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이십여 년 전쯤에...
제가 한국 살 때 학교 왕따로 힘들어하는 딸냄이
위로와 치료 차, 강쥐 한 마리와 몇 년을 같이
살았습니다.
그 녀석 이름은 '월'이었고, 우리 식구들이 미국으로
이사 올 때 다른 집에 입양 보내며 슬픈 이별을
했었었지요.
같이 살 때, 제가 한창 글쓰기에 빠져 살 때라
월이 눈으로 본 월이와 우리 가족의 모습을
하나 둘 써둔 것이 있었습니다.
가끔 월이 생각이 나면 꺼내서 다시 읽곤 하는데
오늘 유튜브에 외국으로 입양되어 맹활약을
하고 있는 진돗개 이야기를 보다 보니 또 월이
생각이 나서 읽어보다가 그중에 한 편 소개하고
싶어 올려 봅니다.
<월이 한담 1>
저요... 맘자리 아저씨랑 같이 살고 있는
페키니즈종 강아지 <월이> 예요.
예전에는 개들을 보면 몽땅 워리~라고
불렀다면서요?
제 이름은 좀 더 고상한 뜻이 있는데...
하필 워리하고 비슷해서 기분 망쳤어요.
하얀 제 털이 달빛을 닮았다고 지현이 언니가
월이라고 지어준 건데... 씨...
요 며칠 맘자리 아저씨가 저를 보는 눈빛이 조금
이상했어요.
물론 뭐... 된장을 바르고 싶다거나 하는 그런
눈빛은 아니었고요... 뭐랄까... 저에게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눈치였어요.
어젯밤, TV를 보는 아저씨 품에 안겨 있었지요.
아저씨는 배가 볼록 해서 그 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아저씨 팔에 폭 안겨 있으면 참 기분이 좋거든요.
눈을 조그맣게 뜨고 기분 좋은 잠 한숨 때려볼까...
하는데...
"월아..."
대답을 못하니 감기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저씨를 봤지요. (네?)
"월이 이야기 함 써 볼까?"
엥? 나를??? 에이... 설마~? 킁~하고 콧방귀를
뀌었지요.
"좋다고? 그래 착하네. 우리 월이."
헉!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는 저 고질병.
누가 말려~
배를 쓰다듬어 주는 아저씨 손 느낌이 좋아
스르륵 몰려오는 잠에 빠지면서도 걱정은 되었어요.
나를 성질 못된 강아지로 그리면 시집도 못 갈 텐데...
음냐~ 음냐~... 콜...
거울에 비친 제 모습 조금 소개할게요.
처음 제 모습을 거울로 본 날 제가 얼마나
충격 먹은 줄 모르실 테죠?
흑... 저는 코가 없어요.
정면으로 봐서 없나... 싶어 옆으로 서 봤는데...
역시 없었어요.
멋지게 앞으로 나온 주둥이 끝에 매달린 까만 코는
개들의 기본이잖아요. 예전에 흔했던 똥개나
삽살개도 다들 멋진 코를 가졌는데... 우리 조상은
도대체가 진화 방향을 어떻게 잡은 건지...
만물의 영장이란 사람을 닮고 싶었을까?
아냐~ 아냐~ 평면적 얼굴을 가진 사람도 코는
조금 튀어나온 걸?
여하튼 저는 벽에 얼굴을 부딪히면 눈과 코와 입이
같이 아프게 생긴 얼굴을 가졌어요.
다리는? 이것도 흑흑... 이예요.
죽 아래로 뻗은 다리에 발목이 굵은 그런 개들도
하고많은데... 제 다리는 불독 다리 아시죠?
약간 바깥으로 벌어졌다가 아래에서 다시 안쪽으로
모이는 짧은 다리.
불독처럼 굵기라도 했으면...
몸통도... 흑흑~
등이 좁고 배가 홀쭉해야 날렵해 보일 텐데...
저는 등이 오소리나 너구리를 닮았어요.
그러니... 처음 거울을 본 날 제가 얼마나 놀랐겠어요.
유일하게 제가 개로서 다행스러운 점 하나는
털이 길고 하얀 것입니다.
제가 손만 뭉툭하지 않다면 날마다 쓰다듬어
주고 싶은... 달빛 같이 포근한 느낌을 주는 그런
털이었어요.
그런데 인연이란 참 묘해요.
맘자리 아저씨 가족들은 제 그런 모습이 좋아서
저를 데려 왔다고 하거든요.
이왕 강아지를 키운다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게
생긴 강아지를 키우자... 하는 마음으로 저를
골랐다네요. 그 참...
자기들끼리 하는 말 한번 들어보세요.
'월이가 개 맞냐?' 맘자리 아저씨.
'개가 뭐 이래 생겼냐? 개 아닐걸?' 맘자리 아들 석현이 오빠.
'개든 고양이든 집에서 키우는 동물은 다 싫어~'
맘자리 아줌마.
'가만히 놔두어도 불쌍한 월이를 왜 놀리고
그래... 힝~.' 맘자리 딸 지현이 언니.
저요... 이런 가족들 틈에서 살아요.
이제 첫인사드렸으니 맘자리 아저씨 글감
떨어졌을 때 가끔 한번씩 찾아올게요.
첫댓글 참 순수하고 재미 있는 한편의
동화를 읽은느낌입니다
이렇게 사랑스런 월이를 떼어놓고
가셨으니 두고두고 생각나실것 같습니다
장군이 잘 만나고 오셨지요?
그산님 장군이 이야기 들을 때마다
월이가 생각나곤 했습니다. ㅎ
@마음자리 네 장군이는 먼저 보낸 여친 해피와
길거리생활은 다잊고 잘삽니다^^
월이의 시선으로 쓴 글이 정말 압권이네요!
강아지의 눈을 빌려 가족의 일상을 그려낸 발상이 정말 창의적입니다.
(저도 10년 넘게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 2마리가 있는데
마음자리님 처럼 한 번 시도 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읽다가 웃어서 월이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코가 없다'며 조상을 탓하는 대목에서 결국 빵 터졌습니다.
개의 심리를 이렇게 능청스럽고 실감 나게 묘사하시다니,
맘자리님 필력이 대단하세요! 월이의 다음 이야기도 너무 기다려집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제가 이리저리 마음 옮겨다니는 것이
취미생활입니다. ㅎ
ㅎㅎ그렇지 않아도...
맘자리님이 글감이 떨어질리 있나~^^
갑자기 월이 생각을 한 김에 쓴 거지~
오늘은 첫 인사,
또 찾아 와 워리~
*
*
마음자리님, 갑자기 한국을 떠나 올 때,
이별한 워리를, 아직도 못 잊는 거군요.^^
네. 잊을 수가 없지요.
집에 들어와 교감을 나누며 오래
함께 산 생명인데...
글 보며 옛추억에 잠기곤 한답니다.
슬퍼서 눈물이 나네요.
이별하고 월이 는 같이 살았던
가족들 얼마나
그리워 했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주루룩 흐릅니다.
그랬을 겁니다.
겁이 많고 조심성도 많아
새 환경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입양 받은 가족분들이 아주
좋은 분들이라 우리에게서 보다
더 큰 사랑 받았을 거라 믿으며 삽니다.
마음자리님 글감 떨어질 때는 없을듯. 오래전부터 글쓰기 좋아하셨군요?
글 쓰는 일에도 마디가 있는 것 같습니다.
40대에 부지런히 쓰다가 50대에
푹 쉬고 이제 60대에 다시 쓰네요.
길이 끝없이 소재를 제공해주네요. ㅎ
마당이 있는 주택이면 몰라도 좁은 주택에서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결사반대입니다. 우리아파트 같은층 1호라인에도 사냥개만한 개를 키우고 있어 큰소리로 지저대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올때 맞닥들이면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사냥개를 아파트에서 키워서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주면 되겠습니까?
충분히 공감가는 말씀이십니다.
아파트에선 일단 바닥이 개들에게도
좋지 않고 공간도 좁아,
반려견으로서의 긍정적 요인이
많다 하더라도 정말 바람직한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래서 반려견 사육에 대한 에티켓이
강조되고, 법도 많이 생겨났겠지요.
반려견 문화 대세를 거스르긴
어렵겠지만 그 반려견 사랑을
위해서라도 반려견주들이 먼저
주변분들에게 배려를 하고 주변분들은
그 배려를 존중해주는 그런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습니다.