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을 담당하셨고 밝은 갈색톤의 썬글라스를 쓰시고 원색의 넥타이에다가
벽돌색이나 감색양복을 즐겨 입으시던 멋장이 노총각 선생님이셨다.
원욜마다 하는 전교조회땐 줄이 삐툴빼툴 서졌거나 자세가 흐트러지면
전체 기합을 서곤 했는데 전교생을 엎드려 몽둥이로 혼자서 때리시기도 하셨다.
다른 선생님이 그걸 보시곤 힘드실것 같아서 대신 때리시며 도와주시기도 했다.
그땐 얼마나 원망스럽고 미웠던지...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팔이 얼마나 아프셨을까, 수백명을 때리시느라...
생각된다.
겨울이면 우리반은 다른반보다 30분 일찍 등교하게 하셔서는 축구를 시키셨다.
교복치마를 펄럭이며 장갑을 낀채 코끝시린 추위를 가르며 정신없이 공을 차며
운동장을 누비다보면 어느새 온 몸은 더위로 후끈해져 교실로 들어와서는
창문을 전부 열어 재끼고 스트레스도 다 날려버린 채 상쾌한 맘으로 수업을
시작하곤 했었다.
다른 반 아이들은 추워서 몸을 움츠린채 오들오들 떨며 공부할때 우리 반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1주에 한번 CA시간엔 오락을 했었는데 나의 가장 단짝친구가 항상 멋진 진행을
맡았었고 난 자주 그 덕에(?) 김추자의 "야생마"나, 박재란의 "산넘어 남촌에는"
또는 "라노비아"등의 노래를 자주 부르곤했다.
그리고 학년이 끝나가는 2월달엔 진도가 거의 마쳤으므로 다른 반들은 대체로 놀면서
대충 시간을 보냈지만 우리반은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교장,교감선생님이하 전
선생님을 모시고 공연을 하였다.
난 그때 로미오가 되어 어깨에 보자기를 두르고 부쯔를 신고 가발을 쓴채
"오, 줄리엣! 우리의 사랑은~"하면서 줄리엣 앞에 무릎을 꿇은채 손등에 키스를 하고
줄리엣 맡은 친구는 얼굴엔 예쁘게 화장을 하고 드레스를 입은 예쁜 모습으로 멋진 연기를 보여 주었다.
연극을 마치고 얌전한줄만 알았던 내게 그런 끼가 있는줄 몰랐다며 선생님들께
칭찬도 많이 받고 내겐 잊을수 없는 자랑스런 추억이 되었다.
의욕에 가득찼던 그 선생님!
찾아뵈야지 하면서도 여태 한번도 실천을 못한채 세월만 흘러 이제 내 자식들조차
그 때의 시절이 지나 중3 고3이 되어 버렸다.
지금쯤 64세 정도가 되셨겠구나..
아~세월의 무상함이라~
그때 그 친구들은 다 무얼하는지 가고파라 가고파~
엄정행의 "내 고향 남쪽바다"란 노래가 귓가에 맴도는 조용한 이 밤.
나도 따라 흥얼거려 본다...
선생님,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리고 참 감사합니다.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고~
꿈엔들 잊으리이오~그 잔잔한 고향 바다~"
저도 꼭 비슷한 추억의 선생님이 계셔요..초등학교 4학년때 담임선생님이신데..불과 몇년전만 해도 연락이 되었는데..이젠 연락할 길도 없어 언제나 스승의 날이면 애만 타지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목소리가 너무 좋다고 하신 선생님.. 이젠 이렇게 중년의 여인으로 남은 저의 음성도 들려드릴수 없고....휴~~~~
첫댓글 많은 추억이 깃들어 있는 스승님 이신가 봅니다. 찾아 뵙고 옛이야기 하면서 정다운 이야기를 주고받음이 좋지만서두 세상일이라는게 선뜻 맘먹기 따라 움직여 주지 않으니 서운하지요? 마음이라도 곱게 간직하고 계시니 참 좋아 보입니다.
항상 지난것은 그립죠?...특히 학창시절 선생님과의 만남...전 좋은 일보다 상처되는 선생님의 한마디가 기억이 더 뚜렷해지더라구요...감사하는 마음이 좋아 보여요.
저도 꼭 비슷한 추억의 선생님이 계셔요..초등학교 4학년때 담임선생님이신데..불과 몇년전만 해도 연락이 되었는데..이젠 연락할 길도 없어 언제나 스승의 날이면 애만 타지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목소리가 너무 좋다고 하신 선생님.. 이젠 이렇게 중년의 여인으로 남은 저의 음성도 들려드릴수 없고....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