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터차르텐(Hinterzarten)으로 돌아오는 늦은 밤기차에서 일어난 일.
칼스루에(Karlsruhe)를 떠난, 밤 11시가 넘어가는 늦은 밤 기차에서 모두 눈을 감고 쉬거나 간간이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저희 가족이 앉은 자리 건너편에는 히잡을 쓴 앳돼 보이는 여학생이 혼자 앉아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십대로 보이는 여학생, 그 뒤로 20대 여성, 그리고 뒤에 인자하게 생긴 할머니 한 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저희가 앉은 좌석 반대편으로 몇몇 승객이 앉아서 눈을 감고 있었고 아래층 좌석에선 간간이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오곤 했습니다. 저희는 기차의 2층에 앉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바로 뒷좌석에 독일 십대 남자아이 셋이 타자마자 조용하던 밤 기차는 이내 난장판이 되어버렸습니다. 끊임없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소란스럽게 하였고 저희 가족도 대단히 불편하였지만 어느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고 못 했습니다.
그렇게 이십 분 가까이 괴성을 지르는 저들의 이상한 행동을 참아내고 있었는데 제 곁에 혼자 앉아 있던 여학생에게 이 녀석들이 종이를 뭉쳐 던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깜짝 놀란 여학생이 갑자기 불쾌한 모습과 동시에 겁먹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러자 저들의 소란함을 참고 있던 저는 '이것은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일어서서 그 녀석들이 던진 종이뭉치를 집어 들고 그들에게 가서 물었습니다.
"이것 너희들이 던졌지?"
"....."
"이것 너희들이 던진 것 맞지? 내가 봤어. 너희 셋 중에 누가 던졌어? 너? 아님 너? 그리고 너?“
그 녀석들이 시치미를 뚝 떼며 영어를 못 알아듣는다고 독일어로 말해달라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주위의 독일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대신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너희들이 고의적으로 놀리려고 종이뭉치를 전혀 모르는 히잡을 쓴 여학생에게 던졌고 이는 이 여학생에 대한 희롱이자 폭행이며 나아가 인종차별일 수도 있어. 내가 경찰을 당장 부를거야'하고 매섭게 말해주었습니다.
그러자 주위의 다른 분이 합세해서 그들에게 당장 가서 여학생에게 사과하라고 말했고 그중 한 녀석이 쭈뼛쭈뼛하게 일어나 놀란 여학생에게 가서 사과를 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한 젊은 여성이 그 아이들이 십대여서 그렇게 장난칠 수가 있다고 나쁜 놈들을 두둔합니다. 그래서 그 여자에게도 한마디 해주었습니다. 십대이면 처음 만나는 모르는 승객에게, 그것도 혼자 여행하는 히잡을 쓴 외국 여학생에게 종이뭉치를 던져 희롱하면 되느냐고, 공공장소에서 지켜야만 하는 예의를 가르쳐야 하지 않느냐고, 십대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권리가 있느냐고 말입니다.
그러자 지켜보시던 할머니께서 한 말씀 하십니다.
"맞아요, 그 누구든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되고 방금 저 아이들이 한 행동은 대단히 무례하고 폭력적인 것입니다. 정말 잘못된 것이고 우리가 나무랄 것은 나무라고 꾸짖어야 합니다.“
제가 그 녀석들에게 가서 말해주었습니다. 그런 행동은 함부로 하지 말라고, 바르게 자라라고 말입니다.
나중에 할머니께서 기차에서 내리시면서 일부러 제게 다가와 제 아내와 저의 손을 잡으시며 '좋은 본을 보여주어 고맙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며칠 전에도 기차에 올라타는 저희 가족에게 중동에서 온 듯한 남자 두어 명이 '니 하우마'라고 놀렸습니다.
(특히 유럽에선 모르는 동양인에게 '니 하우마'라고 말하는 것은 희롱하는 것이고 인종차별적 언어로 통용 되어지고 있습니다. 경멸하며 놀리는 것이지요)
아내와 아이를 자리에 앉혀두고 제가 그들을 찾아갔습니다.
'너희들 혹시 나를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우리 보고 '니 하우마'라고 말하느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낄낄거리던 그놈들이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리도록 하기 위해 앞으로 그 누구에게라도 그따위의 놀리는 말은 함부로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놈들은 되려 제게 '니 하우마'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뜻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우리 가족에게 떠벌렸니, 이 자식들아!'라고 매섭게 말해주었습니다.
오가면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지만 자주자주 오물 덩어리 같은 쓰레기도 많이 만납니다. 이곳 독일에서 말입니다.
쓰레기들이 더 악취를 풍기고 시건방지게 떠들어 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