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해외여행 인원이 연평균 3천만 명에 육박했다는 기사가 눈길을 끕니다. 물론 연인원이니 일년동안 해외에 나간 사람들을 모두 합친 숫자입니다. 한사람이 여러번 해외여행을 하니 해외여행을 안가는 아니 못가는 사람도 상당할 것입니다. 그래도 한국인 인구가 5천만 명이라고 볼 때 해외여행객수는 정말 대단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연평균으로 따졌을때 국민 60%에 해당합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해외관광객 가운데 한국인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은 이미 뉴스거리도 아닙니다. 일본의 전체 해외관광객의 1/3이 한국인이라는 것입니다. 일본에 다니는 외국인들 가운데 3명중 1명은 한국인이다 보면 됩니다.
통계로 볼 때 국민 1인당 3회의 해외여행을 즐겼고 돈이 부족해도 무리를 해서라도 해외여행을 하겠다는 사람도 54%에 이릅니다. 인구수 해외여행비율을 따졌더니 한국이 56%, 미국이 45%, 호주 41%, 일본이 15%라고 하니 한국인들의 해외여행 중독은 병적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한번 해외여행때 소비하는 돈이 평균 2백만원이라고 합니다. 4박5일에 드는 비용입니다. 한국인들의 일년 평균 수입을 2천만원이라고 볼 때 한달 월급을 4박5일 해외여행에 소비하는 셈입니다. 한때 유럽의 프랑스 사람들은 1년 벌어 1달 휴가비로 사용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한달도 아닌 4박5일동안 1달 월급을 고스란히 투자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점이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엇이 한국인들을 해외여행 중독증에 빠지게 했을까요.
앞으로의 글은 순전한 제 개인적인 생각이고 학술적인 검증을 받은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한국인이 해외여행에 진심인 것은 아마도 국토의 비좁음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말 작은 한반도 그것도 남북이 분단되어 있습니다. 대도시의 경우 길에 부딪히는 것이 사람입니다. 그래서 휴가철이나 여가철에 한국을 피해 타국으로 가고 싶은 욕망이 드는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집에서 많은 가족이 부딪히며 살다 휴가때 집을 벗어나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구와도 비슷할 것입니다.
두번째는 쏠림 현상 또는 이웃과 비교하는 습성때문입니다. 한국인들의 쏠림현상은 대단합니다. 가만히 있다가고 이웃이 무엇을 한다고 하면 하지않고는 버티지 못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파트 투기현상이고 백신 접종입니다. 별 신경을 쓰지 않다가고 이웃사람이 무엇을 한다고 하면 별안간 태도를 바꾸어 행동합니다. 그런 행위를 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도태되고 패배자가 되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이웃집 아이가 특정 학원을 가면 빚을 내서라도 그 학원에 자기 자녀를 보내야 직성이 풀리는 행태와 유사합니다. 해외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웃집 똘이 엄마 아빠가 해외여행을 갔다오면 어떻게 해서라도 가봐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있을 지도 모릅니다.
세번째는 과시욕입니다. 한국과 비슷한 반도국가 이탈리아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자동차 종류가 바로 경차입니다. 일본에서도 경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요. 한국은 국토의 크기에 비해 자동차의 크기는 반비례합니다. 땅덩어리가 작고 인구도 많아 경차의 선호도가 높아야 하지만 한국인들은 유난히 대형차를 선호합니다. 대형차는 자신의 신분과시의 일종입니다. 한국인들은 이래저래 과시욕이 남다릅니다. 예전에 워낙 못살아서 생긴 버릇이 아닌가 판단됩니다. 인터넷 SNS에 유독 과시적인 게시물이 많은 것이 한국인이라는 통계도 그래서 나온 것입니다. 남들이 안가본 나라 남들보다 조금 더 폼나는 장소에 가면 그것을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난다는 말입니다. 해외여행 중독도 그런 심리의 일종이라고 봅니다.
네번째는 비전이 없는 나라에 사는 국민들의 피곤한 정서라 봅니다. 한국은 초저출산과 초고령화 그리고 자원 부족국가의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오로지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지만 갈수록 그런 환경은 좁아질 것입니다. 초저출산으로 지구상 국가가운데 최초로 소멸될 나라로 이미 확정된 국가입니다. 둘러봐도 나아질 가능성이 없는 그런 환경속에 한국인들은 놓여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등 희망스러운 곳은 없습니다. 그러니 희망이 없는 국민이 갈 곳은 해외뿐입니다. 답답한 한국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입니다. 빚을 내서라도 4박5일동안 한국의 닥친 답답한 현실을 탈피하고자 가는 것이 바로 해외여행입니다.
한국인들의 해외여행 중독증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자기 돈가지고 자기가 쓰겠다는데 뭐라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앞서 밝힌 통계상 자료를 통해보면 한국인들의 해외여행은 중독 증상 그리고 해외여행에 목숨을 건 것이 아닌가 여기지는 상황입니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우려수준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열심히 벌어 자기돈으로 해외여행 가는 것을 탓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굶어도 빚을 내서라도 해외여행만을 하고야 할겠다는 굳은 의지는 나라의 앞날을 저해할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해외여행에서 뭔가 배워오겠다는 뜻도 없이 그냥 4박5일 먹고 마시고 흥청망청하는 여행이 남기는 것은 없습니다. 한국의 국제수지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뿐입니다. 개념없는 해외여행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것은 한국 여행 과소비에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습니다.
2024년 11월 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