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무작정 떠나는 것이다. 목적지 없이 구불구불한 완행버스를 타고 가다 길 잃어버린 기차가 멈추는 곳까지 가는 것이다. 기억이 없는 따뜻한 풍경에 질리지 않고 피곤이 초대하면 잠들어 버릴 것이다. 어쩌다 통과하는 도시 변두리 어리숙한 문이 열려있으면 그곳으로 가서 기웃거리다 돌아서서 금방 잊어버리는 것이다. 혼밥할 수 있는 식당에 들어가 백반을 시켜 먹고 밤이 깊어지면 허름한 여관에 들어가 간식으로 잠을 자는 것이다. 날이 밝으면 발걸음 내키는 대로 기운이 빠지고, 다리가 뻣뻣해 올 때까지 어디로든 다시 떠나는 것이다. 친구가 사는 동네에 들어도 연락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서 주름이 없는 노파가 미간에 애살스러운 주름 하나를 만든다면 건강한 미소 짓고, 빠른 걸음으로 허름한 빈집이 있다면 찾아 어슬렁거리다 샘이 없는 샘물을 마시고 발길을 돌려 선착장에서 섬을 찾을 것이다. 해질녘, 홀로 소주 한 잔에 멀리 육지 부둣가에 어른거리는 불빛을 바라보다가 휴대전화가 켜져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것이다. 그러다지치고 힘들 때 서울로 올라가 순환 전철이 뱅뱅 돌다 돌다 쌀쌀한 밤을 내려놓으면 대합실 티브이를 멍하게 바라보는 침입자를 노숙 왕초는 더듬을 것이다. 메이커 신발에 축 늘어진 다리는 돈벌레였다고 기침하는 눈초리, 새벽이오는 거리에서 갈 곳 찾지 못하면 곳곳을 기억하는 많은 다리는 따뜻한 집, 어떤 종지부는 곰돌이* 생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