪餘妙唱發天機 ~ 參禪 끝에 妙한 偈頌 天機를 펼치니
道韻何人賡一曲 ~ 그 누가 道의 韻의 한 曲인들 答하랴.
再來請益我雖頑 ~ 두 番 와서 가르침 請하는 내 비록 未練하나
所稟豈唯分句讀 ~ 타고난 氣質이 어찌 다만 句讀에만 있었으랴.
虛往實歸斯可喜 ~ 빈 것으로 갔다가 가득차서 돌아오니 참으로 기쁘지만
易滿但慙如鼴腹 ~ 다만 큰 쥐의 배처럼 차기만 하는 것 부끄러워라.
★ 貝書 ~: 佛經
★ 願刹 ~: 自己의 所願을 成就하려고 福을 비는 精誠으로 절을 세우는 것이다.
★ 銀鉤 ~: 잘 쓴 글씨를 말 한다.
(10) 次韻雲上人病中作
(雲上人의 病中에 지은 詩를 次韻하여)
師翁長已矣 ~ 아아, 우리 老스님 길이 가시니
時復淚霑巾 ~ 때로 다시 눈물이 手巾 적시네.
惡世難行道 ~ 惡世에 道 行하기 참 어려운데
何方更問津 ~ 어느 곳서 나루를 다시 물을까.
十年承法乳 ~ 十 年 동안 法乳를 받자왔고
一旦付家珍 ~ 一朝에 집안 寶物을 맡겨 주셨네.
遺迹留蟬蛻 ~ 남긴 자취는 매미가 껍질을 벗 듯
歸期待雁賓 ~ 가을에나 돌아오실까 기다렸다.
草庵驚息化 ~ 草庵에서 說法이 끊어짐에 놀래었고
蓮界快栖眞 ~ 極樂에 가 便安히 사오리.
樹慘空悲鶴 ~ 나무에 鶴 한 마리만이 속절없이 凄凉히 울고
經殘想泣麟 ~ 남은 經에 回想되는 麒麟 울던 일.
冥扶蘄佛祖 ~ 國運을 붙들어 주심은 부처와 祖師에게 빌거니와
追奬籍王臣 ~ (돌아 가신 스님을) 追奬함은 國家에서 할 일.
朝議同推轂 ~ 朝廷의 議論이 함께 推戴하여
皇恩命草綸 ~ 임금님 恩命으로 〈僧職〉敎旨 내리시네.
碑成黃絹妙 ~ 碑도 이뤄서 黃絹의 글
詔下紫泥均 ~ 詔書가 내리니 主人 찍혔네.
行業垂千古 ~ 老 스님의 行業은 千古에 드리웠고
功夫在上人 ~ 功夫는 上人 그대에게 있네.
笠殘三夏雨 ~ 한여름 궂은 비에 갓이 낡았고
衣涴六街塵 ~ 六街의 먼지에서 옷 더럽히면서
觸境能遊刃 ~ 닥치는 境대로 칼날 잘 놀리고
當機妙斲輪 ~ 機에 當하여 妙하게 바퀴 깎았네.
這廻偏有感 ~ 새삼 생각하니 느낌 많아
多劫好同因 ~ 여러 겁에 좋은 因緣 같이 하였네.
江國秋先動 ~ 江 고을에 가을 바람 먼저 불어서
金天火已巡 ~ 西風 벌써 流火로세.
幾時還舊隱 ~ 언제나 옛 절에 내 돌아가며
底處奉慈親 ~ 어디에서 어머님을 奉養하오리.
蘭若居無事 ~ 閑暇히 庵子에 들어앉아서
伽陁唱入神 ~ 佛法을 크게 부르짖으리.
詩淸非日暮 ~ 詩의 맑음은 日暮뿐 아니요
和寡是陽春 ~ 和答할 이 적으니 陽春曲인가.
艾衲披殘縷 ~ 헤진 누비옷은 올이 너덜너덜
茶甌進缺唇 ~ 내어 온 茶는 주둥이 깨어진 盞이다.
憐君彌晦朔 ~ 가엾어라, 그대가 몇 달 동안을
嬰病臥床茵 ~ 病에 걸려 자리에 누워있다니
遠地憑誰問 ~ 먼 거리에 뉘를 시켜 病 慰問하리
幽懷不自陳 ~ 沓沓한 懷抱를 말로 못 쓰네.
狗緣元是妄 ~ 개 因緣은 워낙 妄靈이거니
蛇影莫生嗔 ~ 뱀 그림자 부디 疑心치 마소.
未審沈痾解 ~ 그 동안 病이 좀 나아졌는지
唯思晤語諄 ~ 한 番 만나 조용히 얘기했으면.
海風吹夢遠 ~ 바다 바람이 머나 먼 꿈을 부는데
山月滿庭頻 ~ 山속 달은 자주자주 뜰을 비추네.
早晩笑相値 ~ 멀지 않아 웃으며 다시 만나서
煙霞老此身 ~ 안개 노을 속에 이 몸을 늙혀 가려네.
(11) 海月樓看月
(海月樓에서 달을 보다)
西風蕭蕭天氣涼 ~ 西쪽 바람 쓸쓸하여 날씨가 차가운데
南樓獨坐心悠然 ~ 南쪽 樓閣에 홀로 앉으니 마음이 슬퍼진다.
忽看海月上雕檻 ~ 忽然히 바라보니 바다 달이 欄干에 오르는데
四虛晃朗開陰煙 ~ 四方 虛空 빛나고 밝아 자욱한 안개를 걷는다.
初疑坐我銀色界 ~ 처음에는 내가 銀世界에 앉았나 疑心하고
又恐飛上玉壺天 ~ 또 玉壺天에 날아오를까 두려워했다.
泠泠沆瀣淸入骨 ~ 차갑고 큰 이슬 氣運 맑게 뼈 속에 드니
一洗百慮塵勞緣 ~ 이 世上 온갖 근심과 티끌 因緣 씻어버린다.
此樓得月都幾時 ~ 이 樓臺에 달빛 담은지 얼마인지 모르나
四時月照何曾偏 ~ 四季節 달빛이 어찌 다르게 비치리오.
皆言月色秋更好 ~ 모두들 달빛은 가을에 더욱 좋다 하는데
風磨露洗添淸姸 ~ 바람이 갈고 이슬이 씻기어 더욱 맑고 곱다.
誰知桂魄元不死 ~ 누가 알랴 桂樹나무 넋은 元來 죽지 않아
照來照去無窮年 ~ 비춰 오고 비춰 가니 無窮한 歲月이어라.
海月千古唯一色 ~ 바다 달이 千古에 오직 한 빛이니
淸白本是吾家傳 ~ 맑고 깨끗함은 本來 우리 집안 傳統이라오.
(12) 洪英上人以詩見贈次韻答之
(洪英上人이 詩를 주기에 次韻하여 答하며)
久聞身世兩都忘 ~ 들으니 오래 前부터 몸과 世上 다 잊어서
飽得禪門氣味長 ~ 禪門의 無窮한 재미를 톡톡히 맛보다가
東請幾時甘粉骨 ~ 東으로 招請되어 粉骨碎身 애쓰고
南詢此日再遊方 ~ 南녘으로 巡訪코자 먼 길 다시 떠났다고.
皇州應厭風塵擾 ~ 皇都에서는 시끄러운 風塵을 싫어하여
江國還思橘柚香 ~ 江國의 香氣로운 橘과 柚子를 생각하리.
斥鷃一枝聊適性 ~ 메추리는 한 가지로 性情에 맞고
冥鴻千里好隨陽 ~ 하늘 가 기러기 千 里에 陽氣 좇아 가는군.
已知榮辱多飜覆 ~ 榮辱이 飜覆 많음을 익히 알았나니
不用機籌巧度量 ~ 巧妙한 計策은 내어서 무엇하리.
萍迹隨波元不住 ~ 浮萍草는 물결 따라 머무르지 않는데
雲心戀岫更何忙 ~ 구름은 山을 그리는데 왜 다시 바쁘랴.
珠廻妙唱驚投暗 ~ 妙한 詩는 어둠에 夜光珠처럼 놀라게 하니
氷釋窂愁似灌湯 ~ 不平 시름이 끓는 물에 얼음 녹는 듯.
萬事空華纔過眼 ~ 萬事는 虛空의 꽃 눈에 暫間 스치고
百年歸客又催裝 ~ 百 年의 돌아갈 손은 어서 行裝 재촉하네.
多君獨向煙霞老 ~ 갸륵할손 그대는 煙霞 속에 늙으며
素抱難廻鐵石腸 ~ 안 돌리네 그 素持 鐵石 같은 그 心臟.
靖退空閑猶小節 ~ 물러나 閑暇히 삶은 외려 작은 일이니
好從佳處早開場 ~ 좋은 山水 찾아서 얼른 度場 여시길.
🍎 釋坦然 (1070~1159. 俗姓 孫. 密陽 出生. 16歲 科擧及第 世子(後에 睿宗)輔導.
19歲에 佛家 入門 큰 스님. 號 默庵. 諡號 大監)
★ 文珠寺
一室何寥廓~房은 어찌 이리도 썰렁하고
草綠俱寂寞~풀은 푸르건만 모두가 寂寞하다.
路穿石罅通~길은 돌틈으로 나 通하고
泉透雲根落~샘은 구름속을 뚫고 떨어진다.
晧月掛檐楹~흰달은 처마기둥에 걸려있고
凉風動林壑~서늘한 바람은 숲 골짜기에서 인다.
誰從彼上人~어디서 왔는가 求道者여!
淸坐學眞樂~淸淨히 앉아 참 法悅을 배우누나.
🍎 釋海源(肅宗~英祖때의 僧. 字 天鏡. 姓 李)
★ 山客
山梅落盡野花飛~山梅花 진 뒤에 들꽃이 날리고
谷口春殘客到稀~골짝엔 봄이 다가도록 찾는 客 드물다.
遙望千峰紅樹裏~멀리 바라보니 온 山봉우리 속 나무들은 붉고
杜鵑啼處一僧歸~杜鵑새 우는곳에 한 스님이 돌아온다.
🍎 聖能 (?~?. 朝鮮 後期 僧侶. 號 桂坡. 智異山 華嚴寺에 있다가 肅宗 때
八道都摠攝이 되어 北漢山城을 쌓았다)
(1) 登白雲峰
矗矗奇形幾萬重 ~ 높이 솟은 奇巖이 몇 萬 겹인지
雲中秀出碧芙蓉 ~ 구름 속에 푸른 蓮꽃이 우뚝 솟았네.
神光永照黃金界 ~ 神靈스런 빛은 黃金世界를 永遠히 비추고
淑氣長浮白玉峰 ~ 嚴肅한 氣運은 白玉 봉우리에 떴네.
突兀崗巒含月色 ~ 솟아오른 山들이 달빛을 머금어
幽深洞府秘禪蹤 ~ 그윽한 골짜기에 禪의 자취를 감췄네.
淸遊更欲登高頂 ~ 맑은 遊覽에 꼭대기에 올라가서
俯瞰滄溟一快胸 ~ 푸른 바다를 굽어보며 후련해지고 싶구나.
(2) 元曉臺
玉樹瓊林密不開 ~ 미끈한 나무 빽빽한 숲이 열리지 않아
琉璃淨界絶塵埃 ~ 琉璃처럼 맑은 世上이 俗世와 絶緣했네.
峨峨雪色峯千疊 ~ 높은 山 눈빛은 千 겹의 봉우리요
激激雷聲水萬廻 ~ 물 부딪치는 우레 소리는 萬 番이나 도는 물이네.
觀靜高僧枯更寂 ~ 말없이 보는 高僧은 枯木같이 고요하고
學飛雛鶴去還來 ~ 날기 배우는 어린 鶴은 갔다가 돌아오네.
超然是處尋眞客 ~ 超然히 이곳에 참을 찾는 나그네가
薄暮登臨元曉臺 ~ 어스름 저녁에 元曉臺에 올랐네.
🍎 雪潭自優 (1769-1830. 法名은 自優. 호는 雪潭. 俗姓 金氏. 潭陽 出身)
(1) 封友胃雨來訪
多病親藥爐 ~ 殘病앓이에 親한 건 藥湯罐과 숯불이라
無心對疊嶂 ~ 마음은 접어두고 疊疊山과 마주 앉나니.
平生封上人 ~ 一平生이 걸망 하나 누더기여서
風雨遠相訪 ~ 바람과 비가 番갈아 찾아오네.
(2) 山水
山開仁者路 ~ 山은 어진 사람이 갈 길 열고
水洗智人心 ~ 물은 智慧로운 사람을 씻어준다.
淸磬從何處 ~ 맑은 風磬소리는 어디에서 울리오나
小庵隱樹林 ~ 술 속의 隱密한 작은 庵子 있었구나.
(3) 贈聖道友送太白山..
(聖道友를 太白山으로 보내면서)
握手問歸路 ~ 握手하며 돌아가는 길 묻자
云過洛水湄 ~ 洛水물가를 지나간다 하네.
江流若不斷 ~ 江 흐름 萬若 끊어지지 않는다면
別後長相思 ~ 離別 後 오래도록 그리워 하겠구나.
🍎 雪巖秋鵬 (1651~1706. 法名 秋鵬, 法號 雪巖. 俗姓 金氏. 平南 江東 出生 )
(1) 感懷
歲歲無如老去何 ~ 해마다 늙어감을 어찌할 수 없는데
故人零落已無多 ~ 많은 知人들은 世上을 떠났네.
門前不見歸軒至 ~ 門 앞에는 찾아오는 이 보이지 않고
惟見棠梨一樹花 ~ 보이는 건 오직 한 그루 팥배나무 열매 뿐.
(2) 古寺
嶽寺甚岑寂 ~ 山 속의 절은 고요에 묻히고
溪雲閑去來 ~ 골짜기의 구름은 閑暇로이 오 가네.
庭中復何有 ~ 뜰 가운데엔 또 무엇이 있나
片雪點蒼苔 ~ 눈송이는 片片이 푸른 이끼
點을 찍네.
(3) 觀空僧 空을 觀하는 스님.
岑崟幽邃寄高情 ~ 높은 理想 품고서 深深山골에 들어오니
弟是松雲鶴是兄 ~ 아우는 소나무와 구름이요 鶴은 兄이로다.
隱豹豈曾嫌霧重 ~ 숨은 豹범이 두터운 안개를 시로어하지 않고
盤龍元自喜潭淸 ~ 서린 龍은 元來부터 맑은 蓮못을 좋아했네.
心閑一境長觀壁 ~ 마음은 境界에 閑暇로와 늘 壁을 觀하고
目對千山獨倚欞 ~ 눈은 천 山을 마주하여 홀로 欄干에 依支하네.
機息不知寒暑變 ~ 생각이 그치니 추위와 더위 바뀌는 것도 알지 못하고
也知霜降驗鍾鳴 ~ 서리 내리고 鐘 울리는 것만 알 뿐이네.
(4) 獨自歸 / 雨中行
斜風時撲面 ~ 빗겨 부는 바람이 가끔 얼굴을 때리고
細雨又沾衣 ~ 가랑비는 옷자락을 적신다.
杖拂垂林露 ~ 지팡이 휘둘러 숲에 내린 이슬 털며
山中獨自歸 ~ 나 홀로 山中으로 돌아간다.
(5) 漫興
物外多空地 ~ 事物 그 넘어는 텅 빈 곳 많고
壺中有寶坊 ~ 甁 속에는 보배로운 마을이 있네.
得僧詩脫俗 ~ 중이 脫俗한 詩를 얻는다면
鍊骨氣無傷 ~ 뼈를 鍛鍊하면서도 氣에는 損傷이 없지.
壑月閑窺室 ~ 골짜기의 달은 閑暇로이 房안을 엿보고
天花亂撲床 ~ 하늘에서 떨어지는 꽃은 어지러이 寢床에 부딪치네.
微吟終永夕 ~ 詩를 읊으며 긴 저녁을 지내노라니
尤覺興還長 ~ 興이 더욱 깊어짐을 알겠도다.
★ 壺中天 ~: 中國의 傳說에 한 老人이 甁 속을 드나들었는데,
그 甁 속에 또 하나의 世界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壺天 或은 壺中天이라 한다.
(6) 夢
精神化爲蜨 ~ 내 魂이 나비로 變하여
飛盡鄕關路 ~ 故鄕길을 끝없이 날아 갔네.
忽地夢初廻 ~ 문득 선잠을 깨고보니
梅窓山月曉 ~ 새벽달이 梅花窓에 어리였구나.
(7) 聞溪 시냇물 소리 들으며
溪聲自是廣長舌 ~ 시냇물 소리는 절로 長廣說이어서
八萬眞經俱漏洩 ~ 八萬大藏經을 모조리 漏洩시키네.
可笑西天老釋迦 ~ 可笑롭게도 西쪽 나라 釋迦牟尼는
徒勞四十九年說 ~ 쓸데없이 四十九 年이나 設法을 하였도다.
(8) 寫經次偶吟 (寫經을 하던 中에 偶然히)
世界茫茫隔大千 ~ 三千大千世界만큼이나 넓고 넓은 이 世界
玉燈淸夜得參禪 ~ 玉 燈불 맑은 밤에 參禪을 하노라.
寫經豈爲求鵝去 ~ 寫經을 하는 것이 어찌 거위를 얻으려 함이랴?
但以修行薦佛前 ~ 다만 부처님 앞에 바칠 修行일 따름일진저.
石竇鳴泉入夢淸 ~ 돌구멍으로 울리는 샘물 소리 잠결 속에 맑으니
眼前塵累一毫輕 ~ 눈 앞의 煩惱가 터럭 하나만큼이나 가볍구나.
山樓靜夜昏無月 ~ 山 속 樓閣 고요한 밤은 달도 없이 어두운데
簷角疎星耀彩楹 ~ 처마 끝에 성근 별들이 丹靑한 기둥을 비치네.
★ 鵝得 ~: 中國 晋나라의 名筆 王羲之가 山陰 地方에 사는 한 道士에게
道德經을 글씨로 써 주고 代身에 거위를 얻어 왔다는 故事가 있다.
(9) 山居
秋月春花老此身 ~ 가을 달 봄 꽃 속에 이 몸은 늙어가고
家無四壁不知貧 ~ 집에는 四方에 壁이 없어도 가난한 줄을 모르도다.
閑居寥落生高興 ~ 고요한 곳에 閑暇로이 사니 높은 興이 생겨나고
白眼看他世上人 ~ 저 世俗의 사람들을 白眼視한다네.
(10) 山房偶今 (山房에서 偶然히 읊다)
齋日明虛室 ~ 맑은 날 房안은 텅 비어 있고
閑花落半庭 ~ 뜨락의 半에는 閑暇로이 꽃이 지네.
老僧茶夢倦 ~ 老僧은 게으른 茶 꿈에 잠기고
風卷蘂珠經 ~ 바람이 蘂珠經을 말아 버렸네.
(11) 深谷
淸泉鳴石齒 ~ 맑은 샘물은 돌틈을 울리고
秋日照山眉 ~ 가을 해는 눈썹같은 먼 산에 비치네.
谷邃行難遍 ~ 골짜기가 깊다 보니 두루 다니기 어려워
愁倚一藤枝 ~ 갑갑한 마음으로 지팡이에 기대어보네.
(12) 詠懷
鑚極忘形二十年 ~ 眞理를 찾느라 몸을 잊은 지 二十 年
一朝功透入寥天 ~ 하루 아침에 그 功이 太虛로 뚫고 들었네.
虛空發焰燒三界 ~ 虛空에선 불꽃이 일어 三界를 다 태우고
劫海生烟涸九泉 ~ 劫의 바다에선 海霧가 일어 九泉을 마르게 하네.
無影樹頭花爛熳 ~ 그림자 없는 나무 끝에 꽃이 爛熳하고
不萌枝上果團圓 ~ 싹 없는 가지 위에 果實이 둥글둥글 달렸다.
自知休覓還丹草 ~ 이제 알겠도다, 還丹草 찾기를 그만둘지니
卽此勞生大覺仙 ~ 바로 이 苦된 人生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 神仙이로다.
★ 九泉 ~: 죽어서 가는 땅 속의 世界. 黃泉과 같은 말.
★ 還丹草 ~: 먹으면 즉시 神仙이 된다는 풀.
(13) 雨後
晩晴宜眺望 ~ 저녁 무렵 비가 개니 眺望이 좋고
淸興屬詩魂 ~ 맑은 興은 詩想을 일으켜 주네.
麗日通林罅 ~ 고운 해는 숲 사이로 비쳐 들고
香泉出石根 ~ 香氣로운 샘물은 돌 뿌리에서 솟아나네.
林藏初霽雨 ~ 숲은 갓 개인 비를 머금었고
月送欲歸雲 ~ 달은 돌아가려는 구름을 餞送하는구나.
搜句遲來得 ~ 멋진 詩句가 잘 떠오르질 않아
遠山縱目看 ~ 눈 길만 먼 山을 이리저리 훑어 본다.
(14) 幽居雜興
道林林壑遠於閻 ~ 道의 수풀과 골짜기는 俗世에서 멀고
白日晴窓但黑甛 ~ 한 낮의 개인 窓가에 그저 낮잠이나 잘 뿐.
左右導從唯虎豹 ~ 左右에 어른거리는 건 오직 호랑이와 豹범이며
百年家活卽虀鹽 ~ 百 年 동안 살 計策이란 김치와 소금이라.
危峯逼戶雲生榻 ~ 집이 우뚝한 봉우리에 가까우니 걸상에 구름이 생겨나고
飛瀑臨軒雪入簾 ~ 처마 앞에 瀑布가 있어 눈이 珠簾으로 들어오네.
多少世間機永息 ~ 數많은 人間世上의 일들이 永遠히 사라지니
近來心月政開匳 ~ 달같은 마음에 香그릇이 열린 듯하네.
(15) 田中秋事 (가을의 들판)
荒田穀已熟 ~ 거친 들판에도 穀食이 이미 익어서
霜後風前落 ~ 서리가 내리자 바람 앞에 떨어지네.
粟粒似金沙 ~ 穀食 낱알이 金모래와도 같은데
忍看群鳥啄 ~ 數많은 새들이 쪼아먹는 것 차마 못 보겠다.
(16) 贈客僧
袖裏長風滿 ~ 소매 속엔 긴 바람 가득하고
筇邊片月斜 ~ 지팡이 곁으로는 조각달이 기울어졌네.
斷雲無住著 ~ 머무는 곳 없는 조각 구름
何處是君家 ~ 어느 곳이 그대의 집이런고?
(17) 樵夫
一生蹤跡寄巖阿 ~ 한 平生 자취를 바위 언덕에 맡기니
斤斧生涯日月磨 ~ 날마다 도끼를 가는 것이 日常이라.
傲世心關辛苦事 ~ 世上에 傲慢한 마음 苦痛스런 일이지만
遏雲聲唱太平歌 ~ 太平歌 부르는 소리는 가는 구름 멈추게 하네.
石林深處無心去 ~ 돌 숲이 깊은 곳을 無心으로 지나가고
山路險邊信脚過 ~ 險한 山길을 발 가는 대로 다니네.
天子無緣難見面 ~ 天子라도 因緣 없이는 얼굴 보기 어려운데
爲何王質爛其柯 ~ 王質은 어찌하여 도끼 자루 썩게 하였나.
★ 王質 ~: 中國의 傳說에 王質이란 사람이 神仙들이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다가 精神을 차려보니 그 사이에 도끼 자루가 다 썩어 있었더라는 이야기가 있다.
(18) 春日感興
巖前澗水碧於藍 ~ 바위 앞의 山골 물은 쪽빛보다 푸르고
雨後梨花白如雪 ~ 비 온 뒤의 배꽃은 눈처럼 희구나.
物物自開大施門 ~ 物物마다 큰 布施의 門을 여니
也知不費娘生舌 ~ 굳이 혀를 놀릴 必要가 없겠구나.
(19) 嘆花. 1
可憐灼灼滿枝花 ~ 가지 가득 꽃들이 눈부시게 밝고 빛났는데 가엾게도
落盡狂風空逐水 ~ 거친 바람에 모두 떨어지며 헛되이 물결에 쓸려 가는구나.
世間萬事盡如斯 ~ 世上 人間萬事도 모두 이와 같으니
何必人情能獨久 ~ 어찌해서 人情에만 오로지 長久하려는가.
(20) 嘆花. 2
昨夜巖邊數朶花 ~ 어젯밤 바윗가에 늘어져있던 꽃 몇 송이
浮光似向幽人語 ~ 不安定한 빛깔로 나를 向해 말하는 듯하여서
淸晨忽起卷簾看 ~ 맑은 새벽 문득 일어나 발 걷고 바라보니
一夜盡隨風雨去 ~ 하룻밤새 비바람에 다 떨어졌구나.
🍎 性徹禪師 (1912~1993. 號 退翁, 法名 性徹. 俗名 李 英柱. 本貫慶陜川.
慶南 山淸 出生. 當年의 큰 스님)
(1) 出家頌
彌天大業紅爐雪 ~ 하늘까지도 미칠 큰 일들도 붉은 화롯불에 一點 눈송이요
跨海雄基赫日露 ~ 바다를 덮는 큰 기틀이라도 밝은 햇볕에 한방울 이슬이로다.
誰人甘死片時夢 ~ 그 누가 暫間의 꿈속 世上에 꿈을꾸며 살다가 죽어가랴
超然獨步萬古眞 ~ 萬古의 眞理를 向해 모든것 버리고 超然히 홀로 걸어 가리라.
(2) 悟道頌
黃河西流崑崙頂 ~ 黃河의 물결이 西쪽 崑崙山 頂上으로 逆流하고
日月無光大地沈 ~ 해와 달은 빛을 잃고 땅은 沈下하는 도다.
遽然一笑回首立 ~ 忽然히 한차례 웃으며 머리돌려 서자
靑山依舊白雲中 ~ 靑山은 如前히 옛모습으로 흰구름에 묻혀 있구나.
(3) 法語
山是山兮水是水兮 ~ 山은 山이요 물은 물이로다.
日月星辰一時黑 ~ 해와 달과 별이 一時에 暗黑이구나.
欲識箇中深玄意 ~ 이 가운데 깊고도 玄妙한 理致를 하나라도 알고 싶다면
火裏木馬步步行 ~ 이는 불속으로 木馬가 한걸음 한걸음 가는 것이야.
(4) 臨終偈
生平欺狂男女群 ~ 平生에 男女群像을 속였으니
彌天罪業過須彌 ~ 하늘에 이르는 罪業은 須彌山을 넘친다.
浩陷阿鼻恨萬端 ~ 산채로 阿鼻地獄에 떨어지니 恨은 萬 갈래다.
一輪吐紅掛碧山 ~ 한덩이 붉은 해는 푸른 山에 걸렸구나.
★ 須彌山 ~: 佛敎의 世界說에서 世界의 中心에 솟은 갸늠하기 어려운 아주 높은 山.
★ 阿鼻地獄 ~: 無間地獄이라 하며 八熱地獄의 하나로 끊임없이 苦痛을 받는 地獄.
🍎 逍遙太能 (1562~1649. 號 逍遙. 法名 太能. 姓 吳氏. 號 逍遙. 全南 潭陽 出身.
西山大師 休靜의 傳法弟子이자 逍遙派의 開祖)
(1) 飢來喫飯困來眠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고)
百千經券如標指 ~ 數萬 卷의 經典은 손가락질 같아서
因指當觀月在天 ~ 손가락 따라 하늘에 있는 달을 보지만
月落指忘無一事 ~ 달 지고 손가락 잊으면 아무 일 없는 것이니
飢來喫飯困來眠 ~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게나.
(2) 騎牛子
可笑騎牛子 ~ 소를 탄 자여, 우습구나 소를 탄 자여
騏牛更覓牛 ~ 소를 타고 다시 소를 찾는구나.
斫來無影樹 ~ 그림자 없는 나무를 베어다가
銷盡海中漚 ~ 저 바다의 거품을 다 태워버려라.
(3) 馬祖喝
無文印字脫規模 ~ 무늬 없는 圖章의 글은 規格을 벗어나고
霹靂一聲天地驚 ~ 霹靂같은 한 소리는 天地를 놀라게 하네.
電光石火何擬議 ~ 電光石火와 같은 것을 어찌 헤아리기나 하랴?
黃蘗翻身吐舌驚 ~ 黃蘗이 놀라서 혀를 빼고 나자빠진다.
(4) 無位人
虛徹靈通舊主人 ~ 텅 비고 神靈스럽게 通徹한 옛 主人이여
古今天地一眞人 ~ 예나 只今이나 하늘에서나 땅에서나 참된 한 사람.
多經海岳風雲變 ~ 江山이 온갖 風雲의 變化 다 거쳐도
落落巍巍不老人 ~ 우뚝하고 우뚝하여 늙지 않는 사람이라네.
★ 無位人 ~: 修行의 水準이나 境地에 따른 地位를 超脫하여 自由自在한 사람.
(5) 無題. 1
山矗矗水嶄嶄 ~ 겹겹이 山이요 맑고 맑은 물과
風習習花冥冥 ~ 솔솔부는 바람에 그윽한 꽃처럼
活計只如此 ~ 살아가는 方便을 다만 이 같이 할 뿐
何用區區順世情 ~ 뭣하려 區區하게 歲上物情 따르랴.
(6) 無題. 2
月皛山前後 ~ 山의 앞뒤로 달이 밝고
風淸海外中 ~ 바다 저 멀리 바람 맑도다.
問誰眞面目 ~ 누구에게 眞面目을 물을 것인가?
更有點天鴻 ~ 하늘에 點點이 날아가는 기러기가 있네.
花笑階前雨 ~ 階段 앞에 비 내리니 꽃이 웃고
松鳴檻外風 ~ 欄干 밖에 바람 부니 소나무가 우네.
何須窮妙旨 ~ 무엇하러 妙한 理致를 찾을 것인가?
這箇是圓通 ~ 圓通의 眞理가 여기에 있는 것을.
雪髮春風面 ~ 눈 같은 머리카락 봄바람 같은 얼굴로
逍遙山市中 ~ 山으로 저자로 逍遙하며 다니네.
無窮聲與色 ~ 끝없이 나타나는 소리와 色깔
觸處皆空空 ~ 닿는 곳마다 비고 또 비워지네.
月波飜石壁 ~ 달빛 波濤가 바위 絶壁에 부딪치고
松籟送淸音 ~ 솔바람 소리는 맑은 音을 보내주네.
於斯若不會 ~ 여기에서 萬若 알아차리지 못하면
孤負老婆心 ~ 老婆의 마음을 저버리리라.
山矗矗水冷冷 ~ 山은 疊疊하고 물은 冷冷하고
風習習花冥冥 ~ 바람은 솔솔 꽃은 그윽하니
活計只如此 ~ 살림살이 但只 이럴 뿐이네.
何用區區順世情 ~ 뭣 하러 區區하게 世上 物情 따르리.
閃電光中坐 ~ 번쩍하는 번갯불 속에 앉아서
對人能殺活 ~ 사람을 對하여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네.
無頭無尾棒 ~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는 방망이로
打破虛空骨 ~ 虛空의 뼈를 쳐부순다네.
入林不動草 ~ 숲에 들어가도 풀이 움직이지 않는데
步水豈揚波 ~ 물을 건너면서 어찌 派濤를 일으키랴.
雖然非好手 ~ 비록 솜씨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木馬渡黃河 ~ 나무 말이 黃河를 건너간다네.
山月投窓白 ~ 山위에 뜬 달이 窓門에 밝게 비치고
溪聲入戶鳴 ~ 시냇물 소리 뜰 안에 들어와 울리네.
欲知九年黙 ~ 達摩의 九 年 沈默 알고자 한다면
須向此中明 ~ 모름지기 이 속에서 밝혀내야지.
道豈不合人 ~ 道가 어찌 사람과 合하지 않겠는가
人無心合道 ~ 사람이 道와 合할 마음이 없을 뿐이네.
欲識箇中意 ~ 그 가운데 뜻을 알고 싶은가?
一老一不老 ~ 하나는 늙고 하나는 늙지 않는다네.
世事空中鳥 ~ 世上일은 虛空 속의 새요
浮生水上漚 ~ 뜬 人生은 물 위의 거품이라.
天下無多地 ~ 天下에 별 게 없으니
山僧一杖頭 ~ 山僧은 지팡이 하나 뿐 이라오.
(7) 聞鍾有感
耳裡明明聽者誰 ~ 귀 속에 分明하니 누가 이를 듣는 것인가?
無聲無臭卒難知 ~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어 끝내 알기 어렵도다.
收來放去任舒卷 ~ 거두어 들이고 내 놓는 것을 그대로 맡겨 두니
在凡在聖長相隨 ~ 凡人에게나 聖人에게나 늘 따라 다니네.
昭然不藉緣生底 ~ 환히 밝지만 因緣 따라 생기는 건 아니고
寥廓虛靈應萬機 ~ 텅 비어 神靈스러우면서 만 가지 때에 應하네.
應萬機兮具通變 ~ 萬 가지 때에 應하여 두루 變하건만
人多昏惑自迷歸 ~ 사람들이 어두워서 스스로 迷惑되어 버리네.
(8) 病裡書懹 (病을 앓으면서 懷抱를 적다)
抱疾經年長打坐 ~ 病을 안고 數年을 지나면서 늘 앉아만 있었더니
㥘寒惟恐出門遊 ~ 추위가 怯이 나서 나다니지도 못하였네.
兒童忽報春光盡 ~ 아이들이 문득 봄이 왔다고 하길래
驚起看山綠葉稠 ~ 놀라 일어나 山을 보니 푸른 잎이 빽빽하구나.
(9) 山中漫興. 其一
紫陌紅塵尺許深 ~ 都市의 거리엔 紅塵이 한 자를 넘었고
幾多游宦客浮沈 ~ 얼마나 많은 벼슬아치들은 浮沈하였든가.
誰知一片白雲壑 ~ 누가 알까 한조각 흰구름과 골짜기를
天付貧僧値萬金 ~ 하늘이 貧僧에 주셨으니 참으로 萬金인것을.
(10) 山中漫興. 其二
一篻逐物多煩惱 ~ 世上사람들 財物을 좇아 煩惱가 많고
幾介男兒脫世間 ~ 世間 벗어나는 男兒는 몇이나 될런지.
誰知野老出塵網 ~ 누가알랴 시골의 늙은이가 俗世그물 벗어나
高臥松風徹骨寒 ~ 솔바람에 높이 누웠더니 뼈까지 시린것을.
(11) 山中咏懷
洛陽城裡輕肥客 ~ 가벼운 가죽옷 입고 살찐 말을 타는 서울 사람들
役役何曾半日閒 ~ 아둥바둥 살아가니 어찌 半나절의 餘裕인들 있으리오?
惆悵山中多少景 ~ 놀랍게도 山中에는 數많은 景致들이 있어
百年分付老僧看 ~ 百 年 동안 老僧이 보라고 分付 받았네.
(12) 賽尙俊法師 (尙俊 法師에게)
馬祖全提一喝來 ~ 馬祖가 냅다 高喊을 질러 法을 보이고
大雄擔荷大機來 ~ 큰 英雄은 蓮꽃을 들어 뜻을 나타내었네.
耳聾三日無多子 ~ 귀가 三日이나 먹은 것은 별게 아니니
掌握乾坤日月來 ~ 하늘과 땅, 해와 달을 거머쥐고 오네.
臨濟德山屎床兒 ~ 臨濟와 德山은 오줌싸개
令人未免一場愁 ~ 한바탕 근심을 免치 못하게 하네.
四海生靈盡安枕 ~ 온 世上 사람들 다 平安하건만
何須强作亂風流 ~ 뭣하러 억지로 어지러운 風流 짓는지.
(13) 示繼雨法師 (繼雨 法師에게)
火裡紅蓮落故衣 ~ 불 속의 붉은 蓮꽃 묵은 옷을 떨어뜨리니
木童收拾滿筐歸 ~ 나무 아이가 광주리에 가득 주워 돌아가네.
古曲無音誰敢和 ~ 소리 없는 옛 曲調에 누가 和答하리오?
溪邊石女笑微微 ~ 시냇가에 돌 여자가 엷은 웃음 짓고 있네.
家家門外長安路 ~ 집집마다 門 앞 길이 서울로 通하고
處處窟中獅子兒 ~ 곳곳의 窟 속에는 獅子 새끼 들어앉았네.
打破鏡來無一事 ~ 거울을 깨고 나니 아무 일도 없어지고
數聲啼鳥上花枝 ~ 몇 마디 지저귀는 새가 꽃핀 가지에 올라앉을 뿐.
(14) 示誾長老 (誾 長老에게 보임)
九旬禁足何成事 ~ 九旬 되도록 한 곳 머물러 어떤 일을 이루셨나요
弄得泥牛建法場 ~ 진흙소 만나 戱弄하시며 法場을 세우셨군요.
三更昨夜翻身去 ~ 그 진흙소 어젯밤 三更에 翻身하더니
哮吼雷聲遍十方 ~ 우레같이 울부짖는 소리 시方에 두루 퍼져나갔지요.
(15) 示學珠禪子 (學珠 禪子에게)
背角泥牛不擧鞭 ~ 채찍을 들지 않아도 등에 뿔이 난 진흙소가
翻身踏破碧潭烟 ~ 몸 뒤집어 안개 낀 푸른 蓮못을 걸어 다니네.
一聲哮吼驚天地 ~ 울부짖는 한 소리 天地를 놀라게 하더니
掣電之機鼻孔穿 ~ 번개를 잡아 끌어 콧구멍을 궤뚫네.
(16) 新凉入郊墟
江城何處起秋風 ~ 江城 어느곳에서 가을바람 이는데
螢火如流點暮空 ~ 저문 虛空엔 반딧불이 물흐르듯 하네.
政好乘凉吟夜月 ~ 서늘한 기운에 달밤을 노래하긴 정말 좋아
浩然詩思滿樓中 ~ 탁트인 詩想들이 樓閣을 넘쳐날듯
(17) 詠無生
了俗明眞早脫中 ~ 俗됨과 참됨을 밝게 보고 일찌감치 超脫하여
雙收天地納匈中 ~ 하늘과 땅 모조리 가슴속에 쓸어 담았네.
扪身撤手三千外 ~ 몸을 추스려 三千大千世界로 손을 뻗치고는
臥聽溪聲夜月中 ~ 밤이면 달빛속에 누워 시냇물소리 듣네.
(18) 詠懷
共坐同行世莫知 ~ 함께 앉고 같이 다녀도 世上에서는 알지 못하니
幾人當面便逢伊 ~ 얼굴을 마주하고도 그를 알아볼 이 몇 사람이랴?
俯仰視聽曾不昧 ~ 이리 저리 보고 들어도 일찍이 어두운 적 없었는데
何須向外問渠歸 ~ 어찌 반드시 바깥을 向하여 그가 간 곳을 물으리오?
(19) 咏一卷經
(한 卷의 經典에 對해 읋다)
四序炎涼去復來 ~ 덥고 서늘한 네 季節이 갔다가 다시 오지만
誰人知得自心經 ~ 어떤 이가 마음의 經典을 깨달아 지니고 있나?
老僧獨把無文印 ~ 깨달은 스님 홀로 無文印을 지니고
坐看松陰過一生 ~ 앉아서 眞理에 잠긴 一生을 지내고 있구나.
★ 무늬 없는 圖章 ~: 無文印이라고도 한다. 眞理는 어떤 形象으로도
나타낼 수 없다고 하여 ‘무늬가 없다’고 하였으며, 眞理와 繼合한다고 하여 ‘圖章’이라 하였다.
(20) 雨日
花笑階前雨 ~ 뜨락에 내리는 비에 꽃은 웃음짖고
松鳴檻外風 ~ 欄干밖 거센 바람엔 소나무가 운다.
何須窮妙旨 ~ 參禪을 해야만 깨닫는가
玆個是圓通 ~ 있는 그대로가 圓滿한 깨달음인 것을.
(21) 題燕谷寺香閣 (燕谷寺 香閣)
一竿脩竹建精藍 ~ 한 줄기 길다란 대나무로 정갈한 迦藍을 세우니
瑞氣祥雲擁石龕 ~ 祥瑞로운 氣運과 구름이 돌 龕室을 둘러싸네.
香火金壇修敬盡 ~ 佛壇에 香불 피워 恭敬함을 다하여
身心寂滅豈萌貪 ~ 몸과 마음이 고요하니 어찌 貪慾의 싹이 트리오?
百千經卷如標指 ~ 百 千의 經典은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아
因指當觀月在天 ~ 손가락으로 因하여 하늘에 달이 있음을 보네.
月落忘指無一事 ~ 달 지고 손가락도 잊으면 아무 일 없나니
飢來喫飯困來眠 ~ 배고프면 밥먹고 疲困하면 잠잘 뿐이네.
★ 燕谷寺 ~: 統一新羅時代에 緣起祖師가 創建하였으며,
新羅末期부터 高麗初期까지는 修禪道場으로 이름이 높았던 寺刹이었다.
그 뒤 壬辰倭亂 때에 倭兵에 依하여 全燒된 뒤 이 詩의 지은이인 太能이 重創하였다.
(22) 宗門曲
水上泥牛耕月色 ~ 물 위에 진흙소가 달빛을 갈고
雲中木馬掣風光 ~ 구름 속 木馬 風光을 고른다.
威音古調虛空骨 ~ 太古의 옛 曲調 虛空 속의 뼈요
孤鶴一聲天外長 ~ 외로운 鶴의 一聲은 하늘 밖에 퍼진다.
(23) 贈勝浩長老
秋去葉飛無影樹 ~ 가을이 가매 無影樹 잎이 날으고
春來花發不萌枝 ~ 봄이 오매 不萌枝 꽃이 滿發하네.
儂家隻眼通塵刼 ~ 우리집에 외짝눈 塵刼에 通했나니
夜月憑欄聽子䂓 ~ 밤 달 欄干에 기대어 子䂓소리 듣는다.
(24) 贈悅闍梨 (悅 闍梨에게 드림)
飛星爆竹機鋒峻 ~ 流星이나 爆竹 같이 날카로운 칼날 우뚝하고
裂石崩崖氣像高 ~ 돌이 갈라지고 언덕이 무너지는 듯한 氣像 높구나.
對人殺活如王劍 ~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것이 王의 劍과 같은데
凜凜威風滿五湖 ~ 凜凜하고 威嚴 있는 氣風이 온 世上을 가득 채웠네.
金鎚影裡裂虛空 ~ 쇠몽둥이 그림자 속에 虛空이 찢어지니
驚得泥牛過海東 ~ 놀란 진흙소가 바다 東쪽을 지나가네.
珊瑚明月冷相照 ~ 珊瑚와 明月은 차갑게 서로 비추는데
今古乾坤一笑中 ~ 古今과 乾坤이 한 웃음 속에 있도다.
★ 闍梨 ~ : 阿闍梨라고도 한다. 弟子를 가르치는 큰 스승을 意味한다. (闍. 望樓 도)
(25) 贈天海法師 (天海 法師에게 주다)
★ 天海 ~: 太能의 弟子이다.
眞俗雙明在眼前 ~ 眞과 俗이 눈 앞에 또렷이 밝은데
無人知道火中蓮 ~ 불 속의 蓮꽃을 아는 이는 없구나.
老僧慣得甞游刃 ~ 老僧은 恒常 칼날 위에 노는 것에 익숙하노니
夜月梨花聽杜鵑 ~ 밤 깊은 달 아래 배꽃 피고 杜鵑새 소리 들리네.
前溪柳色黃金嫰 ~ 앞 시내 버들에는 黃金빛 싹이 돋고
後苑梨花白雪香 ~ 뒷 뜰의 배꽃에는 白雪의 香이 나네.
欲知格外傳禪妙 ~ 格外의 禪을 알고 싶은가
百草頭頭不覆藏 ~ 百 가지 풀잎 하나 하나에 드러나 있다네.
神游刼外夢初醒 ~ 꿈에서 깨어나 劫의 바깥으로 노닐고
枯木龍吟起予情 ~ 枯木에는 龍이 울어 나의 情을 일으키네.
有情不是余朋友 ~ 情이 있다면 나의 벗이 아니니
池上綠荷風雨聲 ~ 蓮못 위 푸른 蓮잎에 비바람 소리 들려오네.
(26) 次而善闍梨韻 (而善 闍梨 에 次韻하여)
飢則松花渴則泉 ~ 배고프면 松花요 목마르면 샘물이라
健兮閑步困兮眠 ~ 힘 있을 땐 조용히 걷고 지치면 잠들지.
踏殺天魔生死窟 ~ 生死의 窟에서 魔鬼를 짓밟고는
騰騰山后與山前 ~ 山의 앞과 뒤에서 便安히 노닌다네.
半夜瑤琴萬壑泉 ~ 깊은 밤 골짜기 샘물은 玉 거문고 소리
玲瓏淸韻攪禪眠 ~ 玲瓏하게 맑은 울림 禪定을 깨우도다.
竹風松月爲心友 ~ 대숲에 부는 바람 소나무에 걸린 달은 마음의 벗인데
濶步竿頭孰敢前 ~ 長대 위에서 活步하여 앞으로 나아갈 者 누구이리오?
(27) 悟道頌
蘧廬天地假形來 ~ 天地라는 旅館에 形體를 빌어 와서
慚愧多生托累胎 ~ 여러 生 동안 여러 몸으로 살았던 것 부끄럽네.
玉塵一聲改活眼 ~ 꽃잎 지는 한 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으니
夜深明月照靈臺 ~ 깊은 밤 밝은 달이 내 마음을 비추누나.
(29) 涅槃頌
解脫非解脫 ~ 解脫이 解脫이 아니니
涅槃豈故鄕 ~ 涅槃이 어찌 故鄕이리.
吹毛光燦爍 ~ 吹毛劍의 칼날이 번뜩이니
口舌犯鋒鋩 ~ 입 벌리면 그대로 혀가 짤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