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기롭게 암 투병하기
작성자: 암과싸우는사람들 카페 길가메시
원래 '응급실갈까요?' 에 대한 답글로 적었는데 제목을 내용에 맞춰 수정을 했습니다.
제목을 바꾸어도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해야하니 응급상황이 생겼는데, 주치의가 있는 늘 가는 병원은 멀고 집근처 병원을 가야 하는 상황에 대한 제 경험과 주위 분의 경험을 근거로 조언을 해 보겠습니다.
저와 제 주위 환자의 경험이 100% 옳은 것은 아니고 병원마다 대처가 조금 다를수는 있다는 건 염두에 두고 글을 읽고 본인의 상식으로 판단해 보세요.결론부터 말하면, 주치의와 환자의 자료는 모두 '분당 서울대병원'에 있는데,님은 급하다고 '대전의 응급실'에 가 봐야 그 병원에서 도와 줄 수가 없어요.
응급실은 건강보험적용이 안되니 기본 진찰료가 6만원부터 시작하고, 기본적으로 피검사, MRi라도 해야 병을 알 수 있는데, MRi 하면 병원이 돈 만 밝힌다고 욕 먹습니다.생면부지의 처음보는 응급의사가 환자의 병 이력도 모르는데 환자 말 만 듣고 뭘 처방 하겠습니까?
게다가 환자의 지식이란게 너무 주관적이고 빈약하니 처음보는 환자를 신뢰 못하는게 당연하고...정부에서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의료정보를 병원 모두가 공유하려고 법 개정을 추진하는데,야당이 국회를 개원 안하니 상임의에서 논의도 못하고, 개인정보보호법이 인권을 너무 강조해서 이걸 개정해야 하니 아직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언론에서 외국사례만 나오는 수준인데, 119에 타는 순간 엠블란스에서 환자 병력을 확인 한 119의료진이 주치 병원이나 그 병에 특화된 병원 응급실로 바로 연락해서 환자를 데려 가더군요. 너무 부럽지요.
우리나라는 아직 병원 한번 옮기려면 CD 굽는데 1시간 걸리고, 병원을 옮겨서 진찰 한번 보려고 CD영상자료를 올리는데만 1시간 이상 또 걸립니다. 이렇게 번거럽게 영상 올리야 다른 병원의사가 한 10분 진료 봐 줄까요? ㅠㅠ
게다가 응급의는 그냥 응급처치 의사이지 암 전문의가 아니예요. 아프다고 하니 진통제나 안정제 밖에 처방을 못 합니다. 통증이 심하고 어지러운 환자 본인이야 응급이지만, 응급실에서는 정말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가 밀려 들어 오니 통증만 있는 암 환자는 응급상황이 없는 겁니다~ 통증은 진통제로 우선 다스리고 근본원인 치료를 해야 통증을 없애니.
그러니 그냥 엠블란스 불러서 분당병원 응급실로 가야 거기 의사가 환자의 병력을 띄워서 확인하고 진통제나 안정제 주사로 통증부터 잡고, 주치의와 상의해서 입원을 시키든 다른 과로 넘기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 줍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여기까지 이고
지금부터는 투병에 참고 하시라고 그냥 적는 글 입니다.
이번 기회에 '병원 옮기는 게 최선' 이라고 저는 생각 합니다.어차피 혈액종양내과는 수술이나 응급이 없어서 손기술이 필요없고, 세미나로 정보를 공유하니 의술이 상향평준화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병원은 임상시험도 제약이 많아서 잘 못합니다. 다른 메이저 병원은 환자가 몰려서 북새통이니 각 개인에게 신경을 써줄 여력이 별로 없습니다.
응급실 간다는 건 환자체력이 바닥인 경우가 많으니 병원 오가는 데 기력을 소모할 필요가 없어요.동선을 최소로 줄여서 체력을 보전해야 합니다.이런 걸 따지면 내가 아플 때 달려갈 수 있는 집 근처 병원이 최고 입니다.
저는 위암3기로 위를 전부 절제 했는데, 재발해서 항암치료를 56차례 받고 있는 환자 입니다. 물론 지금도 치료중이고 통증과 불면증으로 진통제와 신경안정제도 약한 걸로 매일 먹어야 합니다.
'분당 서울대 병원' 에 연줄이 있어서 최고 명의를 찾아서 수술했는데 재발 했죠. 3기 위암인데 아직 젊으니 암 종류가 반지세포형으로 악성중 악성이라 수슬하고 나서부터 재발이 50%는 될거라고 조심스레 언질을 주더군요.
복막전이로 1년 반만에 재발을 하니 완치라는 말은 쏙 들어가고 얼마나 살까를 말하더군요.너무 황당해서 추천받은 병원에서 항암을 하면서 여러 병원을 다니며 외래진료를 받았습니다. 최고 학부의 서울대부터 인지도 낮은 지방 '창원 경상대 병원' 까지 다섯군데를 돌았는데 모두 평균 1년을 예측하더군요. '평균은 산술평균이 아닌 최빈값을 의미하고 환자에 따라 차이는 있다' 라고 합니다.
그런데 만 2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물론 진통제와 안정제를 매일 먹어야 하지만, 이게 어디 입니까? 당뇨환자도 평생 약을 달고 사는데, 말기암이 이 정도 약 먹는 거야 감사할 따름이죠.
저도 많이 배워서 똑똑하다고 생각하니 병원 다섯군데를 다녀봤고, 인터넷 검색도 2년 넘게 해보니 이젠 초음파를 봐도 제법 잘 봅니다. 그래도 전문지식은 제가 한계가 있다는 걸 잘 압니다.마침 동생 둘이 서울대출신의 의사라 당연히 솔직한 의견을 달라고 하니 둘다 하는 말이
" 형님아~
나는 혈액종양내과가 아니라서 잘 모른다. 내 친구도 일반내과만 있어서 항암치료는 지식이 적다. 그런데 복막파종의 전이암은 불치병이라 완치가 없다고 하네~"
솔직하게 대답을 해 줍니다.
저도 생각을 해보니 항암치료를 전담하는 혈액종양내과는 수술이 없고, 응급환자도 없습니다. 개업을 할 수 없으니 그냥 월급받는 의사가 좋은 사람이 지원 합니다.명의에 별로 욕심이 없고, 명의가 되기도 어려운 진료과목 입니다.
환자 집에서 가깝고,신생병원이라 깨끗하고 조금 한가한 지방대 대학병원이 최고라고 저는 생각 합니다.
암 환자의 70%는 영양실조로 죽습니다. 못 먹으니 살이 빠지고, 기력이 없으니 독한 항암을 못하니 치료를 못하고, 결국 대부분이 말라서 죽는게 직접 사인 입니다.
4기암의 평균 완치율을 10%라고 보면 이 중에서 고형암은 70%정도가 완치되는 것 같습니다.형 암은 수술이 되니, 종양을 떼어내는 것이 현재까지 나온 최고의 치료법 입니다. 감기를 못잡는 것 처럼 약으로는 아직 완치를 바라 볼수 없습니다. 단, 약이 직접 암에 전달이 잘 되는 혈액암의 대다수는 항암으로 100% 완치 됩니다.
Her 2 유전자가 있는 위암도 가능성이 높습니다.
면역치료제는 기적의 신약이라 반응율이 좋은 사람은 완치사례도 나옵니다.그러나 이 모든 것이 일부 환자에게만 적용이 가능합니다.감기 바이러스처럼 암세포가 끊임없이 변형을 일으켜 내성을 키워버리니 항암제가 무력하게 되는 것이죠.
저처럼 복막에 암이 퍼지거나 간이나 폐에 암이 퍼지면 수술을 못하니 답도 없습니다. 고형암도 몸에 두군데 이상 퍼지면 수술 포기 합니다. 수술 할 체력이 안되는 거죠. 여기서 임파선(림프절) 전이는 다발성에 넣지 않습니다. 임파선은 혈관이 직접 연결되어 항암약이 잘 도달하니 비교적 치료가 쉬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암 공부를 몇 년을 했고 큰 병원 다섯군데에 명의를 찾아서 공부한 결과는
항암치료는 내 병을 잘 아는 내 주치의가 가장 명의 입니다. 기본상식을 몇 년 걸려서 이해 한 것이죠.이렇게 의술이 획기적으로 발달하는 데도 완치가 안된다고 하니 마음을 내려 놓기가 참 어렵더군요.에이즈나 에볼라 같은 병도 요즘은 관리형 질병으로 바뀌니 암도 곧 관리형 만성질병으로 되지 않을까 희망은 늘 가지고 신약이 쏟아지니 요즘이니 이렇게 투병하고 있으면 신약이 또 제 생명을 연장해 줄 겁니다.
그러면 에이즈 처럼 평생 죽지않고 살수도 있겠죠. 언젠가는 ... ^ ^
저는 제 주치의 나 창원 경상대병원을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 합니다.임상시험이나 새 치료법에 대해 문의하면 언제나 친절하게 답을 잘 해 줍니다.여기에는 반드시 질문을 잘 해야 원하는 답울 얻을수 있다는 건 상식이겠죠. 그런데 한번씩 기본상식은 무시하고, 자꾸 묘수, 편법을 바라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인간이니 당연히 욕심이 생기지 죽음을 편히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임상에서 치료효과가 확인되면 표준치료가 되고.아직 임상실험을 한다는 건 말 그대로 실험 입니다. 신약개발 성공률을 직접 검색해 보시면 뭔 말인지 실감 하실 건데, 내가 좀 기다리면 되지 굳이 마루타를 자청해서 소중한 체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체력이 곧 수명과 직결 되니까 약이 효과가 없으면 체력이 급격히 나빠 지거든요.괜히 요행을 바라고 자기 수명을 걸고 실험하지 마시길.
저는 제가 다니는 병원이 정말 최고라고 생각합니다.정기진료를 빠뜨리면 담당 간호사가 전화를 걸어서 챙겨 주지요. 항암주사실이나 응급실, 입원병동, 영상의학과 등 어딜 가도 안면이 있으니 간호사들이 웃으며 응대해 줍니다.
이렇게 해 주니 저도 1달에 1번은 뭐라도 싸 들고 가서 고마움을 자연히 표시 합니다. 말보다 돈, 시간, 정성을 들여야 마음이 더 잘 표현된다는 건 다들 알쟎아요.제가 이렇게 행동하니 저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더 잘 해 주고 편의를 봐 준다는 걸 느낍니다.
고가의 면역치료제를 한달 맞으니 700만원이 훌쩍 날아갑니다. 효과가 없어 의사와 상의 후 한달만에 포기 했는데, 이 돈의 5%만 투자하면 선물을 몇 달 할 수 있습니다. 주치의와 상의해서 한번이라도 고가의 약을 덜 맞았으니 얼마나 치료비를 아꼈습니까?
저는 주치의 말을 전적으로 따르고, 조금 이상이나 통증도 상담를 통해 소통을 잘 하려고 노력 합니다. 응급실도 자주 가는데 제 자료가 다 단골 병원에 있으니 다른 과에서 불필요한 검사는 하질 않습니다.
응급실에서 만약 피검사를 먼저 하면,제가 제 주치의 담당간호사에게 연락해서 알려주면 간호사가 주치의에게 묻고는 피 검사는 빼 줍니다.전화하면 목소리를 벌써 알아듣거든요.항암주사실, 외래주사실, 피부과, 치과, 응급실 어딜 가도 간호사들이 제 상태를 보고 알부민 이든 영양제든 주치의에게 문의해서 알아서 놓아 줍니다. 아울러 달걀 두개만 드셔도 알부민 주사랑 효과가 같으니 단백질 많이 먹으라는 조언도 해 주고...
요즘은 주치의도 환자가 몰려서 상담전담 간호사랑 애기하는게 일처리가 더 잘 됩니다.정말 편리한 제 전담 병원 같고 천사들이 근무하는 것 같죠~
아픈 내가 먼저 웃고 솔직하게 열린 마음으로 도움을 청하니 모두들 잘 도와 줍니다.
요즘은 병원에서 영양죽을 먹는 데, 맛은 좋지만 국 건데기가 너무 없는 겁니다. 내가 뭐 유치원생도 아니고 무우나 배추도 너무 자잘하게 썰고 게다가 한 숟가락 퍼면 건데기가 없고..이틀정도를 먹다가 화가 치밀어서 영양사에게 한마디 할까 하다가 작전을 바꿨습니다.
다툼을 벌이고 시비를 가려봐야 제게 실익이 뭐가 있습니까?
그래서 간호사에게 부탁해서 메모지를 몇 장 얻어서,편지로 간단하게 제 병명과 사정을 알리고 부탁을 드리는 '포스트 잍 두장을 편의점 커피음료 두개' 에 붙여서 보냈습니다. 당연히 죽도 국도 맛있다는 의견을 먼저 적고,수백명의 식단을 챙기는 걸 알지만, 혹시 여유가 되면 국 건데기 좀 많이 주고, 생 야채는 제가 못 먹으니 괜히 주지 말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다음날(어제) 정말 정성스런 답장을 배식 담당자가 들고 왔고, 당연히 생야채 빠지고 건데기 아주 가득~오늘은 제 영양죽을 담당하는 조리사(아주머니)께서 직접 밥차 배달을 오셔서 웃으며 편지 고맙다고 하면서 인사하러 오셨더군요. 감동이었습니다~
아프다고 인상 쓰고 짜증 내면, 가족도 외면 합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이 딱 맞죠.저는 항암치료 만큼은 내 집주위의 조금 한가한 대학에서 받아라고 추천 합니다~
전부 상식에서 판단하면 그게 정답 입니다.저의 암지식은 아무리 쌓아도 전문의의 10% 에도 못 미치니 주치의를 전적으로 믿고 치료 받고, 자주 소통 하세요.같은 말을 자꾸 물으면 같은 대답밖에 안 나오니 질문을 어떻게 할 것인지 내 생각부터 정리해서 남의 조언을 구해 보세요~
쉽죠 ?
다 알고 쉬운데 실천이 어려운 것!
다 알지만 내 노력, 시간, 돈 을 들여야 남들이 제 정성을 보고 진심을 알아줍니다.
말로 쉽게 세상을 살려고 하지마시고, 정성과 노력을 들여 보세요~
이게 제가 세상을 감사히 사는 방법 입니다 ^^
제가 이 글을 적고 세번을 수정하는데 이젠 5시간이 더 걸렸는데 당신은 10분 정도에 모두 읽으셨겠죠?
이게 세상사의 진리 입니다. 내가 5시간을 투자해야 남이 10분 오타적고 매끄러운 글을 읽는다는 게 세상이치죠.
조리사 아주머니께 메모 두장을 적느라 40분을 허비하고 두번을 수정해서 손메모를 보내었습니다. 음료수 사는 시간은 빼구요. 나중에 확인하니 조리사께서 350명 분의 식사를 매끼 준비하신다고 하시네요. 물론 여러분이 같이 하신다는데, 일일히 신경 써주니 고맙기만 합니다.
지방 최고의 명문대 장학금 출신의 53세 인 저도 이럴진대,65세 전후인 조리사님(그냥 아주머니)은 메모한장에 얼마나 정성과 노력을 들였겠습니까?
이런 걸 생각하니 제가 오늘은 식판을 퇴식용 이동선반에 두면서 유심히 남들은 얼마나 잘 먹나 살펴보게 됩니다. 처음으로 봤는데 반찬이 반이상 남은 식판이 60% 입니다.
좀 놀래서 생각을 해 보니 입원환자는 다들 중증이니 입맛이 없으니 이게 당연하고, 이러니 주방에서 뭔 반찬이나 국을 많이 주겠습니까. 어차피 음식중 60%가 음식물 쓰레기로 돌아오는데...
저만 해도 밥을 먹을땐 반그릇만 깨끗이 덜어서 국에 말아 먹었는데, 그래봐야 그냥 깨끗한 음식쓰레기를 내 놓는 것이죠. 차라리 영양죽을 시키니 맛도 있고 국그릇에 가득 주는데 이걸 다 먹는 게 오히려 칼리리가 더 많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부담하는 한끼 식대가 200원 입니다. 암은 중증등록환자이니 5%만 부담하면 되네요. 일반 국민보험은 50% 부담이고...잣죽부터 야채죽, 단호박죽, 팥죽, 소라죽 까지 삼시세끼를 전부 다른 죽을 받아 먹으며 200원을 내니 이게 바로 지상천국 입니다. 이런 서비스를 어디서 누리겠습니까?
우리나라 정말 좋은 나라 입니다 !
글이 길었네요. 사진 올리고 이만 ... 아쉬운 사람이 먼저 웃으며 마음을 열고 부탁해야 남들이 도와줍니다.사람은 궁핍하고 곤경에 처해야 그 사람의 진가가 드러납니다.당신이 아니어도 병원에는 짜증내고 인상 쓰는 사람이 천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