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묻지말고 바다로 오세요
숙이!! 지금 어디에 살고 있니, 네가 무척 보고 싶어,
그동안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어, 40년이 되었군,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하겠니.
나는 곽병장이야 우린 그때 장래를 약속했었잖아?
숙이! 말해줘 어디 있는지 난 지금 바다에 있어.
나처럼 바다에 있니 육지에 있니?
아니야, 넌 지금 배트민턴을 치고 있겠지.
넌 배트민턴 선수(?)였잖아, 배트민턴 말이야.
넌 그때 배트민턴으로 나를 골탕 먹이 곤 했잖아?
아니야 넌 지금 스케이트를 타고 있을 것 같아.
숙이! 넌 내 한태 스케이트를 배웠어, 지금 누구와 스케이트를 타고 있니?
아니야 파라호 호반에 갔을 것 같애 우린 그때 파라호에 자주 갔었잖아? 사진도 많이 찍고
숙이! 나는 사단PX본부에서 군대생활을 했고 너는 K의원의 별체사모님 집에 살았어.
별체사모님은 아주 교양있는 인테리 었어. 사모님은 자식이 없었고, 숙이 너를 무척 귀여워 해준 분이었지, 네 덕에 나도 대우를 잘 받았었어.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그리고 사모님께서는 우리 둘만을 위하여 옆방을 자주 빌려(?)주셨어, 우린 그때 철이 없었나봐
숙이가 살던 화천 땅, 겨울이면 해마다 눈이 억수로 많이 왔고 눈은 해마다 1미터나 왔었어.
해마다 나는 동료와 함께 숙이 집 골목길 눈을 깨끗이 치워 주었어, 여자가 하기 힘든 일을 우리가 대신 해준 거야, 별체 사모님께서는 고맙다고 우리에게 회식비를 자주 주셨어.
그리고 숙이! 니네 집엔 말만한 개가 한 마리 있었잖아, 사납고 무서운 개 말이야, 그때 니네 집의 개는 정말 무서웠어, 짖는 소리가 너무나 커서 무시무시 했어, 처음 니네 집에 들어갈 때 그 개가 호랑이보다 더 무서웠어.
군인이 개를 무서워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지만 그 개는 정말 무서웠어, 그런데도 나는 니네 집을 자주 갔었어, 그러다가 개와 나는 친해졌잖아?
숙이! 그때 내가 근무하던 사단PX본부는 미니백화점이었고 당시로선 상당히 큰 매장 이었어, 그 PX본부는 사단내의 모든 PX 점포를 관리했고 7사단 군인가족의 편의를 위한 매장 이었어, PX본부 부대원은 12명 이었고 화천의 시가지 속에 있었어.
니네 집은 PX뒤쪽에 있었고 엽 집은 PX와 거래하는 삼도빵 빵공장이었고 앞쪽은 PX주차장이었고 가수 현미씨의 어머니가 경영하던 가은 식당도 그쪽 부근에 있었어. 그쪽은 밤의 홍등가였고 화천시내 중심가였어.
나는 그 PX에서 근무를 했고 매장의 판매원이었어.
그때 숙이는 우리 PX에 놀러오는 단골손님 이었고 어느 날부터 나보고 오빠라고 불렀어.
그러던 어느 날 넌 PX매장에서 얼굴이 시뻘겋게 되가지고 씩씩 그리며 울었어. 누군지 모르지만 널보고 “넌 잘난 척 해도 식모 맞잖아, 식모인 주제에 잘난 체 하지마라 이 계집애야.” 라고 했기 때문이었어, 그때 숙이는 “넌 식모다” 라는 말에 자존심이 상해 울고 또 울었어. 난 그때 숙이의 울음을 말리느라 애를 많이 먹었었지
그날 이후 숙이는 한동안 PX에 오지 않았고 난 너를 무척 보고 싶어 가슴을 태웠어.
숙이! 네가 살든 화천에는 화천시가지 옆을 흐르는 화천천이 있었어.
겨울이 되면 그 화천천은 거대한 스케이트장으로 변했고 숙이와 나는 그 스케이트장을 자주 갔었어, 그때 화천의 영화양조장 사장의 딸이 미스 강원이었고 그곳에서 피겨스케이트를 배우고 있었지, 참 잘생긴 여자였어, 나는 그곳에서 스케이트를 배웠고 숙이는 내 한태 스케이트를 배우기 시작 했어.
숙이! 나는 그때 PX관리관의 신임을 덤 북 받고 있어 사복을 하고 화천시내에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고 그곳 스케이트장도 자유롭게 갈수가 있었어, 우리 둘은 달이 밝으면 밤에도 스케이트를 타러갔었어.
숙이가 스케이트를 배우기 시작 할 그땐, 숙이와 나는 친하기 시작할 무렵이었어,
숙이는 배트민턴 선수(?)였으나 스케이트를 배우는 게 그리 쉽지 않았고, 빙판에 자주 넘어지곤 했어, 그러다가 숙이는 어느 정도 숙달이 되었고 혼자서도 달릴 수도 있었어.
그러던 어느 날밤 나는 고의로 숙이를 링 안쪽으로 치워둔 하얀 눈 덤이 위에 넘어뜨렸어, 그리고 숙이의 입술을 덥쳤지,
나는 그때 강제로 키스를 시도 했고, 숙이는 완강히 거절했었어, 나는 멋 적게 일어났고 숙이는 살며시 꼬집기만 하였어,
그러다가 이번에는 숙이가 링 안쪽으로 치워둔 눈위로 넘어졌고, 이번에는 실패(?)를 하지 않겠다고 빠르게 숙이의 입술을 덥쳤어, 그런데 이번에는 숙이가 아무런 저항이 없었어,
힘찬 포옹과 함께 키스는 계속되었고 하얀 눈은 달빛과 함께 따스할 뿐이었어.
숙이! 너도 잘 알지, PX에는 12명이 근무했지만 때로는 군기가 살벌 한 거말이야. PX에는 항상 현금을 만지기 때문에 군기가 엄격했고 PX의 감사는 매월 부정기적으로 자체감사가 있었어. 감사에 적발되면 무조건 최전방으로 전출가게 되었고 감찰부의 감사에 걸리면 헌병대에 끌려가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었어. 그러나 숙이 난 한번도 감사에 지적된 적이 없었어, 난 정직했어, 그곳 PX에서 끝까지 사고안치고 제대한사람은 내가 최초였어.
그리고 난 그곳에서 제대 할 때까지 3년 동안 복무했고, PX의 연간 매출을 3배 이상 올렸어. PX관리관님께서는 나를 각별히 신임하셨고 PX 경영을 나에게 일임 하셨어. 그리고 숙이와 나 사이의 관계도 잘 알고 계셨고 관리관님의 부인께서도 숙이 널 무척 좋아하셨어,
숙이는 관리관의 아이를 국어인지 산수인지 모르지만 잠시 동안 가정교사도 했었지 보수 없이 말이야.
숙이! 내가 제대할 무렵 너와 난 하루도 빠짐없이 만나고 또 만나고 했지, 나는 숙이가 사는 별체의 사모님 집에 자주 갔고 사모님은 우리의 사랑을 귀엽게 보셨어, 사모님은 마음씨가 참 좋은 분 이었어,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자주 주기도 했어, 숙이가 쓰는 골방보다 조금 더큰 옆방을 우리가 쓰도록 하셨고, 우리는 그 방에서 사랑을 불태웠어, 그때 우리는 결혼을 수없이 약속했고, 숙이는 제대하면 화천에 살아야한다고 주장했고, 나는 대구에서 사는 게 좋다고 했어.
숙이!! 그 후 세월이 40년 이 흘렀어, 난 너를 잊고 살았어, 난 나쁜 놈이야 우린 서로 장래를 약속했는데 난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
가슴 쓰라린 이별을 숙이는 견디기 힘들었을 거야 나를 많이 원망했겠지 별체사모님께서도 나를 많이 원망 하셨을 거야 이유야 어떻든 난 나쁜 자식이야 나는 나쁜 놈이야
숙이! 니네 집에는 양주가 항상 있었어, 지금도 있다면 한잔 줄 수 있겠니? 난 그때 양주를 처음 먹어보았거든 맛도 없는 것 말이야. 지금 숙이와 단둘이 양주한잔 할 수 있다면 한없이 기쁘겠어.
아니야 그건 말도 안 돼 숙이가 날 용서할 수 없기 때문이야
<곽청언 너는 배신자야 사랑의 배신자야 이 나쁜 놈아> 숙이의 목소 리가 들리는 것 같애.....!,
<이 나쁜 자식아 예쁘고 착한 우리 숙이를 배신하다니 넌 천벌을 받을 거야 이놈아> 별체사모님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어
숙이! 난 지금 눈물이 가슴을 적시고 있어, 숙이 에게 용서를 빌면 안 되겠니, 숙이! 나도 사연이 있었어, 용서해줘 내가 잘 못했어, 난 네가 무척 보고 싶어, 날 조금이라도 용서 할 수 있다면, 내가있는 바다로 올수 있다면 좋겠어, 내가 용서를 빌게, 내가 소주한잔 살게, 그리고 지난이야기 다 털어 놓을게 꼭 바다로 와 기다릴게.
숙이! 내가있는 바다가 어딘지 모르겠지? 내가있는 바다는 카페의 바다란다. 한없이 넓은 바다야, 카페이름은 <오솔길따라 함께> 란 다. 이곳에 오면 세계 곳곳을 볼 수 있어, 정말 넓은 바다야, 이곳에 오면 우린 만날 수 있어, 네가 화천에 있든 서울에 있든 어디에 있든 이곳에 오면 우린 만날 수 있어
숙이가 바다에 오면 멋진 사진도 보여주고 카페의 식구들도 소개 해줄게. 인물 잘생긴 님과 님들, 술과 낭만이 있는 사나이, 정1품의 멋을 풍기는 사나이, 세계 곳곳에 발자국을 남기는 사나이 법률 좋아하는 사나이 힘 좋은 사나이 산을 좋아하는 사나이 등등의 수많은 사람들이 카페의 식구란다. 그분들은 나에게는 소중한 친구요 또한 스승 이란다.
그리고 숙이! 우리 카페회원의 나이는 전부 32살이야, 그래서 그들은 전부 32산악회 회원이란다. 그런데 난 68세로 착각(?)을 했어
숙이 넌 그때 23살이었어, 아니야 지금도 23살이야, 나의 눈에는 아직도 숙이는 23살이야, 지금 23살 숙이와 난 배트민턴을 치고 있어, 지금 23살 숙이와 스케이트를 타고 있어, 지금 23살 숙이가 나와 팔장을 끼고 있어
숙이! 지금 산에는 진달래가 온 산을 물들이고 있어요,
숙이가 온다면 진달래향기 안고 달려 갈 거야
숙이를 만나면 네가 원하든 화천에 살고 싶어
난 숙이가 보고 싶어 과거를 묻지 말고 바다로 오세요.
2007. 4월. 숙이를 불러보던 날
深谷 郭 淸 彦
첫댓글 청언. 넌호택 언제 낼거야 그전엔 심곡이고뭐고 내사전엔 없데이 그라고 숙이가 누군데 삼국지 한권 불량을 다올렷냐 이민화토야. 深谷 좋아하네 누구 맘데로.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궁금하지만 여하튼 대단허이! 드라마 내용전개가 1류 소설이야. 그 사랑 아름답게 간직하고 제2, 3,4 등 속편이 나왔으면 함. 재미있고 궁금허이!
그리도 좋아한 숙이를 제대와 함께 이별을 했다니 소설치고는 너무 심했다. 이유야 어떻던 심곡 속이 까맣게 탓겠구나. 이해가 된다.
심곡의 이런시절이 있었군요 추억을 먹고 사는것이 사람일지도 모르는데 추억의 상대는 마음고생이 많겠구나, 이 나쁜놈 하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