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혀, 올라온 글을 읽다가 방장님의 글을 보고 다시 올라온 글 제목들을 보니 그렇긴 하네요..
약간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 제 이야기를 써볼까 해요. 스크롤이 좀 길수 있지만 최선을 다해서 짧게 쓸께요.
예전에 글을 올리긴 했었지만 저는 2년전에 어학연수를 캐나다로 와서 1년 있으면서 홈스테이를 한곳에서 머물러 있었어요.
그리고 한국에 돌아갔다가 6월 중순에 다시 와서 같이 살고 있는 중이고, 이번달 말에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전에 같이 살았을때 정말 잘하려고 노력했고, 이게 통했는지 홈스테이 식구들 (우리네 말로 백인 홈스테이, 싱글맘 가족입니다.) 도 정말 잘 대해줬구요.
아이들이 8살, 10살로 어려서 레고로 우주기지 하나 만들어주면 감탄, 종이접기로 장미꽃 하나 접어주면 뿅갔던 시절이 있었죠 ㅎ; 홈맘이랑은 띠동갑이라 그런지 나이 차이를 많이 느끼지 않아서 좋았고, 일단 아이들한테 점수를 따니 저절로 친해지긴 하더군요.
어디 간다, 하면 무조건 따라갔고, 설거지, 장본 거 들어주기, 애들이랑 놀아주기, 집안 정리, 닭장 만들기, 정원 손질하기... 집안일 안해본게 없네요.
대신에 얻은 게 많았습니다. 에세이 과제가 많았던 공부 특성상 문법도 봐주고,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같이 다니면서 새로운 경험도 많이하고, 홈맘 직장 동료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났구요.
짧게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한국에서 공대를 다니고 있고 그 전에는 미술 공부를 했었어요.
처음에 도착해서 홈스테이 비용을 xx은행 흰 봉투에 넣어서 주는데 너무 어색하더라구요.
뭐랄까... 사실이긴 하지만 너무 비즈니스적인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 어색함을 없앨 방법으로 봉투를 만들어서 그 위에 그림을 그리면 좀 뭐랄까... 일단 제가 좀 편해질 거 같아서.
이게 이번달 홈스테이 봉투에요. 보통은 특별한 행사가 그 달에 들었으면 그거에 대해 그리는데 (ex: 12월은 크리스마스)
지난달에 홈맘이 저보고 나비가 좋은데 나비를 그려줄 수 있겠냐고 해서 겸사겸사 봉투에 그린거에요.
(이번에 이 봉투를 줬을때 너무 좋아하면서 잠깐만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제가 지금까지 그렸던 열몇개 되는 봉투를 다 들고 오더군요. 자기가 다 간직하고 있었다고. 그때 좀 감동했어요 ^^;)
생각보다 미술 배운것은 쓸모가 있었어요. Mother's Day나 여러 기념일을 챙길때 그림을 그린 카드 한장이면 충분했거든요.
제일 빛을 발했던 건 헤어질때 준 선물이었어요
올리려니까 좀 부끄러운데 ^^; 홈스테이 집 남자애에요 ㅎ; 그림 여러개를 줬었는데 마지막에 이걸 열어보고 다들 눈물을 왈칵 쏟더라구요. 제가 그림 공부하면서 많은 그림을 그려왔지만 사람을 울려본건 처음이라 제가 더 당황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다른 그림은 홈맘 오피스에 걸어놓으라고 만원권 뒷면에 있는 일월오악도랑, 홈맘 딸아이 얼굴그린거, 민화스타일 그림을 줬는데 이번에 오니까 아직 그 그림들이 거실에 걸어져 있더군요. 좀 놀랐습니다.
한국에 돌아가서 Facebook이랑 이메일로 계속 연락하다가 대학교에서 벤쿠버 또는 호주로 보내주는 인턴십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좀 고민했습니다. 호주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라 좋은 기회가 될듯했지만, 사람이 정에 약한지라, 다시 캐나다를 선택하게 되더군요.
사실 이 가족은 전에 같이 살던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올해 이사를 했습니다. 전에는 방이 4개가 있어서 각자 방이 있었는데 지금 사는 집은 방이 3개라 사실 제가 들어갈 자리는 없었습니다. 한데 벤쿠버로 다시 갈거라는 제 메일에 다시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면서 방이 없으니 딸아이랑 같이 방을 쓰면 안되겠냐는 메일이 오더군요. 방을 쉐어해서 그런지 전에 내던 홈스테이 비보다 훨씬 저렴하게 살고 있지만 가격보다는 생각해주는 마음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이번에 벤쿠버공항으로 마중나와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홈맘이 그러더군요. 나는 너를 홈스테이 학생으로 생각 안하고 Sister로 생각한다고. 너가 떠나고 나서 일본 여학생 한명 받았지만 곧 관뒀다고, 너 가면 앞으로 안받을거다. 그래서 방을 3개인 집으로 이사를 했다고 하더군요. 여기 오니 이 집 가족들이 전보다 더 잘해주더군요. 어디 나가면 아이들이 손잡고 가자고 먼저 손내밀고. 오늘 저녁은 남자애랑 추억의 게임 '피카츄배구'를 아주 신나게 했습니다. 중독됐다고 내일도 또 하자고 약속했습니다.
어제는 홈맘의 아빠 (저는 파파라고 부릅니다만)집에 다녀왔습니다. 잘왔다고 꽉 끌어안아 주시는데 참 좋더군요. 파파집에는 여러번 간데다가 그림선물을 여러번 한 적이 있어 (어제도 주고 왔습니다) 파파뿐만 아니라 그 집에 사는 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냅니다.
이번에 벤쿠버에 와서 일반적인 홈스테이 가족들의 모습들을 많이 들었는데, 좀 반성해야 할게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집 사람들과 살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던가, 캠핑을 갈때라던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다던가 등등....
저는 돈을 낸 적이 없는데 많은 집에서 돈을 낸다고 하더군요.
이 집 사람들이 말을 안했을 뿐, 내가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것들인데 눈치없게 살았나... 도 싶고.
이번에 처음으로 저녁을 레스토랑에서 제가 샀습니다. 이번학기 장학금 받은거 쏜다고 쐈는데 가격이 좀 나왔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물론 이 집이 100% 다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 이 집과 컨택이 있을때 좀 문제가 생겨서 처음에는 좀 껄끄럽기도 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한집에서 같이 산다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저는 단지 운이 좀 좋았던 것 뿐인 듯합니다.
방장님, 이정도면 밝고 재미있고 감사하고 고마웁고...정도 될까요...?
타지에 나와 낯선 사람과 부딫혀 사는 모든 학생들에게 힘내자고 말하고 싶네요.
에고, 저는 이번 달에 가기 전까지 마지막 선물로 뭘 그려야 할지 고민 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글이 길어서 많은 분들이 읽지 않으시겠지만, 그래도 그나마 밝은 내용이 된다는 의미 하나 두고자 합니다 ^-^
첫댓글 덜덜덜... 그림 실력이 예술이십니다. 저 강아지 흑백모드가 뛰쳐나와 저를 덮칠거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최고!
긴 글 읽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 그렇게 표현해주시니 제가 송구스럽군요 ㅎㅎ;
가슴 훈훈해 지는 이야기입니다. 평생친구를 얻으신 님은 참 복이 많으십니다. 부럽습니다.
복이라기 보다는 운이겠죠 ^^;;; 감사합니다.
와~그림이~전 평생을 그려도 못 그려낼 그림이네요^^ 정말 여러모로 노력도 많이 하셨구요~한 쪽만 잘한다고 될 일도 아닌데 인복도 있으신가봐요~
그런가요... ^^; 사람마다 잘하는 분야가 다르니깐요. 스토리님은 다른 분야에서 저보다 월등하실 겁니다!
보랏빛 섬세한 문양위를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며, 그걸 그린분의 마음이 얼마나 섬세하고 다정하신 분인지 짐작이 가요.
홈스테이비를 봉투에 넣어드리는것이 넘 사무적인 느낌이라서 이쁜 봉투를 정성으로 그려서 주신 님의 마음과 행동.... 그거 하나만 봐도 열을 알것 같아요. 그러니까, 사람은 다 자기 하기나름인거고, 국적을 막론하고 남에 대해 배려많으신 Mirror12 님께서는 사랑받고 살꺼예요~~
저도 이글을 몇번이나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누군가와 가족처럼 지내고 싶거든 나부터 그안에 녹아져서 가족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이요. 이번 여름휴가에 시부모님 모시고 갔었는데 제가 선을 그어놓았던점 반성모드 들어갑니다
그리고 결심 하나 !
우리 딸내미 채린이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미술을 시켜야겠어요~
한 2년 미술학원 다녔으니까 이번에 끊으려고했는데, 쭉 시켜서 Mirror12 님처럼 멋찐 작품으로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게.....
멋진 답글 감사드립니다 ^^; 미대를 포기하고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고 공대를 들어가면서 미술은 이제 내 인생에 필요없겠구나.. 싶었는데 생각지 않은 곳에 쓰이더군요. 시간되고 돈될때 많이 배워야 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요즘들어 알것 같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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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런 성격인데 어학연수 갈때 한번 바꿔보자... 싶어서 노력했거든요. 완전히 변하지는 않았지만 노력의 성과가 있어서 기쁩니다. ^_^;
주는만큼 받는법. 저랑 상당히 비슷한 케이스네요.ㅋ 앞으로도 쭈욱 좋은인상, 좋은인연 이어가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비슷한 케이스라 하시니 제가 더 드릴 말이 없네요. torontotoro님도 지금 가까이 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 유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_^
:-) -> 이렇게 댓글 달아보고 싶었어요 ㅎㅎ;
어머낫 넘 머쩌용~ 저도 그림있는 봉투받으면 감동받을것같아요. 아침부터 마음 훈훈하네요
훈훈한 아침 맞으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
살면서 좋은인연을 만나는것도 큰 행운인거 같아요.. 인덕도 있는거겠지만 마음이 예뻐 그런 운도 따르는 것이 아닐까요?
이런 타지에서 가족처럼지내고 계속 좋은인연을 유지하는게 큰 재산이자 복이지요^^
네 그럼요. 지구 반바퀴 뒤에서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 것도 큰 행운인듯 합니다!
갑자기 봉투하니까 생각났는데 저도 몇년전에 어떤분한테 봉투를 만들어서 아이들 레슨비를 준 적이 있는데 껌벅죽더라구요. 그냥 한국적인문양의 포장지를 기존의 흰봉투 분해해서 그 모양대로 오려서 풀로 붙이고 다른 색깔의 같은문양 포장지로 띠를 둘러 붙였을뿐인데^^ 한 2분정도 걸리는거 비해 하도 감탄하길래 멋적었던 적이..--;;. 한국은 싸고 이쁜것들이 지천으로 갈려서 웬만한 건 명함도 못내미는데...그러니 님처럼 정성껏 그린 것은 액자감이죠^^ 정말 그 솜씨가 부럽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사람 정성이라는게 작은 거라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굉장히 크게 느껴지나 봐요. 저도 다음엔 그 방법을 써봐야 겠습니다!
저도 너무좋은분들만나서 지금은 힘든시기네요...홈스테이비가 벅차서 ㅠㅠ 저는 재주가없어서 달마다 편지정도썼는데, 그래도 더 친하게 다니지못해서 아쉬워요..ㅠㅠ지금부터라도..ㅠㅠ
매달 편지를 쓰는 정성을 분명 고마워하고 있을 거에요! 남은 기간동안 친하게 더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아름다운 이야기에 감동하고 또 다시 그림들 새겨 보았답니다.
우리집에 홈스데이 아들과 라운딩 하느라 힘들었던 순간들이 나중에 그아이가 골프하면서 저를 오래도록 잊지 못하리라 생각을하니 뿌듯합니다. 클럽 잡는 방법부터 저에게 (겨우 100카타 안짝에 들까 말까이지만...)배워서 파"도 하나 잡았답니다. 잘했다고 스테이크 사먹이는 홈맘의 마음을 잊지 않겠죠?
어우, 그런 홈스테이 집이 있다면 제가 들어가고 싶군요! 네, 분명 잊지 않을 것입니다 ^-^
와- 미러님~~ 친구하고 싶은 분이에요 ^^* 입가에 미소가득 담고 갑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미소가득한 하루 되세요 '-'!
언니....ㅎㅎㅎ
어야 ㅎㅎㅎ
정말 좋은글을 올리셨네요,, 가슴이다 훈훈합니다..ㅋ 그림실력도 대단하시구요,, 인복도 있으신것 같아요,ㅋ 근데 그 인복이란 자기가 노력하는것 만큼 누릴수있는 복인것같습니다.
밀러님의 노력에 박수와 찬사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