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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 / 이수명
썩은 광장을 따라 걸었지
썩은 낙엽 썩은 사과가 굴러다니고
게임을 난 할 줄 모르지 손가락으로
화면을 두드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너는 말한다.
나는 배워야 한다. 두드리고 계속 두드리는 것을
새로운 공격을 하는 것을 그래, 각오를 다진다.
장갑을 벗고 흰 장갑을 벗고 장갑을 치우고 손을 치우고 배워야 한다.
바닥에 한 사람이 신문지를 깔고 누워 있다.
신문지를 덮고 누워 있다.
몇 장은 둥근 맨홀 뚜껑으로 굴러가서 뒹군다.
맨홀 뚜껑에는 도시가스라 씌어져 있다. 뚜껑을 열지는 않는다.
가스가 있다. 우리에게는 가스가 있다.
가스는 색깔이 없고 냄새가 없고 무게가 없고
소리가 없고 보이지도 않고 그러나 가스는 부드럽고
가스는 온화하고 가스는 은은하게 순조롭게
우리에게 흘러들어오고 가스는 우리를 어루만지고
우리의 생각은 온통 가스로 가득 차 있다.
도시가스 보급이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그래서
산책 같은 건 필요 없다.
산책길에 해가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소용없다.
해는 우리가 인사도 하기 전에 빨리 떨어지고
저기 광장의 끝이 벌써 보인다.
끝을 향해 제대로 나 있는 길 반듯한 길을 따라 걷는다.
썩은 광장에 당신은 서 있어요 입에서는 태만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너는 반듯한 이마를 들고 이번에는 제발 좀 가만히 있으라고 말한다.
화면을 두드리지 말라고 썩은 손가락을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나는 사용하지 않는다.
새로 나온 게임을 배우지 않는다.
시집『도시가스』 2022년, 문학과지성사
챗gpt 해설
이수명의 **"도시가스"**는 현대 도시 속에서 느껴지는 무기력과 소외감을 비유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시 속의 도시가스는 우리에게 무색, 무취, 무형으로 스며들어오면서 우리의 일상과 사고를 잠식해 가는 무언가를 상징하며, 현대 사회의 무기력함과 단절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의 주요 해석과 의미:
1. 썩어가는 도시와 무기력한 일상
시의 시작에서 "썩은 광장," "썩은 낙엽," "썩은 사과" 등으로 묘사되는 장면은 도시 속에서 점차 쇠퇴하고 무너져 가는 일상과 사회를 상징합니다. 현대인은 이런 무기력한 풍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도 모르고, 그저 도시의 일상 속에 묻혀 있을 뿐입니다.
2. 게임과 학습의 메타포
시 속에서 시인은 화면을 두드리는 법, 게임 속 새로운 공격법을 배워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강요되는 끊임없는 적응과 학습을 상징합니다. 게임을 배우고 익히는 것은 단순히 오락의 영역을 넘어, 생존과 적응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하는 현대인의 압박을 나타냅니다.
3. 도시가스의 은유
도시가스는 시 속에서 무색, 무취, 무형의 특성을 지니며, 도시인들의 생활 속으로 은은히 스며듭니다. 가스는 보이지 않지만, 도시의 사람들을 부드럽게 감싸며 일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대 사회의 구조나 시스템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을 조용히 통제하고 잠식하는 모습을 상징합니다.
4. 무기력한 순응과 산책의 부재
"산책 같은 건 필요 없다"는 구절은 현대인의 삶에서 여유와 성찰의 부재를 나타냅니다. 광장의 끝이 보이는 단조롭고 반듯한 길을 따라 걷는다는 것은 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보다는, 이미 정해진 사회적 구조 속에서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5. 태만과 반항의 이중성
시 속에서 화자는 "이번에는 제발 좀 가만히 있으라고" 요청을 받습니다. 이는 시스템에 저항하지 말고 순응하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화자는 그 요청에 따라 새로운 게임을 배우거나 썩은 손가락을 사용하는 일을 포기하면서 동시에 거부의 태도를 보입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순응하되, 내면적으로는 그 체제에 대한 반항과 무력감을 동시에 느끼는 인간의 모습을 나타냅니다.
전체적인 의미:
**"도시가스"**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스며들어온 무기력과 단절감을 표현하며, 우리가 알 수 없이 잠식당한 채 살아가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묘사합니다. 무색, 무취, 무형의 가스처럼 현대 사회의 억압과 무력감은 쉽게 인지되지 않지만, 우리의 일상을 조용히 감싸며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들어 갑니다. 이 시는 현대인들이 이러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무의식적으로 순응하고, 동시에 거부감을 느끼는지를 냉소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