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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 최병성
산림과 바다를 훼손하는 태양광, 풍력이 진짜 신재생에너지일까
“주민을 개같이 돈으로 길들이고 있어요. 신재생에너지가 농촌 파괴 정책이 아닐 텐데 농민, 어민 다 죽고 나면 누가 먹여 살릴 건데요? 저 산에 목을 매달아 죽으면 우리 주민의 고통을 알까요?”
지난 3월 4일 전라남도의회에서 열린 ‘풍력·태양광 문제점과 올바른 방향’ 토론회에서 마을에 세워지는 태양광으로 고통받는 한 주민의 울부짖음이었다.
“이게 나라입니까? 민주당을 찍은 내 손가락을 자르고 싶습니다. 돈이 있으면 이 나라를 떠나고 싶습니다. 이 꼴 보자고 지금까지 내가 살았는지 한탄스럽습니다.”
초로의 노인이 피를 토하듯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성토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토론회 이후 그는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며 내 손을 끌고 갔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전라남도 무안의 바닷가 간척지 10만 평에는 태양광 패널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바로 옆 7만 평 간척지에도 태양광발전 공사를 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작은 대한민국 국토를 미국의 광활한 사막으로 여기는 듯하다. 어르신이 왜 절규했는지 현장을 보고서야 이해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전남 무안의 복길 간척지 70만 평, 영암 삼호읍과 미암면의 간척지 500만 평, 나주 동강면 간척지 60만 평, 완도 약산면 간척지 50만 평 등 대한민국의 모든 간척지에 태양광 패널을 뒤덮는 광풍이 불고 있다.
완도 약산면 간척지에서 태양광 비중은 전체 농지의 60%에 해당한다. 전기가 필요한 곳은 도시인데 왜 땅끝에서 태양광발전을 해야 할까. 전라남도는 대한민국 ‘전기 식민지’로 전락하고 있다. 농토를 잃을 위기에 놓인 농민들이 모여서 전남연대를 결성했다. 이 전남연대는 전국 농민연대로 확산 중이다.
기후위기 시대가 오면 식량부족으로 인한 식량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오래전부터 경고되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1%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전기를 생산한다는 명분으로 전국 농지를 태양광으로 뒤덮고 있다. 이제 쌀이 아니라 전기를 씹어 먹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 온 듯하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산림을 훼손하며 세운 산지태양광이 산사태 등의 문제를 일으키자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12월 뒤늦게 산지태양광 허가 기준을 강화했다. 그러자 업자들은 산지를 떠나 농지로 내려왔다.
경북 군위 급경사진 산비탈에 태양광 벌레 한 마리가 꿈틀꿈틀 산 정상을 향해 기어오르고 있다. 태양광에 미친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숲을 갉아먹는 특이한 벌레다. 여기저기 울창한 삼림을 밀고 들어선 태양광.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신재생에너지를 한다며 숲을 훼손하는 태양광을 어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산지태양광만이 문제가 아니다. 산지풍력 문제는 더 심각하다. 경북 영양에는 이미 88기의 많은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있는데, 또다른 풍력발전단지가 추진되고 있다. 현장조사를 위해 산을 올랐다. 두 발로 오를 수 없어 네 발로 기어 올라야 하는 수직에 가까운 급경사였다. 두 팔로 다 안을 수 없는 지름 60cm가 넘는 소나무들로 가득했다. 산림 전문가에게 물어보았다. 성장이 더딘 산 정상에서 그 정도로 자라려면 수령 150년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곳의 숲이 모두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풍력발전기가 세워진 현장들을 돌아보았다. 기둥 높이 80m, 날개 하나 길이 50m에 이르는 거대한 발전기들이 굉음을 울리며 돌아가고 있었다. 모두 생태축인 산 능선을 따라 세워져 있다.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바로 이곳은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자라던 곳이요, 산양과 담비가 뛰놀던 곳이었다.
일정한 바람이 항상 불어오는 외국은 대부분의 풍력발전기가 평지와 구릉에 설치되어 있다. 바람이 적은 우리나라 지형엔 풍력이 맞지 않다. 그 결과 풍력발전 사업자들은 바람을 찾아 산 정상으로 올라가고 있고, 심각한 생태계 훼손이 발생하고 있다. 높은 산 정상으로 올라갔지만 바람의 방향도 수시로 바뀌고 바람도 약하기 때문에 풍력발전 효율이 외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자연환경과 공존하는 육상풍력발전사업 전략〉에서 “지형 훼손에 대한 이슈가 적은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풍력단지 조성 지역 대부분이 산줄기, 특히 대간, 정맥, 기맥, 지맥 등에 입지하게 되고, 주로 경사지를 포함하는 능선부에 계획되어 절성토에 의한 상당한 지형변화가 발생되며, 특히 진입도로의 경우 계곡부를 지나게 되어 수계와 더불어 하천 생태계의 대규모 훼손을 유발한다”며 산지풍력의 많은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전남 순천의 작은 땅에 무려 10곳의 풍력발전단지가 추진되고 있다. 강원도 영월 김삿갓 계곡에도 “풍력 반대” 현수막이 가득 붙었다. 전국의 산 정상마다 풍력발전기 광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의 탈을 쓰고 국토 경관의 훼손과 산림 생태계 파괴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이뿐 아니다. 인천 굴업도와 덕적도에서부터 당진과 태안, 신안, 통영, 여수, 부산 앞바다에 이르기까지 전 해상이 풍력으로 뒤덮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신안 앞바다 해상풍력단지를 찾아가 신형 원전 6기 발전량에 해당하는 8.2GW 세계 최대의 해상풍력단지를 48조 5,000억 원을 들여 2030년까지 완성한다고 축사했다.
산꼭대기에 세워진 육상풍력단지에는 풍력발전기만 아니라 산 능선을 따라 이어진 송전탑이 눈에 들어온다. 풍력발전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도심으로 이송하기 위함이다. 문 대통령이 세계 최대라고 자랑한 신안 앞바다의 해상풍력발전 8.2GW를 위해서는 최소 1,000개 이상의 풍력발전기를 바다에 세워야 한다. 과연 이 바다가 정상적인 바다일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해상풍력발전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도심으로 보내기 위해 아름답던 해안가를 뒤덮을 송전탑 재앙은 과연 생각해보았을까?
2017년 5월, 국토교통부는 “경관은 미래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원이다”라는 국토경관헌장을 제정했다. 수천 년 동안 보전해온 이 땅의 산과 바다, 농촌의 아름다운 경관을 훼손하는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정책은 잘 보전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줄 국토를 파괴하는 범죄에 불과하다.
진짜 신재생에너지는 이런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신재생에너지정책으로 인해 전 국토가 훼손되고 있고, 많은 국민이 피울음을 쏟아내고 있다. 암 환자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암세포부터 제거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정책은 암 환자에게 영양제만 주어 암세포를 더 키우는 꼴이다.
현재 한국의 전기소비 구조를 보면 산업용 53.8%, 상업용 32.7% 그리고 주택용은 13.5%에 불과하다.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주체는 기업이지만, 공장의 넓은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한 기업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가까운 일본은 대체에너지 비율이 22%이지만, 한국은 4%에 불과하다. 전기료가 싸기 때문에 기업들이 돈을 들여 대체에너지 발전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것이다.
세계는 전기 소비량이 줄어드는 추세인데, 한국은 여전히 전기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정책이 성공하려면 지금의 전기소비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먼저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료를 현실화하여 기업의 전기 절약을 유도하고, 기업과 공장 지붕에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이런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산과 바다와 농지를 훼손하는 것은 기업들을 위해 계속해서 싼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잘못된 정책에 불과하다.
또다른 해결책은 전기가 필요한 곳에서 전기를 생산한다는 원칙이다. 도심 건축물 지붕과 벽면에 태양광을 설치해야 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도로밀도 세계 4위로 도로가 많다. 도로 방음벽과 방음터널과 도로변 유휴지, 그리고 전국 철도를 이용해 태양광을 설치한다면 산과 바다, 농지를 훼손하지 않아도 필요한 전기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정책이 잘못임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안 앞바다 해상풍력에 2030년까지 48조 5,000억원을 투자해서 8.2GW 전기를 생산한다고 했다. 그런데 베트남은 지난 2020년 단 1년 동안 건축물 지붕의 태양광으로 9.5GW의 발전시설을 설치했다. 건축물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환경훼손도 하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더 빠르고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게 진짜 신재생에너지다.
‘30억 그루 나무 심기’를 위한 싹쓸이 벌목이라니
울창하던 숲이 싹쓸이되었다. 벌거숭이가 된 민둥산은 금방이라도 산사태로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롭다. 이유는 숲가꾸기를 한다며 싹쓸이 벌목을 한 것이다. 마치 내가 몽골 사막지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시뻘겋게 벗겨진 산등성이들이 도로를 따라 끝없이 펼쳐져 있다.
도로에서 조금 안쪽 골짜기로 들어가자 더 처참한 벌목 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로변 숲에는 사람들의 이목이 있으니 ‘경관’을 위한다며 조금이라도 남겨 놓은 나무들이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골짜기 숲은 사정이 달랐다. 숲이 통째로 사라졌다. 마치 동물의 가죽을 벗겨내듯, 울창했던 급경사의 산림이 왜 홀랑 벗겨진 것일까? 산림청은 이를 ‘숲가꾸기’라고 말한다. 아니다. 정확하게 말해 숲을 전멸시키는 재앙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숲가꾸기라는 이름으로 벌목이 이뤄져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나무 30억 그루를 심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숲은 30년 이상의 늙은 나무들이 대부분이라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지기에 기후위기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늙은 나무를 베어내고, 어린 나무 30억 그루를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나무와 잣나무 같은 침엽수는 30살, 참나무 같은 활엽수는 20살이 넘으면 탄소흡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늙은 나무라는 산림청 주장이 사실일까. 절대 아니다. 나무는 30년이 지나면 오히려 탄소흡수 능력뿐 아니라 탄소저장 능력이 급격히 증가한다. 설사 나무 나이 30살이 넘어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진다 할지라도, 그것이 숲의 나무들을 마구 베어낼 명분이 되지 못한다. 탄소흡수는 숲의 많은 역할 중 아주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큰 나무가 기후위기를 막아준다
벌목으로 인해 잘려나간 지름 50~60cm의 잣나무와 소나무 나이테를 세보았다. 50살 정도가 되었다. 30살까지는 나이를 세기 어려울 만큼 나이테 간격이 아주 촘촘했다. 그런데 30살이 넘어가자 나이테 간격이 폭발적으로 넓어졌다. 산림청의 주장과는 달리 30살이 넘으면 탄소흡수와 탄소저장 능력이 왕성하게 증가함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나무가 성장한다는 것은 탄소를 흡수하는 과정이다. 나이테가 더 넓다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하여 몸에 저장한 것이다. 정부의 주장이 맞는다면 30살까지의 나이테 간격이 더 넓고, 30살부터는 나이테 간격이 더 좁아져야 한다. 그러나 30살이 넘어서자 나이테 간격이 이전에 비해 몇 배나 증가했다.
강원도 홍천의 벌목 현장. 야적장에 숲에서 베어낸 엄청난 나무들이 쌓여 있었다. 낙엽송은 반듯하니 제재소로 팔려나가고, 소나무, 잣나무, 참나무는 아무리 커도 그저 값싼 펄프용으로 팔린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숲을 지키고 있어야 할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가 그저 펄프용으로 사용되기 위해 잘려나간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가득 쌓여 있는 나무 사이에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 30살과 50살의 나무 나이는 두 배가 되지 않지만, 놀랍게도 50살의 나무가 30살 나무보다 몇 배나 더 큰 체적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만큼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해 저장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오히려 숲에 나이 많은 나무를 보존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산림청 산하 국립수목원은 지난 2018년 5월 24일, 우리 산림지역에서 크고 오래된 나무 73종 308개체의 생육 분포도와 그 생태적 기능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국립수목원은 “최근 30년을 10년 간격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큰 나무’ 개체는 직경이 15~25cm 정도인 나무와 비교했을 때 연간 탄소흡수량이 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선 2014년 1월, 〈네이처〉는 미국 서부생태연구센터 네이트 스티븐슨 박사팀의 6개 대륙 나무를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대형 고목 한 그루가 중형 숲과 같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이 세계 열대·온대 지방에 서식하는 나무 403종 각각의 성장 속도를 조사한 결과, 나무는 나이를 먹고 커다랗게 자랄수록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는 것이다. 특히 큰 나무일수록 탄소를 더 많이 고정하며, 큰 나무 한 그루가 1년간 흡수 고정하는 탄소의 양이 중간 크기 나무 수백 그루의 숲과 같다는 것이다.
다양한 크기의 느티나무들이 서 있는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른 두 사람이 안아야 할 만큼 큰 느티나무가 차지하고 있는 면적을 측정해보았다. 나뭇가지 끝에서 끝까지의 거리는 14m였다. 바로 옆의 작은 느티나무는 8m였다. 나무가 차지하는 면적의 차이는 겨우 3배에 불과한데, 나무 기둥의 굵기와 높이와 가지와 잎사귀 수는 수십 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기 위해 30년생 나무를 베어낸다는 문재인 정부의 탄소제로 정책은, 오히려 가장 왕성하게 탄소를 흡수하는 숲을 파괴하여 기후재난을 부추기는 재앙에 불과한 것이다.
교토의정서 3조 3항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정부가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기 위해 전국의 산림을 벌목하는 이유는숲을 탄소흡수원(carbon sink)으로 인정한 교토의정서이다.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1997)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저감 의무 달성을 위해 배출권거래제도, 공동이행제도, 청정개발체제를 비롯해 대체에너지 개발, 산림을 비롯한 탄소흡수원의 관리 등을 구체적인 온실가스 저감 수단으로 명시하고 있다.
교토의정서 제3조 3항은 “직접적인 인간활동에 기인한 토지이용 변화 및 임업(1990년 이후 신규 조림, 재조림, 산림전용에 국한하는)의 결과로 나타난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의 순 변화는 부속서 I 국가들이 의무감축량을 준수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교토의정서가 말하는 ‘신규 조림, 재조림, 산림전용’이란 이런 내용이다. ⓐ‘신규 조림’은 최소한 50년 동안 산림이 아니었던 지역(Non―Forest)에 새로이 산림을 조성하는 것이고, ⓑ‘재조림’은 원래 산림이었던 지역이 일정기간 다른 용도로 전용되었다가 다시 산림으로 재조성되는 것이고, ⓒ는 산림이었던 지역이 산림 이외의 다른 용도로 바뀌는 ‘산림전용’이다. ⓐ‘신규 조림’과 ⓑ‘재조림’에 정부의 30억 그루 심기처럼 울창한 숲을 베고 어린 나무를 심는 어리석은 사업은 없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의 기후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탄소저감이 필요하다. 탄소흡수 능력이 뛰어난 큰 나무를 베어내고 새로 심은 어린 나무가 언제 자라 큰 나무만큼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을까? 나무둥치는 나무가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여 자기 몸에 저장한 것이다. 나무는 탄소덩어리 자체다. 이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며 탄소를 바로 내뿜는 것은 불난 집에 부채질 하듯, 기후위기를 재촉하는 것에 불과하다.
산림청은 ‘순환의 경제’를 이야기하며 탄소흡수 능력이 좋은 어린 나무를 심는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순환의 속도가 빠르다고 기후위기를 막는 것이 아니다. 산림청의 순환경제엔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 탄소저장 능력이다. 산림청의 순환경제에선 탄소흡수 기능이 조금 올라갈 수 있지만, 탄소저장 능력은 전혀 늘어나지 않는다. 더욱이 순환을 통해 저장되었던 탄소를 배출시킨다. ‘탄소흡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탄소저장’ 능력이다. 문재인 정부는 탄소흡수만을 강조하며 진실을 왜곡시키고 있다.
숲의 토양은 나무보다 더 중요한 탄소흡수원이다
정부의 30억 그루 나무 심기가 기후재난을 촉진하는 재앙이라는 또다른 증거가 있다. 탄소는 숲의 나무에만 저장되는 게 아니다. 산림 내 토양은 탄소저장고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는 산림 토양의 탄소저장 능력을 간과해왔다.
강원대 양재의 교수와 충남대 임경재 교수 등은 2017년 발표한 〈표토유실 보전을 통한 온실가스배출 저감과 수자원 보전 기능의 산출 및 정책제안〉에서 탄소저장고인 토양 보전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2015년 11월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4per mille Soils for Food Security and Climate’라는 의제를 출범했다.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연간 8.9Gt의 탄소가 배출되는데, 이는 토양 2m 깊이 내에 저장되어 있는 탄소량 2,400Gt의 0.4%에 해당되므로, 매년 토양 보전을 위해 탄소저장량을 0.4% 증가시키면 화석연료에 의한 탄소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다. 전 세계 토양 2m 깊이에 저장된 탄소량(2,400Gt) 중 30%(700Gt)는 표토층 30cm에 존재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1m 깊이에 존재하는 토양 탄소량(0.45Gt) 중 절반이 표토층에 저장되어 있어 토양의 최상부와 표토만 잘 관리해도 기후변화 완화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특히 이 보고서는 “표토에만 저장된 탄소량은 700Gt로 대기(780Gt)와 식물(550Gt)에 존재하는 탄소량과 비슷하거나 많은 양이므로 기후변화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제연합 식량기구(FAO) 등은 토양유실을 탄소배출원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벌목 현장은 정부의 30억 그루 나무 심기가 오히려 탄소폭발로 인한 기후재앙이 될 것임은 경고하고 있다. 이미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는 숲에 나무를 심기 위해서는 먼저 울창한 산림의 나무를 베어내야 한다. 경사가 몹시 가파른 산지에서 베어낸 나무를 실어 나르기 위해 포클레인이 온 산을 헤집고 다니며 탄소저장고인 표토층을 파괴하고 있다.
심지어 ‘숲가꾸기’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고 있다. 충주호 인근의 숲가꾸기 현장에서 산사태가 발생하여 도로를 덮쳤다. 차량의 안전을 위해 공사장에 커다란 철제 빔이 세워졌다. 산사태의 원인은 간단하다. 산사태가 발생한 시작점에 산사태의 원인이 숨어 있었다. 이곳은 ‘숲가꾸기’를 위해 큰 나무들을 베어내고 낙엽송이라는 일본잎갈나무 묘목을 심은 곳이다. 숲의 토양을 잡아주는 큰 나무들이 베어지자 집중호우에 토사가 쓸려 내려오며 산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지금처럼 숲의 큰 나무들을 마구 베어낸다면, 갑자기 쓸려 내려온 산사태에 국민 모두가 파묻히는 사고를 당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30억 그루 나무 심기는 결코 기후위기 대응이 아니다. 오히려 급격한 탄소배출을 초래하여 기후재난을 촉진하는 환경 대재앙이다. 산사태를 일으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집중호우에 홍수위험을 증가시키고, 벌목된 숲의 낙엽과 부엽토가 하천으로 유입되어 수질 악화는 물론 가뭄과 물 부족 사태를 일으키고, 생물다양성의 심각한 훼손을 초래하는 등의 많은 환경문제를 촉발시킨다.
왜 이런 폭력적인 벌목을 할까
외국도 나무를 벌목하여 목재로 사용한다. 그들도 우리처럼 30년마다 나무를 벨까?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지속가능한 목재 이용에 관한 스웨덴식 접근법〉에 의하면 “자연 파종과 같은 재성장부터 최종 수확까지를 윤벌기(rotation)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스웨덴 남부지방의 윤벌기는 70~90년이고, 북부지방의 윤벌기는 120~150년이다”라고 쓰고 있다. 벌기령이 30년인 우리와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독일도 80~90년 된 나무를 벌목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30~40년 된 어린 나무를 자르면 적자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도 60년 된 나무를 자른다. 세계 많은 나라들이 60년 이상 자란 굵은 나무를 베어 사용하는데, 왜 한국은 30년밖에 안된 어린 나무들을 싹쓸이로 자르며 탄소흡수원이라는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함이다.
산주들이 벌목 후 받는 나무 값은 평균 1ha에 80~100만 원 내외로 큰 수익이 되지 않는다. 또 벌목 후엔 3년 이내에 조림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산림청이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고시한 1ha 조림 비용은 묘목 비용과 노무비 등 총 905만 7,000원이다.
30~40년 동안 키운 숲의 나무를 1ha에 100만 원에 팔고 905만 원을 들여 새로 어린 나무를 심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어린 묘목은 심는다고 바로 자라는 것도 아니다. 수년 동안 풀을 베고 주변 잡목을 제거하는 비용이 매년 추가되어야 한다. 이렇게 경제성 없는 벌목이 왜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가 묘목을 심는 조림 비용은 물론 매년 풀을 베고 나무를 가꾸는 숲가꾸기 비용까지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림의 소유구조는 사유림이 전체 산림의 67%를 차지하는데, 1인당 평균 소유 면적이 2.1ha로 소규모이고, 부재 산주의 비율이 54%로 높아 산주의 동의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2013년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주의 동의 없이 숲가꾸기가 이뤄진 게 무려 사업 면적의 51.5%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왜, 산주의 동의도 없이 나무를 베어내고 묘목을 심는 것일까?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 산림조합 등이 일을 벌인 것이다. 2013년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숲가꾸기에 2조 5,932억 원, 어린 나무를 심는 조림사업에 5,369억 원 등 총 3조 1,301억 원이 투입되었다.
산림조합이 대부분의 숲가꾸기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는데, 한국민간위탁경영연구소의 〈위탁사업 수수료 체계 연구〉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조림’과 ‘숲가꾸기’ 사업의 이익률이 15%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산림조합의 수익은 3조 1,301억 원의 15%인 약 4,500억 원에 이른다.
산주로부터 동의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에 싹쓸이 벌목이 자행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벌목 현장은 곧 산림조합에 큰 수익을 남겨주는 평생 사업장이 되기 때문이다.
산림청이 주장하는 순환경제의 경제성을 따져보면 ‘생산가치’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산주가 받는 1ha의 나무 값이 약 100만 원 정도인데, 조림 비용 905만 원과 풀베기와 가지치기로 투입되는 비용까지 계산한다면 더 많은 손실이 발생한다. 이는 역순환경제가 된다.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는 사업은 이를 통해 공익이 더 확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산림청의 숲가꾸기 사업은 국가 예산을 투입하여 산림의 공익적인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잘못이다.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다.
이제 바꿔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을 파괴하며 ‘녹색뉴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과는 강을 썩은 물로 만드는 국토 파괴 범죄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정책은 4대강사업보다 더 큰 국토 파괴 재앙을 낳고 있다. 강의 생태계는 훼손되어도 회복 속도가 빠른 편이다. 그러나 산림 생태계는 한번 훼손되면 회복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의 환경훼손 범위도 4대강사업보다 전국에 걸쳐 더 넓다.
4대강사업으로 강변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쫓겨났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에서는 더욱 많은 농민들이 농토를 잃고 내몰릴 위기에 놓였다. 보통 농촌에서는 다른 사람의 농지를 임대해서 농사짓는 임차농이 약 70%에 이른다. 임차농들은 그동안 평당 1,000원의 임대료를 주고 농사를 지어왔다. 그런데 태양광 사업자들이 평당 6,000원을 주겠다며 토지주들을 현혹하고 있다. 지주들이 과연 무엇을 선택할지 뻔한 것 아닐까?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그린뉴딜 정책으로 인해 국토는 파괴되고, 농지가 사라지고, 농민들이 삶터에서 쫓겨날 재앙이 벌어지고 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전 세계는 ‘탈석탄’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태양광, 풍력이 환경오염을 적게 발생시키는 에너지원은 맞다. 그러나 우리의 그린뉴딜은 방향이 틀렸다. 더 큰 재앙이 벌어지기 전에 멈추고, 전기가 필요한 곳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충북 보은의 속리산IC 주변 고속도로에서 신재생에너지가 나아갈 방향을 찾았다. 고속도로변 성토면을 따라 태양광 패널이 줄지어 있었다. 바로 옆의 산업단지 공장의 모든 지붕도 태양광 패널로 가득했다. ‘좁은 국토의 효율적 이용’, 진짜 그린뉴딜이란 바로 이것이다. 우리나라엔 고속도로와 광역도로와 일반국도 등 총 10만km가 넘는 도로가 있다. 버려져 있는 도로 경사면과 방음벽과 방음터널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산과 바다와 농지를 훼손하지 않아도 된다. 또 3,000km가 넘는 철도변 유휴지와 방음벽을 이용하면 된다.
경기연구원은 〈지속가능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대안은?〉(2018)이라는 보고서에서 “지금처럼 허가를 받은 민간 사업자가 주도하는 난개발 점조직형 개발을 지양하고,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선계획 후개발 방식을 지향해야 하며, 태양광·풍력 발전의 환경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합리적인 원칙과 합의에 기초한 국가적 계획이 필요하다”며,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물이나 기 훼손되고 환경보존 가치가 낮은 지역을 우선 대상으로 설치하고, 산지 지역은 최후의 대상 지역으로 선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은 전기가 필요한 도심은 팽개치고, 최후의 보루인 산과 바다부터 훼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산림 흡수원을 통한 탄소중립은 거짓이다. 오히려 숲을 파괴하여 탄소배출이 증가하는 기후재앙을 초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2050 탄소중립’ 계획에서 산림 흡수원을 삭제해야 한다. 외국처럼 벌기령을 길게 하여 큰 나무를 생산해야 한다. 나무가 커야 수익이 되며 탄소저장 능력도 크기 때문이다. 끝으로 급경사 산지의 안전을 위해 경사도 기준과 녹지축 보전을 위한 능선부 산림 존치 등 최소한의 벌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속도’가 아니라 올바른 ‘방향’이 중요하다.
<<녹색평론>> 통권 제179호, 2021. 7-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